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제국’ YG 해체설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6.24 09:48:52
  • 호수 12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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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들의 철옹성이 무너진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K팝 제국이 몰락 위기에 놓였다. 그동안 YG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싼 각종 마약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경찰 수사가 임박한 상황이다. ‘약국’이라는 오명을 쓴 YG에 대해 불매운동 조짐이 일고 있다. 추락한 소속사 이미지 때문에 아티스트들의 이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연예계 안팎에서는 YG해체설과 사명 변경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양현석 전 YG 대표

민갑룡 경찰청장이 최근 불거진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이었던 그룹 아이콘의 가수 비아이(B.I) 등의 마약 투약 의혹 사건을 “원점서 재수사하겠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이번 마약 투약 의혹은 연습생 출신의 한서희씨가 2016년 8월 자신의 마약 사건 수사 당시 경찰에 비아이가 마약을 구해달라고 했고 같이 투약도 했다고 진술했으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원점 재수사”
경찰청장 의지

양현석 전 YG 대표가 한씨에게 진술 번복을 강요했고, 비아이는 한씨의 진술에도 수사조차 받지 않았다는 내용이 보도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한씨는 앞서 이런 내용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했다. 이번 의혹으로 비아이는 그룹을 탈퇴했고, 양 전 대표는 YG의 모든 직책서 물러난 상황이다.

민 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하는 전담팀을 운영하도록 했다.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서 철저하게 살펴보겠다. 문제가 됐던 사건도 원점서 재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버닝썬 수사 과정서도 많은 교훈을 얻었다. 드러나지 않은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을 개연성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국민이 제기하는 의혹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 가수 비아이 ⓒYG엔터테인먼트

YG에 대한 온갖 구설에 연예계 안팎에선 ‘YG해체설’까지 나오고 있다.

YG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아티스트들의 이탈 조짐이 보인다. 양 대표가 모든 직책서 물러나면서 내부에서는 YG를 해체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며 “YG 간판을 내리고 새로운 사명으로 변경할 계획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 임박한 양현석…구속 위기?
잇단 의혹 속 전담팀까지 구성해 압박

YG는 빅뱅과 2NE1, 블랙핑크 등을 배출한 K팝 기획사이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약국이라는 오명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소속 연예인과 스태프가 대마초 흡연을 비롯해 향정신성의약품 반입 등 약물 관련 문제를 잇따라 일으킨 데 대한 불신의 표현이었다.

약국은 YG의 영어 이니셜과 약물 이슈를 합성해 만든, 비아냥 섞인 조어다. 빅뱅 멤버 지드래곤과 탑을 비롯해 작곡가 쿠시 등이 잇따라 마약 논란에 휘말렸고, 쿠시는 지난달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YG의 자유를 표방한 특유의 ‘방종 문화’가 ‘일’을 키웠다. 힙합 음악이란 특성을 내세워 연예인의 자유만 강조하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했기 때문에 반사회적 사건에 연루되는 연예인이 속출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선이다.
 

▲ 가수 한서희 ⓒ인스타그램

반복되는 연예인 마약 구설에 이어 YG의 조직적 개입 의혹까지 불거지자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2일 ‘YG의 연예계 활동 정지를 요청한다’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YG 소속 연예인들이 끊임없이 마약 사건에 연루됐고, 모든 게 의혹이라고 하기엔 기획사 내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여 모든 방송 출연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게 청원의 골자다. 이 청원엔 2만명이 넘는 사람이 동참했다.

버닝썬→YG→양
예상대로 불똥

YG 콘텐츠 소비 거부 움직임도 거세다.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엠넷 갤러리’ 회원들은 최근 ‘YG 보이콧 성명문’을 냈다. 빅뱅 멤버였던 승리의 ‘버닝썬 사태’ 연루 이후 양 전 대표 등 여러 YG 관계자들이 사회적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데 대한 반발이다. 엠넷 갤러리 회원들은 “YG가 K팝 글로벌 문화를 선도하는 데 있어 소양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하기에 YG에서 제작하는 모든 음악을 수용하거나 소비하지 않을 것임을 단호히 선언한다”고 밝혔다. 

엠넷 갤러리는 케이블 음악 방송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연습생이나 워너원 등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의 팬이 모인 커뮤니티다. 엠넷 갤러리 회원들은 올 봄 일부 대학에서는 YG 가수가 축제 무대에 서는 것을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명지대학교에는 “YG를 소비하는 행위는 악질적인 범죄행위에 대한 간접적인 동조로 비춰질 수 있다”는 내용이 적힌 대자보가 붙었다. 그간 연예계에 많은 사건, 사고들이 벌어졌지만 특정 연예 기획사를 상대로 대중적인 보이콧이 일어난 것은 이례적이다.

