중기중 회장과 귀금속 회사의 인연과 악연

어렵게 돌아온 ‘중통령’ 발목 잡힐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김 회장의 회사인 제이에스티나와 관련, 일가의 불공정 주식거래 혐의를 조사 중이다. 중기중앙회장을 맡고 있는 김 회장과 제이에스티나의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 회장은 중기중앙회 최초로 3선 고지를 밟았다. 김 회장은 지난 2007∼2015년까지 23, 24대 회장을 지내면서 중기중앙회를 이끌었다. 이후 중기중앙회 명예회장을 역임하다 지난 2월, 26대 회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지난 3월 취임사를 통해 “4년을 쉬고 다시 이 자리에 여러분과 일하러 왔다”며 운을 뗐다.

3선 고지
“함께 가자”

김 회장은 “선거운동 중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어느 때보다 어렵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며 “이 같은 시대에 중기중앙회장을 맡았다는 것은 소상공인들이 잘사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기중앙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행사하는 영향력이 상당해 ‘중통령’으로 불린다. 실제로 중기중앙회장은 360여만명의 중소기업인들을 대표하며 주무르는 예산 또한 만만치 않다. 지난해 중기중앙회의 예산은 3조7822억원이었다. 중기중앙회장이 행사하는 인사권도 압도적인데 25명의 부회장 임명권, 산하 회원단체 613개의 감사권을 갖고 있다.

중기중앙회장은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각종 경제 관련 회의에 자리한다. 의전도 부총리급이다. 문재인정부가 중소기업에 힘을 실어주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5개 경제단체 가운데 중기중앙회를 가장 먼저 찾아 비공식 간담회를 나눈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부 부처 합동 신년인사회도 중기중앙회의 위상을 대변한다. 문 대통령은 신년인사회 장소를 중기중앙회 회관으로 낙점했다. 역대 대통령 중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문 대통령은 중소기업을 ‘대한민국 경제의 주역’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 보니 중기중앙회장 자리를 두고 벌어지는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중기중앙회장 선거는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이라는 게 중론이다. 올해 중기중앙회 선거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후보자 등록 마감을 시작으로 선거전의 막이 오르자 약속이나 한 듯 고소·고발이 난무했다. 각 후보를 지지하는 진영 간 다툼은 가시적이었다. 허위사실 공표와 사전선거운동 혐의, 금품과 선물 의혹 등 그 종류도 다양했다. 선거가 간선제인 점도 한몫했다. 중기중앙회는 경제단체 중 유일하게 간선제를 채택했다.

중앙회 최초 3연임 김기문 
다시 막강한 영향력 과시

김 회장은 취임사서 “이번 선거는 너무 치열한 부분도, 오해가 발생된 부분도 많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누가 누구의 편을 들었네 말았네 하는 사항들은 당선된 순간에 모두 잊겠다”며 “(직원들이) 이런 부분을 빨리 자각하고 주어진 자리서 열심히 일을 해야만 일부 잘못된 행동에 대한 용납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최근 드러난 김 회장 일가의 주식 불공정거래 의혹은 결정적이었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이들의 불공정 거래 혐의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심리 결과를 전달받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골자는 김 회장 일가가 악재 공시 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 보유 주식을 처분했다는 것이다.
 

▲ 중소기업중앙회 본사

김 회장은 제이에스티나(옛 로만손)의 대표이사이자 최대주주다. 김 회장은 중기중앙회장 취임 이후 해당 직책을 겸직 중이다. 제이에스티나의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김 회장은 20.69%로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김 회장의 동생인 김기석 제이에스티나 대표(9.13%)가 두 번째로 많은 주식을 갖고 있다.

김 회장의 장녀 김유미씨(1.02%)와 차녀 김선미씨(0.88%), 부인인 최영랑씨(0.62%)에게도 지분이 있다. 김 회장의 장·차녀는 각각 2013, 2009년 제이에스티나에 입사했다. 김 회장의 지분(20.69%)과 일가 및 특수관계자의 지분(32.34%)의 합은 절반을 넘는다.

미심쩍은 정황은 다음과 같다. 제이에스티나는 지난 2월11일 장마감 후 자사주 80만주(70억3200만원)를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미공개 정보
불공정거래

이튿날인 2월12일 김 회장의 동생과 두 딸을 비롯해 특수관계인 5명은 지난 1월25일부터 2월12일까지 장내매도와 시간외매매를 통해 총 54만9633만주(49억원 상당)를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세부적으로 김 대표는 2월1, 8, 11, 12일 등 총 6차례에 걸쳐 장내매도와 시간외매매를 통해 34만6653주를 팔아치웠다. 장녀와 차녀는 1월29일 각각 4만주와 5만주를 장내매도했다. 이들은 2월1일에도 각각 2만2000주와 3만5000주를 장내매도, 총 6만2000주와 8만5000주를 내다 팔았다.

