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부에 비상이 걸렸다. 핵심 4인방으로 불리는 박희태 대표, 홍준표 원내대표, 김형오 국회의장, 박근혜 전 대표 등에 대한 당내 불만이 봇물을 이루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마이웨이 행보’를 취할 것이라는 얘기마저 흘러나온다. 실세로 불리는 이들은 바짝 몸을 낮추고 있다. ‘관망 모드’를 통해 사태 추이를 지켜본 뒤 마이웨이 행보를 취할 태세다. 특히 이번 ‘입법전쟁’ 과정에서 완패한 핵심 4인방에 대한 문책·비방전은 갈수록 탄력을 받는 형국이다. 흡사 ‘융단폭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때문에 이들의 향후 행보는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다.
입법전쟁 완패론으로 여권은 ‘쑥대밭’이다. 총사령관 역할을 맡았던 홍준표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은 거세다. 김형오 의장, 박희태 대표, 박근혜 전 대표도 그 중심에 서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여권 핵심 인물로 손꼽힌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는 이들은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면서 그에 걸맞지 않은 행동을 취했다는 평가다. 게다가 개인적인 욕심까지 더해져 이 같은 현상이 초래됐다는 게 여권 한 인사의 설명이다.
때문에 이들 4인방에 대한 여권 내부의 불신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들에게 쏠렸던 무게 중심도 힘을 잃은 모양새다. 이런 분위기는 ‘여권 완패론’이 확산되면서 급격히 감지되고 있다.
이 가운데 홍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은 극에 달한 상태다. 주 타깃이 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권 내부에서는 ‘홍준표 사퇴론’이 표출되면서 홍 원내대표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홍 원내대표와 청와대 간의 사인이 맞지 않아, 그를 내쳐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한나라당 한 인사는 “원내대표직은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알아야 된다”며 “그러나 홍 원내대표는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준표 사퇴론’이 여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당분간 ‘사퇴론’은 무마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원내대표직을 노리는 인사들은 많지만 마땅한 인재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홍준표 사퇴론’은 여전히 여권 내에 잔재하고 있다. ‘입법전쟁’ 과정에서 홍 원내대표의 어정쩡한 태도는 여권의 원성을 사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중립성향을 띤 한나라당 한 인사의 말이 이를 대변한다.
“공룡여당이 민주당에서 대패하면서 아무런 이득을 얻지 못했다. 홍 원내대표는 당시 의장 직권상정을 요구하고 MB법안을 추진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수포로 돌아가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 것도 없다. 오로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게다가 법안 추진 능력·협상력까지 모두 ‘꽝’이다.”
이는 향후 2차 입법전쟁을 통해서 큰 이득을 얻지 못할 뿐 아니라 홍 원내대표에 대한 개인적인 불만까지 거세질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이런 사정은 홍 원내대표의 거취에 큰 변수로 작용할 태세다. 그에 대한 개인적 불신은 극에 달했고, 지도부를 신임하지 않고 있는 것.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홍 원내대표가 잠시 동안 자성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특히 입법전쟁 이후 원내대표직을 고수한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신임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결국 ‘마이웨이’ 행보를 취하게 되지 않겠냐는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권 수장인 박희태 대표 역시 구설수에 올랐다. 때마침 4월 재보선에서 인천 부평(을) 출마설이 나돌고 있어, 대표직을 사퇴하고 ‘마이웨이’ 행보를 취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박 대표는 4월 재보궐 선거 출마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조기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직을 그만둘 공산이 크다는 게 여권의 중론이다.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9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현 원내 지도부의 임기는 사실상 2월 임시국회까지로 볼 수 있다”며 “지금 지도부를 교체하면 (2월 임시국회를) 제대로 준비할 수 없기 때문에 당장 교체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는 2월 임기국회가 끝난 이후 한나라당 지도부가 ‘총사퇴’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홍준표 ‘사퇴론’ 난무… 비판 여론 갈수록 ‘점입가경’
박희태 지도부 비판 ‘역풍’… 일부분 책임 있다
김형오 한나라당 ‘눈엣가시’… 음해설 나돌기도
박근혜, 여당 내 야당, “마이웨이 행보는 쭈욱~”
여권의 불만은 지도부를 넘어 ‘입법수장’인 김형오 의장에게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입법전쟁 과정에서 여야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칼자루’를 진 장본인이었기 때문이다. 당초 여권 내부에선 김 의장이 한나라당 인사라는 점에서 ‘모종의 역할‘을 해주길 내심 기대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대다수 여권 인사들은 김 의장이 ‘사욕’을 부리는 바람에 참패했다고 인식하는 분위기다.
실제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의장이 대권에 욕심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원집정부제를 통해 대권을 노린다는 얘기까지 회자될 정도다.
특히 여권 강경파들 사이에서는 김 의장이 직권상정을 하지 않은 것은 크나큰 실수라고 입을 모으기도 한다.
때문에 한나라당 내에서는 “김 의장은 눈엣가시”, “청와대가 홍 원내대표와 더불어 김 의장을 내치려고 한다”는 등 김 의장에 대한 온갖 음해성 루머가 판을 치고 있다.
여권 한 인사는 “김 의장은 국회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본청에서 농성을 하지 못하도록 직접 막았어야 한다”며 “국회 경위와 민주당 간의 몸싸움도 얼마든지 체계적인 방법으로 해산시킬 수 있었는데 그와 같은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쟁 중에 김 의장이 지역구로 내려가는 것은 문제였다”며 “대권 꿈이 있기 때문에 판단이 흐려진 점에서 차기 대권 꿈을 빨리 접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 마이웨이 행보를 취하고 있는 모양새다. 박 전 대표의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를 종합해 보면 정황을 익히 짐작할 수 있다. 친박계 주변에서는 박 전 대표를 비롯해 박 전 대표의 대리인들이 연일 여권을 비판하면서 사사건건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급제동을 걸고 있다. 이른바 ‘여당 내 야당’ 이미지를 내세워 마이웨이 행보를 취하고 있다는 것.
친박계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와 이 대통령 간의 불안한 관계는 신뢰관계가 깨져 있기 때문에 계속 될 수밖에 없다”며 “(박 전 대표는) 차기 대권을 위해서라도 마이웨이 행보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박 전 대표가 발언을 한 것을 두고 갑론을박하고 있다”며 “말하면 말했다고 비판하고, 말하지 않으면 왜 하지 않느냐고 비판하는 것도 큰 문제”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 박 전 대표는 조용한 행보를 취하던 중 여권을 향해 난데없이 일격을 날렸다. 지난 5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한나라당이 국가발전을 위하고, 또 국민을 위한다면서 내놓은 법안들이 지금 국민에게 오히려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는 점이 굉장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며 “법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국민통합을 위해서 다수당인 우리 한나라당이 한 걸음 더 나가야 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여권 내부에서는 친이-친박 간의 갈등이 표면화된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박 전 대표와 당내 강경파 간의 마찰은 ‘마이웨이 행보’ 때문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MB정부 출범 이후 줄곧 여권을 이끌어 온 이들 핵심 4인방의 행보는 향후 정치권의 중대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큰 게 사실이다. 함께 가든 홀로서기를 하든 여권은 물론 야권의 정치적 역학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이들의 행보가 정치권의 주목을 끄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