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가는 섬 ③고흥 거금도

자동차를 타고 섬 너머 섬으로

▲ 거금도 초입 거금휴게소 옥상 전망대에서 본 풍경

전남 고흥반도에서 남서쪽으로 2km 남짓 떨어진 곳에 있는 거금도는 우리나라에서 열 번째로 큰 섬이다. 지난 2011년 총 길이 2028m 거금대교가 들어서며 자동차로 갈 수 있는 섬이 됐다. ‘거대한 금맥이 있는 섬’이라는 이름과 달리 금광은 찾아볼 수 없지만, 낙타 모양의 섬 구석구석에 아름다운 풍광이 숨어 있다. 

차를 타고 거금도에 닿기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작지만 유명한 섬, 소록도를 거쳐야 한다. 거금대교는 육지와 섬을 잇는 연륙교가 아니라 소록도와 거금도를 잇는 연도교이기 때문이다. 소록도와 고흥을 잇는 소록대교는 2009년에 개통했다.
 

▲ 소록도와 거금도를 잇는 거금대교

박치기 왕 ‘김일’

전북에서 전남으로 이어지는 국도27호선을 타고 군산과 순천을 거쳐 고흥으로, 다시 소록대교와 거금대교를 지나면 가장 먼저 거금휴게소에 닿는다. 휴게소 앞마당에는 하늘로 손을 뻗은 은빛 거인 조형물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고흥 8품’ 안내판에는 유자와 석류, 쌀, 마늘, 참다래, 꼬막, 미역, 한우 등 자연이 선물한 고흥의 특산물이 소개돼 있다. 거금휴게소는 섬을 휘감아 도는 자동차 일주도로와 거금도둘레길(7개 코스, 42.2km)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휴게소 뒷마당에는 거금도둘레길 표지판이 있고, 옥상 전망대에선 거금대교 너머 소록도가 한눈에 보인다.
 

▲ ‘박치기 왕’ 김일 석상 뒤로 김일기념체육관이 보인다.

일주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향하면 10분도 되지 않아 김일기념체육관이 나온다. 거금대교와 같은 해 완공한 이곳은 이름 그대로 전설적인 프로레슬러 ‘박치기 왕’ 김일을 기념하는 체육관이다. 1929년 거금도에서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김일은 고향 사랑이 각별했다. 프로레슬러가 되기 전에 전국 씨름판을 휩쓸면서 부상으로 받은 쌀을 고향 사람들에게 나눠줄 정도였다고 한다. 1960년대 말 ‘국민 영웅’으로 떠올라 청와대 초청을 받은 자리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임자, 소원이 뭔가?” 하고 묻자, “고향 마을에 전기가 들어와 고향 사람들이 제 경기를 TV로 보는 것”이라고 답했다. 덕분에 거금도에는 전국의 어느 섬보다 먼저 전기가 들어왔다.
 

▲ 한가롭게 쉬기 좋은 익금해수욕장 곰솔 숲

김일기념체육관에서 출발해 10분쯤 달리면 익금해수욕장이다. 더할 익(益)에 쇠 금(金)을 쓰는 특이한 이름은 부자 마을이 되라는 희망을 담았다고 한다. 태양 아래 황금처럼 빛나는 모래밭 덕분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거의 1km에 이르는 백사장 앞바다는 수심이 얕고 경사가 완만해 물놀이에 안성맞춤이다. 울창한 곰솔 숲이 바닷바람을 막아줘 한가롭게 쉬었다 가기 좋고, 모래밭이 끝나는 곳부터 이어지는 갯바위에서 바다낚시도 즐길 수 있다. 
 

▲ 국도27호선이 시작되는 오천항

다시 일주도로를 따라 10분쯤 가면, 구석구석 아름다운 해안으로 유명한 거금도에서도 독특한 풍광을 자랑하는 오천몽돌해변에 이른다. 이곳에는 금빛 모래밭 대신 크고 작은 자갈이 융단처럼 깔렸다. 바닷가의 둥근 갯돌을 흔히 ‘몽돌’이라고 부르는데, 거금도 사람들은 이 돌을 ‘공룡 알’이라고 한다. 해변을 가득 채운 몽돌 중간중간에 누군가의 소원을 담은 돌탑이 삐죽 솟았다. 
몽돌해변 바로 옆 오천항에서 출발한 국도27호선은 소록도를 거쳐 고흥으로, 다시 순천과 군산으로 이어진다. 지나가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자그마한 항구에는 조업을 기다리는 고깃배가 옹기종기 모였다. 오천항 방파제 너머로 항구만큼이나 아담한 등대가 홀로 바다를 지킨다.
 

