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행보’ 황교안의 한계

권위는 벗었지만 그다지 친숙하진…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파격적 행보로 청년과 여성층을 공략하고 나섰다. 청년 작가와 함께 에세이집을 출간해 청년들에게 다가가고, 워킹맘 당원들을 일일 키즈카페에 초청하는 등 외연 확장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낡은 정치인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본격적으로 중도층을 겨냥한 대권 행보를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 대표는 ‘색’이 뚜렷한 사람이다. 정치인으로서 그가 가진 한계를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까.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기독교’와 ‘공안’은 황 대표의 핵심 키워드다. 황 대표는 제23회 사법시험을 합격한 후, 검찰서 ‘공안통’으로 경력을 쌓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그의 정치 행태 근간에는 기독교 근본주의적 사고가 자리 잡고 있다. 두 키워드는 황 대표에게 양날의 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독실

'공안검사'와 '독실한 기독교인'은 보수 대표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하게 한 동시에 황 대표의 한계점이기 때문이다. 당 내부 상황마저 녹록지 않다. 내년 총선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승리는 차기 대권주자로서 황 대표가 반드시 이룩해야 할 성과다. 한국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황 대표의 고민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제1야당 대표로서 보수진영 대권주자의 기반을 다지며 당의 결속을 끌어냈다. 하지만 장외투쟁 국면서 터져나온 ‘막말’ 논란을 진화하는 데 실패하면서 중도층 확장엔 한계를 보였다는 평도 함께 듣고 있다. 이를 의식해서일까. 황 대표는 외연 확장을 위해 여성과 청년을 공략하는 데 주력하는 눈치다.

실제 지난 5일 이후 황 대표의 일정 대부분은 여성과 청년 관련 행사로 채워졌다. 황 대표는 지난 5일에 ‘국회와 함께하는 여성가족포럼’과 ‘황교안×2040 미래 찾기 토크콘서트’에 연달아 참석해 여성과 청년에 대한 포용을 강조했다. 그는 “정치를 다 끝내도 청년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중도층은)오라고 끌어들여 봐야 오지 않는다. 스며들어 가는 노력이 우선”이라며 중도층을 공략하고자 하는 포부를 밝혔다.

한국당이 주최한 일일 키즈카페에서는 육아와 보육 정책의 부족함을 꼬집고, 워킹맘들의 고충을 달래기도 했다. 이날 황 대표는 ‘국민 할배’로 등극했다는 평을 들으며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황 대표의 적극적 구애에도 여성과 청년 등 중도층은 크게 동요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인의 일시적 ‘이벤트’에 속을 순진한 유권자들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과 여성이 다가갈 수 있도록 당 전체의 ‘이미지 변신’ 작업이 함께 수반돼야 한다.

한국당이 젋은 피 수혈로 이미지 쇄신을 꾀하는 것도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1996년 15대 총선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과감한 물갈이 공천으로 원내 1당을 차지했다. 김 전 대통령은 회고록서 “나는 개혁성과 참신성에 공천의 주요 기준을 뒀고, 이에 따라 개혁 지향적인 참신한 젊은 인재들을 대거 영입, 공천 물갈이를 단행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독교 신자인 황 대표는 지난 5월 경북 영천 은해사서 열린 봉축 법요식에 참석했다. 그런데 타 참석자들과 달리 합장을 하지 않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대한불교조계종은 “개인 신앙을 우선하려면 공당 대표 자격은 내려놓으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보수 극우 성향 개신교를 대표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종교의식을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개인의 종교에 대한 자유를 억압하고 강요하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종교 갈등으로 번지자 황대표는 “제가 미숙하고 잘 몰라서 다른 종교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공식적으로 사과하며 논란을 잠재웠다.


‘서민 속으로’ 이미지 변신
진정한 포용력 지속이 관건

황 대표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사법연수원 수료 이후 검사 생활을 하면서 야간 신학대에 다녔고, 어릴 때부터 다녔던 목동 성일교회에선 전도사를 지냈다. 현재는 극우 기독교 근본주의 교단의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런 그가 성소수자를 아우르기 위해 차별 금지 법안에 찬성할 수 있을까. 이는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섣부르게 황 대표의 정체성과 어긋나는 행보를 보이면, 그를 지지하는 보수 기독교 지지층들이 대거 이탈하는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확고한 황 대표의 종교관이 자칫 보수 기독교의 편향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기독교인으로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발언으로 종교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후 대통령 선거에선 불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주요 사찰을 방문할 때는 반드시 합장하고 참배하는 모습을 보였고, 불교계 인사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여러 종교를 포용하는 데 성공했다.

