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중복 예매 피해담

내 계정에 다른 사람 항공권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제주항공을 이용하던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항공권 예매 후 예약 내역을 확인하던 중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비행기표가 무려 4장이나 포함돼있었던 것.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다. 어쩌다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제주항공 중복 예매 사건’의 전말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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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달 24일, 남편과 함께 ‘제주∼서울(김포)’ 항공권을 제주항공 앱으로 예매했다. A씨는 이날 오후 5시30분경 예매가 잘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예약목록을 살폈는데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 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항공권 예매 내역이 있었기 때문이이다. 이들은 총 4명으로 ‘부산∼사이판’ 항공권을 A씨보다 앞서 예매했다.

몹시 당혹

A씨는 제주항공에 곧바로 문의했다. A씨에 따르면 제주항공 측은 “확인 후 다시 전화를 주겠다”고 답했다. A씨는 다른 사람의 항공권 예매목록을 동영상으로 촬영, 30분 뒤 제주항공에 전달했다. 제주항공 측에선 “대문자인 아이디를 소문자로 바꿔야 하고, 기존과 다른 아이디를 사용해야 한다”며 아이디 변경을 요청했다.

A씨는 께름칙한 마음에 본인과 남편의 항공권을 모두 취소했다. 이후 제주항공서 A씨 남편의 휴대전화로 연락이 왔다. 당시 제주항공 측은 “해킹 건으로 연락을 드렸다”며 “해킹을 당해 항공권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이를 듣고 있던 A씨의 남편은 “무슨 소리냐”며 “해킹이 아니라 우리가 취소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A씨는 제주항공이 시스템 오류의 책임을 자신의 아이디로 떠넘기는 것 같아 아이디 변경을 보류했다. 그런데 제주항공은 A씨에게 어떠한 통보도 없이 아이디 로그인을 강제로 중단시켰다.


시스템 오류? 해킹?…논란 증폭
아이디 탓? 시스템 바뀐 지 오래

A씨는 이튿날 로그인을 시도했지만 ‘로그인이 불가한 아이디입니다’라는 안내문이 나왔다. 그 다음날에는 신규 아이디로 변경하라는 창이 떴다.

결국 A씨는 한국소비자원에 피해상담을 신청했다. 제주항공은 이를 통해 “고객님께서 가입하신 아이디가 최초 대문자로 가입돼 시스템의 문제로 부득이 타승객의 예약이 표출됐다”며 “현재 해당 상황에 대해 조치 중에 있다”고 답했다. 이어 “불편을 드린 점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드리고, 개선과 노력을 통해 동일사항이 발생되지 않도록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초창기 회원가입 당시 대문자를 사용한 아이디도 허용했지만, 이후 시스템이 바뀌면서 아이디는 소문자로만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스템 변경 시기는 10여년 전이었다.

이 관계자는 “(A씨가) 엄청난 피해를 본 것은 아니었다. 아이디 변경을 요청드렸다”며 “현재 제주항공 계정은 대문자로 사용할 수 없는데 이는 시스템상 오류였고 신경썼어야 했다”고 언급했다.
 

제주항공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A씨의 아이디가 ‘ABC’이었다면 다른 이의 아이디는 ‘abc’였고, 시스템상 두 아이디를 중복으로 인식해 예매목록이 겹쳤다는 것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A씨가) 오랜만에 이용한 것 같고, 앱의 경우 자동로그인이 된다”고도 했다. 즉 A씨가 시스템 변경 이후 처음으로 로그인을 했거나, 앱 로그인은 자동으로 되기 때문에 과거 아이디를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A씨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제주항공을 오래 전부터 거의 매년 이용하고 있다고 지난 3월에 휴대전화를 바꿨다”며 “제주항공 앱을 다시 설치해 직접 로그인했는데 제주항공의 설명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용객도 사측도 “처음 있는 일”
개인정보 고스란히 노출되기도

제주항공 측은 해킹을 언급한 것에 대해 “당시 동일 아이디에 대한 (일이란 것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그때는 해킹 외에 다른 이야기도 했고, ‘해킹이 의심된다’고 연락을 드렸는데 A씨 측에서 ‘우리가 취소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씨는 여전히 제주항공 측의 설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A씨는 “(제주항공 측의 말이 사실이라면)첫 통화서 이미 아이디를 변경해야 한다고 말해놓고, 해킹을 언급한 당일에는 ‘동일 아이디로 인해 발생한 일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명한 것”이라며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측은 아이디 강제 중단에 대해 “강제 중단이 아니다. 아이디 변경에 대한 내용을 이미 설명해드린 바 있다”며 “중복된 아이디가 있으면 안 되다 보니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A씨는 “처음부터 시스템 오류거나 입력 오류라고 사과했으면 납득했겠지만 본인들의 잘못이라 하지 않고 아이디의 문제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처음 있는 일이었고 피해는 없었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피해 없어”

A씨는 “나쁜 마음을 먹으면 중복으로 드러난 타인의 예매목록을 악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우려했다. 실제로 A씨의 예약목록에는 사이판행 티켓을 예매한 이들의 출발 및 도착 시각부터 편명, 구간, 탑승자 이름, 항공권 번호 등 운행정보가 나와 있었다. 또 카드번호 뒷자리, 할부 개월, 승인번호, 결제일, 결제금액 등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정보들도 모두 노출돼있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국소비자원은?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은 소비자기본법 제57조에 의한 합의 권고기관이다.

소비자원은 사업자와 소비자의 거래관계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소비자가 제시하는 객관적 자료(계약서, 사업자의 과실 또는 책임을 입증할 수 있는 것 등)에 근거해 소비자 관련 법률 및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 등으로 해당 물품이나 용역의 수리, 교환, 반품, 금전적 배상 및 계약의 이행, 해지 등에 대해 사업자와 합의권고 업무를 수행한다.

다만 소비자원은 행정적, 사법적 권한이 없어 강제성이 없고 업자에 대한 시청과 제재조치를 취할 수 없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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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