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이 꺼내든 ‘신북풍’ 시나리오

또 꺼낸 음모론 레퍼토리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좌우 이데올로기 갈등 속에서 남북관계는 선거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단골 요인이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를 ‘북풍’이라 일컬으며 선거서 북한을 제3의 변수로 보고 있다. 지난해 4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는 평화의 북풍으로 빠르게 물들었다. 이후 불어온 북한발 순풍은 지난 지방선거서 여당의 압승을 이끄는 데 한몫했다. 하지만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북한은 미사일을 연달아 발사했고 국민들은 평화 정책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내년 2020 총선서 북풍은 여당에게 ‘순풍’일지 ‘역풍’일지 <일요시사>가 조명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한국사진공동취재단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하 국정원장), 김현경 MBC 북한전문기자의 비공개 회동에 대한 감찰을 요구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내년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신(新)북풍’을 모의하려는 시도라며 공세에 나섰다. 한국당이 주장하는 신북풍은 남북과 북미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 평화 기류에 기인한다. 과거의 북풍과 결이 다른 신북풍은 총선에 어떤 바람으로 불어올까.

양정철-서훈
만남 목적은?

최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정원장의 만남을 두고 한국당이 거센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국정원 관권선거 의혹 대책위 회의서 “대한민국 최고 정보권력자와 민주당 내 공천실세 총선전략가의 어두운 만남 속에서 우리는 당연히 선거공작의 냄새를 맡을 수밖에 없다”며 “북풍 정치가 내년 선거서 또다시 반복되는 것 아니냐”고 신북풍의 기획설을 주장했다.

이혜훈 정보위원장(바른미래당 소속)은 “지금 대북 정세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는 와중에 국정원장이 여당의 총선 기획자라는 사람을 만나서 네 시간 반 동안 옛날 이야기를 하면서 환담이나 나누겠냐”며 둘의 만남은 신북풍을 계획하는 자리였을 것이라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작년 북미정상회담의 여세로 여당이 집권에 성공했기에 회담서 다음 총선의 신북풍을 기획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석한 김 기자는 “양 원장의 귀국 인사를 겸한 자리였고, 총선 이야기는 없었다”며 한국당의 주장을 일축했다.
 

▲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양 원장은 “북한전문기자가 있는 자리서 북풍을 기획했다면 MBC가 희대의 특종을 했을 것”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양 원장과 서훈 국정원장은 오랜 지인이다. 2년 만에 가진 사적인 자리에 기자가 동석했다. 현직 언론인이 있는 자리서 총선과 같은 부담스러운 얘기가 오고 갈 수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식사자리에 대북담당 기자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의심을 하는 것과 선거 전략을 일반 대중 식당서 논의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서 “언론을 무시하는 행위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주장”이라며 “북풍은 한국당 전신들이 해왔지 않느냐”고 한국당에 역공을 가했다.

순풍으로?
역풍으로?

북풍은 한국당의 전신 정권들이 활용해왔던 변수다. 과거 보수 정당들은 국가 안보 불안을 증폭시켜 보수 진영을 결집했다. 군사 독재 시절엔 ‘북한의 위협’이라는 한반도의 ‘숙명’을 권력 확장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안기부 등 분단 기득권 세력과 함께 국민 안보 불안을 극대화시켜 민주주의를 말살시키는 데 성공했다.
 

▲ 서훈 국가정보원장 ⓒ국회사진취재단

국정원 선거 개입 역시 한국당의 전신 정권서 벌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18대 대선 때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댓글조작이 있었다. 당시 재판부는 “원세훈 전 원장이 국정원 조직 정점서 이 활동을 지시하고 범행 실행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한국당의 전신 정권들은 굵직한 선거가 있을 때마다 ‘색깔론’으로 지지층을 결집했다.

한국당의 신북풍에 대한 의혹 제기가 자신들의 과거를 잊은 무분별한 의혹 제기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남북관계 선거판 뒤집을 단골카드
내년 총선 멀었는데 군불때기 왜?

