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초등교사 아동학대 후일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6.10 11:43:47
  • 호수 12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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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은 트라우마 선생님은 멀쩡히 근무?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초등학교 아동학대가 끊이지 않고 있다. 2년 전 발생했던 전북의 한 초등학교서 아동학대 사건은 아이들의 권리 인식개선에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하지만 피해 학생의 학부모는 아동학대 사건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뿐 아니라, 해당 교사에 대한 처벌도 솜방망이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북 초등학교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뒷이야기를 파헤쳤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2017년 전북 A초등학교서 B(여)교사가 희소질환을 앓는 아이 C양을 학대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일요시사>는 교사가 숙제를 해오지 않았단 이유로 C양에게 모욕감을 주고 운동장서 친구들과 놀지 못하게 하는 등 학습권을 침해했던 해당 사건의 아동학대 사건의 전말부터 피해자와 가해자의 최근 근황까지 알아봤다.

괴롭힘?

C양은 같은 해 3월부터 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 가끔씩 학교 수업을 빠져야 했다. 수업을 듣지 못한 C학생은 번번이 숙제를 해오지 못했다. 당시 B교사는 숙제를 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교실 외 수업인 체육·과학수업·운동장 사용 등을 금지시켰다. 숙제를 한 번 빼먹으면 일주일, 세 번 빼먹으면 한 달간 교실 외 수업에 참여할 수 없었다.

C양의 어머니를 비롯해 숙제를 하지 못한 다른 학생들의 학부모는 B교사에게 연락을 취하거나 만남을 시도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B교사는 오히려 해당 학생을 혼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학부모들은 더 이상 B교사에게 연락을 하거나 찾아가지 않았다. 

여름방학을 일주일 앞둔 물총놀이 시간, B 교사는 숙제를 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물총을 쏠 기회를 한 번만 주고, 이후에는 계속 맞게 하면서 수치심과 모욕감을 줬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해당 학생의 학부모들은 교장 선생님께 편지를 보낸 사실을 알렸지만 아무 답변도 듣지 못했다.  


B교사는 이후 수업시간에 방학계획표를 제대로 작성하지 못한 C양에게 소리를 지르며 위협하는 일이 발생한다. 불안해진 C양이 지우개를 손톱으로 긁자 B교사는 또 다시 언성을 높였다.

C양의 부모는 교무주임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상담을 진행했다. 학교를 무서워하는 C양이었기에 C양 어머니는 교무주임에게 학교를 보내지 않겠다고 했다. 교무주임이 방학동안 B교사에게 잘 이야기해서 해결해보겠다고 말하면서 이 일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2학기 개학 후 C양이 병원을 들렀다 학교를 간 날도 B교사는 C양을 방과 후 수업에 보내지 않았다. 이 사실을 안 반대표 엄마는 교무주임과 교장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피해 학부모들은 A학교 교장과 교감 그리고 B교사와 함께 면담을 진행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이 알고 있는 사실과 달리 B교사는 그런 일은 없었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일을 마무리 지으려고 했다. 결국 교장과 B교사는 사과하고 학부모들은 한 번 더 똑같은 일이 벌어지면 가만 있지 않을 거라며 면담을 마쳤다.

면담 후 B교사의 태도는 달라졌지만, C양과 조손가정에 대한 무시는 계속됐다고 한다. 

