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제국’ YG 해체설 막전막후
‘K팝 제국’ YG 해체설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 승인 2019.06.24 10:25
  • 호수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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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들의 철옹성이 무너진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K팝 제국이 몰락 위기에 놓였다. 그동안 YG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싼 각종 마약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경찰 수사가 임박한 상황이다. ‘약국’이라는 오명을 쓴 YG에 대해 불매운동 조짐이 일고 있다. 추락한 소속사 이미지 때문에 아티스트들의 이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연예계 안팎에서는 YG해체설과 사명 변경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양현석 전 YG 대표
▲ 양현석 전 YG 대표

민갑룡 경찰청장이 최근 불거진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이었던 그룹 아이콘의 가수 비아이(B.I) 등의 마약 투약 의혹 사건을 “원점서 재수사하겠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이번 마약 투약 의혹은 연습생 출신의 한서희씨가 2016년 8월 자신의 마약 사건 수사 당시 경찰에 비아이가 마약을 구해달라고 했고 같이 투약도 했다고 진술했으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원점 재수사”
경찰청장 의지

양현석 전 YG 대표가 한씨에게 진술 번복을 강요했고, 비아이는 한씨의 진술에도 수사조차 받지 않았다는 내용이 보도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한씨는 앞서 이런 내용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했다. 이번 의혹으로 비아이는 그룹을 탈퇴했고, 양 전 대표는 YG의 모든 직책서 물러난 상황이다.

민 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하는 전담팀을 운영하도록 했다.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서 철저하게 살펴보겠다. 문제가 됐던 사건도 원점서 재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버닝썬 수사 과정서도 많은 교훈을 얻었다. 드러나지 않은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을 개연성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국민이 제기하는 의혹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 가수 비아이 ⓒYG엔터테인먼트
▲ 가수 비아이 ⓒYG엔터테인먼트

YG에 대한 온갖 구설에 연예계 안팎에선 ‘YG해체설’까지 나오고 있다.

YG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아티스트들의 이탈 조짐이 보인다. 양 대표가 모든 직책서 물러나면서 내부에서는 YG를 해체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며 “YG 간판을 내리고 새로운 사명으로 변경할 계획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 임박한 양현석…구속 위기?
잇단 의혹 속 전담팀까지 구성해 압박

YG는 빅뱅과 2NE1, 블랙핑크 등을 배출한 K팝 기획사이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약국이라는 오명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소속 연예인과 스태프가 대마초 흡연을 비롯해 향정신성의약품 반입 등 약물 관련 문제를 잇따라 일으킨 데 대한 불신의 표현이었다.

약국은 YG의 영어 이니셜과 약물 이슈를 합성해 만든, 비아냥 섞인 조어다. 빅뱅 멤버 지드래곤과 탑을 비롯해 작곡가 쿠시 등이 잇따라 마약 논란에 휘말렸고, 쿠시는 지난달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YG의 자유를 표방한 특유의 ‘방종 문화’가 ‘일’을 키웠다. 힙합 음악이란 특성을 내세워 연예인의 자유만 강조하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했기 때문에 반사회적 사건에 연루되는 연예인이 속출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선이다.
 

▲ 가수 한서희 ⓒ인스타그램
▲ 가수 한서희 ⓒ인스타그램

반복되는 연예인 마약 구설에 이어 YG의 조직적 개입 의혹까지 불거지자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2일 ‘YG의 연예계 활동 정지를 요청한다’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YG 소속 연예인들이 끊임없이 마약 사건에 연루됐고, 모든 게 의혹이라고 하기엔 기획사 내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여 모든 방송 출연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게 청원의 골자다. 이 청원엔 2만명이 넘는 사람이 동참했다.

버닝썬→YG→양
예상대로 불똥

YG 콘텐츠 소비 거부 움직임도 거세다.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엠넷 갤러리’ 회원들은 최근 ‘YG 보이콧 성명문’을 냈다. 빅뱅 멤버였던 승리의 ‘버닝썬 사태’ 연루 이후 양 전 대표 등 여러 YG 관계자들이 사회적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데 대한 반발이다. 엠넷 갤러리 회원들은 “YG가 K팝 글로벌 문화를 선도하는 데 있어 소양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하기에 YG에서 제작하는 모든 음악을 수용하거나 소비하지 않을 것임을 단호히 선언한다”고 밝혔다. 

엠넷 갤러리는 케이블 음악 방송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연습생이나 워너원 등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의 팬이 모인 커뮤니티다. 엠넷 갤러리 회원들은 올 봄 일부 대학에서는 YG 가수가 축제 무대에 서는 것을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명지대학교에는 “YG를 소비하는 행위는 악질적인 범죄행위에 대한 간접적인 동조로 비춰질 수 있다”는 내용이 적힌 대자보가 붙었다. 그간 연예계에 많은 사건, 사고들이 벌어졌지만 특정 연예 기획사를 상대로 대중적인 보이콧이 일어난 것은 이례적이다.

