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7000억 여야 ‘추경 게임’ 내막

밀고 당기고 버티고 ‘명분 싸움’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국회 공전이 두 달 넘게 지속되는 와중에 추가 경정 예산안 카드가 급부상하고 있다. 추가 경정 예산안은 4월 말 국회에 제출됐으나 아직까지 심사 계획도 잡히지 않은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에 국회 복귀와 추경 처리를 요구하며 압박했다. 자유한국당은 ‘총선용 예산’이라며 심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 식물 국회에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면서 자유한국당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추가 경정 예산안이 자유한국당의 국회 복귀를 여는 출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추가 경정 예산안(이하 추경)의 중점 투자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미세먼지 대응 등 국민안전에 투자되는 2조2000억원과 선제적 경기대응 및 민생경제 긴급지원을 위한 4조5000억원으로 규모가 총 6조7000억원에 달한다. 민생 추경 처리에 협조해달라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어필에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경제 폭망에 대한 반성’을 위해 경제 청문회부터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가당착
실효성 없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국회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제로페이, 탈원전 가속 예산 등 이 정권의 고집불통 정책들을 추경으로 더 확대시킨 것 같다”며 정부의 추경안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황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전 세계가 유례없는 고용 풍년인데 우리만 마이너스 성장”이라며 “경제가 위기에 빠진 원인은 이 정권의 좌파경제 폭정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말하며 정부의 경제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한국당의 말대로 한국의 경제 성장은 부진한 상황이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계속해서 몰락하고 있고, 실업률은 17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설상가상으로 미중무역 분쟁이 격화되면서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하강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경기 국면에는 정부가 빠르게 재정 확장 정책을 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노벨 경제학 수상자였던 벵트 홀름스트룀과 장티롤은 거시적 불확실성이 클 때는 국채라는 안전자산이 기업의 부담을 덜고 금융시장을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밝힌 바 있다.

추경은 골든타임이 중요하다. 일각에선 지금부터 추경안을 심사해 통과시킨다 해도 경기부양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재정 투입이 늦어질수록 하반기의 경기 반등이 더 어려워지는 건 필연적 결과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추경 처리를 일관적으로 거부하면서 총선용 예산에 이어 ‘경기 대응 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맞서고 있다. 정부를 지탄하기 위해 경제 위기론을 꺼내면서 경제 위기에 가세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를 걱정하면서 추경을 거부하는 한국당의 모순에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두 달 넘게 공전…추경 카드 급부상
정상화 여는 출구? ‘그러다 말겠지’

한국당이 추경을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적자 추경이 경기에 도움이 되는지 회의적이라는 입장과 제로페이 등 실효성 없는 추경, 총선용 추경이라는 입장이 그것이다.

정부는 미세먼지 대응 추경서 경기대응, 국민안전 등으로 확대해 경기대응 예산을 전체 추경 규모의 3분의 2가 넘는 4조5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작은 추경 규모로 정부는 GDP 성장률을 0.1% 제고를 목표로 했지만, 현재는 성장률이 정부 목표치보다 한참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4조5000억원으로는 급변하는 경기하강을 막기에 역부족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서도 확실한 경기부양을 위해 GDP의 0.5% 수준인 9조원 내지 10조원 투입을 정부에 권고했다.
 

▲ 국회 의안과 앞의 성과별 결산보고서

나 원내대표는 추경안 6조7000억원으론 국내총생산(GDP) 부양 효과가 0.03∼0.04%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것을 가지고 무슨 경기부양을 할 수 있겠냐는 비관론을 내세웠다. 이번 추경이 경기 부양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나 원내대표의 의견에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정부가 예상한 경기부양 효과가 적으면 야당은 추경 규모 증액을 공격적으로 요구하고, 잘못된 예산을 꼬집고 나서야 한다. 그게 야당의 역할이자, 제1야당에 부합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서 “야당이 경기가 회복되지 않기를 바라지 않는 거라면 비판하더라도 도와줄 건 도와주셔야 한다”며 “본인들이 얘기하는 것도 0.02%밖에 안 되더라도 그만큼이라도 되는 것이 되게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4당 합심
정상화 신호?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서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심성 예산이라는 비판에 대해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을 때 경기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는 상황이고, 추경을 아예 안 하게 되면 경제성장률이 상당히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인 건 사실로 보인다”며 추경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국가채무비율은 어떤가. 기획재정부는 2020년 예산안이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고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40%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가채무비율은 미국 107%, 일본 238%, OECD 국가 평균은 113%에 육박하고, 유로존 국가는 60%를 국가채무비율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국가별 산업구조와 경제구조가 저마다 다르고 인구구조도 달라질 수 있기에 정확한 국가채무비율은 이론적으로 뒷받침되기 어렵다.