2017년 11월10일 1교시 수학시간, B 교사는 수학문제를 풀지 못한다는 이유로 오른쪽 관자놀이 부위를 오른 손가락으로 밀며 “제대로 좀 해, 이 바보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2년 후…아직도 악몽에 시달려 
가해자는 거짓말·부실조사 등


3일 뒤 C양의 학부모는 학생인권교육센터에 신고했지만, 학생인권 교육센터 팀장은 학교측의 이야기만 듣고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일 수학수업이 없었다고 한 것. 이에 C양의 부모는 교장에게 재조사를 요구했다. 조사과정서 B교사의 거짓말이 드러났고, C양의 부모는 B교사와 C양을 분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1월 중순 무렵 C양 학부모는 도교육청 주무관과의 통화서 경찰 신고를 권유받았고, 완주경찰서 여청계와 통화했지만 법률구조공단과 상담해보라는 제안을 받았을 뿐이다. 이후 A학교 담당 경찰에게 신고했지만 담당 경찰은 “아이들이 계속 학교에 다녀야 하지 않겠느냐”며 신고를 받아주지 않았다. 국민권익위원회에도 신고했지만 다시 여경계로 이첩됐고 여청계 경사는 역시 대수롭지 않게 판단하고 피해자를 돌려보냈다.
 

▲ 아동학대방지 포스터 ⓒ경찰청

11월말 완주경찰서 민원실에 형사고소장을 접수시켰지만 여청계와 강력계서 서로 미루는 바람에 처리되지 않았다. 완주경찰서 담당 형사는 C양과 조손가정 학생에 대해 지속적인 조사를 진행했지만, ‘혐의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C양의 부모는 A학교 앞에서 피켓시위를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학습권을 침해한 B교사가 교단을 떠나길 바란다는 내용으로 피켓시위를 진행했는데, 다른 학부모를 비롯해 면장, 힐조타운 대표 등도 시위 중단을 요구했다. 심지어 C양의 잘못이라면서 특수학교 진학을 권유하기도 했다. 

C양 부모는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접수했지만 J 장학사가 학교 보고서만 확인한 채 학대를 인정하지 않았다. 

2018년 1월17일경 C양의 부모는 전북지방 경찰청에 수사 이의를 제기하고, 완주경찰서 청감사실에 담당 형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담당형사가 교체되고 다시 재조사를 하면서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지장을 찍게 한 사실도 알려졌다.

2월 아동보호전문기관서 형사와 검사에게 의뢰하며 피해자 진술도 다시 했다. 전북도교육청서 2월 말 감사를 진행한 결과 A학교 교장과 교감은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으며, B교사만 경징계로 벌금 300만원만 부과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이 사건을 두고 정서학대와 교육적 방임으로 아동학대를 인정했다. 

C양의 어머니 주장에 따르면 당시 이 사건을 담당했던 보호관찰소 조사관은 가해자였던 B교사와 B교사 남편과는 면담을 했지만, C양의 부모와는 통화를 통해 의견서를 작성하는 등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않았다.

결국 C양은 A학교에 등교하는 것을 거부했고 지역을 바꿔 대안학교로 진학했으며 현재 불안한 정서를 치료하기 위해 주말마다 놀이치료를 받고 있다. 반면 B교사는 2018년 초 형사고소를 당한 후 모교육원서 파견교사로 근무를 시작했다. 

A학교 측은 “2년 전에 해당 사건이 있은 후 교장이 바뀐 것으로 알고 있고 B교사는 현재 파견 나가서 A학교에 복귀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모교육원 관계자는 “담당 전공을 조건인 교사를 요청하면 파견을 받는 시스템이다. 1년 동안 파견근무 후 본인이 원하거나 교육원서 원할 경우 1년 더 연장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C양 부모는 “B교사는 아이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다. 아동학대는 물론 거짓말을 일삼는 B교사는 교단을 밟으면 안된다”며 “우리 아이는 현재 주말마다 놀이치료를 하고 있지만 아직도 불안에 떨고 있다. B교사가 A학교를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나마 정서 상태가 안정적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문책성 파견?

B교사는 “피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있다. 하루 빨리 이 괴로운 일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사람이 길거리서 실수로 부딪혀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나쁘게 받아들이면 그건 잘못한 것”이라며 사과했다. 이어 “교육원으로 파견을 온 것은 문책성의 이유가 큰 것 같다. 올해가 마지막 근무로 다음해에는 어디로 갈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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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