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행보’ 황교안의 한계

권위는 벗었지만 그다지 친숙하진…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파격적 행보로 청년과 여성층을 공략하고 나섰다. 청년 작가와 함께 에세이집을 출간해 청년들에게 다가가고, 워킹맘 당원들을 일일 키즈카페에 초청하는 등 외연 확장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낡은 정치인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본격적으로 중도층을 겨냥한 대권 행보를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 대표는 ‘색’이 뚜렷한 사람이다. 정치인으로서 그가 가진 한계를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까.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기독교’와 ‘공안’은 황 대표의 핵심 키워드다. 황 대표는 제23회 사법시험을 합격한 후, 검찰서 ‘공안통’으로 경력을 쌓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그의 정치 행태 근간에는 기독교 근본주의적 사고가 자리 잡고 있다. 두 키워드는 황 대표에게 양날의 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독실

'공안검사'와 '독실한 기독교인'은 보수 대표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하게 한 동시에 황 대표의 한계점이기 때문이다. 당 내부 상황마저 녹록지 않다. 내년 총선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승리는 차기 대권주자로서 황 대표가 반드시 이룩해야 할 성과다. 한국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황 대표의 고민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제1야당 대표로서 보수진영 대권주자의 기반을 다지며 당의 결속을 끌어냈다. 하지만 장외투쟁 국면서 터져나온 ‘막말’ 논란을 진화하는 데 실패하면서 중도층 확장엔 한계를 보였다는 평도 함께 듣고 있다. 이를 의식해서일까. 황 대표는 외연 확장을 위해 여성과 청년을 공략하는 데 주력하는 눈치다.

실제 지난 5일 이후 황 대표의 일정 대부분은 여성과 청년 관련 행사로 채워졌다. 황 대표는 지난 5일에 ‘국회와 함께하는 여성가족포럼’과 ‘황교안×2040 미래 찾기 토크콘서트’에 연달아 참석해 여성과 청년에 대한 포용을 강조했다. 그는 “정치를 다 끝내도 청년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중도층은)오라고 끌어들여 봐야 오지 않는다. 스며들어 가는 노력이 우선”이라며 중도층을 공략하고자 하는 포부를 밝혔다.

한국당이 주최한 일일 키즈카페에서는 육아와 보육 정책의 부족함을 꼬집고, 워킹맘들의 고충을 달래기도 했다. 이날 황 대표는 ‘국민 할배’로 등극했다는 평을 들으며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황 대표의 적극적 구애에도 여성과 청년 등 중도층은 크게 동요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인의 일시적 ‘이벤트’에 속을 순진한 유권자들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과 여성이 다가갈 수 있도록 당 전체의 ‘이미지 변신’ 작업이 함께 수반돼야 한다.

한국당이 젋은 피 수혈로 이미지 쇄신을 꾀하는 것도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1996년 15대 총선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과감한 물갈이 공천으로 원내 1당을 차지했다. 김 전 대통령은 회고록서 “나는 개혁성과 참신성에 공천의 주요 기준을 뒀고, 이에 따라 개혁 지향적인 참신한 젊은 인재들을 대거 영입, 공천 물갈이를 단행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독교 신자인 황 대표는 지난 5월 경북 영천 은해사서 열린 봉축 법요식에 참석했다. 그런데 타 참석자들과 달리 합장을 하지 않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대한불교조계종은 “개인 신앙을 우선하려면 공당 대표 자격은 내려놓으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보수 극우 성향 개신교를 대표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종교의식을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개인의 종교에 대한 자유를 억압하고 강요하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종교 갈등으로 번지자 황대표는 “제가 미숙하고 잘 몰라서 다른 종교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공식적으로 사과하며 논란을 잠재웠다.


‘서민 속으로’ 이미지 변신
진정한 포용력 지속이 관건

황 대표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사법연수원 수료 이후 검사 생활을 하면서 야간 신학대에 다녔고, 어릴 때부터 다녔던 목동 성일교회에선 전도사를 지냈다. 현재는 극우 기독교 근본주의 교단의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런 그가 성소수자를 아우르기 위해 차별 금지 법안에 찬성할 수 있을까. 이는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섣부르게 황 대표의 정체성과 어긋나는 행보를 보이면, 그를 지지하는 보수 기독교 지지층들이 대거 이탈하는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확고한 황 대표의 종교관이 자칫 보수 기독교의 편향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기독교인으로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발언으로 종교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후 대통령 선거에선 불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주요 사찰을 방문할 때는 반드시 합장하고 참배하는 모습을 보였고, 불교계 인사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여러 종교를 포용하는 데 성공했다.

황 대표가 보수 교회세력을 거스르는 행보를 보이긴 어렵더라도, 타 종교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필수적인 대목으로 보인다.

한국당 정용기 의원의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낫다’ 발언과 한국당 한선교 의원의 ‘걸레질’ 발언,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에 대한 민경욱 의원의 ‘천렵질’ 발언 등 한국당의 막말 파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황 대표는 정 의원의 막말이 부적절했다며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수습을 시도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막말로 한국당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황 대표는 “항상 국민 눈높이서 생각해 심사일언해달라”며 의원들의 막말을 저지하고 나섰다.

이에 당 내부 강경파 사이에선 황 대표가 여권과 언론의 ‘막말 프레임’에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친박(친 박근혜)계 홍문종 의원은 TBS서 “황 대표께서 심심하면 사과를 하시고, 또 우리 보수우익의 가치라든가 또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랄까, 이런 분들에 대해서 전혀 관심도 없다”고 말하며 서운함을 토로했다.

이후 홍 의원은 집회현장서 한국당 탈당 후 대한애국당(이하 애국당) 입당을 시사하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 자리서 홍 의원은 “곧 한국당 평당원 수천명과 탈당 선언을 할 것”이라고 말하며 애국당 지지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당내에서는 홍 의원의 탈당 시사 발언 후 계파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국회 파행이 장기화되면서 한국당 내부에서는 지도부가 ‘이미지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비판하면서 정작 우리는 제왕적 당 대표제, 제왕적 원내대표제를 운영하고 있다”며 당 지도부를 겨냥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이 바라는 국회의원의 모습이 하루 종일 지역구서 주민들과 악수하고 다니는 것인가. 아니면 국회는 올스톱시켜놓고 이미지 정치, 말싸움에만 매몰된 것인가”라며 당 지도부의 최근 행보에 각을 세웠다.

내분?


당원들의 엇박자로 내분이 전개되면서 황 대표의 국민대통합 시도 이전에 브레이크가 걸리게 됐다. 막말 정치와 식물 국회로는 중도 민심을 얻기 어렵다. 콘크리트 지지층 30%로 내년 총선서 승기를 잡기 어렵다는 사실을 황 대표가 모를 리 없다. 중도를 껴안고자 하는 황 대표가 어디까지 포용력을 넓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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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