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족구협회-S용품사 간 이상한 계약 내막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6.10 11:50:19
  • 호수 12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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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비싼 독점거래 알고 보니 북 치고 장구 치고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족구인들이 화가 났다. 생활체육인 족구인들의 실력과 인기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족구협회에 행정력이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대한민국족구협회가 2014년 S용품사와 체결한 공인구 계약이 계약기간 5년, 한해 공인료만 5000만원이 든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족구 동호인들의 반발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공인구 계약 내막을 파헤쳤다.
 

‘족구’는 1970년대 공군서 정착된 명칭이다. 이후 각 지역 및 직장마다 조금씩 다르게 경기 방식과 규칙이 점차 발전해왔다. 특히 공군 장병들은 주기장 및 도로변과 막사 주위, 배구장 등 여러 장소서 족구를 즐겨왔다. 

같은 공을
5년씩이나?

공군서 족구를 즐겨했던 군인들은 전역 후에도 직장이나 대학으로 돌아가 족구를 보급시켰다. 이후 족구는 국민적 정서에 부합하고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용이성과 다 같이 참여하는 즐거움 때문에 급속도로 민간사회에 보급됐다. 

최초로 보급된 6인조 족구는 많은 인원을 참가시키기 위한 목적을 위해 창안됐다. 하지만 족구 경기는 배구와 같이 블로킹의 난이도 및 네트 앞 중앙의 위치 때문에, 수비 방해가 문제가 되어 공군 장병들은 6인제보다 4인제 족구 경기방식을 더 선호했다. 

공군 제1비행단서 4인제 코트는 9×8m이며 머리는 사용하지 않고 무릎 이하만 사용한다는 독자적인 경기규칙을 적용해 족구경기를 했다. 1975년 이후에는 이 경기 규칙이 전 부대에 보급되면서부터 족구경기 시 머리를 사용하지 않게 됐다. 


점차 인기를 구가하게 된 족구는 울상광역시장배 제22회 전국 초청 족구대회, 제24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시·도대항 전국족구대회 등 올해에만 7개 대회가 열렸다. 그만큼 족구동호인들의 관심과 사랑은 지대하다. 

현재 대한민국족구협회(이하 족구협회)에 경기 308팀, 경남 178팀 등 총 제주를 제외한 16개 시도지부 1110팀이, 동호인이 총 1100명 등록돼있다. 

국내 족구 선수들은 족구와 비슷한 스포츠 세계대회에 참가를 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2012년 체코 풋넷 월드챔피언십 참가해 2인제 4위, 2013년 캐나다 사커 테니스 참가해 3인제 4위, 2014년 체코 클럽 월드컵 대회 3인제 3위 등 매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후에도 2017년 U21 체코 풋넷 챔피언십에 참가해 1인제 2위, 2인제 3위 성적을 내고, 지난해에는 체코 첼라코비체 세계족구대회서 4인제 우승을 하는 등 기염을 토했다.

국내서 활동하는 족구 선수들은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기간 5년, 연 5000만원…공인구 계약 공개
동호인들 “의심스러운 점 한두 가지 아냐”

국내 족구 선수들이 국제대회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족구협회는 아쉬운 행정력이 도마위에 올랐다. 우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종목 도입이 무산되고, 2017년 동계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추가 종목으로도 지정되지 못했다. 이유는 전국체전종목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족구 동호인은 “대한족구협회서 전국체전 종목에 추가되려면 10가지 조건을 맞춰 서류를 제출해야 하지만, 족구협회는 한 번도 서류 제출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족구협회가 종목을 발전시키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족구 관계자는 “협회 사람이 해당 종목인 족구를 좀 더 알리고 발전시켜야 하는 게 정상인데, 행정력은 정말 미비한 상태다. 족구협회의 일 처리 하는 것을 보면 조금 의심스러운 게 한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족구 동호인들이 족구공과 관련해 족구협회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족구협회는 그동안 S용품사의 공인구를 계속 사용해왔다. 그런데 동호인들은 S용품사의 족구공의 성능 저하를 체감할 뿐 아니라, 공지 없이 기존 사용하던 족구공과 다른 모델로 변경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 족구 동호인은 2017년 말 팀에서 협회서 지정한 해당 공인구 20개를 구매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2018년 초 S용품사의 다른 모델로 바뀌었다.

족구 관계자는 “예전부터 S용품사의 공인구가 바뀌긴 했어도 2018년에 바뀐 모델은 전혀 다른 형태의 족구공이었다. 족구 플레이를 하다 보면 체감이란 게 있는데 바운드, 터치감 등이 완전 달랐다”고 말했다.

이어 “공의 표피가 꿰매는 방식서 접촉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형태였다. 황당해서 대한족구협회 기술위원장에 연락해 공인구 바뀐 것에 관해 물어보니 자기도 모른다며 무책임한 답변을 내놨다”며 “협회에 다른 부서에 전화해도 아무도 공인구 교체에 관해 말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족구협회와 계약한 S용품사의 신규 제품을 재구매하라는 의도가 섞인 선택이었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다. 

