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금…’ 진짜 보좌관이 본 드라마 <보좌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6.24 09:46:00
  • 호수 12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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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과 맞먹는다고?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회는 의원 300명으로 구성된다. 의원은 국민들의 투표로 뽑힌다. 의원은 국민들을 대신해 국회서 정치를 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국회서 일어나는 일들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일요시사>는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국회는 지금’이라는 제하의 연속기획을 준비했다.
 

▲ ⓒJTBC 보좌관 포스터

내가 하는 일이 드라마에 나온다면? JTBC 드라마 <보좌관-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지난 14일 방영을 시작했다. 국회 보좌진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이 드라마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드라마는 첫 회 4.4%로 JTBC 드라마 첫 방송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어디까지

이 드라마는 국회서 벌어지는 보좌관들의 생활을 그리고 있다. 드라마 홈페이지에는 ‘스포트라이트 뒤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리얼 정치 플레이어들의 위험한 도박. 권력의 정점을 향한 슈퍼 보좌관 장태준의 치열한 생존기’라고 소개됐다.

장태준(이정재)은 극중 송희섭(김갑수) 의원실의 유능한 수석 보좌관으로 등장한다. 중진 국회의원인 송희섭은 닳고 닳은 ‘정치꾼’이다. 드라마 1, 2화는 장태준이 송희섭 밑에서 겪는 어려움과 기지를 잘 풀어냈다.

과연 현실서도 장태준과 같은 능력을 보이는 보좌관이 있을까. 이 의문에는 실재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야당 소속 의원실 A 보좌관은 “일치하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다. 의원과 붙어 다니며 함께 여러 가지를 상의하는 모습이나, 의원실서 하급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부분은 상당 부분 현실과 일치한다”면서도 “다만 드라마다 보니 개인의 능력이 많이 부풀려졌다. 인간미도 있으면서 능력까지 갖춘 완벽한 보좌관, 그런 보좌관은 현실 국회엔 없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야당 의원실 B 보좌관은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캐릭터가 너무 사기적이다. 이정재가 연기를 해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수 있다. 드라마를 보면 장태준이 모시는 중진 의원과 맞먹는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른 캐릭터에 대한 평가도 장태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주인공인 강선영(신민아)이 대표적이다. 극중 강선영은 변호사 출신의 여초비(여성·초선·비례대표) 의원이다.

여당 의원실 C 비서관은 “능력 있고 당당하고 예쁘고, 딱 꿈속에서 등장할 법한 여성 의원”이라며 “장태준과 연애도 한다. 현역 국회의원과 보좌관의 연애는 신문 1면 감이다.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데 저렇게 당당한 사람이 있을까. 드라마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야당 의원실 D 비서관은 딱 잘라 “강선영처럼 하면 공천 못 받는다”고 말했다.

드라마에는 또 다른 사기급 캐릭터가 등장한다. 장태준 밑에서 일하는 6급 비서인 윤혜원(이엘리야)이다. 윤혜원은 장태준이 지시하는 일을 척척 해낸다. 송희섭의 일정을 확인하러 기자들이 몰려가고 있다는 장태준의 연락을 받은 윤혜원은 순식간에 일정표를 변경해 위기로부터 벗어난다. 외국어 능력도 출중하다. 


최고 시청률, 국회서 인기↑
임원희 싱크로율 가장 높아

D 비서관은 “저런 비서가 있으면 추천 좀 해달라”며 “그 정도 능력이면 영입 후보 0순위다. 모셔가기 위해 전쟁도 날 판이다. 그런데도 비서라는 점이 드라마의 현실성을 떨어뜨린다. 실제 비서는 드라마서처럼 만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윤혜원처럼 일하는 비서가 흔하지는 않지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A 보좌관은 “드라마서 그 사람(윤혜원)이 독일어를 순식간에 번역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예전에 나와 함께 일했던 인턴이 그랬다. 내가 봤을 때는 드라마서 그렇게 부풀린 것 같지 않다. 거기다 설정상 기자 출신 아닌가. 기자 출신이면 번역이나 갑자기 뭔가를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현실과 가장 일치하는 캐릭터는 누구일까. 대부분의 국회 보좌진들은 현실 보좌관과 가장 싱크로율이 높은 캐릭터로 고석만(임원희)을 꼽았다. 야당 의원실 E 비서는 이렇게 말했다. 
 

“말투며 행동이며 많이 봤던 모습이다. 자세가 구부정하고 피곤에 절어 있는 모습이 현실과 유사하다. 뭔가 구렁이 담 넘어가듯 능글맞고 허점이 많아 보이지만, 일은 잘 처리하는 모습도 현실 보좌관과 비슷하다. 우리 의원실 보좌관님을 보는 느낌이었다.”

고석만을 연기한 배우 임원희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일일 보좌관으로 일하며 실제 보좌관의 삶을 체험했다. 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임원희씨가 드라마 <보좌관>에 캐스팅돼 보좌관 수업을 받고 싶다고 했다. 왜 심상정 의원실이냐고 물었더니 ‘일 많은 의원실’을 택했다고 하더라. 이를 어쩌나”라고 적었다. 

대체로 캐릭터의 능력에 대해서는 부풀려진 점이 많다는 지적을 받지만, 설정이나 장치는 현실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 보좌진들의 중론이다.

대표적으로 국정감사(이하 국감) 때의 모습이다. 드라마 2화에서는 국감장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관계부처·언론사 사람들이 총출동해 각 상임위 회의실을 메우고, 각종 자료가 산더미처럼 복도에 쌓여 있는 모습은 실제 국감 때의 그것과 똑같다.

드라마서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국감은 시작도 못하고 파행됐다. 현실서 국감은 여러 정치적 논리로 파행되기 일쑤인데 현실 반영이 제대로 된 것이다.

국감 증인을 두고 상임위가 신경전을 보이는 모습도 현실과 닮아 있다. 극중 장태준이 있는 법사위와 환경노동위원회 증인이 겹치는 사태가 벌어졌고, 이를 두고 캐릭터들이 서로 신경전을 벌였다. 실제 국감서도 조금 더 화제성 있는 증인을 데려오기 위해 각 상임위 간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여의도 보좌관과 지역구 보좌관이 서로 갈등을 벌이는 모습도 현실적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다.

현실일까


드라마 3화에서는 지역구 보좌관인 오원식(정웅인)이 등장했다. 장태준과 오원식은 모시고 있는 의원의 지역구 공천을 두고 경쟁하는 사이다. 쉽게 말해 의원으로부터 지역구를 물려받기 위해 상대방을 제쳐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정치권에선 보좌관 두 명의 사이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C 비서관은 “의원실에도 라인이 있다. 어떤 보좌관에게 줄을 대느냐에 따라 우리 수명도 결정된다. 라인의 꼭대기에 있는 보좌관들은 의원의 눈에 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갑수 병원행 왜?

JTBC 드라마 <보좌관-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에서 대한당 원내대표이자 4선 국회의원인 송희섭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는 배우 김갑수씨가 기흉 판정을 받았다. 

소속사 에프이엔터테인먼트 측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8일 기흉으로 서울 모처의 병원에 입원했다가 촬영 일정으로 하루 만에 퇴원했다.

소속사는 “드라마 촬영 중이라 수술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됐다. 일단 치료는 드라마가 끝난 이후로 미뤄둔 상태”라며 “증세가 심각한 편은 아니어서 일상생활 및 촬영에는 무리가 없다”고 전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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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