YG 소속 아티스트들도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본래 가수들을 육성하는 매니지먼트사로 시작했던 YG는 지난 2015년부터 안영미, 유병재 등 예능형 스타들을 영입했다. 2016∼2017년께에는 강동원, 이종석, 김희애 등 거물급 배우들과 연이어 전속계약을 체결하며 종합 엔터사로 재도약했다. 

이런 가운데 이종석은 지난해 초 전속계약 만료로 YG를 떠났고 유병재도 지난달 샌드박스네트워크에 새 둥지를 틀었다. 2017년 계약해 약 2년 동안 YG에 몸담았던 오상진은 지난 4월 계약이 만료되자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탈세·성접대 
마약·유착 의혹

계약이 만료된 스타들이 연이어 새 둥지를 찾는다는 건 그 자체로 주목할만하다. 전속계약은 회사와 연예인 사이의 신뢰를 바탕으로 체결한다. YG에 몸담고 있는 스타들 가운데 일부는 자체적으로 YG 스태프들과 일을 하지 않고 있거나 계약 파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YG를 떠나겠다는 의사를 보이는 이들도 다수다.

통상 6∼7년의 계약을 체결하는 신인들과 달리 소속사를 이적하는 기존 스타들의 경우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 정도로 재계약 기간을 잡는다. 6월 현재 YG에는 강동원, 김새론, 이수혁 등 2016∼2017년 사이에 계약을 체결한 이들이 여럿 있다. 일반적인 계약 관행으로 미뤄볼 때 이들의 재계약 시점이 임박했음을 예상할 수 있다.
 

가수 이하이와 악동뮤지션의 경우 각각 4년, 2년여의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 전 대표는 자신이 설립한 YG서 23년 만인 지난 14일 불명예 퇴진했다. 양 전 대표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입에 담기도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말들이 무분별하게 사실처럼 이야기되는 지금 상황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참아왔다. 하지만 더 이상은 힘들다”며 “더 이상 YG와 소속 연예인들, 그리고 팬들에게 나로 인해 피해가 가는 상황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연예계 안팎 시나리오 솔솔∼
불매·아티스트 이탈 조짐도

양 전 대표는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온 대표적 연예인이다. 1980년대 후반 그는 이태원서 알아주는 춤꾼이었다. 가수 박남정의 백댄서로 연예계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던 그는 1992년 데뷔한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 당시 이주노와 함께 댄스를 담당해 ‘회오리춤’ 등을 유행시켰다.

하지만 그룹 시절엔 서태지의 후광에 가려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양 전 대표는 1996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해체하자 그해 힙합 전문 음반기획사 ‘현 기획’을 설립, 독자 활동에 나선다. 하지만 처음 프로듀싱한 그룹 킵식스는 제대로 이름을 알리지 못하고 실패했다.  

기회는 이듬해에 찾아왔다. 그는 힙합과 R&B 기반의 기획자로 차별화에 성공하며 승승장구하기 시작한다. 힙합듀오 지누션과 힙합그룹 원타임을 시작으로 렉시, 세븐, 휘성, 거미 등 개성 강한 R&B 가수들과 가창력이 출중한 R&B 그룹 빅마마 등을 배출했다.
 

실력 있는 가수들이 모여 있는 곳이 YG라는 인식을 대중에게 심어줬다.


이후 한류를 대표하는 그룹이 된 빅뱅을 시작으로 2NE1, 위너, 아이콘, 블랙핑크 등을 속속 키워내면서 대표적인 한류 기획사가 됐다. 싸이가 YG에 몸담았을 때인 2012년에는 ‘강남스타일’의 글로벌 히트로 시가총액 1조원을 넘겨, 매머드급 엔터테인먼트사로 도약했다. YG는 타 기획사가 발굴해 데뷔 20주년을 넘긴 젝스키스를 영입, 가수 라인업의 스펙트럼도 넓혔다. 

한류 이끌다…
스캔들로 추락

YG는 자사의 프로듀서인 테디가 설립한 독립레이블 더블랙레이블 등을 통해 다양한 색깔의 음악을 선보일 채널도 갖춰나가면서 외형을 확대했다. 강동원, 차승원, 최지우 등 톱배우들도 잇따라 영입하며 배우 매니지먼트사로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사실상 한국 가요계와 K팝을 이끌어온 양 전 대표. 하지만 현재는 소속 연예인들의 방송 활동을 중단해달라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할 만큼 대중의 외면과 지탄의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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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