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제국’ YG 해체설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6.24 09:48:52
  • 호수 12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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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들의 철옹성이 무너진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K팝 제국이 몰락 위기에 놓였다. 그동안 YG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싼 각종 마약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경찰 수사가 임박한 상황이다. ‘약국’이라는 오명을 쓴 YG에 대해 불매운동 조짐이 일고 있다. 추락한 소속사 이미지 때문에 아티스트들의 이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연예계 안팎에서는 YG해체설과 사명 변경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양현석 전 YG 대표

민갑룡 경찰청장이 최근 불거진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이었던 그룹 아이콘의 가수 비아이(B.I) 등의 마약 투약 의혹 사건을 “원점서 재수사하겠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이번 마약 투약 의혹은 연습생 출신의 한서희씨가 2016년 8월 자신의 마약 사건 수사 당시 경찰에 비아이가 마약을 구해달라고 했고 같이 투약도 했다고 진술했으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원점 재수사”
경찰청장 의지

양현석 전 YG 대표가 한씨에게 진술 번복을 강요했고, 비아이는 한씨의 진술에도 수사조차 받지 않았다는 내용이 보도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한씨는 앞서 이런 내용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했다. 이번 의혹으로 비아이는 그룹을 탈퇴했고, 양 전 대표는 YG의 모든 직책서 물러난 상황이다.

민 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하는 전담팀을 운영하도록 했다.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서 철저하게 살펴보겠다. 문제가 됐던 사건도 원점서 재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버닝썬 수사 과정서도 많은 교훈을 얻었다. 드러나지 않은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을 개연성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국민이 제기하는 의혹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 가수 비아이 ⓒYG엔터테인먼트

YG에 대한 온갖 구설에 연예계 안팎에선 ‘YG해체설’까지 나오고 있다.

YG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아티스트들의 이탈 조짐이 보인다. 양 대표가 모든 직책서 물러나면서 내부에서는 YG를 해체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며 “YG 간판을 내리고 새로운 사명으로 변경할 계획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 임박한 양현석…구속 위기?
잇단 의혹 속 전담팀까지 구성해 압박

YG는 빅뱅과 2NE1, 블랙핑크 등을 배출한 K팝 기획사이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약국이라는 오명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소속 연예인과 스태프가 대마초 흡연을 비롯해 향정신성의약품 반입 등 약물 관련 문제를 잇따라 일으킨 데 대한 불신의 표현이었다.

약국은 YG의 영어 이니셜과 약물 이슈를 합성해 만든, 비아냥 섞인 조어다. 빅뱅 멤버 지드래곤과 탑을 비롯해 작곡가 쿠시 등이 잇따라 마약 논란에 휘말렸고, 쿠시는 지난달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YG의 자유를 표방한 특유의 ‘방종 문화’가 ‘일’을 키웠다. 힙합 음악이란 특성을 내세워 연예인의 자유만 강조하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했기 때문에 반사회적 사건에 연루되는 연예인이 속출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선이다.
 

▲ 가수 한서희 ⓒ인스타그램

반복되는 연예인 마약 구설에 이어 YG의 조직적 개입 의혹까지 불거지자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2일 ‘YG의 연예계 활동 정지를 요청한다’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YG 소속 연예인들이 끊임없이 마약 사건에 연루됐고, 모든 게 의혹이라고 하기엔 기획사 내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여 모든 방송 출연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게 청원의 골자다. 이 청원엔 2만명이 넘는 사람이 동참했다.

버닝썬→YG→양
예상대로 불똥

YG 콘텐츠 소비 거부 움직임도 거세다.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엠넷 갤러리’ 회원들은 최근 ‘YG 보이콧 성명문’을 냈다. 빅뱅 멤버였던 승리의 ‘버닝썬 사태’ 연루 이후 양 전 대표 등 여러 YG 관계자들이 사회적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데 대한 반발이다. 엠넷 갤러리 회원들은 “YG가 K팝 글로벌 문화를 선도하는 데 있어 소양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하기에 YG에서 제작하는 모든 음악을 수용하거나 소비하지 않을 것임을 단호히 선언한다”고 밝혔다. 

엠넷 갤러리는 케이블 음악 방송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연습생이나 워너원 등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의 팬이 모인 커뮤니티다. 엠넷 갤러리 회원들은 올 봄 일부 대학에서는 YG 가수가 축제 무대에 서는 것을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명지대학교에는 “YG를 소비하는 행위는 악질적인 범죄행위에 대한 간접적인 동조로 비춰질 수 있다”는 내용이 적힌 대자보가 붙었다. 그간 연예계에 많은 사건, 사고들이 벌어졌지만 특정 연예 기획사를 상대로 대중적인 보이콧이 일어난 것은 이례적이다.