YG 소속 아티스트들도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본래 가수들을 육성하는 매니지먼트사로 시작했던 YG는 지난 2015년부터 안영미, 유병재 등 예능형 스타들을 영입했다. 2016∼2017년께에는 강동원, 이종석, 김희애 등 거물급 배우들과 연이어 전속계약을 체결하며 종합 엔터사로 재도약했다. 

이런 가운데 이종석은 지난해 초 전속계약 만료로 YG를 떠났고 유병재도 지난달 샌드박스네트워크에 새 둥지를 틀었다. 2017년 계약해 약 2년 동안 YG에 몸담았던 오상진은 지난 4월 계약이 만료되자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탈세·성접대 
마약·유착 의혹

계약이 만료된 스타들이 연이어 새 둥지를 찾는다는 건 그 자체로 주목할만하다. 전속계약은 회사와 연예인 사이의 신뢰를 바탕으로 체결한다. YG에 몸담고 있는 스타들 가운데 일부는 자체적으로 YG 스태프들과 일을 하지 않고 있거나 계약 파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YG를 떠나겠다는 의사를 보이는 이들도 다수다.

통상 6∼7년의 계약을 체결하는 신인들과 달리 소속사를 이적하는 기존 스타들의 경우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 정도로 재계약 기간을 잡는다. 6월 현재 YG에는 강동원, 김새론, 이수혁 등 2016∼2017년 사이에 계약을 체결한 이들이 여럿 있다. 일반적인 계약 관행으로 미뤄볼 때 이들의 재계약 시점이 임박했음을 예상할 수 있다.
 

가수 이하이와 악동뮤지션의 경우 각각 4년, 2년여의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 전 대표는 자신이 설립한 YG서 23년 만인 지난 14일 불명예 퇴진했다. 양 전 대표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입에 담기도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말들이 무분별하게 사실처럼 이야기되는 지금 상황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참아왔다. 하지만 더 이상은 힘들다”며 “더 이상 YG와 소속 연예인들, 그리고 팬들에게 나로 인해 피해가 가는 상황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연예계 안팎 시나리오 솔솔∼
불매·아티스트 이탈 조짐도

양 전 대표는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온 대표적 연예인이다. 1980년대 후반 그는 이태원서 알아주는 춤꾼이었다. 가수 박남정의 백댄서로 연예계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던 그는 1992년 데뷔한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 당시 이주노와 함께 댄스를 담당해 ‘회오리춤’ 등을 유행시켰다.

하지만 그룹 시절엔 서태지의 후광에 가려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양 전 대표는 1996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해체하자 그해 힙합 전문 음반기획사 ‘현 기획’을 설립, 독자 활동에 나선다. 하지만 처음 프로듀싱한 그룹 킵식스는 제대로 이름을 알리지 못하고 실패했다.  

기회는 이듬해에 찾아왔다. 그는 힙합과 R&B 기반의 기획자로 차별화에 성공하며 승승장구하기 시작한다. 힙합듀오 지누션과 힙합그룹 원타임을 시작으로 렉시, 세븐, 휘성, 거미 등 개성 강한 R&B 가수들과 가창력이 출중한 R&B 그룹 빅마마 등을 배출했다.
 

실력 있는 가수들이 모여 있는 곳이 YG라는 인식을 대중에게 심어줬다.

이후 한류를 대표하는 그룹이 된 빅뱅을 시작으로 2NE1, 위너, 아이콘, 블랙핑크 등을 속속 키워내면서 대표적인 한류 기획사가 됐다. 싸이가 YG에 몸담았을 때인 2012년에는 ‘강남스타일’의 글로벌 히트로 시가총액 1조원을 넘겨, 매머드급 엔터테인먼트사로 도약했다. YG는 타 기획사가 발굴해 데뷔 20주년을 넘긴 젝스키스를 영입, 가수 라인업의 스펙트럼도 넓혔다. 

한류 이끌다…
스캔들로 추락

YG는 자사의 프로듀서인 테디가 설립한 독립레이블 더블랙레이블 등을 통해 다양한 색깔의 음악을 선보일 채널도 갖춰나가면서 외형을 확대했다. 강동원, 차승원, 최지우 등 톱배우들도 잇따라 영입하며 배우 매니지먼트사로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사실상 한국 가요계와 K팝을 이끌어온 양 전 대표. 하지만 현재는 소속 연예인들의 방송 활동을 중단해달라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할 만큼 대중의 외면과 지탄의 대상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