테니스 1000만원
축구 600만원

족구 동호회 최다 가입자 수를 자랑하는 ‘족구100만인클럽’에서는 조직 사유화 관련해 투표가 한참 진행 중이다. ‘족구 공인구 사용 관련 조직 사유화’를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으로 국민신문고 민원신청 찬반 투표가 진행 중에 있다. 지난 4일 기준 587명 중 574명(97%)가 찬성, 13명(2%)가 반대했다. 

글쓴이인 박모씨는 “대한민국족구협회(이하 족구협회) 공인제도 운영규정 제12조(심의기준)에 의거 해당 기준을 충족하는 족구공에 대해서는 모두 공인구로 받아주게 명시돼있으며, 타 종목과 마찬가지로 대회 사용구 및 공식 스폰서 계약을 통해 족구협회는 부족한 예산 확보를 추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밀리에 협회 이사님들에게 서면결의 찬반투표를 통해 찬성 통과시켜 17개 시·도시 경유해 각 시·군·구 족구협회에 현재 사용되고 있는 S용품사 공인구를 계속해서 사용하라고 문서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게시글 댓글에 한 족구인은 “21세기에 참 한심하네요. 족구화를 생각해보세요. 자유경쟁 없이 S사가 독점할 땐, 좋은 디자인 안 나오다가 다른 메이커 생기니 서로 좋은 디자인 내며 같이 발전하듯, 공인구 역시 마찬가지로 생각합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족구협회는 2016년 4월 사단법인으로 설립됐다. 이전에는 국민생활체육전국족구연합회(이하 족구연합회)였다가 2016년 생활체육과 엘리트 체육이 통합되면서 이름도 바뀌고 회장도 새롭게 취임을 하는 등 새 단장을 했다. 

족구연합회는 2015년 5월31일부터 2019년 5월31일가지 S용품사에 연 5000만원을 지급하고 공인구를 공급받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을 체결한 족구연합회 J 전 회장은 S용품사 대표이사도 겸임하고 있었다. 지나치게 긴 계약기간과 비싼 공인료는 족구 동호인들의 의심을 샀다. 타 종목을 살펴보면 테니스 공인료 1000만원, 축구공 공인료 600만원에 불과하다. 
 

족구공 시장은 그 규모가 크다. 족구공 생산 1년간 약 20만개 추정해 개당 3만4000원으로 계산하면 68억에 달한다. 족구협회 공인료 수입은 5년간 독점 계약기간으로 2억5000만원이 나온다. S용품사는 족구협회에 약 2억5000만원만 내면 340억 시장을 독점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 사실에 대해 알게 된 한 족구 동호인은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비리 신고센터에 5년간 유지되고 있는 공인구 계약 유지의 적법성 여부에 대해 신고했지만,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이하 클린스포츠센터)로 이첩됐다.

공인 규정
살짝 바꿔서…

이외에도 공인제도운여위원회 구성 비율 등 적법성, 공인료 기준표 및 산출내역 공개, 공인료 수입 회계 공개 및 공인규정 개정 요청, 공인규 평가비 발생에 대한 해당 평가기관 및 평가비 확인 요청, 현 공인구 평가 근거 제시 및 재평가 해당여부 확인 요청, 민원으로 인한 공인구 선정 지연 등을 신고한 바 있다. 


당시 클린스포츠센터는 공인구 계약 유지에 대해 “2014년 5월31일 족구연합회와 S용품사와 5년간 공인구 사용 계약을 체결했으며, 민원인은 갑과 을이 같은 계약으로 보고 있으나, J 전 회장은 개인 대 개인이 아닌 단체장과 회사 대표의 자격으로 체결한 계약을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답변했다. 이어 “대한체육회 회원종목 단체 공인제도 운영규정 부칙 제2의 경과 조치에 따라 계약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2019년 대한체육회 대회운영부서 답변한 사항은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클린스포츠 관계자는 “당시에는 종목단체가 열악했을 것 아니냐. 자본금이 있는 S용품사가 후원금 비슷하게 해서 장기적으로 계약을 맺었을 확률이 높다”고 답했다.

대한체육회 공인제도 운영규정은 대한체육회 산하 전 종목에 해당된다. 그 해당 종목은 대한체육회 규정을 받아 종목 특성상 수정·보완 후 다시 대한체육회의 승인을 받는 시스템이다. 

2016년 6월16일 제정한 대한체육회 회워종목단체 공인제도 운영 규정 제2조를 살펴보면 ‘특정 업체의 제품 사용을 강요하거나 공인료를 필요 이상으로 부과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있다. 제12조(심의기준)에는 ‘해당 기준을 충족하는 공인 대상에 대해서는 공인 대상 수의 제한 등 별도의 추가 조건을 두지 않고 공인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제18조(공인기한)에 대해서는 ‘용품에 대한 공인기한은 1년 단위로 갱신하되 회원종목단체 사정에 따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쩐지 조건이 좋다 했더니…
전 회장이 용품사 대표 겸임

족구 동호인은 “대한체육회 규정을 받아 족구협회는 그대로 승인을 받으면 되는데 제5조(위원회구성)에 공인위원장 선출을 위원회 내부가 아닌 회장이 호선 회장이 외부서 선출할 수 있다고 바꿨다”고 주장하고 있다. 

