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가는 섬 ②군산 고군산군도

차창 밖 빛나는 ‘섬의 군락’

▲ 대장도 대장봉에서 바라본 고군산군도와 다리들 전경

군산 고군산군도로 가는 풍속도가 백팔십도 바뀌었다. 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배 타고 유람하는 일은 이제 추억이 됐다. 최근에는 자동차로 섬 깊숙이 들어선다. 선유도와 장자도 등 주요 섬은 시내버스도 오간다. 고군산대교가 연결되고 도로가 새로 뚫리면서 생겨난 진풍경이다.
 

▲ 장자도 앞바다 풍경

고군산군도는 10개 유인도와 47개 무인도로 이뤄진 섬의 군락이다. ‘신선이 노닐던 섬’인 선유도를 대표로 장자도, 대장도, 무녀도 등 수려한 해변과 어촌 풍경을 간직한 섬이 이어진다. 전에는 고군산군도에 배를 타고 들어가 즐기려면 넉넉히 1박2일은 잡아야 했다. 요즘은 반나절이면 섬을 구경하고 나올 수 있다. 군산 시간여행마을의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전하는 여행 팁은 명료하다. “요즘은 군산 여행 오면 대부분 선유도(고군산군도)에 들릅니다. 오전 일찍 출발해야 길이 안 막혀요.” 육지와 섬이 연결되면서 고군산군도 나들이가 군산 여행의 필수 코스로 슬며시 정착했다.
 

▲ 고군산군도 자전거 여행

드라이브 코스

고군산군도로 향하는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서 손색이 없다. 새만금방조제를 잇는 도로 양쪽에 바다와 간척지가 펼쳐지고, 크고 작은 섬이 자맥질하며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고군산대교 완공으로 신시도와 무녀도가 연결되면서 고군산군도는 비로소 뭍과 한 몸이 됐다. 예전에는 자전거를 타고 선유도와 장자도, 무녀도를 연결하는 소박한 다리를 오가는 운치가 있었다. 요즘은 자동차 도로로 이어져, 새만금방조제와 맞닿은 신시도에서 끝자락 장자도까지 내달리는 데 10여분이면 족하다.
 

▲ 군산 섬 여행의 패러다임을 바꾼 고군산대교

군산 섬 여행의 패러다임을 바꾼 고군산대교는 현수교다. 주탑이 한 개인 현수교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공법이다. 길이 400m 고군산대교를 건너면 본격적인 고군산군도 여행이 시작된다. 주말이나 성수기에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주차 문제가 해결돼 편리하다. 버스나 승용차로 비응항까지 이동한 뒤 99번 버스로 갈아타면, 시야가 확 트인 2층 버스가 무녀도와 선유도를 경유해 장자도까지 내달린다.

▲ 대장봉 오르는 길 초입에 선 장자할매바위

지나온 길과 다리, 섬의 윤곽이 궁금하면 차량의 서쪽 종착지인 장자도에서 여행의 첫걸음을 내딛는다. 장자도와 이어진 대장도 대장봉(142m)에 올라야 고군산군도의 참 멋이 느껴진다. 큰길, 작은 다리, 지도에서 보던 섬과 해변, 고기잡이 나서는 배, 유람선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장자도 앞바다는 예전에 조기잡이 배들이 밝힌 불빛이 장관을 이룬 ‘장자어화’의 명소다. 
 

▲ 선유도와 장자도를 잇는 보행교
▲ 선유도 명사십리해변

대장봉에 오르는 길에는 나무 데크가 조성됐다. 예전 구불길은 풀숲을 헤치고 바위도 올라서야 했는데, 나무 데크 길이 가족 단위 여행객을 어렵지 않게 정상으로 안내한다. 오르는 길 초입에 장자할매바위가 외롭게 서 있다.
대장봉 아래 펜션과 카페도 제법 늘었다. 대장도, 장자도에서 선유도까지 보행교를 건너 느린 템포로 이동한다. 교통이 편리해졌지만 고군산군도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둘러봐야 진면목이 드러난다. 선유도에 접어들면 명사십리해변에 새로 솟은 전망대와 선유스카이SUN 라인이 시선을 끈다. 짚라인을 타면 명사십리해변을 가로질러 솔섬까지 700m를 새처럼 날 수 있다. 해변 위에 한 줄 선이 그어졌지만, 명사십리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선유낙조’는 고군산군도의 으뜸 풍경으로 꼽힌다. 예전에는 이 일몰에 취하기 위해 해변에서 하룻밤 머물다 가곤 했다.
 

▲ 남악리 몽돌해변과 자전거

10개 유인도·47개 무인도로 이뤄져
군산 여행의 필수 코스로 슬며시 정착

명사십리해변 입구에 군산시에서 운영하는 자전거대여소가 있다. 자전거를 타고 선유3구 골목을 누비며 기도등대, 남악리 몽돌해변에 들른다. 사람이 많은 명사십리해변과 다른 섬마을 정취가 구석구석에 깃들었다. 남악리 대봉전망대에서 보는 고군산군도의 윤곽은 또 다르다.

▲ 선유1구 옥돌해변의 해변데크산책로

선유1구 옥돌해변의 해변데크산책로는 추천 명소가 됐다. 길이 뚫리면서 한적한 맛은 사라졌지만, 새로 조성된 해변데크산책로가 호젓함을 더한다. 이곳에서 건너편 무녀도 앞 무인도가 손에 닿을 듯하다. 장구도, 주삼섬, 앞삼섬과 고깃배가 오가는 풍취는 선유8경 중 ‘삼도귀범’에 속한다.
 