기재부의 일부 관료들은 40% 혹은 45%를 적정 국가채무비율로 보고 있지만, 국제통화기금은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240%까지도 괜찮다는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통일 변수와 저출산 등 경제를 움직일 변수가 한국과 외국이 달라 수치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따라서 단순히 국가채무 숫자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정부가 국채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관건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한국당은 수치만으로 추경안을 반대할 게 아니라 정부가 국채 관리 능력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구체적으로 파악한 후 추경안에 대해 지적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경기는 늘 변동이 있기에 추경은 필요한 요소다. 비단 이번 정부뿐 아니라, 지난 정부서도 본 예산을 설정 후 매해 추경을 해왔다. 본 예산이 편성되고 실제 예측했던 전망치보다 낮은 수준으로 경기는 흘러왔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대개 10조원 내외로 추경하는 형태가 반복됐다.

민생용?
총선용?

지난 2009년 지방선거를 앞둔 이명박정부는 28조4000억이라는 역대 최대 추경을 편성했다. 또 총선을 앞둔 지난 2015년 박근혜정부는 11조6000억원으로 지금 두 배 규모의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여야의 입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경기 하락 리스크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경제의 어려움을 정치 공방용으로만 이용하는 것이다. 한국당은 한 정권의 단기적 시안보다 국가의 미래적 시안을 중요시 할 필요가 있다.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추경을 보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들이 있고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들도 있고 중소상인들에 대한 지원들도 있다”며 “그야말로 경기 활력과 수출을 위한 예산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며 한국당의 총선용 추경에 대한 주장을 반박했다.
 

추경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 침체·대량 실업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한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한 경우 편성할 수 있다. 나 원내대표는 “불순한 추경예산을 말끔히 걷어내겠다”며 삭감해야 될 대표적인 예산으로 제로페이(76억원)와 탈원전 예산 등을 거론하며 ‘독소 예산’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한국당이 지적하고 나선 제로페이와 탈원전 예산 외에도 생애주기별 일자리 창출 지원을 위한 청년 추가 고용장려금 2883억과 실업자 증가와 구직활동 증가 추세에 대응한 실업급여 8214억원이 편성돼있다. 또 저소득층과 노인, 영유아,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안전망 보강을 위한 1238억도 추가로 편성됐다.

먼저 굽히긴 싫고…
무조건 밀고 막고∼

민생과 동떨어진 추경안이라면 한국당은 국회 파행을 이끌어갈 것이 아니라, 본 예산 심사 때 실효성과 필요성을 철저히 따져야 한다.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이제 한국당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여야 사이에 아무리 다툼이 있다 해도 국회 내에서 싸워야 한다”며 “당리당략을 버리고 민생을 위해 대승적 결단을 내려줄 것을 한국당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서 한국당과 절충점을 찾았지만, 한국당이 추경의 필요성을 따지기 위한 경제실정 청문회를 요구하면서 또다시 협상에 난항을 겪게 됐다. 한국당은 경제 악화의 배경에 문재인정부의 정책 실패가 있다고 주장하며 원인 파악과 더불어 추경의 필요성을 따지려면 청문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회 정상화 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은 합의 불발 시 국회 단독소집을 포함한 결단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미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번 주말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합의가 되지 않으면 바미당 단독으로 역할을 하겠다”며 “단독소집을 포함해 국회 정상화가 될 수 있도록 행동으로 옮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바미당 의원 28명만으로는 국회 임시국회 소집 요건인 재적의원 4분의 1을 충족할 수 없지만, 국회 정상화를 원하는 다른 정당과 연대를 하겠다는 걸로 해석된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는 국민 모두의 바람이라 야당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국회 정상화를 위한 의지를 보였다.

무엇이 문제?
대화 급선무

한국당의 연이은 ‘경제 청문회’ 요구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여당과의 국회 정상화 합의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면서 추경 논의를 앞두고 한국당이 대비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국회 정상화가 이뤄지면 가장 먼저 다뤄질 이슈는 결국 추경”이라며 “한국당이 추경 언급을 시작한 것 자체가 국회 정상화 신호”라고 말했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지난 추경 보니…

2009년 3월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생안정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이유로 28조9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국회에 요청한 바 있다. 2013년 4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입결손 충당과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국회에 요청했고, 이 추경은 제출된 바로 다음 날 상정됐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2017년엔 11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데 45일이 걸렸고, 지난해 3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이 통과되는 데도 역시 45일이 걸렸다. 두 해 평균 약 7조원대 추경으로, 이명박·박근혜정권 때의 추경예산에 비하면 훨씬 소규모라 할 수 있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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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