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노리는 KCGI 노림수

막기 전에 급소부터 친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서막이 열렸다. KCGI는 한진칼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 2대 주주로 등극했다. KCGI는 최근까지 경영권 개입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한진그룹 내 악재가 매듭지어지지 못하는 가운데 KCGI의 공세는 확대되고 있다. 이들의 신경전은 결국 소송전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지난 3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서울 연차총회 최종 브리핑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취임 이후 첫 공식 행사이자 첫 기자간담회였다. 지난 4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 이후 그룹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아울러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의 개입 여부로 그룹의 정상궤도 안착에 관심이 쏠렸다. 

강성부 펀드
적극적 공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이날 KCGI에 대해 “대주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한국형 행동주의 사모펀드’를 표방하는 KCGI는 지난해 말부터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의 지분을 야금야금 차지하고 있다.

KCGI를 이끌고 있는 강성부 KCGI 대표는 과거 LK투자파트너스를 설립해 투자 수익을 올리던 중 지난해 7월 독립, KCGI를 설립했다. 강 대표는 블라인드 펀드로 1300억원이 넘는 출자금을 모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KCGI는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면서 투자 배경에 대해 밝혔다.


KCGI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진칼은 대한항공과 진에어, 한진 등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회사”라며 “계열사들의 유휴자산 보유와 투자지연 등으로 매우 저평가돼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진칼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증대 기회도 매우 높다”며 “주요주주로서의 감시 및 견제 역할을 활발하게 수행할 경우 한진칼의 기업가치 증대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KCGI는 지난해 11월 장내매수를 통해 한진칼 지분의 9%를 확보, 2대 주주였던 국민연금을 단숨에 제쳤다. 이어 지난해 12월 한진칼 지분을 10.71%로 늘렸는데 한진칼의 핵심 자회사 한진으로 그 범위를 넓히기도 했다. 지난 1월엔 한진 지분 8.03%를 획득했고, 그 다음 달에 10.17%로 지분을 높였다.

KCGI는 지난 1월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공개 제안하는 등 본격적으로 고삐를 당기고 있다. KCGI는 한진칼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을 내세우는가 하면 대주주 일가 개인 차원의 비위 행위와 사익편취 행위, 상속세 절감 의혹, 계열사 지배 문제 등을 거리낌 없이 언급했다.

나아가 ‘회사에 대해 범죄행위를 저지르거나 회사의 평판을 실추시킨 자의 임원 취임 금지’를 거론하며 사실상 총수 일가를 정조준했다.

경영권 분쟁 서막? 기싸움 팽팽
꾸준히 지분 확보 적극 개입 의지

KCGI의 적극적인 행보와 함께 지난 3월 주주총회가 열렸다. 당시 KCGI는 한진칼 2대주주로서의 역할이 시험대에 올랐다.

당시 주총의 핵심 안건 중 하나는 ‘석태수 사내이사 사장 재선임’이었는데 KCGI는 석 사장의 연임을 반대했다. 석 사장이 한진해운 파산 등과 관련해 그룹을 위기에 빠트렸다는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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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석 사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사내이사에 재선임되면 더 투명한 책임경영을 통해서 회사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주주들에게 호소했다.

반면 주총에 참여했던 신민석 KCGI 부대표는 “한진해운 사태 당시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한진칼 사내이사로 한진해운 지원을 위해 상표권을 인수해 한진칼 주주 이익을 훼손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KCGI는 석 사장의 재선임 반대를 분명히 했지만 결과는 찬성 65.46%로 결국 재선임됐다. 석 사장 안건 외에도 재무제표 승인 등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혔지만 관철시키지 못했고 주총은 KCGI의 패배로 막을 내렸다.

KCGI는 이후 한진칼 보유 지분을 늘렸으며 지난 4월 14.84%에 이어 지난달 15.98%의 지분을 추가로 획득했다. 또 지분을 최대주주 고 조 전 회장(17.84%)과 2%포인트 내로 좁혔다.

KCGI는 한진칼 지분을 15.98%로 늘리면서 “‘승계 및 특수상황 부문’과 ‘글로벌 부문’을 신규사업 부문으로 신설했다”고 밝혔다. KCGI의 사업 신설은 한진칼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됐다.

지분 확대
관철 의지

KCGI는 승계 및 특수상황 부문에 대해 “기업의 성공적 승계와 특수상황서 주주와 기업은 물론, 경영자와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들 공동의 문제해결서 발생하는 투자기회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칼이 마주한 승계과정 등에서 역할을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글로벌 부문에 대해선 ‘신규 해외투자기관 발굴’과 ‘이를 통한 투자자 유치 업무 담당’이라고 소개했다.

KCGI는 5개의 계열사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SPC)인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를 중심으로 유한회사 엠마홀딩스, 유한회사 디니즈홀딩스, 유한회사 캐롤라인홀딩스, 유한회사 베티홀딩스가 한진칼 지분을 매입했다. 5개 계열사의 출자금은 각각 ‘KCGI 제1호(의 2∼5호) 사모투자합자회사’서 비롯됐다.

