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스카이라인이 올라간다

강남 투자자들이 부동산 투자의 주무대인 ‘강남’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신규 강남 아파트의 분양가가 인근 시세를 따라잡으면서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일반분양 물량이 적은 만큼 투자매력도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카이라인을 형성 중인 청량리나 여의도, 서울의 대표적인 저평가 지역인 구로구 등은 개발호재가 집중된 지역이다. 높은 미래가치로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투자자나 실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강남 투자자들은 전통적으로 강남에 투자를 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최근에는 강남을 벗어나 서울지역 스카인 라인 형성 지역이나 저평가 지역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청량리

먼저 청량리 일대는 향후 초고층 빌딩숲으로 변모할 예정이다. 청량리역 바로 옆에는 65층짜리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 -L65’ 주상복합 빌딩이 올라가며, 과거 동대문구 동부청과시장 자리에는 최고 59층, 192m 높이의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가 들어선다. 그 옆으로 40층짜리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가 조성되면서 일대 스카이라인은 확 바뀔 전망이다.

2026년에는 청량리역사에 GTX-C노선이 개통될 계획이다. 현재 청량리역은 지하철 1호선·분당선·경춘선·경의중앙선·KTX 강릉선·ITX청춘이 지나는데, 여기에 강북횡단선·면목선·GTX-C노선 등이 새로 깔려 교차하게 된다. GTX-C노선이 개통되면 강남 삼성역까지 1개 정거장이다. 추진 중인 GTX-B노선까지 확정되면 청량리역은 서울역, 삼성역과 더불어 ‘GTX 환승역’이 된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청약 성적으로 드러났다. 금융결제원 자료를 보면, 효성이 지난달 청약을 받은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는 117가구 모집에 3636건이 접수돼 평균 31.0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오피스텔도 평균 40.5대 1의 경쟁률로 전실이 빠르게 마감됐다. 또 한양이 선보인 ‘청량리 한양수자인 192’는 사전 무순위 청약에서 1만4000여명이 몰렸으며, 1순위 청약에서도 4.64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롯데건설은 서울시 동대문구 전농동 청량리4구역 재개발을 통해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을 6월 중으로 분양할 계획이다. 지하 8층~지상 최고 65층 아파트와 오피스텔 4개 동으로 이뤄졌다. 전용면적은 84~117㎡. 총 1425가구 중 1263가구를 일반분양한다. 

가장 눈여겨볼 것은 바로 높이다. 이 단지는 강북권에서 가장 높은 최고 65층 높이로 지어진다. 특히 인근에 위치한 동부청과시장, 청량리3·7구역에도 고층 단지가 들어설 예정인 만큼 업계에서는 청량리역 일대가 강북권의 신층 부촌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층 아파트 밀집지로 새롭게 변모할 청량리역 일대에서도 가장 높아 랜드마크 단지로 거듭날 전망이다. 

속도를 내고 있는 대규모 교통 호재도 청량리는 물론 아파트 가치를 높이는 요소다. 지난해 12월 사업이 확정된 GTX-C노선을 비롯해 예비타당성조사 중인 B노선도 2025년 이후 청량리에 정차할 예정인 만큼 이 일대는 서울의 새로운 교통 허브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

여의도 또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지역이다. 2020년 대규모 복합문화공간인 ‘파크원’이 완공될 예정이다. 총 63만여㎡ 면적에 지하 7층~지상 72층, 지상 56층 규모의 오피스 빌딩 2개 동과 판매시설 1개 동, 호텔 1개 동으로 이뤄졌다. 연면적 기준으로는 인근 63빌딩의 4배 수준이다. 이 중 판매시설에 현대백화점이 들어설 계획이며 영업면적은 8만9100㎡로 단일 시설 기준 서울 시내 최대 규모다.