▲ 장구도, 주삼섬, 앞삼섬과 고깃배가 오가는 ‘삼도귀범’

고군산군도는 예부터 사연 가득한 섬이다. <택리지>에는 “고기잡이 철이면 장삿배들이 섬 앞바다에 구름처럼 몰려들었으며, 섬 주민의 씀씀이가 육지 백성보다 더했다”고 나온다. 어청도와 인근에서는 고래도 잡혔다. 섬 안에 처마가 빼곡히 이어져 비를 맞지 않고 마을을 오갔다는 추억담도 있다. 군사적 요충지인 섬은 고려 때 수군 진영이 들어섰으며, 조선 시대에 군산진이 수군 진영과 함께 지금의 군산으로 옮겨가면서 옛 군산이라는 뜻에서 ‘고군산’으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 간조 때 길이 열리며 갯벌이 드러나는 무녀도 쥐똥섬

고군산군도에서 나가는 길에 들러볼 만한 곳이 쥐똥섬이다. 무녀도 끝자락에 있는 쥐똥섬은 간조 때 길이 열리며 갯벌이 드러난다. 고군산대교 옆에 자리 잡아 다리 개통과 함께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섬 앞에는 섬 주민이 스쿨버스를 개조한 노란색 버스 카페가 운치를 더한다.
 

▲ 일제강점기 군산에 살던 일본인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신흥동 일본식 가옥

군산 시내에 들어서면 시간 여행을 부추기는 볼거리가 풍성하다. 신흥동 일본식 가옥(등록문화재 183호)은 일제강점기 군산에 살던 일본인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곳으로, 영화 〈장군의 아들〉 〈타짜〉 등을 여기서 촬영했다.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촬영한 초원사진관도 걸어서 둘러볼 만하다. 최근 이 일대에 일본풍 가옥을 새롭게 짓는 붐이 일었다. 
100년 세월을 넘어선 근대 건축물인 호남관세박물관 뒤쪽에는 옛 창고를 리모델링한 인문학 카페가 문을 열었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야간 입장이 무료다.  
 

▲ 세대를 뛰어넘는 추억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경암동철길마을

경암동철길마을

경암동철길마을은 세대를 뛰어넘는 추억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일제강점기에 신문 용지 재료를 나르기 위해 철도가 개설됐고, 그 주변에 1970년대 본격적으로 마을이 형성됐다. 폐철도 주변 빈집에 상가가 들어서며 다시 온기가 돌았고, 최근에는 주말이면 북적거리는 명소가 됐다. 중년의 방문객은 친구들과 옛 교복을 빌려 입고 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고, 아이들은 옛 군것질거리인 뽑기 등을 직접 만들어보며 신나는 체험을 즐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고군산대교→대장봉→명사십리해변→옥돌해변→무녀도 쥐똥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고군산대교→대장봉→명사십리해변→옥돌해변→무녀도 쥐똥섬
둘째 날: 군산 신흥동 일본식 가옥→동국사→호남관세박물관, 군산근대역사박물관→경암동철길마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군산문화관광 www.gunsan.go.kr/tour
- 군산시교통정보센터 http://its.gunsan.go.kr/BusInfo.do

문의 전화  
- 군산시청 관광진흥과 063)454-3334
- 고군산군도관광탐방안내소 063)465-5186
- 군산시간여행관광안내소 063)446-5114
- 군산근대역사박물관 063)454-7870 

대중교통 정보
기차: 용산역-군산역, 무궁화호·새마을호 하루 14~15회(05:35~ 20:39) 운행, 3시간~3시간30분 소요. 군산역 정류장에서 7번 시내버스 등, 비응항 정류장에서 99번 버스 환승, 선유도·장자도 하차.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우성여객 063)462-7135 군산시내버스공동관리위원회 063) 443-3077(평일)
버스: 서울-군산,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15~20분 간격(06:00~23:50)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군산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7번 시내버스 등, 비응항 정류장에서 99번 버스 환승, 선유도·장자도 하차.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 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hticket.co.kr 우성여객 063)462-7135 군산시내버스공동관리위원회 063)443-3077(평일)

자가운전
서울 출발: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서천공주고속도로→서해안고속도로→군산 IC→군산·북새만금 방면→고군산대교 

숙박 정보
- 게스트하우스 나비잠: 군산시 구영3길, 010-8436-8810, https://cafe.naver.com/gunsannabijam
- 게스트하우스 여정: 군산시 구영2길, 010-8098-2202, https://guesthouseyeojeong.modoo.at
- 베스트웨스턴군산호텔: 군산시 새만금북로, 063)469-1234, www.gunsanhotel.co.kr

식당 정보
- 군산맛촌(생선구이): 군산시 구영6길, 063)446-8197
- 영화원(짬뽕): 군산시 구영5길, 063)445-4938
- 군산수산물종합센터(생선회): 군산시 내항2길, 063)442-4822
- 어촌계횟집(회정식): 옥도면 장자도1길, 063)465-7075, https://jangjadofood. modoo.at

주변 볼거리
은파호수공원, 해망굴, 부잔교, 군산항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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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