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노리는 KCGI 노림수

막기 전에 급소부터 친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서막이 열렸다. KCGI는 한진칼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 2대 주주로 등극했다. KCGI는 최근까지 경영권 개입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한진그룹 내 악재가 매듭지어지지 못하는 가운데 KCGI의 공세는 확대되고 있다. 이들의 신경전은 결국 소송전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지난 3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서울 연차총회 최종 브리핑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취임 이후 첫 공식 행사이자 첫 기자간담회였다. 지난 4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 이후 그룹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아울러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의 개입 여부로 그룹의 정상궤도 안착에 관심이 쏠렸다. 

강성부 펀드
적극적 공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이날 KCGI에 대해 “대주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한국형 행동주의 사모펀드’를 표방하는 KCGI는 지난해 말부터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의 지분을 야금야금 차지하고 있다.

KCGI를 이끌고 있는 강성부 KCGI 대표는 과거 LK투자파트너스를 설립해 투자 수익을 올리던 중 지난해 7월 독립, KCGI를 설립했다. 강 대표는 블라인드 펀드로 1300억원이 넘는 출자금을 모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KCGI는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면서 투자 배경에 대해 밝혔다.


KCGI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진칼은 대한항공과 진에어, 한진 등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회사”라며 “계열사들의 유휴자산 보유와 투자지연 등으로 매우 저평가돼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진칼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증대 기회도 매우 높다”며 “주요주주로서의 감시 및 견제 역할을 활발하게 수행할 경우 한진칼의 기업가치 증대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KCGI는 지난해 11월 장내매수를 통해 한진칼 지분의 9%를 확보, 2대 주주였던 국민연금을 단숨에 제쳤다. 이어 지난해 12월 한진칼 지분을 10.71%로 늘렸는데 한진칼의 핵심 자회사 한진으로 그 범위를 넓히기도 했다. 지난 1월엔 한진 지분 8.03%를 획득했고, 그 다음 달에 10.17%로 지분을 높였다.

KCGI는 지난 1월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공개 제안하는 등 본격적으로 고삐를 당기고 있다. KCGI는 한진칼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을 내세우는가 하면 대주주 일가 개인 차원의 비위 행위와 사익편취 행위, 상속세 절감 의혹, 계열사 지배 문제 등을 거리낌 없이 언급했다.

나아가 ‘회사에 대해 범죄행위를 저지르거나 회사의 평판을 실추시킨 자의 임원 취임 금지’를 거론하며 사실상 총수 일가를 정조준했다.

경영권 분쟁 서막? 기싸움 팽팽
꾸준히 지분 확보 적극 개입 의지

KCGI의 적극적인 행보와 함께 지난 3월 주주총회가 열렸다. 당시 KCGI는 한진칼 2대주주로서의 역할이 시험대에 올랐다.

당시 주총의 핵심 안건 중 하나는 ‘석태수 사내이사 사장 재선임’이었는데 KCGI는 석 사장의 연임을 반대했다. 석 사장이 한진해운 파산 등과 관련해 그룹을 위기에 빠트렸다는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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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석 사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사내이사에 재선임되면 더 투명한 책임경영을 통해서 회사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주주들에게 호소했다.

반면 주총에 참여했던 신민석 KCGI 부대표는 “한진해운 사태 당시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한진칼 사내이사로 한진해운 지원을 위해 상표권을 인수해 한진칼 주주 이익을 훼손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KCGI는 석 사장의 재선임 반대를 분명히 했지만 결과는 찬성 65.46%로 결국 재선임됐다. 석 사장 안건 외에도 재무제표 승인 등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혔지만 관철시키지 못했고 주총은 KCGI의 패배로 막을 내렸다.

KCGI는 이후 한진칼 보유 지분을 늘렸으며 지난 4월 14.84%에 이어 지난달 15.98%의 지분을 추가로 획득했다. 또 지분을 최대주주 고 조 전 회장(17.84%)과 2%포인트 내로 좁혔다.

KCGI는 한진칼 지분을 15.98%로 늘리면서 “‘승계 및 특수상황 부문’과 ‘글로벌 부문’을 신규사업 부문으로 신설했다”고 밝혔다. KCGI의 사업 신설은 한진칼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됐다.

지분 확대
관철 의지

KCGI는 승계 및 특수상황 부문에 대해 “기업의 성공적 승계와 특수상황서 주주와 기업은 물론, 경영자와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들 공동의 문제해결서 발생하는 투자기회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칼이 마주한 승계과정 등에서 역할을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글로벌 부문에 대해선 ‘신규 해외투자기관 발굴’과 ‘이를 통한 투자자 유치 업무 담당’이라고 소개했다.

KCGI는 5개의 계열사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SPC)인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를 중심으로 유한회사 엠마홀딩스, 유한회사 디니즈홀딩스, 유한회사 캐롤라인홀딩스, 유한회사 베티홀딩스가 한진칼 지분을 매입했다. 5개 계열사의 출자금은 각각 ‘KCGI 제1호(의 2∼5호) 사모투자합자회사’서 비롯됐다.