또 시범 아파트를 비롯해서 수정·광장·공작·대교·진주·한양·장미·화랑·은하 등 12곳의 아파트가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특히 1976년 준공된 12층의 공작 아파트는 49층의 주상복합으로 추진하고 있다. 최고 13층, 1790가구 규모의 시범 아파트도 최고 35층, 2380가구의 아파트로 탈바꿈될 예정이다. 


재건축이 완료되면 여의도는 뉴욕 맨해튼, 호주 시드니, 싱가포르, 홍콩 등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와 같은 도시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게 돼 강남을 뛰어넘을 신흥 부촌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GTX 노선도 뚫릴 예정이다. 여의도를 관통하는 GTX-B노선은 인천 송도~부평~경기 부천시~서울 여의도~서울역~경기 남양주 마석을 잇는 80.1㎞ 길이의 광역급행철도다. 사업비는 총 5조9038억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향후 개통 시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유입인구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브라이튼 여의도= 여의도MBC부지복합개발PFV는 서울시가 영등포구 여의도동 31번지(옛 MBC부지) 일대에 ‘브라이튼 여의도’를 선보인다. 지하 6층~지상 최고 49층 4개 동 규모의 랜드마크 복합단지 브라이튼 여의도는 전용면적 84~136㎡ 아파트 454세대와 전용면적 29~59㎡ 오피스텔 849실, 오피스 및 상업시설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오피스텔 849실을 먼저 선보인다. 시공은 GS건설이 맡는다. 분양가는 미정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전용 29㎡ 632실, 44㎡ 90실, 59㎡ 127실로 1인 가구를 위한 소형부터 신혼부부 및 2~3인 가족을 위한 주거대체형까지 다양하게 구성됐다. IFC와 파크원 앞 여의도 최중심 입지에 들어서는 데다가 49층의 초고층으로 조성되고 다양한 생활 인프라도 누릴 수 있다. 여기에 금융 관련 종사자 배후수요도 풍부해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투자 주무대였던 강남 매력도 하락
다른 지역으로 눈길 돌리는 투자자

브랜드인 ‘브라이튼(BRIGHTEN)’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라이프스타일과 개성을 더욱 반짝이게 하고, 이 공간을 넘어 여의도라는 지역에까지 활기를 불어넣는 공간을 의미한다. 오는 7월 분양에 나서는 브라이튼 여의도 오피스텔은 원스톱 생활환경을 갖춘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지하철 5·9호선 환승역인 여의도역과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사이에 위치한 더블 역세권 입지이고, 수도권 전역으로 연결되는 여의도환승센터도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어 교통여건이 우수하다.

GTX노선도 들어선다. 여의도를 관통하는 GTX-B노선은 인천 송도~부평~경기 부천시~서울 여의도~서울역~경기 남양주 마석을 잇는 광역급행철도다. 오는 8월 착공 예정인 신안산선도 호재다. 안산·시흥 지역과 서울 여의도를 최단 거리로 연결한다. 여기에 경전철 서부선도 오는 2022년 착공을 목표로 사업이 진행 중이며 2023년 상반기 입주 예정이다. 

구로구

구로구의 경우 서울에서도 주거·교통 입지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곳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각종 개발 호재를 등에 업고 수요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서울시가 구로차량기지 이전 용역을 진행하며 복합시설 건립이 예정됐고,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이 최근 속도를 내면서 주택시장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구로구는 신도림동 정도를 제외하면 거주지로 크게 선호되지 않던 지역이다. 주거환경이 아직 정비되지 않은 곳이 많고, 서울 중심 업무지구인 시청·을지로 ·종로나 강남 등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학군이나 편의시설 등도 서울 다른 자치구와 비교하면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각종 개발 호재가 나오면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우선 준공된 지 40년이 넘은 구로철도차량기지가 경기 광명으로 이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25만3224㎡ 면적에는 복합시설이 들어올 예정이다. 서울시는 구로차량기지 이적지 활용 구상을 담은 도시관리계획 수립 용역을 지난해 3월 구로구와 공동 발주했다. 