황 대표가 보수 교회세력을 거스르는 행보를 보이긴 어렵더라도, 타 종교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필수적인 대목으로 보인다.

한국당 정용기 의원의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낫다’ 발언과 한국당 한선교 의원의 ‘걸레질’ 발언,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에 대한 민경욱 의원의 ‘천렵질’ 발언 등 한국당의 막말 파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황 대표는 정 의원의 막말이 부적절했다며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수습을 시도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막말로 한국당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황 대표는 “항상 국민 눈높이서 생각해 심사일언해달라”며 의원들의 막말을 저지하고 나섰다.

이에 당 내부 강경파 사이에선 황 대표가 여권과 언론의 ‘막말 프레임’에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친박(친 박근혜)계 홍문종 의원은 TBS서 “황 대표께서 심심하면 사과를 하시고, 또 우리 보수우익의 가치라든가 또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랄까, 이런 분들에 대해서 전혀 관심도 없다”고 말하며 서운함을 토로했다.

이후 홍 의원은 집회현장서 한국당 탈당 후 대한애국당(이하 애국당) 입당을 시사하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 자리서 홍 의원은 “곧 한국당 평당원 수천명과 탈당 선언을 할 것”이라고 말하며 애국당 지지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당내에서는 홍 의원의 탈당 시사 발언 후 계파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국회 파행이 장기화되면서 한국당 내부에서는 지도부가 ‘이미지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비판하면서 정작 우리는 제왕적 당 대표제, 제왕적 원내대표제를 운영하고 있다”며 당 지도부를 겨냥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이 바라는 국회의원의 모습이 하루 종일 지역구서 주민들과 악수하고 다니는 것인가. 아니면 국회는 올스톱시켜놓고 이미지 정치, 말싸움에만 매몰된 것인가”라며 당 지도부의 최근 행보에 각을 세웠다.

내분?


