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풍경과 감정’ 김지선

익숙하지만 낯선 공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단법인 송은문화재단이 김지선 작가의 개인전 ‘Expect the Unexpected’를 준비했다. 김지선은 자연 속 나무 수풀이 어우러진, 어떻게 보면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풍경에 자신만의 감정을 더해 새로운 공간을 구현해내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김 작가의 자연 풍경 속으로 들어가보자.
 

▲ Colourful Memories, 캔버스에 유채, 390.9cm x 162.2cm, 2019

송은 아트큐브는 2002년 1월 개관 이래 매년 공모를 통해 작가를 선정하고, 전시 기획을 바탕으로 공간과 도록 제작 등을 후원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인 김지선은 ‘2018-2019 송은 아트큐브 전시 지원 작가’로 선정됐다.

장소의 잔상

김지선의 작품은 자연의 압도적인 경이로움으로부터 시작한다. 풍경의 정서는 곧 내면의 다층적인 감정과 결합해 감각적인 초현실의 시공간으로 귀결된다. 이번 개인전 Expect the Unexpected서 김지선은 생생한 자연에서 형성된 정서에 집중한다.

그는 지난해 제주도 예술공간 ‘이아’에서 반년간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은 여행 중 스치듯 사라지는 한순간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분으로 확장되는 것을 경험했다. 이 과정서 몇 번이나 같은 장소를 방문해 자연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숲속에서 불어오는 바람, 나뭇잎의 녹색을 머금은 햇살, 시시각각 농도를 달리하는 주황색 석양의 강렬함을 이번 전시의 주요 컬러인 ‘Green’과 ‘Orange’로 가시화했다.

다시점으로 그려진, 경계를 알 수 없는 캔버스 안의 공간은 그가 바라본 여러 장소의 잔상이 한 평면에 축적된 것일 수도, 혹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매순간 변하는 감정의 잔상일 수도 있다. 작품 속 풍경은 고정된 순간이 아닌 시간을 획득한, 그러면서도 한 번에 인지가 불가능한 ‘익숙하지만 낯선 공간’으로 재구성된다.


김인선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대표는 “김지선이 회화를 통해 상을 이미지화하는 데 있어서 주체자로서의 입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가는 선택한 기록의 장치인 회화로써 온전히 작가의 눈과 감각을 통해 현장에서의 환경 정보를 체화한 상태서 재현을 시도한다”고 말했다.

객관적 정보는 없지만
작가가 느낀 감흥 담겨

이어 “김지선에게 재현의 의미는 시각적인 장면의 환영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체득한 감각을 끌어내는데 눈은 이미지 인식 단계의 도구일 뿐, 온몸의 감각을 발휘하는 신체 자체에 기억된 것들을 끄집어내는 작업이 그가 행하는 회화의 단계”라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서 기억은 김지선이 모든 감각적 경험을 적극적으로 동원해 끄집어낸 것이다. 특정 장소로부터 작업실로 돌아와 빈 캔버스 앞에서 몸에 남아있는 시각·청각·촉각적 감흥을 떠올리며 붓을 쥔 채 몸을 움직인다.
 

▲ ▲Green Wind, 캔버스에 유채, 45.4cm x 37.9cm, 2019

화면 속에 그려지는 선과 색면들은 그가 감흥했던 흐름과 감각을 재현하는 매개로 작동한다. 주시해야 할 부분은 현장서 돌아오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화면은 점차 추상성을 띤다는 점이다.

김지선의 작품 속 풍경들은 지역을 특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정보가 거의 없다. 단지 그가 방문한 어느 지역의 숲속에서 느낀 감흥이 남겨져 있을 뿐이다. 관람객들은 당시의 햇빛, 주변의 새소리, 바람 소리, 풀냄새, 흙냄새 등 김지선이 느꼈던 환경을 재구성한 화면을 접하게 된다.

김 대표는 “온전히 시각적 정보로만 구성하지 않는 김지선의 작업 과정이 흥미롭다. 다른 감각들을 동원해 그 결과를 생산하려는 것은 카메라를 통해서 본 풍경이 그러했듯 자신의 눈으로 취득한 시각 정보 또한 그대로 의존할 수 없는 오류의 값일 수 있다는 의심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정의 변화

이어 “김지선은 시간의 흐름에 의해 변하는 기억을 어떻게 표현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이전 전시서 그는 캔버스를 장소 특정적 방식으로 공간 안에서 재구성했다”며 “캔버스를 작업 형식으로서 이미지와 동등하게 다루며 기억의 파편을 현실 공간 속에서 직시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설치 방식”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이미지에 대입되는 시간의 흐름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실험하고 있다”며 “캔버스 표면 위에서 회화의 한계를 극복하는 그의 실험들이 또 어떻게 전개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김지선은?]

▲학력

런던대학교 슬레이드 미술대학, 회화과 석사 졸업(2012)
런던대학교 슬레이드 미술대학, 회화과 학사 졸업(2010)

▲개인전

‘Expect the Unexpected’ 송은 아트큐브, 서울(2019)
‘반복, 리듬, 차이’ 대구예술발전소, 대구(2018)
‘Familiar, but Unfamiliar(익숙하지만 낯선 풍경)’ UM갤러리, 서울(2017)
‘섭씨 공간°C: The Temperature of Unknown Place’ 청주창작스튜디오, 청주(2016)
‘풍경 속 게으른 쾌락’ 갤러리 도스, 서울(2014)

▲수상 및 지원

서울문화재단 예술작품지원사업 선정 작가(2019)
서울문화재단 최초예술지원 선정 작가(2018)
신한갤러리 역삼 Shinhan Young Artist Festa 선정 작가(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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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