친인척인 최희진씨는 1월30, 31일과 2월1일에 4만8750주를 처분했고, 김명종씨는 1월30일 7230주를 정리했다. 제이에스티나는 변동 사유를 “증여세 세금납부와 대출상환을 위한 지분 일부 처분”이라고 밝혔다.

이날 제이에스티나는 공시를 통해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8억6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677% 증가했다고 밝혔다. 당일 주가는 10% 이상 하락하면서 9000원대에서 5000원대(6월20일 기준)를 맴돌았다. 결국 김 회장 일가가 내부정보를 이용해 부당이익을 본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 회장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서 열린 최저임금 관련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나 해당 의혹에 대해 “그런 사항은 없다”며 “나는 주식을 팔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 제이에스티나

김 회장은 지난 14일 <경향신문>을 통해 “브랜드 리뉴얼을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 자사주를 매각했고, 동생과 자녀들은 양도세와 상속세 납부 때문에 주식을 매각했다”며 본인은 한 주도 매각하지 않아 문제될 게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 조사 등에서 김 회장의 혐의가 드러난다 하더라도 회장직은 법원의 최종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유지된다. 김 회장은 중기중앙회장 당선 이후 제이에스티나 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자주 노출
특혜 의혹


김 회장과 제이에스티나서 불거진 잡음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김 회장은 과거에도 제이에스티나와 관련,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았다.

중기중앙회장은 중소기업 전용홈쇼핑 ‘홈앤쇼핑’의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게 된다. 홈앤쇼핑의 최대주주는 중기중앙회(32.83%)다. 김 회장은 24대 중기중앙회장을 지내던 때 ‘홈앤쇼핑 방송편성 특혜 의혹’을 받았다.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의 제품을 자주 노출시켰다는 것이다.

제이에스티나는 당시 로만손이란 이름이었다.

당시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홈앤쇼핑을 제외한 5개 TV홈쇼핑(GS홈쇼핑·CJ오쇼핑·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NS홈쇼핑)은 로만손 시계를 방송 편성한 전례가 없었다. 또 홈앤쇼핑서 로만손 시계는 2012년 12월, 2013년 10월과 12월에 모두 2번씩 방송됐다. 총 24회 이뤄진 방송 중 21회가 오후 11시 50분으로 편성됐다. 이 가운데 4회는 금요일이었다.

당시 한 쇼핑 관계자는 “시계, 주얼리 카테고리는 TV홈쇼핑서 다루는 주요 품목이 아니다”라며 “1회 방송 시간이 2시간이라고 가정하면 연 10회가 최대”라고 전했다. 관계자는 “월 2회 방송을 했다면 과도하게 편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TV홈쇼핑 특성상 금요일 오후 11시50분은 시청자가 많아 프라임타임”이라고 덧붙였다. 프라임타임은 시청률이 가장 높은 때를 일컫는다.

계속되는 ‘제이에스티나’ 논란
툭하면 잡음 ‘바람 잘 날 없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 백재현 의원은 이를 지적했다. 지난 2014년 국정감사서 백 의원이 중소기업청(중소벤처기업부의 전신)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홈앤쇼핑의 로만손 시계 방송은 2012년 9회, 2013년 10회, 2014년 상반기 5회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홈앤쇼핑 중소기업 1개 제품의 평균 방송 횟수를 모두 상회한 수치다.

백 의원은 “(로만손 시계 방송은)많은 업체들이 원하는 커다란 기회를 직위를 이용해 사적으로 취한 것 아니냐는 세간의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상품 편성이 적절했다고 하더라고 예상되는 구설수를 미연에 방지하는 게 올바른 처신이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김 회장의 결정이 아닌 홈앤쇼핑 직원들의 권유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후속 방송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있었다는 점, 로만손도 중소기업인 상황서 홈앤쇼핑의 대표라는 이유로 방송을 못한다면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들며 해명했다.

로만손과 관련된 이야기는 지난해 8월 법무법인 대륙아주서 발간한 ‘주식회사 홈앤쇼핑 경영진단 보고서’에도 언급된다. 홈앤쇼핑은 ‘2015년 중소기업청 감사’ ‘2017년 방만 경영 등에 따른 국정감사서의 지적’ ‘수사기관의 수사’ 등을 경영진단 컨설팅 배경으로 언급했다.

보고서는 ‘로만손 시계 구매 관련’ 내용서 “홈앤쇼핑이 지난 2012년 5월3일 창사 1주년 기념시계 구매를 경쟁계약 형식으로 결정했지만 로만손과 수의계약 형식으로 체결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정감사
수사기관

공급계약 체결 당시 김 회장은 홈앤쇼핑 의장이자 대표이사였다. 보고서는 김 회장이 로만손 대표이사라는 점을 들어 “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수의계약 체결로 보일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륙아주는 “중소기업 판로지원을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는 계약 체결과 관련, 공정성 및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계약 체결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고 계약 전담 부서 및 담당자를 지정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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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