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헤이리 수상한 매표소 정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6.17 10:35:31
  • 호수 1223호
  • 댓글 0개

마을 입구에 컨테이너 두고 ‘수금’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최근 마을 입구에 불법 매표소와 관련해 시위가 펼쳐지는 등 잡음이 일고 있는 것. 마을 상인들은 매표소 운영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이에 마을 사무국과 이사회는 상인들의 분노를 달래느라 임시 회의를 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상인들이 매표소 운영 방식에 대해 불만을 가진 이유는 무엇인지,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 파주 헤이리마을 헤이리공식 매표소

버스 정류장서 하차한 후 헤이리마을 4번 입구로 향했다. 마을 입구서 이목을 끈 것은 ‘헤이리 공식 매표소’라고 크게 표기된 컨테이너였다. 이 매표소에는 무료버스 투어패키지 지도와 각 전시관을 묶어 판매하는 패키지 상품 안내서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전시관은 매표소에 티켓을 사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다. 이 매표소가 상인들의 분노를 일으킨 이유는 무엇일까.

수수료 40%

마을 입구의 ‘공식 매표소’가 헤이리마을이 처음 생길때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었다. 초기에는 모두투어와 같은 여행사가 마을 홍보를 겸해 매표소 운영을 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여행사가 빠지고 H사가 운영을 이어받은 것. 헤이리마을 주민에 따르면 H사도 처음에는 홍보의 목적으로 입장료의 10%만 수수료로 받았다.

한 헤이리마을 수집가는 “처음에는 이 마을을 알려달라는 생각이었다. 이 마을에 상업시설이 없기 때문에 수수료를 10%로 했지만, 지금은 주객이 전도돼 비싸게 수수료를 달라고 요구한다. 헤이리마을 사무국과 이사회서 승인을 해줬다는 것도 화가 난다”고 말했다. 

현재 헤이리마을에는 약 80곳의 상업시설들이 운영되고 있다. 수집가에 따르면 H사는 계약기간도 다 다르고 수수료도 다르게 책정해 계약했다. 문제는 H사가 최대 40%까지 요구하는 등 높은 수수료를 책정할 뿐만 아니라 마을의 일부만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식 매표소에 붙여진 지도에 마을의 일부만 표시돼있는데 상인들의 주장에 따르면 입구서 이를 본 관광객들은 마을 전체가 전부 표기돼있다고 믿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매표소에서는 15만평의 헤이리 마을을 둘러볼 수 있도록 전기차 투어를 진행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헤이리마을 관계자는 전기차 운행과 관련해 안전상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마을 주민이나 마을 예술가들의 이야기도 듣지 않고 전기자동차를 운영한다. 안전상의 사고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운행을 막고 싶지만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매표소서 패키지상품 판매를 통해 특정 업체를 밀어주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매표소서 판매하는 패키지상품을 보면 특정 업체가 유독 많이 포함돼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처음 여행사가 홍보 목적으로 운영
H사 이어받아 유지…입점 상인 발끈

예를 들어 A~Z까지 상품이 있다면 A, B, C가 1번, A, D, E가 2번, A, F, G가 3번으로 A상품이 중복해서 들어간다. A상품을 밀어주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헤이리마을 관계자는 “패키지상품에 자주 들어가 있는 업체는 H사와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4일 J씨는 헤이리마을 입구서 플래카드와 차량 시위를 벌였다. 플래카드에는 ‘헤이리 마을 죽이는 불법 매표소를 이용하지 맙시다’라는 문구를 써넣었다. J씨는 관광객들이 매표소서만 티켓을 사야한다는 오해를 할 수 있으나, 매표소를 꼭 이용할 필요는 없으며, 이로 인해 상인들이 힘들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J씨는 시위 후 주민 상인들이 가입돼있는 애플리케이션에 매표소 추방의 진행 상황을 게시했다. J씨는 “매표소를 운영하는 H사는 헤이리 이사회서 만든 회사며, 지분 50%를 소유하고 있다. 상인들이 지불한 수수료 등이 회사를 통해 헤이리 발전기금으로 사용된다는데 그 마저도 자기들끼리 이전투구하고 있다”고 게시했다. 


