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골프 시장 현주소

이용료 오르고
내장객 줄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펴낸 <레저백서 2019>와 유원골프재단이 발간한 <한국 골프산업백서>를 보면 한국 골프 시장의 현주소를 가늠할 수 있다. 골퍼들의 움직임과 니즈가 어떻게 흘러가고 변화하고 있는지가 드러난다.
 

<레저백서 2019>는 매년 발간하는 책으로 올해로 출간 20주년을 맞았다. 신국판형, 511쪽에 이르는 이 책에는 특히 골프산업이 본문과 부표를 포함해 244쪽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앞선 일본의 통계자료를 함께 수록해 골프업계의 경영지침서로 평가받고 있다.

유원골프재단이 2017년에 이어 두 번째로 내놓은 <한국 골프산업백서>는 필드 골프는 물론 스크린골프와 프로골프대회, 골프용품, 각종 시설, 유통 등 골프와 관련된 모든 산업군의 시장규모와 가치를 분석했다. 두 기관이 내놓은 자료들만 봐도 한국 골프 시장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을 정도다.

골프장  방문객
8년 만에 감소

한국 프로 골퍼들이 세계무대에서 눈부신 활약을 거두면서 미국, 일본과 달리 늘어나기만 하던 국내 골프장 내장객이 8년 만에 감소 추세를 나타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가 펴낸 <레저백서 2019>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골프장 내장객은 3584만6000명으로 집계돼 2017년 3625만2000명보다 1.1% 줄었다. 국내 내장객이 줄어든 것은 2011년 이후 8년 만이다. <레저백서 2019>에 따르면 골프인구는 2017년 이래 2년째 감소하고 있다.


2007년 2000만명을 돌파한 국내 내장객 수는 이후 줄곧 늘어났다. 2010년 수도권 이외 지역 회원제 골프장에 감면해주던 개별소비세가 환원되면서 내장객은 잠시 줄었지만, 그해뿐이었다. 2011년 2600만명을 넘어섰고 이후에도 해마다 3~8%씩 늘어나는 증가세는 이어졌다.

글로벌 금융 위기와 젊은 층의 골프 기피 등이 겹쳐 골프장을 찾는 사람이 꾸준히 감소한 미국, 일본과 달리 국내에서는 골프에 대한 30~40대의 관심이 높고 골프장이 지속해서 늘어났으며, 스크린 골프의 확산이 필드 수요로 이어진 덕이었다고 레저산업연구소는 분석했다.

골퍼들 움직임과 니즈 변화
2017년 이어 두 번째 백서 발간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골프 열기가 한풀 꺾인 것은 골프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섰고, 골프장 이용료 상승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린피와 각종 부대비용이 많이 드는 회원제 골프장 내장객이 많이 줄어든 것이 전체 내장객 감소를 이끌었다. 회원제 골프장 내장객은 2017년 1618만9000명에서 지난해 1475만명으로 무려 8.9% 줄었다. 회원제 내장객은 2015년 1775만명을 정점으로 계속 줄어들었다. 그나마 대중제 골프장 내장객이 2017년 1831만명에서 1931만명으로 5.4% 증가해 전제 내장객의 감소세를 완화했다.

골프장의 혼잡도 지표인 홀당 이용객도 줄었다. 회원제 골프장의 홀당 이용객은 지난해 3684명으로 2017년보다 3.5% 감소했다. 대중제 골프장도 3905명으로 2.4% 줄어들었다.

서천범 소장은 “골프붐이 진정되는 데다 입장료를 3~4% 대폭 인상해 홀당 이용객 수 감소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개장하는 골프장이 올해와 내년에 30개소에 달하면서 전체 이용객 수는 소폭 증가에 그칠 것이나, 수익성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인력, 비용 등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대중제 골프장
8년간 17% 인상

골프 대중화라는 말과 역행이라도 하듯 대중제 골프장의 이용료는 계속 인상되고 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수준의 대중화와는 거리가 있는 부분이다.

<레저백서 2019>에 따르면 대중제 골프장의 주중 이용료(입장료+캐디피+카트피)는 올해 17만9200원으로 8년 전인 2011년보다 무려 17.4%, 토요일 입장료는 13.8%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골프장 이용료 상승률은 2011~2019년 동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10.9%를 크게 상회한 것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골프장 이용료가 인상된 것은 골프장 수에 비해 골프 인구가 많은 골프의 ‘초과수요 현상’이 지속되면서 골프장들이 이에 편승해 이용료를 인상시켜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골프장 이용료 중에서 가장 많이 인상된 것은 캐디피였다. 팀당 캐디피는 2011년 9만6400원에서 올해는 12만원으로 무려 24.7%, 회원제는 23.0% 인상되었다. 팀당 캐디피가 2013년부터 일부 고급 골프장을 중심으로 10만원에서 12만원으로 인상되면서 전체 골프장으로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캐디피는 골프장의 수입이 아니기 때문에 인상이 빨랐다. 현재 가장 비싼 캐디피를 받는 곳은 대중제인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으로 팀당 14만원이다.

골프장의 주 수입원인 그린피도 8년 전보다 크게 올랐다. 대중골프장의 주중 입장료는 8년 전보다 16.9%, 토요일은 12.6% 올랐다. 회원제 골프장 역시 비회원 주중 입장료는 8년 전보다 7.2%, 토요일은 7.6% 올랐다.