당원들의 엇박자로 내분이 전개되면서 황 대표의 국민대통합 시도 이전에 브레이크가 걸리게 됐다. 막말 정치와 식물 국회로는 중도 민심을 얻기 어렵다. 콘크리트 지지층 30%로 내년 총선서 승기를 잡기 어렵다는 사실을 황 대표가 모를 리 없다. 중도를 껴안고자 하는 황 대표가 어디까지 포용력을 넓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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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라오스가 동남아의 마지막 프런티어이자 신흥 투자처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국제 범죄자들의 주요 거점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수력발전과 광물, 인프라 개발을 앞세운 투자시장이 활발하게 성장하는 반면, 불법 콜센터를 중심으로 한 사이버 범죄 산업도 동시에 팽창하기 때문이다. 합법과 불법, 투자와 범죄가 교차하는 이 구조는 라오스를 단순한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국제 금융·사이버 범죄의 회색지대로 바라보게 만든다. 최근까지 라오스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과거 한국이나 중국에서 인식해 온 단순 전화 사기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대거 이동 범죄 온상 라오스 스스로도 더 이상 ‘내륙 봉쇄국’이 아니라 ‘육상 연결국’을 자임하며 철도와 도로, 에너지, 도시 인프라를 국가 도약의 기반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밝은 전면 뒤에는 국제 범죄도시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함께 드리워지고 있다. 투자시장과 범죄 산업이 동시에 팽창하는 이중 구조다. 라오스에서 발생하는 보이스피싱과 온라인 투자사기는 전화와 메신저, SNS를 결합한 다층적 구조가 정착됐다. 가짜 투자 플랫폼과 암호화폐, 외환(FX) 거래를 미끼로 한 고도화된 금융사기가 핵심 수법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 범죄는 국경 지대와 특별경제구역을 거점으로 운영된다. 미얀마·태국과 맞닿은 북부지역 경제특구 일대는 외국 자본과 외국 인력이 밀집한 구조를 악용하기 쉬운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겉으로는 카지노나 리조트, 개발사업사무소로 위장하지만, 내부에서는 각국 언어를 담당하는 인력이 분업 형태로 사기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발송한다. 최근에는 캄보디아 내 대규모 범죄조직들이 현지 단속을 피해 라오스 등 인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정황도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지난 10월19일 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라오스에 체류 중인 한국인 민간봉사단체 관계자는 국제 통화에서 “라오스 정부 고위 인사들에게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라오스 이동 가능성을 물었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들었다”고 전했다. 교민사회에서는 태국발 마약 범죄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캄보디아발 범죄조직까지 유입되면 감당이 어렵다며, 한국 정부가 후임 대사를 조속히 임명하고 경찰·영사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 범죄들이 ‘라오스 현지 범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피해자는 한국과 중국, 일본은 물론 동남아 전역, 유럽과 북미까지 확산돼있다. 라오스는 범죄가 실행되는 물리적 공간일 뿐, 자금은 국제 금융망과 가상자산을 통해 순식간에 국경을 넘는다. 캄 ‘프린스그룹’ 라 ‘킹스 로만스’ 해외투자 뒤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 보이스피싱 조직은 가짜 투자 수익 인증 화면과 조작된 거래 내역을 제시해 신뢰를 쌓고, 일정 금액 이상이 입금되면 추가 투자나 긴급 송금을 요구한 뒤 출금을 차단하는 전형적인 수법을 반복한다. 일부 사례에서는 실제 존재하는 라오스 광산 개발, 에너지 프로젝트, 부동산 사업을 사기 시나리오에 끼워 넣어 ‘현지 실물 투자’처럼 포장하기도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범죄 구조가 인신매매와 강제노동과 결합돼있다는 점이다. 고수익 IT·마케팅 일자리를 제안받고 라오스로 입국한 외국인들이 여권을 압수당한 채 콜센터에 감금돼 사기를 강요받는 사례가 국제 언론과 인권단체 보고서를 통해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폭행과 협박이 뒤따르고, 탈출을 시도하면 몸값을 요구받는 구조도 확인됐다. 이는 단순 금융사기를 넘어 국제적 인권 범죄이자 조직범죄로 분류되는 이유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일대에 밀집했던 대형 범죄단지가 해체되며 조직이 점조직 형태로 흩어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현지 단속 이후 웬치로 불리는 범죄단지 상당수가 텅 비었고, 이들 조직원 상당수가 라오스와 태국, 미얀마 접경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은 과거 세계적인 마약 생산지였지만, 최근에는 다국적 피싱 사기의 온상지로 탈바꿈했다. 울창한 산림 지역에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장비를 설치해 전 세계를 상대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라오스 북부 보케오 지역에는 ‘범죄단지’를 넘어선 ‘범죄마을’도 존재한다. 중국 카지노 그룹 킹스 로만스가 99년간 임차해 카지노와 호텔을 운영하는 이 지역은 사실상 외부 접근이 차단된 치외법권에 가깝다. 불법도박과 마약 밀매, 스캠 사기, 암호화폐 자금세탁이 복합적으로 이뤄진다는 의혹이 제기돼왔고, 미국은 이미 2018년부터 킹스 로만스를 초국가범죄 기업으로 지정해 제재하고 있다. 캄보디아에 프린스그룹이 있다면, 라오스에는 킹스 로만스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경 넘는 나쁜 놈들 마약 범죄 역시 라오스의 또 다른 어두운 단면이다. 최근 라오스 공항에서 마약을 소지한 채 출국을 시도하다 적발되는 한국인이 급증했다. 비엔티안과 지방 공항에서 잇따라 체포된 사례들은 대부분 헤로인과 케타민, 필로폰 등 대량의 마약을 포함하고 있다. 라오스 형법은 마약 범죄에 극히 강경하다.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사형이나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고, 미수나 공범 역시 동일하게 처벌된다. 실제로 2019~2020년 비엔티안 공항에서 필로폰을 소지하다 적발된 한국인 2명은 현재까지도 장기 복역 중이다. 주라오스 한국대사관이 “타인으로부터 물건을 위탁받지 말라”고 반복적으로 경고하는 배경이다. 