YG 소속 아티스트들도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본래 가수들을 육성하는 매니지먼트사로 시작했던 YG는 지난 2015년부터 안영미, 유병재 등 예능형 스타들을 영입했다. 2016∼2017년께에는 강동원, 이종석, 김희애 등 거물급 배우들과 연이어 전속계약을 체결하며 종합 엔터사로 재도약했다. 

이런 가운데 이종석은 지난해 초 전속계약 만료로 YG를 떠났고 유병재도 지난달 샌드박스네트워크에 새 둥지를 틀었다. 2017년 계약해 약 2년 동안 YG에 몸담았던 오상진은 지난 4월 계약이 만료되자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탈세·성접대 
마약·유착 의혹

계약이 만료된 스타들이 연이어 새 둥지를 찾는다는 건 그 자체로 주목할만하다. 전속계약은 회사와 연예인 사이의 신뢰를 바탕으로 체결한다. YG에 몸담고 있는 스타들 가운데 일부는 자체적으로 YG 스태프들과 일을 하지 않고 있거나 계약 파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YG를 떠나겠다는 의사를 보이는 이들도 다수다.

통상 6∼7년의 계약을 체결하는 신인들과 달리 소속사를 이적하는 기존 스타들의 경우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 정도로 재계약 기간을 잡는다. 6월 현재 YG에는 강동원, 김새론, 이수혁 등 2016∼2017년 사이에 계약을 체결한 이들이 여럿 있다. 일반적인 계약 관행으로 미뤄볼 때 이들의 재계약 시점이 임박했음을 예상할 수 있다.
 

가수 이하이와 악동뮤지션의 경우 각각 4년, 2년여의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 전 대표는 자신이 설립한 YG서 23년 만인 지난 14일 불명예 퇴진했다. 양 전 대표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입에 담기도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말들이 무분별하게 사실처럼 이야기되는 지금 상황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참아왔다. 하지만 더 이상은 힘들다”며 “더 이상 YG와 소속 연예인들, 그리고 팬들에게 나로 인해 피해가 가는 상황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연예계 안팎 시나리오 솔솔∼
불매·아티스트 이탈 조짐도

양 전 대표는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온 대표적 연예인이다. 1980년대 후반 그는 이태원서 알아주는 춤꾼이었다. 가수 박남정의 백댄서로 연예계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던 그는 1992년 데뷔한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 당시 이주노와 함께 댄스를 담당해 ‘회오리춤’ 등을 유행시켰다.

하지만 그룹 시절엔 서태지의 후광에 가려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양 전 대표는 1996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해체하자 그해 힙합 전문 음반기획사 ‘현 기획’을 설립, 독자 활동에 나선다. 하지만 처음 프로듀싱한 그룹 킵식스는 제대로 이름을 알리지 못하고 실패했다.  

기회는 이듬해에 찾아왔다. 그는 힙합과 R&B 기반의 기획자로 차별화에 성공하며 승승장구하기 시작한다. 힙합듀오 지누션과 힙합그룹 원타임을 시작으로 렉시, 세븐, 휘성, 거미 등 개성 강한 R&B 가수들과 가창력이 출중한 R&B 그룹 빅마마 등을 배출했다.
 

실력 있는 가수들이 모여 있는 곳이 YG라는 인식을 대중에게 심어줬다.


이후 한류를 대표하는 그룹이 된 빅뱅을 시작으로 2NE1, 위너, 아이콘, 블랙핑크 등을 속속 키워내면서 대표적인 한류 기획사가 됐다. 싸이가 YG에 몸담았을 때인 2012년에는 ‘강남스타일’의 글로벌 히트로 시가총액 1조원을 넘겨, 매머드급 엔터테인먼트사로 도약했다. YG는 타 기획사가 발굴해 데뷔 20주년을 넘긴 젝스키스를 영입, 가수 라인업의 스펙트럼도 넓혔다. 

한류 이끌다…
스캔들로 추락

YG는 자사의 프로듀서인 테디가 설립한 독립레이블 더블랙레이블 등을 통해 다양한 색깔의 음악을 선보일 채널도 갖춰나가면서 외형을 확대했다. 강동원, 차승원, 최지우 등 톱배우들도 잇따라 영입하며 배우 매니지먼트사로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사실상 한국 가요계와 K팝을 이끌어온 양 전 대표. 하지만 현재는 소속 연예인들의 방송 활동을 중단해달라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할 만큼 대중의 외면과 지탄의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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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