S용품사 관계자는 “공인구 관련한 것은 족구협회에 문의해라. 계약 관련해서는 말해줄 수도 없고 할 말도 없다”고 답변했다. 

족구협회는 “몇 달 전 퇴직한 사무처장이 그 사실에 대해 잘 알고 나머지 직원들은 잘 모른다. 현재는 공인료 관련해서는 너무 비싸다는 이야기가 나와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당시 대한족구협회 관계자였던 L씨는 “2014년 당시에는 연합회 시절이기 때문에 재정확보가 너무나 어려웠다. 사무처를 운영하려면 재정확보가 필수인데 각 시·도 연합회서 대외 지원금이 부족하다고 하니 공인료를 비싸게 책정해 계약기간도 길게 계약한 것 같다”고 말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L씨는 “2000년대 초반에는 연간 3000만원이었으나 각 시도협회 지원비 명목으로 계약한 것”이라며 “S용품사의 경우는 족구 발전에 기여한 부분이 있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8~90년대에는 N사, K사 등이 관심을 보였으나 생활체육에만 머물렀던 족구가 돈이 안 된다고 판단해 연합회와 계약이 무산됐다. 하지만 S용품사는 지속적으로 뛰어들며 족구발전에 기여했다. 최근에도 타사서 족구공을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공의 질은 S용품사에 못미친다”고 설명했다. 

전국체전 종목 선정에 대해서는 “족구협회가 전국체전 종목에 들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노력했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족구협회가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족구동호인들이 큰 착각”이라며 “전국체전 관계자들도 종목을 제외했으면 제외했지, 새로운 종목을 추가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앞에서는 추가시켜주겠다고 하지만 뒤에서는 족구 종목을 무시한다. 정치적으로 힘 있는 사람이 족구협회장을 맡지 않는 이상은 전국체전 종목으로 추가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1인 2역
회장님

기존 계약대로라면 2019년 5월31일 족구협회와 S용품사의 공인구 계약은 기간이 만료돼야 한다. 족구협회는 5월27일 대한체육회 공인료에 대한 민원접수로 인해 처리 결과가 지연됨에 따라 현재 사용 중인 공인구를 적용하기로 서면결의한 상태다. 

한 족구동호인은 지난 2일,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답변에 의거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공인료 수입 2억5000만원에 대한 세부 수입 지출 회계 자료, 공인구 평가 기관 및 평가비 발생 적용 내용, 공인구 평가 자료 등에 대해 정보공개 신청을 요구한 상태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국 야구공 vs 일본 야구공

KBO는 지난 24일 2019 신한은행 MY CAR KBO 리그 단일 경기 사용구 2차 수시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몇 몇 공인구에 한해 반발계수 수치가 초과한 공이 나오긴 했지만, 1차 검사 때보다 안정적인 반발계수 수치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KBO은 이번 수시 검사서 일본 공인구 검사 기관에 의뢰해 검사하는 등 엄격한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검사는 지난달 7일부터 13일까지 7일간 KBO리그 단일 경기 사용구인 스카이라인 AAK-100의 샘플 8타를 무작위로 수거한 뒤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용품시험소에 의뢰해 진행됐다.

그 결과 1차(7일)로 검사한 3타 중 2타의 반발계수가 올해 낮춰진 기준치서 벗어났으나, 2차(13일)로 검사한 5타는 평균 반발계수 0.4189로 합격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둘레, 중량, 실밥의 폭, 실밥수 등 기타 제조 기준에도 모두 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KBO는 특히 이번 2차 검사 진행 과정서 별도로 일본 NPB 경기 사용구와의 반발계수 비교 분석을 위해 동일 제품의 샘플 3타를 일본 NPB의 경기사용구 검사 기관인 ‘일본차량검사협회’에도 검사 의뢰했다. 검사 결과 샘플 3타의 평균 반발계수는 0.4132로 현재 일본 프로야구서 사용 중인 경기 사용구 평균 반발계수와 유사한 수치가 나왔다.

그러나 KBO는 이번 2차 검사서 일부 경기사용구가 반발계수 허용치를 초과한 부분에 대해 제조사인 스카이라인에 KBO 경기사용구 규정에 따라 제재금 3000만원을 부과하고 향후 경기 사용구 품질 균일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제조사를 더욱 엄격히 관리 감독할 계획이다.

KBO 관계자는 “이번 검사를 통해 KBO 경기사용구 품질의 균일도가 전반적으로 안정돼가고 있으며, 국제 기준에도 근접하게 제조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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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