라오스 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불법 콜센터 단속과 외국인 범죄자 검거, 장비 압수와 추방 조치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며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단속이 강화될수록 범죄조직이 인접 국가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는 반복되고 있다. 구조적 취약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범죄의 위치만 바뀔 뿐 산업 자체는 유지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범죄 환경은 라오스 투자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라오스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요소를 갖춘 국가다. 수력발전과 광물, 재생에너지, 일부 농업·임산물 가공 분야는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행정 절차의 불투명성, 계약 집행의 불확실성, 외환 규제와 금융 접근성 문제는 오래된 리스크다. 여기에 사이버 범죄가 결합되면서 정상 프로젝트와 사기성 프로젝트의 경계는 더욱 흐려지고 있다. ‘정부 승인’ ‘양허권 보유’ ‘현지 고위 인맥’ 같은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지만, 공식 검증 없이는 실체를 가늠하기 어렵다. 동남아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 라오스의 개발 모델 역시 기회와 위험이 교차한다. 인프라를 외부 차관과 ODA로 먼저 구축하고 성장을 통해 상환하는 구조는 철도와 도로, 병원, 상수도 같은 가시적 성과를 냈다. 그러나 정부 부채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60% 후반으로 추정되고, 낍(KIP)화 약세는 상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빚으로 지은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자산이 아니라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경고다. 현장에서는 인프라가 완공돼도 운영 시스템과 인력,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는 모습이 반복된다. 다만, 한국 정부는 ‘메콩강 내륙국’으로 외교적 지평을 넓히기 위한 포석으로 라오스를 지목했다. 해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 개발 속도가 더딘 메콩강 유역 내륙국 시장을 선점해 경제협력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마지막 정상회담 대상국으로 라오스를 선택한 이유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했다. 이날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라오스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것은 12년 만이다. 라오스는 대표적인 메콩강 유역의 내륙 국가로 꼽힌다. 인도차이나반도의 젖줄인 메콩강은 중국 칭하이성에서 발원해 윈난성과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로 흐른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3대 교역국'으로 꼽히는 베트남을 비롯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의 해양국과 활발한 경제·문화·인적 교류를 해온 반면 라오스와 미얀마, 캄보디아 등 메콩강 유역 내륙국과 비교적 교류가 적었다. 조원득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장은 “(한국의) 경제협력이나 투자는 베트남 등에 집중됐고 동남아의 내륙 국가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최근 몇 년간 (한국이) 한미일 외교에 집중하다 보니 (내륙국에 대한) 정치·외교적인 관심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범죄로 얼룩 이면엔 ‘기회의 땅’ 무궁무진 천연 광물과 수력발전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메콩강 유역 국가들은 베트남처럼 경제적으로 한 단계 높은 층위를 차지하는 국가들과 아닌 국가들로 구분돼있다”며 “메콩강 지역 개발의 최대 수혜는 상대적으로 빈곤한 국가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얀마는 군부독재라는 문제가 있고 캄보디아는 온라인 ‘스캠’(사기)으로 대표되는 치안 문제가 있다”며 “한국이 메콩 지역 개발을 위해 손잡고 일할 수 있는 국가는 현재로선 라오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해양국들뿐 아니라 내륙국들과 교류·협력 등을 통해 아세안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아세안의 GDP 규모는 약 3조8000억달러(약 5590조원)로 국가로 치면 세계 5위 수준이다. 인구 규모는 6억7000만명으로 세계 3위다. 미중 갈등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강’을 넘어 아세안 등 신흥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약 6개월 만에 G7(주요 7개국), 유엔(UN·국제연합)총회,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상생과 연대의 가치를 강조하며 자유무역 질서 및 다자주의 회복에 힘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통룬 주석과의 확대회담에서 “라오스가 통룬 주석의 리더십 하에 내륙 국가라는 지리적 한계를 새로운 기회로 바꿔 역내 교통·물류의 요충지로 발전한다는 국가 목표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이 든든한 파트너로서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간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더욱 확대·발전시켜서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익 보장? 의심부터 결국 라오스의 투자시장과 보이스피싱 범죄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적 공백과 국경 지대의 느슨한 관리, 외국 자본과 인력 유입이 만들어낸 회색지대라는 동일한 토양에서 자라난 두 개의 얼굴이다. 라오스는 여전히 기회의 땅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기회는 이제 철저한 검증과 리스크 관리 없이는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 됐다.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투자 제안일수록, ‘이미 현지에서 잘 돌아가고 있다’는 말일수록 냉정하게 의심해야 하는 이유다. 라오스 투자시장의 성장과 국제 범죄 산업의 확산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같은 구조가 낳은, 서로 다른 두 개의 결과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