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골프 시장 현주소

이용료 오르고
내장객 줄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펴낸 <레저백서 2019>와 유원골프재단이 발간한 <한국 골프산업백서>를 보면 한국 골프 시장의 현주소를 가늠할 수 있다. 골퍼들의 움직임과 니즈가 어떻게 흘러가고 변화하고 있는지가 드러난다.
 

<레저백서 2019>는 매년 발간하는 책으로 올해로 출간 20주년을 맞았다. 신국판형, 511쪽에 이르는 이 책에는 특히 골프산업이 본문과 부표를 포함해 244쪽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앞선 일본의 통계자료를 함께 수록해 골프업계의 경영지침서로 평가받고 있다.

유원골프재단이 2017년에 이어 두 번째로 내놓은 <한국 골프산업백서>는 필드 골프는 물론 스크린골프와 프로골프대회, 골프용품, 각종 시설, 유통 등 골프와 관련된 모든 산업군의 시장규모와 가치를 분석했다. 두 기관이 내놓은 자료들만 봐도 한국 골프 시장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을 정도다.

골프장  방문객
8년 만에 감소

한국 프로 골퍼들이 세계무대에서 눈부신 활약을 거두면서 미국, 일본과 달리 늘어나기만 하던 국내 골프장 내장객이 8년 만에 감소 추세를 나타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가 펴낸 <레저백서 2019>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골프장 내장객은 3584만6000명으로 집계돼 2017년 3625만2000명보다 1.1% 줄었다. 국내 내장객이 줄어든 것은 2011년 이후 8년 만이다. <레저백서 2019>에 따르면 골프인구는 2017년 이래 2년째 감소하고 있다.


2007년 2000만명을 돌파한 국내 내장객 수는 이후 줄곧 늘어났다. 2010년 수도권 이외 지역 회원제 골프장에 감면해주던 개별소비세가 환원되면서 내장객은 잠시 줄었지만, 그해뿐이었다. 2011년 2600만명을 넘어섰고 이후에도 해마다 3~8%씩 늘어나는 증가세는 이어졌다.

글로벌 금융 위기와 젊은 층의 골프 기피 등이 겹쳐 골프장을 찾는 사람이 꾸준히 감소한 미국, 일본과 달리 국내에서는 골프에 대한 30~40대의 관심이 높고 골프장이 지속해서 늘어났으며, 스크린 골프의 확산이 필드 수요로 이어진 덕이었다고 레저산업연구소는 분석했다.

골퍼들 움직임과 니즈 변화
2017년 이어 두 번째 백서 발간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골프 열기가 한풀 꺾인 것은 골프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섰고, 골프장 이용료 상승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린피와 각종 부대비용이 많이 드는 회원제 골프장 내장객이 많이 줄어든 것이 전체 내장객 감소를 이끌었다. 회원제 골프장 내장객은 2017년 1618만9000명에서 지난해 1475만명으로 무려 8.9% 줄었다. 회원제 내장객은 2015년 1775만명을 정점으로 계속 줄어들었다. 그나마 대중제 골프장 내장객이 2017년 1831만명에서 1931만명으로 5.4% 증가해 전제 내장객의 감소세를 완화했다.

골프장의 혼잡도 지표인 홀당 이용객도 줄었다. 회원제 골프장의 홀당 이용객은 지난해 3684명으로 2017년보다 3.5% 감소했다. 대중제 골프장도 3905명으로 2.4% 줄어들었다.

서천범 소장은 “골프붐이 진정되는 데다 입장료를 3~4% 대폭 인상해 홀당 이용객 수 감소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개장하는 골프장이 올해와 내년에 30개소에 달하면서 전체 이용객 수는 소폭 증가에 그칠 것이나, 수익성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인력, 비용 등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대중제 골프장
8년간 17% 인상

골프 대중화라는 말과 역행이라도 하듯 대중제 골프장의 이용료는 계속 인상되고 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수준의 대중화와는 거리가 있는 부분이다.

<레저백서 2019>에 따르면 대중제 골프장의 주중 이용료(입장료+캐디피+카트피)는 올해 17만9200원으로 8년 전인 2011년보다 무려 17.4%, 토요일 입장료는 13.8%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골프장 이용료 상승률은 2011~2019년 동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10.9%를 크게 상회한 것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골프장 이용료가 인상된 것은 골프장 수에 비해 골프 인구가 많은 골프의 ‘초과수요 현상’이 지속되면서 골프장들이 이에 편승해 이용료를 인상시켜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골프장 이용료 중에서 가장 많이 인상된 것은 캐디피였다. 팀당 캐디피는 2011년 9만6400원에서 올해는 12만원으로 무려 24.7%, 회원제는 23.0% 인상되었다. 팀당 캐디피가 2013년부터 일부 고급 골프장을 중심으로 10만원에서 12만원으로 인상되면서 전체 골프장으로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캐디피는 골프장의 수입이 아니기 때문에 인상이 빨랐다. 현재 가장 비싼 캐디피를 받는 곳은 대중제인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으로 팀당 14만원이다.

골프장의 주 수입원인 그린피도 8년 전보다 크게 올랐다. 대중골프장의 주중 입장료는 8년 전보다 16.9%, 토요일은 12.6% 올랐다. 회원제 골프장 역시 비회원 주중 입장료는 8년 전보다 7.2%, 토요일은 7.6% 올랐다.