프로야구장인 고척스카이돔이 생기면서 활기를 띠는 고척동의 도시정비사업도 한창이다. 고척4구역이 최근 건축심의를 통과했는데, 이 지역에는 지하 4층~최고 25층, 10개 동 1000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미 2010년 이전에 개발이 끝난 고척 1·2·3구역과 달리 이 지역은 글로벌금융위기로 사업이 계속 미뤄졌던 곳이다. 

높은 미래가치로 시세차익 기대↑
새로운 교육·문화·교통 허브로


옛 서울남부 교정시설(영등포교도소) 용지도 지하 3층~지하 45층 11개 동 2205가구 규모의 주상복합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주거환경은 꾸준히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항동택지개발지구 역시 입주가 한창이다. 항동지구는 마곡지구와 천왕지구 등과 더불어 서울에 남은 마지막 공공택지지구로 꼽힌다. 항동 일대 66만2525㎡ 면적에 총 5221가구, 1만2477명이 거주하게 되며 총 11개 아파트 단지가 공급된다.

구로구는 아직 서울에서도 집값이 낮은 지역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여의도 업무지구를 이용하기 쉽고 목동과 광명 등지의 기반시설을 가깝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서울 곳곳의 스카이라인 기준이 바뀌면서 구로구의 스카이라인은 두 배 정도 높아질 전망인데, 새로운 스카이라인이 형성되면 사업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구로구에 따르면 고척동, 개봉동, 오류동, 항동, 천왕동, 궁동, 온수동 일대 위탁고도 제한이 기존 82m에서 165m로 완화됐다. 약 21층 높이로 제한됐던 고도를 약 43층까지 높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오류동 아델리아= 서울시 구로구 오류동 55-19번지 외 7필지에 선시공·후분양 오피스텔인 ‘오류동 아델리아’가 분양 중이다. 연면적 6520.95㎡, 지하 2층~지상 17층, 1개 동, 오피스텔 176실, 근린생활시설 2실로 공급되며 총 주차대수는 91대다. 1호선 오류동역 3번 출구 도보 1분 거리 초역세권 입지로 A, B, C타입 3가지로 A타입 32실, B타입 80실, C타입 64실 총 176실로 구성되며 전체 호실이 1.5룸 풀퍼니시드로 설계된다. 전용면적 기준 21㎡~28.77㎡로 약 80실이 선호도가 높은 양창구조며 각 실에서 오류동역 문화공원, 광장, 개웅산 공원 등을 바라볼 수 있는 멀티 조망권을 갖췄다. 아울러 개봉공원, 푸른수목원, 안양천도 인접해 쾌적한 주거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1호선 오류동역을 통해서는 용산역까지 22분, 시청역까지 30분이면 도달 가능하며, 인천역까지는 42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또 단지 인근 지하철 7호선 천왕역과 온수역을 이용하면 강남권 및 광명시와도 접근이 수월해 직장인 수요도 풍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근 오류IC를 이용하면 김포공항은 물론 인천공항을 빠르게 이용할 수 있다. 서울외곽순환도로, 서부간선, 남부순환로, 경인고속도로, 6번국도 등 사통팔달의 도로망도 갖추고 있다. 이외에도 차량을 이용해 이동하기에도 적합한 광역 도로망이 조성되어 있다. 

또한 생활편의시설도 풍부하다. 주민센터 등 관공서가 도보 5분 이내 거리에 위치하며, 사업지에서 도보로 오류시장을 이용할 수 있다. 고척스카이돔, 디큐브시티, 구로아트밸리예술극장 등 문화시설도 가까우며 매봉산, 개웅산, 천왕산, 궁동 생태공원, 푸른수목원 등 녹지공간 또한 풍부하다. 이외에도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 롯데마트 구로점 등 대형 쇼핑공간과 구로 성심병원 등 대형병원 이용도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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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