지분 15.98%를 달성하면서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공정거래법 제12조에 따르면 상장사 주식 15% 이상(비상장사 주식은 20%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기업결합신고’를 해야 한다. 기업결합신고란 2개의 기업이 1개의 기업으로 합병되거나 별개인 2개의 기업 가운데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의 주식을 취득해 실질적으로 경영을 지배하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신고하는 것을 말한다.

독과점 등 시장경제 왜곡 여부에 대해 심사를 받는 것이다.
 

▲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자산총액이나 매출액이 3000억원 이상인 회사가 자산총액이나 매출액이 300억원 이상인 기업의 주식을 취득할 때 기업결합신고를 해야 한다. 그 반대의 경우(자산총액이나 매출액이 300억원 이상인 회사가 자산총액이나 매출액이 3000억원 이상인 기업의 주식을 취득할 때)도 해당된다.

KCGI가 기업결합신고를 하게 된다면 투자자를 공개해야 한다. 심사 과정서 자금출처를 확인하기 때문이다. 사모펀드는 소수 투자자로 구성된 만큼 당사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또 투자자 공개 시 한진칼의 접촉 여부도 KCGI에겐 리스크로 통한다. 한진칼서 투자자들을 우호세력으로 확보하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퇴직금…
상속세…

KCGI가 지분 확보를 계속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미 1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만큼 물러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수익 면에서도 나쁘지 않다. 한진칼 주가는 KCGI의 역할과 존재감이 부각되면서 상승세를 탔다. 고 조 전 회장 사망 전 한진칼 주가는 2만원대 수준이었지만 이후 4만원대를 기록했다. 주가가 상승하면서 수익도 상승했다.

KCGI는 한진칼 경영권 개입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지난 4일 한진칼 공시에 따르면 그레이홀딩스는 지난달 29일 ‘검사인 선임’을 요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청했다. 고 조 전 회장의 퇴직금 및 퇴직위로금 지급 관련 규정에 대해 주주총회, 이사회 결의가 이뤄졌는지 검사인 선임을 통해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KCGI가 소송을 제기한 까닭은 총수 일가의 상속세 마련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다. 상속세는 상속개시일(사망일) 전후 각각 두 달 동안의 주가를 기준으로 부과된다. 고 조 전 회장의 별세(4월8일)를 기준으로 한다면 상속세는 2월9일서 6월7일까지 한진칼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부과된다.

고 조 전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을 한진 일가는 상속세 마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브리핑서 상속세와 관련해 “제가 이런 언급을 하면 주가에 반영될까 조심스럽다”며 답변을 피한 바 있다. 주가가 상승할수록 상속세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KCGI는 고 조 전 회장의 퇴직금이 한진 일가의 상속세 조달 방안으로 판단, 제동을 걸고자 한다는 분석이다.


고 조 전 회장은 한진칼, 대한항공, 한진 등 5개 계열사서 총 107억1815만원의 보수를 받았고, 대한항공은 그에게 400억원대의 퇴직금을 지급했다. 위로금은 유족의 뜻에 따라 별도로 지급하지 않았다.

주식 15% 넘겨…추가 매입 관심
소송전 불사 ‘본게임 시작됐다’

한진그룹 측은 “고 조 전 회장의 퇴직금 및 퇴직 위로금과 조 회장 선임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정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레이스홀딩스는 조 회장 선임이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 공정위에 제출한 동일인 변경 신청서에 한진칼이 조 회장을 ‘회장’으로 기재했는지 여부도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 한진칼은 “KCGI의 요구와 관련해 추후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사진 왼쪽)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KCGI의 경영권 위협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진 일가의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진그룹은 지난달 공정위의 동일인(총수) 지명을 두고 가족 간 갈등을 노출했다. ‘총수를 누구로 할지’를 두고 조 회장을 비롯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이 의견일치를 보지 못한 것이다. 결국 공정위는 직권으로 조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조 회장은 국제항공운송협회 브리핑서 상속 지분 문제에 대해 “가족들과도 많이 협의하고 있고 합의가 완료됐다고 말씀은 못 드리지만 지금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며 가족 간 갈등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안팎서 흔들리는 한진그룹을 상대로 KCGI는 전열을 가다듬는 모양새다. 지난 3월 주주총회 이후 2라운드 돌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다.

내우외환
흔들흔들

조 회장은 국제항공운송협회 브리핑 당시 KCGI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 “KCGI와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최근에 만난 것은 없다”며 “(회사가)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작년으로 알고 있다”며 “KCGI가 제게 만나자고 연락을 해온 적은 없으며, 연락이 와도 주주로서 만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후 KCGI의 소송 제기로 당분간 긴장된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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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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