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정용기의 궤변

조선 말기 실학자며 과학사상가인 최한기(崔漢綺, 1803∼1877)의 <용인문(用人門)> 중 일부를 인용해본다.

『이른바 직책에 어울린다는 것에는 천직에 어울려 운화(運化)를 승순하여 백성을 치안하는 자가 있고, 인직에 어울려 시속에 따라 영합하면서 지도(指導)하는 자가 있다. 사람의 국량(局量)이 천직에 통달한 자는 적고 인직에 이르는 사람은 많다.』

해석이 참으로 애매하다. 하여 원문을 살피어 필자가 다시 번역하면 ‘자신의 직업을 천직으로 여기는 사람은 운화(순환성과 변화성을 총괄해 지칭한 말)를 따라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고, 자신의 직업을 인간이 부여한 직으로 여기는 사람은 순간의 여론에 따라 영합해 지도한다. 사람이 지니고 있는 역량으로 살피면 천직으로 여기는 자는 적고 인직으로 여기는 자는 많다’가 된다.

여하튼 상기 글을 인용한 데에는 필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지도, 즉 지도자에 대해 살펴보기 위해서다. 우리는 지금까지 말 그대로 남을 가르쳐 이끄는 사람인 지도자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여겨왔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무려 200여년 전인 19세기의 사상가 최한기는 지도라는 말을 부정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남을 지도하는 일은 자신의 직을 천직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들의 몫이라 했다.

언뜻 살피면 상당히 황당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지도하는 쪽이 아니라 지도를 당하는 입장에 처하게 되면 최한기의 말대로 상당히 거북스럽게 여겨진다. 최한기는 인간 사회에서 지도는 정상적이지 못한 방식으로 여기고 있는 듯 보인다.


각설하고 최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모호한 태도, 신상필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 대해 “야만성, 불법성, 비인간성 이런 부분을 뺀다면 어떤 면에서는 김정은이 우리 문 대통령보다 지도자로서 더 나은 면도 있는 것 같다”고 발언한 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는 북한의 김정은이 하노이 북미회담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영철과 김혁철 등 핵심 간부들을 숙청했다는 미확인 언론 보도를 거론하며 나온 발언으로 알려졌다. 냉정하게 바라보면 하등 문제될 일이 없다.

그런데 이 발언이 알려지자 여당의 작심 공격은 물론, 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부적절한 측면이 많고 과한 부분이 있어서 국민들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무엇이 부적절하고 또 무엇이 과한지 쉽사리 납득되지 않는다.   

필자가 살필 때 정 의장의 발언은 차라리 문 대통령에게 아부하는 꼴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 상세하게 살펴보자. 정 의장의 표현대로라면 문 대통령은 문명성, 적법성, 인간성 측면에서는 김정은과 비교대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나은 지도자라는 말이 성립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문명성과 인간성은 객관적으로 판단 내리기 쉽지 않기 때문에 생략하고 적법성만 살펴보자.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보인 행태를 살피면 적법과는 거리가 멀다. 자신이 공언했던 담배 가격 인하, 공직자 배제 원칙 파기 등 불법성적인 일들이 부지기수다.

더해 문 대통령에게 지도자라는 표현이 적절한가에 대해 살펴보자. 북한처럼 폐쇄된 사회에서 김정은을 지도자라 지칭하는 표현은 적절하다. 그런데 완전 개방된 문명사회서 아울러 지도자의 덕목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볼 수 없는 문 대통령에게 지도자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그래서 궤변이라는 말이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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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