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제국’ YG 해체설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6.24 09:48:52
  • 호수 12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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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들의 철옹성이 무너진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K팝 제국이 몰락 위기에 놓였다. 그동안 YG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싼 각종 마약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경찰 수사가 임박한 상황이다. ‘약국’이라는 오명을 쓴 YG에 대해 불매운동 조짐이 일고 있다. 추락한 소속사 이미지 때문에 아티스트들의 이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연예계 안팎에서는 YG해체설과 사명 변경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양현석 전 YG 대표

민갑룡 경찰청장이 최근 불거진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이었던 그룹 아이콘의 가수 비아이(B.I) 등의 마약 투약 의혹 사건을 “원점서 재수사하겠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이번 마약 투약 의혹은 연습생 출신의 한서희씨가 2016년 8월 자신의 마약 사건 수사 당시 경찰에 비아이가 마약을 구해달라고 했고 같이 투약도 했다고 진술했으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원점 재수사”
경찰청장 의지

양현석 전 YG 대표가 한씨에게 진술 번복을 강요했고, 비아이는 한씨의 진술에도 수사조차 받지 않았다는 내용이 보도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한씨는 앞서 이런 내용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했다. 이번 의혹으로 비아이는 그룹을 탈퇴했고, 양 전 대표는 YG의 모든 직책서 물러난 상황이다.

민 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하는 전담팀을 운영하도록 했다.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서 철저하게 살펴보겠다. 문제가 됐던 사건도 원점서 재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버닝썬 수사 과정서도 많은 교훈을 얻었다. 드러나지 않은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을 개연성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국민이 제기하는 의혹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 가수 비아이 ⓒYG엔터테인먼트

YG에 대한 온갖 구설에 연예계 안팎에선 ‘YG해체설’까지 나오고 있다.

YG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아티스트들의 이탈 조짐이 보인다. 양 대표가 모든 직책서 물러나면서 내부에서는 YG를 해체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며 “YG 간판을 내리고 새로운 사명으로 변경할 계획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 임박한 양현석…구속 위기?
잇단 의혹 속 전담팀까지 구성해 압박

YG는 빅뱅과 2NE1, 블랙핑크 등을 배출한 K팝 기획사이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약국이라는 오명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소속 연예인과 스태프가 대마초 흡연을 비롯해 향정신성의약품 반입 등 약물 관련 문제를 잇따라 일으킨 데 대한 불신의 표현이었다.

약국은 YG의 영어 이니셜과 약물 이슈를 합성해 만든, 비아냥 섞인 조어다. 빅뱅 멤버 지드래곤과 탑을 비롯해 작곡가 쿠시 등이 잇따라 마약 논란에 휘말렸고, 쿠시는 지난달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YG의 자유를 표방한 특유의 ‘방종 문화’가 ‘일’을 키웠다. 힙합 음악이란 특성을 내세워 연예인의 자유만 강조하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했기 때문에 반사회적 사건에 연루되는 연예인이 속출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선이다.
 

▲ 가수 한서희 ⓒ인스타그램

반복되는 연예인 마약 구설에 이어 YG의 조직적 개입 의혹까지 불거지자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2일 ‘YG의 연예계 활동 정지를 요청한다’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YG 소속 연예인들이 끊임없이 마약 사건에 연루됐고, 모든 게 의혹이라고 하기엔 기획사 내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여 모든 방송 출연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게 청원의 골자다. 이 청원엔 2만명이 넘는 사람이 동참했다.

버닝썬→YG→양
예상대로 불똥

YG 콘텐츠 소비 거부 움직임도 거세다.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엠넷 갤러리’ 회원들은 최근 ‘YG 보이콧 성명문’을 냈다. 빅뱅 멤버였던 승리의 ‘버닝썬 사태’ 연루 이후 양 전 대표 등 여러 YG 관계자들이 사회적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데 대한 반발이다. 엠넷 갤러리 회원들은 “YG가 K팝 글로벌 문화를 선도하는 데 있어 소양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하기에 YG에서 제작하는 모든 음악을 수용하거나 소비하지 않을 것임을 단호히 선언한다”고 밝혔다. 

엠넷 갤러리는 케이블 음악 방송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연습생이나 워너원 등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의 팬이 모인 커뮤니티다. 엠넷 갤러리 회원들은 올 봄 일부 대학에서는 YG 가수가 축제 무대에 서는 것을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명지대학교에는 “YG를 소비하는 행위는 악질적인 범죄행위에 대한 간접적인 동조로 비춰질 수 있다”는 내용이 적힌 대자보가 붙었다. 그간 연예계에 많은 사건, 사고들이 벌어졌지만 특정 연예 기획사를 상대로 대중적인 보이콧이 일어난 것은 이례적이다.