이와 관련해 파주시청과 헤이리마을 사무국 등에 문의를 했지만 확실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파주시청 관계자는 “헤이리마을은 예술마을로서 자체 회원들을 모집해 세운 마을이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운영을 한다. 파주시에서는 매표소 운영 관련해 자세한 사항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헤이리사무국 관계자는 “헤이리 사무국은 헤이리 회원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매표소 운영사항을 확인하려면 공문을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공문을 보냈지만 답변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기자가 H사 대표와 연락을 하기 위해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남겼지만, 문자메시지 1통 이외엔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극적 합의

지난 13일 헤이리사무국 이사, H사 대표, 상인 대표 3명이 모여 회의를 가졌다. 상인들의 요구사항에 대해 협의하기 위해서였다. 상인들은 수수료 인하 15% 및 수수료 통일, 전기차 폐지요구, 패키지 상품판매 중단 및 단품 상패 판매, 매표소 운영에 매표소 입주업체 참여 등을 요구했다. 향후 헤이리마을 발전을 위해 파주시는 건전한 광광 안내소 설치요구, 전기자전거 무료 대여소 설치 등을 담당하기로 결정됐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헤이리마을은?

헤이리 예술 마을은 1998년 창립총회를 시작으로 미술인, 음악가, 작가 등 약 380여명의 예술인이 의기투합해 만든 공간이다. 실제 작가들이 거주하는 집과 작업실, 미술관, 박문관 등의 문화예술공간과 아울러 방문객들을 위한 여러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마을이름은 경기 파주지역서 전해 내려오는 전래농요 ‘헤이리 소리’서 따왔다. 

정부는 2009년 12월, 이곳을 문화지구로 지정했다. 서울도심의 인사동이나 대학처럼 헤이리 마을을 관리하겠다고 발벗고 나선 것이다. 

문화지구로 지정되면 지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을 수가 있는데 박물관, 미술관, 서점 등의 권장시설에 대해서는 취득세, 재산세 등을 50% 감면을 받는다. 또 건물을 새로 짓거나 기존 건축물을 개보수하는 경우에도 융자금이나 이자 감면의 혜택을 볼 수가 있다.

바로 이런 정부의 넉넉한 지원을 바탕으로 헤이리 예술 마을의 외양은 2011년부터 비약적으로 바뀌었다.