지분 15.98%를 달성하면서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공정거래법 제12조에 따르면 상장사 주식 15% 이상(비상장사 주식은 20%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기업결합신고’를 해야 한다. 기업결합신고란 2개의 기업이 1개의 기업으로 합병되거나 별개인 2개의 기업 가운데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의 주식을 취득해 실질적으로 경영을 지배하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신고하는 것을 말한다.

독과점 등 시장경제 왜곡 여부에 대해 심사를 받는 것이다.
 

▲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자산총액이나 매출액이 3000억원 이상인 회사가 자산총액이나 매출액이 300억원 이상인 기업의 주식을 취득할 때 기업결합신고를 해야 한다. 그 반대의 경우(자산총액이나 매출액이 300억원 이상인 회사가 자산총액이나 매출액이 3000억원 이상인 기업의 주식을 취득할 때)도 해당된다.

KCGI가 기업결합신고를 하게 된다면 투자자를 공개해야 한다. 심사 과정서 자금출처를 확인하기 때문이다. 사모펀드는 소수 투자자로 구성된 만큼 당사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또 투자자 공개 시 한진칼의 접촉 여부도 KCGI에겐 리스크로 통한다. 한진칼서 투자자들을 우호세력으로 확보하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퇴직금…
상속세…

KCGI가 지분 확보를 계속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미 1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만큼 물러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수익 면에서도 나쁘지 않다. 한진칼 주가는 KCGI의 역할과 존재감이 부각되면서 상승세를 탔다. 고 조 전 회장 사망 전 한진칼 주가는 2만원대 수준이었지만 이후 4만원대를 기록했다. 주가가 상승하면서 수익도 상승했다.

KCGI는 한진칼 경영권 개입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지난 4일 한진칼 공시에 따르면 그레이홀딩스는 지난달 29일 ‘검사인 선임’을 요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청했다. 고 조 전 회장의 퇴직금 및 퇴직위로금 지급 관련 규정에 대해 주주총회, 이사회 결의가 이뤄졌는지 검사인 선임을 통해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KCGI가 소송을 제기한 까닭은 총수 일가의 상속세 마련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다. 상속세는 상속개시일(사망일) 전후 각각 두 달 동안의 주가를 기준으로 부과된다. 고 조 전 회장의 별세(4월8일)를 기준으로 한다면 상속세는 2월9일서 6월7일까지 한진칼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부과된다.

고 조 전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을 한진 일가는 상속세 마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브리핑서 상속세와 관련해 “제가 이런 언급을 하면 주가에 반영될까 조심스럽다”며 답변을 피한 바 있다. 주가가 상승할수록 상속세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KCGI는 고 조 전 회장의 퇴직금이 한진 일가의 상속세 조달 방안으로 판단, 제동을 걸고자 한다는 분석이다.


고 조 전 회장은 한진칼, 대한항공, 한진 등 5개 계열사서 총 107억1815만원의 보수를 받았고, 대한항공은 그에게 400억원대의 퇴직금을 지급했다. 위로금은 유족의 뜻에 따라 별도로 지급하지 않았다.

주식 15% 넘겨…추가 매입 관심
소송전 불사 ‘본게임 시작됐다’

한진그룹 측은 “고 조 전 회장의 퇴직금 및 퇴직 위로금과 조 회장 선임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정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레이스홀딩스는 조 회장 선임이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 공정위에 제출한 동일인 변경 신청서에 한진칼이 조 회장을 ‘회장’으로 기재했는지 여부도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 한진칼은 “KCGI의 요구와 관련해 추후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사진 왼쪽)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KCGI의 경영권 위협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진 일가의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진그룹은 지난달 공정위의 동일인(총수) 지명을 두고 가족 간 갈등을 노출했다. ‘총수를 누구로 할지’를 두고 조 회장을 비롯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이 의견일치를 보지 못한 것이다. 결국 공정위는 직권으로 조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조 회장은 국제항공운송협회 브리핑서 상속 지분 문제에 대해 “가족들과도 많이 협의하고 있고 합의가 완료됐다고 말씀은 못 드리지만 지금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며 가족 간 갈등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안팎서 흔들리는 한진그룹을 상대로 KCGI는 전열을 가다듬는 모양새다. 지난 3월 주주총회 이후 2라운드 돌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다.

내우외환
흔들흔들

조 회장은 국제항공운송협회 브리핑 당시 KCGI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 “KCGI와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최근에 만난 것은 없다”며 “(회사가)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작년으로 알고 있다”며 “KCGI가 제게 만나자고 연락을 해온 적은 없으며, 연락이 와도 주주로서 만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후 KCGI의 소송 제기로 당분간 긴장된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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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