YG 소속 아티스트들도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본래 가수들을 육성하는 매니지먼트사로 시작했던 YG는 지난 2015년부터 안영미, 유병재 등 예능형 스타들을 영입했다. 2016∼2017년께에는 강동원, 이종석, 김희애 등 거물급 배우들과 연이어 전속계약을 체결하며 종합 엔터사로 재도약했다. 

이런 가운데 이종석은 지난해 초 전속계약 만료로 YG를 떠났고 유병재도 지난달 샌드박스네트워크에 새 둥지를 틀었다. 2017년 계약해 약 2년 동안 YG에 몸담았던 오상진은 지난 4월 계약이 만료되자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탈세·성접대 
마약·유착 의혹

계약이 만료된 스타들이 연이어 새 둥지를 찾는다는 건 그 자체로 주목할만하다. 전속계약은 회사와 연예인 사이의 신뢰를 바탕으로 체결한다. YG에 몸담고 있는 스타들 가운데 일부는 자체적으로 YG 스태프들과 일을 하지 않고 있거나 계약 파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YG를 떠나겠다는 의사를 보이는 이들도 다수다.

통상 6∼7년의 계약을 체결하는 신인들과 달리 소속사를 이적하는 기존 스타들의 경우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 정도로 재계약 기간을 잡는다. 6월 현재 YG에는 강동원, 김새론, 이수혁 등 2016∼2017년 사이에 계약을 체결한 이들이 여럿 있다. 일반적인 계약 관행으로 미뤄볼 때 이들의 재계약 시점이 임박했음을 예상할 수 있다.
 

가수 이하이와 악동뮤지션의 경우 각각 4년, 2년여의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 전 대표는 자신이 설립한 YG서 23년 만인 지난 14일 불명예 퇴진했다. 양 전 대표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입에 담기도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말들이 무분별하게 사실처럼 이야기되는 지금 상황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참아왔다. 하지만 더 이상은 힘들다”며 “더 이상 YG와 소속 연예인들, 그리고 팬들에게 나로 인해 피해가 가는 상황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연예계 안팎 시나리오 솔솔∼
불매·아티스트 이탈 조짐도

양 전 대표는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온 대표적 연예인이다. 1980년대 후반 그는 이태원서 알아주는 춤꾼이었다. 가수 박남정의 백댄서로 연예계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던 그는 1992년 데뷔한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 당시 이주노와 함께 댄스를 담당해 ‘회오리춤’ 등을 유행시켰다.

하지만 그룹 시절엔 서태지의 후광에 가려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양 전 대표는 1996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해체하자 그해 힙합 전문 음반기획사 ‘현 기획’을 설립, 독자 활동에 나선다. 하지만 처음 프로듀싱한 그룹 킵식스는 제대로 이름을 알리지 못하고 실패했다.  

기회는 이듬해에 찾아왔다. 그는 힙합과 R&B 기반의 기획자로 차별화에 성공하며 승승장구하기 시작한다. 힙합듀오 지누션과 힙합그룹 원타임을 시작으로 렉시, 세븐, 휘성, 거미 등 개성 강한 R&B 가수들과 가창력이 출중한 R&B 그룹 빅마마 등을 배출했다.
 

실력 있는 가수들이 모여 있는 곳이 YG라는 인식을 대중에게 심어줬다.


이후 한류를 대표하는 그룹이 된 빅뱅을 시작으로 2NE1, 위너, 아이콘, 블랙핑크 등을 속속 키워내면서 대표적인 한류 기획사가 됐다. 싸이가 YG에 몸담았을 때인 2012년에는 ‘강남스타일’의 글로벌 히트로 시가총액 1조원을 넘겨, 매머드급 엔터테인먼트사로 도약했다. YG는 타 기획사가 발굴해 데뷔 20주년을 넘긴 젝스키스를 영입, 가수 라인업의 스펙트럼도 넓혔다. 

한류 이끌다…
스캔들로 추락

YG는 자사의 프로듀서인 테디가 설립한 독립레이블 더블랙레이블 등을 통해 다양한 색깔의 음악을 선보일 채널도 갖춰나가면서 외형을 확대했다. 강동원, 차승원, 최지우 등 톱배우들도 잇따라 영입하며 배우 매니지먼트사로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사실상 한국 가요계와 K팝을 이끌어온 양 전 대표. 하지만 현재는 소속 연예인들의 방송 활동을 중단해달라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할 만큼 대중의 외면과 지탄의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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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