올해 4월 헤이리마을은 관광특구로 지정됐다. 관광특구로 지정되면 관광진흥법에 따라 규제가 일부 완화되고 특구지역 공모 사업을 통해 국비·도비 등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관광특구 내에서는 시장이 옥외광고물 허가 등의 기준을 별로 정해 완화할 수 있다. 또 일반·휴게음식점에 대한 옥외영업도 허용된다. 축제·공연 등을 위한 도로 통행 제한 조치도 가능하고 관광 서비스와 안내 체계 확충 등 관광특구 활성화 사업도 지원받는다. <환>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개편안이 시행되는 것은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수사관, 지휘부와 일선 검사들은 물론 퇴직 검사들까지 나서서 검찰청 폐지에 반대 중이다. 특히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개혁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대선 기간부터 말이 나왔던 검찰개혁안이 발표됐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검찰개혁안에 대해 쉬쉬하던 검찰 내부에서는 이제야 조직을 지키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수사관, 검사, 퇴직 검사, 지휘부 등 모든 관계자들이 검찰 해체가 ‘위헌’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등 늦게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위헌” 목소리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의견을 모았다. 다만 시행 시기는 세부 방안 확정 등을 위해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당정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건의한 조직 개편안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마련한 정부 조직 개편방안을 추진했다”며 “개편 방안 중 검찰개혁을 가장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완성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며 “그간 검찰의 견제받지 않은 권한의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검찰 수사·기소를 분리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며,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두기로 확정했다. 한 위원장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의 제기와 유지, 영장 청구 등을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공소청을 신설하는 한편, 부패·경제 범죄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수행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중수청을 신설하겠다”고 설명했다. 헌법의 검찰총장 임명 조항과 관련해 ‘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이 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정은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협의 결과를 토대로 의원 입법을 통해 조속히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추석 이전에 개편안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며 “정부 조직 개편에 특별히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 “잘못 인정하지만 폐지는 절대…”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지난 9일 야권에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 사법, 언론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곳”이라면서 “3대 개혁은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며 “절대 독점을 해소함으로써 권력기관은 스스로 절대 부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혁은 타이밍”이라며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해체되는 검찰개혁안이 발표되자, 검찰 구성원은 이제야 뭉쳐 반발하는 분위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검찰청 폐지’를 토대로 한 정부 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검찰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행은 지난 8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전날 정부여당이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헌법에 명시돼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 세부적인 방향이 진행될 것인데, 그 세부적인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반성’을 앞세우면서도 ‘강제 개명’ ‘국민 입장’ 등 뼈 있는 표현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희 검찰도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검찰 존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전국 검찰 수사관회의를 열어 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하고 있다. 이대로 사라지나 수사관 A씨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현재 검찰 조직을 둘러싼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내 친구들에게, 내 친척들에게, 내 이웃사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정말 우려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자신을 8년 차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그는 “저희는 노조(노동조합)도 없고 직장협의회도 없다”며 “검찰이 해체되면 도대체 1년 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일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는 수사가 하고 싶어 수사관이 됐는데, 앞으로 수사할 수도 없이 제가 8년간 소중히 여겨온 검찰 수사관이라는 직업을 빼앗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대검 운영지원과에 조속히 전국수사관회의를 열어줄 것을 요구한다”며 “저희 검찰 수사관들을 위한 논의를, 검찰 조직의 방향을 위한 논의를, 형사법체계에 대한 논의를 반드시 검찰 구성원들끼리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자 서울고검·대구지검 등 소속 검찰 수사관 수백명이 2022년 4월 검찰수사관회의를 열고 우려 입장을 밝혔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일부 검사들은 ‘원대 복귀’ 희망 의사를 특검 지휘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건진법사 게이트와 통일교 수사팀장을 맡은 부장검사 2명이 팀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특검보에게 “전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특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정식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한 바 없다”며 “내심의 의사는 모르지만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퇴직 검사들도 검찰청 폐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직 검사 및 검찰공무원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시 살릴 방법은? 이들은 “검찰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해체 위기까지 맞이하게 된 데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는 것을 넘어 개혁 대상이 된 현실은 검찰 구성원의 과오에서 비롯됐음을 통감하며 국민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권한을 조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려는 입법부의 결단을 존중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에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개혁은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성급한 개혁은 위헌 논란을 야기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1948년 제헌 헌법은 수많은 직위 중 유독 검찰총장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했고 이 원칙은 70년 넘는 헌정사 동안 굳건히 지켜져 왔다. 검찰청과 그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닌 헌법적 차원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헌법적 기관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헌법이 인정한 기관의 명칭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거스르는 일이며 법체계의 위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법률로 헌법상의 법원을 재판소로 바꾸거나 국무총리를 부통령으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개혁은 위헌적 논란을 감수하며 명칭을 바꾸는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혁의 핵심은 명칭이 아닌, 검찰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며 “개혁의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주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청 폐지 위헌 주장은 헌법 89조16호에서 비롯됐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공소청장’을 헌법 제89조 제16호의 ‘검찰총장’으로 본다”는 공소청 법안 규정을 두고, “헌법상의 기관을 헌법 하위의 법률로써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89조 16항 발목 잡나 “규정 넣으면 실질 갖출 수도” 그는 “헌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라고 하는 조직의 수장이고 검찰청은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조직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조직의 명칭만 바꾸는 것도 위헌이고 명칭을 그대로 두고 내용을 바꾸는 것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법 제89조 제16호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로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 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노태우정부에서도 합동참모본부를 국방참모본부로, 합동참모의장을 국방참모의장으로 각각 변경하는 내용의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같은 헌법 89조에 따른 위헌 지적이 나오자 명칭 변경을 포기한 선례도 있다. 2010년에도 군 지휘구조 개편을 통해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합동참모의장을 합동군사령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위헌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을 발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검찰청 폐지 역시 검찰총장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상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란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를 없애거나 두지 않는 건 ‘위헌적 입법 부작위’라는 취지다. 공소청 설치법에서 공소청장을 ‘헌법상 검찰총장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은 하위 법률로 헌법에서 정한 사항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검찰청 폐지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검찰동인회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나오자 당정은 ‘검찰청이 헌법기관이 아니라 폐지하면 위헌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검찰총장을 헌법상 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검사는 개개인 독립된 행정관청이고, 검찰총장은 그 집합체의 장일 뿐 조직법상 직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총장 명시 헌법 위반? 헌법상 검찰총장이 명시돼있더라도 공석으로 임명하지 않은 채 충분히 신설 공소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공소청장을 임명하면 검찰총장은 헌법 조문상에서만 존재하게 두고 법적 지위는 없어진 게 되는 것”이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헌법 92조), 국가원로자문회의(헌법 90조) 등 헌법상 사문화된 기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공소청 법안이 준비되면 공소청장 임명에 관한 규정에 ‘헌법 89조 16조의 검찰총장 임명 방식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넣으면 실질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법 역시 법적 미비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등으로 명시해 근거를 마련했다는 게 근거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