▲ 소원동산 팔각정에서 바라본 바다
▲ ▲주위에 푸른 돌이 많다는 청석포구 풍경

우리나라에서 열 번째로 큰 섬
‘거대한 금맥이 있는 섬’이라는 뜻

오천항에서 5분쯤 차를 달리면 전망이 시원한 언덕 위 팔각정이 나온다. 정자 입구에 ‘소원동산’이라는 푯돌이 보이고, 주변에 그림 같은 풍광을 즐기며 산책하기 좋은 나무 데크도 있다. 이곳은 멀리 섬과 섬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을 맞는 일출 명소다. 한낮에는 붉은 태양 대신 푸른 바다와 하늘, 아름다운 포구가 보인다. 주위에 푸른 돌이 많다는 청석포구 앞에는 바다 쪽으로 길쭉하게 튀어나온 방파제 끝에 하얀 등대가 자리 잡았다. 바다와 하늘 사이에 자그마한 섬들이 경계를 이룬다. 이곳 해변에도 모래 대신 몽돌이 깔렸다. 청석몽돌해변 뒤로는 구실잣밤나무와 팽나무, 후박나무가 섞인 방풍림이 있다. 
 

▲ 소록도 중앙공원에 있는 검시실. 이곳에서 망자 의사와 상관없이 시체를 해부했다
▲ 소록도는 그림 같은 해변으로도 유명하다.

거금도에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소록도는 일제강점기부터 나병 환자들의 집단 거주지가 됐다. 1916년 식민지 조선에서 유일한 나병 전문 의원인 자혜의원이 들어선 뒤, 일제는 나병 환자를 이곳에 수용했다. 
1930년대 후반 연인원 6만명이 넘는 나병 환자가 동원돼 조성한 소록도 중앙공원 곳곳에 그 시절 아픔을 간직한 역사 기념물이 있다. 검시실에서는 망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무조건 시체를 해부했고, 감금실에선 불법감금과 강제 정관수술을 자행했다. 나병 환자였던 시인 한하운의 〈보리피리〉 시비, 수십 년 동안 이역만리에서 헌신적으로 봉사 활동을 한 ‘소록도의 천사’ 마가렛과 마리안느 수녀의 공덕비도 보인다. 지금은 소록도의 아픈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 녹동 바다정원의 거대한 물고기 모양 전망대

다리가 놓이기 전에 소록도와 거금도로 향하는 배가 출발하던 녹동항은 소록도가 한눈에 보이는 인공 섬 ‘녹동 바다정원’이 들어서며 새로운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무지개 모양 다리로 연결된 녹동 바다정원의 거대한 물고기 모양 전망대에 오르면 작은 사슴을 닮은 소록도가 손에 잡힐 듯하다. 녹동항은 주변 섬에서 잡은 각종 해산물의 집산지이기도 하다.
 

▲ 고흥우주천문과학관은 우주왕복선을 닮은 외관이 눈길을 끈다.
▲ 태양흑점을 관측하는 아이들

녹동항에서 가까운 고흥우주천문과학관은 우주왕복선을 닮은 외관이 눈길을 끈다. 800mm 주 망원경과 보조 망원경 6개로 낮에는 태양흑점을, 밤에는 달과 별자리를 관측할 수 있다. 바닷가 언덕 꼭대기에 자리 잡아 야외 전망대에서 보는 경치도 훌륭하다. 주·야간 관측을 위해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운영한다. 
 

▲ 고흥분청문화박물관 전시실

고흥우주천문과학관

고흥우주천문과학관에서 차로 30분쯤 걸리는 ‘고흥분청문화박물관’은 국내 최대 분청사기 가마터인 고흥 운대리 분청사기 요지(사적 519호)에 들어섰다. 이곳에 가면 조선 초기의 대표 도자기인 분청사기는 물론, 고흥의 역사와 다양한 설화도 살펴볼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녹동항→소록도→거금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고흥만→녹동항→소록도→거금도→고흥우주천문과학관
둘째 날: 고흥분청문화박물관→팔영산→나로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고흥문화관광 https://tour.goheung.go.kr
- 거금도닷컴 http://ggdo.com
- 고흥우주천문과학관 http://star.goheung.go.kr
- 고흥분청문화박물관 http://buncheong.goheung.go.kr 

문의 전화  
- 고흥군청 관광과 061)830-5244
- 고흥우주천문과학관 061)830-6690
- 고흥분청문화박물관 061)830-5990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녹동,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5회(08:00~17:30) 운행, 약 4시간15분 소요. 녹동버스공용정류장에서 고흥-우두 농어촌버스, 금산 정류장 하차, 약 30분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녹동버스공용정류장 061)842-2706

자가운전
남해고속도로 고흥톨게이트→고흥로에서 고흥 방면 우회전→고흥로에서 오월리·한천리 방면 좌회전→거금로에서 소록도·금산 방면 우회전→거금휴게소

숙박 정보
- 거금도해돌마루: 금산면 거금일주로, 061)843-5116, www.ggdhdmr.com
- 거금아일랜드민박: 금산면 명천길, 061)844-1081
- 도화헌민박: 도화면 땅끝로, 061)832-1333, www.dowhahun.com

식당 정보
- 고흥한우직판장(꽃등심): 고흥읍 고흥로, 061)834-0092
- 성실산장어숯불구이(장어구이): 도양읍 비봉로, 061)843-9985
- 토박이 녹동점(낙지볶음): 도양읍 우주항공로, 061)842-8700

주변 볼거리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고흥 금탑사 비자나무 숲, 마복산, 국립청소년우주센터, 발포역사전시체험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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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