골퍼들의 원성이 높은 카트피도 많이 올랐다. 대중골프장의 팀당 카트피는 2011년 7만3900원에서 올해는 8만1700원으로 10.6%, 회원제는 8.7% 인상되었다. 팀당 카트피가 9만원 이상인 대중골프장이 2011년 2개소에서 올해는 56개소 급증했고, 회원제 골프장도 같은 기간에 18개소에서 95개소로 크게 늘어났다. 현재 팀당 카트피가 12만원인 곳은 곤지암, 제이드팰리스CC 회원제 2개소이다.

이처럼 회원제보다는 대중제 골프장의 입장료 상승률이 높은 것은 신규 개장하는 대중제 골프장들이 대부분 고급스러움을 추구해왔고,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한 골프장들이 입장료를 거의 인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 골프장의 입장료를 비교해보면 한국 대중골프장의 2018년 주중 입장료는 2006년보다 20.7% 상승한 반면, 일본 회원제 골프장의 주중 입장료는 2017년 5454엔으로 2006년보다 26.3% 하락했다. 한국 골프장은 골프붐으로 입장료가 계속 인상되었지만, 일본 골프장은 버블이 붕괴된 1992년 이후 골프장 공급과잉으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서천범 소장은 “골프장 홀당 이용객 수가 이미 감소하고 있는 데다 골프장 이용료의 지속적인 인상으로 골퍼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면서 골프장 경영실적도 악화시킬 것”이라면서 “미국, 일본 골프장처럼 이용객 수가 급감하면서 골프장 산업이 크게 위축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골프장 이용료 인상분 중 가장 큰 폭으로 오른 캐디피에 대한 골퍼들의 원성이 자자한 가운데 캐디 없이 라운드가 가능한 골프장은 91곳으로 늘어나 4년 만에 거의 2배로 늘어났다. 2015년에만 해도 캐디를 동반하지 않고 라운드 가능한 골프장은 51개에 불과했다.

캐디 없이 라운드
가능 골프장  91곳


국내에서 캐디 없이 골프를 칠 수 있는 골프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아예 캐디가 없는 ‘노캐디’ 골프장과 골퍼가 캐디 없는 라운드를 선택할 수 있는 ‘캐디 선택제’ 골프장이다. 노캐디 골프장은 48개, 캐디 선택제를 병행하는 골프장은 43개로 집계됐다.

노캐디 골프장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로는 골프장별로 캐디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졌고, 캐디피에 부담을 줄여 저렴하게 골프를 치고 싶어 하는 골퍼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게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분석이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300개 이상의 골프장에선 캐디를 동반하지 않으면 라운드를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캐디피는 골프장마다 다르게 적용하고 있으며, 국내에선 18홀 기준 평균 12만원이다. 18홀 라운드 기준 그린피가 10만원 미만의 골프장에서 라운드할 경우 1인당 캐디피가 전체 이용료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캐디피는 점점 상승해 최근 수도권의 일부 골프장에선 13만원까지 높아졌다. 이 때문에 캐디가 골프 대중화의 걸림돌이라는 따가운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에 캐디를 동반하지 않고도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골프장은 점점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연구소 측의 설명이다.
 

그 대안으로 ‘마샬캐디’ 제도가 주목을 받고 있다. 골프 경험이 풍부한 50대 이상의 퇴직자들이 주로 맡는 마샬캐디는 남여주CC, 벨라스톤CC, 아세코밸리CC 3개 골프장이 시행 중이다.

마샬캐디는 전동 카트 운전과 남은 거리 알려주기 등 원활한 경기 진행을 이끌고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역할을 주로 한다. 공을 닦아주거나 그린 경사를 읽어주는 일은 하지 않는다. 대신 캐디피는 절반 가까운 7만원을 받는다.


서천범 소장은 “벨라스톤 CC는 마샬캐디 도입 이후 내장객 증가로 수입이 늘어났다”면서 “골프장과 골퍼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제도”라고 말했다.

지난 5월15일 유원골프재단이 발간한 <한국 골프산업백서>에 따르면 한국 골프 시장은 지난 2년간 1조6538억원이 증가해 연간 7%씩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에 이어 두 번째 발간된 이 백서에서는 필드 골프는 물론 스크린골프와 프로골프대회, 골프용품, 각종 시설, 유통 등 골프와 관련된 모든 산업군의 시장규모와 가치를 분석했다.

국내 골프시장
규모 12조 넘어

직접 플레이하거나 관람하는 갤러리와 TV 시청자들을 ‘본원시장’, 골프용품과 골프장운영, 시설관리 등을 ‘파생시장’으로 구분했다. 본원시장은 전체의 39.8  %인 4조9409억원, 파생시장은 60.2%인 7조4619억원을 차지했다. 본원시장 중에서는 관람시장(19억원)에 비해 참여시장(4조9390억원)이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참여시장에서는 필드 골프가 2조8382억원(57.4%)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스크린골프는 1조2819억원(25.9%), 실외연습장과 실내연습장이 각각 6344억원(12.8%), 1003억원(2%) 규모다. 필드 골프와 더불어 스크린골프의 비중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파생시장은 골프용품이 5조4194억원(72.6%)으로 가장 컸고, 이 가운데 유통 분야가 무려 3조5200억원으로 65%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설운영시장 7949억원(10.7%), 골프관광시장 5761억원(7.7%), 골프시설개발시장이 3300억원(4.4%)으로 뒤를 이었다.

골프연습장 이용자 207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소비 지출 행태는 필드 골프의 경우 ‘연간 6~  10회’이용한다는 응답이 22.7%로 가장 많았다. 스크린연습장은 ‘연간 31회 이상 방문했다’는 응답이 39.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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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