골퍼들의 원성이 높은 카트피도 많이 올랐다. 대중골프장의 팀당 카트피는 2011년 7만3900원에서 올해는 8만1700원으로 10.6%, 회원제는 8.7% 인상되었다. 팀당 카트피가 9만원 이상인 대중골프장이 2011년 2개소에서 올해는 56개소 급증했고, 회원제 골프장도 같은 기간에 18개소에서 95개소로 크게 늘어났다. 현재 팀당 카트피가 12만원인 곳은 곤지암, 제이드팰리스CC 회원제 2개소이다.

이처럼 회원제보다는 대중제 골프장의 입장료 상승률이 높은 것은 신규 개장하는 대중제 골프장들이 대부분 고급스러움을 추구해왔고,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한 골프장들이 입장료를 거의 인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 골프장의 입장료를 비교해보면 한국 대중골프장의 2018년 주중 입장료는 2006년보다 20.7% 상승한 반면, 일본 회원제 골프장의 주중 입장료는 2017년 5454엔으로 2006년보다 26.3% 하락했다. 한국 골프장은 골프붐으로 입장료가 계속 인상되었지만, 일본 골프장은 버블이 붕괴된 1992년 이후 골프장 공급과잉으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서천범 소장은 “골프장 홀당 이용객 수가 이미 감소하고 있는 데다 골프장 이용료의 지속적인 인상으로 골퍼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면서 골프장 경영실적도 악화시킬 것”이라면서 “미국, 일본 골프장처럼 이용객 수가 급감하면서 골프장 산업이 크게 위축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골프장 이용료 인상분 중 가장 큰 폭으로 오른 캐디피에 대한 골퍼들의 원성이 자자한 가운데 캐디 없이 라운드가 가능한 골프장은 91곳으로 늘어나 4년 만에 거의 2배로 늘어났다. 2015년에만 해도 캐디를 동반하지 않고 라운드 가능한 골프장은 51개에 불과했다.

캐디 없이 라운드
가능 골프장  91곳


국내에서 캐디 없이 골프를 칠 수 있는 골프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아예 캐디가 없는 ‘노캐디’ 골프장과 골퍼가 캐디 없는 라운드를 선택할 수 있는 ‘캐디 선택제’ 골프장이다. 노캐디 골프장은 48개, 캐디 선택제를 병행하는 골프장은 43개로 집계됐다.

노캐디 골프장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로는 골프장별로 캐디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졌고, 캐디피에 부담을 줄여 저렴하게 골프를 치고 싶어 하는 골퍼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게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분석이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300개 이상의 골프장에선 캐디를 동반하지 않으면 라운드를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캐디피는 골프장마다 다르게 적용하고 있으며, 국내에선 18홀 기준 평균 12만원이다. 18홀 라운드 기준 그린피가 10만원 미만의 골프장에서 라운드할 경우 1인당 캐디피가 전체 이용료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캐디피는 점점 상승해 최근 수도권의 일부 골프장에선 13만원까지 높아졌다. 이 때문에 캐디가 골프 대중화의 걸림돌이라는 따가운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에 캐디를 동반하지 않고도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골프장은 점점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연구소 측의 설명이다.
 

그 대안으로 ‘마샬캐디’ 제도가 주목을 받고 있다. 골프 경험이 풍부한 50대 이상의 퇴직자들이 주로 맡는 마샬캐디는 남여주CC, 벨라스톤CC, 아세코밸리CC 3개 골프장이 시행 중이다.

마샬캐디는 전동 카트 운전과 남은 거리 알려주기 등 원활한 경기 진행을 이끌고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역할을 주로 한다. 공을 닦아주거나 그린 경사를 읽어주는 일은 하지 않는다. 대신 캐디피는 절반 가까운 7만원을 받는다.


서천범 소장은 “벨라스톤 CC는 마샬캐디 도입 이후 내장객 증가로 수입이 늘어났다”면서 “골프장과 골퍼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제도”라고 말했다.

지난 5월15일 유원골프재단이 발간한 <한국 골프산업백서>에 따르면 한국 골프 시장은 지난 2년간 1조6538억원이 증가해 연간 7%씩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에 이어 두 번째 발간된 이 백서에서는 필드 골프는 물론 스크린골프와 프로골프대회, 골프용품, 각종 시설, 유통 등 골프와 관련된 모든 산업군의 시장규모와 가치를 분석했다.

국내 골프시장
규모 12조 넘어

직접 플레이하거나 관람하는 갤러리와 TV 시청자들을 ‘본원시장’, 골프용품과 골프장운영, 시설관리 등을 ‘파생시장’으로 구분했다. 본원시장은 전체의 39.8  %인 4조9409억원, 파생시장은 60.2%인 7조4619억원을 차지했다. 본원시장 중에서는 관람시장(19억원)에 비해 참여시장(4조9390억원)이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참여시장에서는 필드 골프가 2조8382억원(57.4%)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스크린골프는 1조2819억원(25.9%), 실외연습장과 실내연습장이 각각 6344억원(12.8%), 1003억원(2%) 규모다. 필드 골프와 더불어 스크린골프의 비중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파생시장은 골프용품이 5조4194억원(72.6%)으로 가장 컸고, 이 가운데 유통 분야가 무려 3조5200억원으로 65%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설운영시장 7949억원(10.7%), 골프관광시장 5761억원(7.7%), 골프시설개발시장이 3300억원(4.4%)으로 뒤를 이었다.

골프연습장 이용자 207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소비 지출 행태는 필드 골프의 경우 ‘연간 6~  10회’이용한다는 응답이 22.7%로 가장 많았다. 스크린연습장은 ‘연간 31회 이상 방문했다’는 응답이 39.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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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