한국당의 신북풍 의혹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한국당은 지방선거 참패의 원인을 6·12북미정상회담으로 꼽으며,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한국당의 전당대회와 같은 날짜에 열리는 것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형성되면 전당대회의 컨벤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로 해석된다.

한국당 나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서 “지난 지방선거 때 신북풍으로 재미를 본 정부 여당이 내년 총선서 신북풍을 계획한다면 그러지 말라는 말을 드리고 싶다”며 신북풍을 경계하고 나섰다.

이후 여야 정치권에선 ‘초현실주의적인 상상력’이라며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한국당의 주장을 ‘과대망상’이라 비꼬았다. 바른미래당 김익환 의원은 “북미회담 날짜 정하는 데 한국당 전당대회의 일정을 고려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황당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평화를 위해서는 한국당이 수구 냉전식 사고를 버릴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반도에 불어닥친 초대형 평화 바람이 지난 지방선거서 여당 압승에 일조한 건 사실이나 북미정상회담은 양국이 조율해서 정한 날짜다. 미국이 자국의 이권과 무관한 일개 야당의 당 대표를 뽑는 선거를 위해 정상회담 일정을 맞춘다고 주장하는 건 다소 억지스러워 보인다. 지나친 비약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이 계속 북풍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대망상"
확대 경계

한국 전쟁을 경험한 세대에게 북한은 두려움과 분노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엿보일 때마다 안보 정서는 선거 이성을 마비시켰고, 한국당의 전신들은 민심의 불안을 철저하게 파고들었다.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 역시 쿠데타 정권의 컴플렉스에서 벗어나고자 교묘하게 북풍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드셌던 북풍도 2000년 이후 힘을 잃었다. 2002년 16대 대선에선 제2연평해전과 2차 북핵위기로 북풍이 일었으나 ‘노무현 바람’에 꺾였다. 이후 2010년에는 천안함 침몰이라는 메가톤급 북풍이 불었으나, 그해 6·2지방선거서 당시 한나라당은 참패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한국사진공동취재단

북풍 효과는 갈수록 그 힘을 잃고 있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문재인정권 이후 한반도에 평화 기류가 흐르면서 한국당의 북풍은 자연스레 모습을 감추게 됐다. 문정부의 한반도 평화정책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자, 한국당이 더 이상 북풍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한국당의 과대망상은 정권을 되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보수결집 포석으로 해석
내친김에 중도까지 포섭?

그렇다면 내년 총선서 신북풍의 영향력은 있을까. 순풍일까. 역풍일까. 아니면 잠잠한 미풍일까.


최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로 국민들은 평화 정책에 대한 회의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평화가 곧 경제’라며 ‘평화구축에 이은 경제 활성화’를 구성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경기가 불황을 겪으면서 화해 기류에 기반을 둔 신북풍 역시 내년 선거서 힘이 빠질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의 대북 정책이 자칫 북한 퍼주기로 비춰질 경우 신북풍은 여당에게 ‘역풍’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 영화 공작 포스터

정치권의 한 인사는 “역대 선거를 반추할 때 북한과의 관계가 일정 영향을 미쳤던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차기 총선서 북한 이슈가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다양한 외부요인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고 피력했다. 범여권의 한 의원 측은 “현재 경기가 안 좋아 바닥 민심이 좋지 않지만, 내년 선거를 앞두고 경제 발전의 동력을 기대해볼 만한 남북관계 개선의 획기적 돌파구가 마련된다면 분위기가 좋아지지 않겠느냐”며 순풍을 예상했다.

평화냐
경제냐

전경만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미관계가 악화일로의 급랭으로 치닫다가 선거가 임박할 즈음 급속한 화해모드로 전환한다면 여론의 분위기 또한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득표 유불리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 시기 여부가 결정되는 등 국내 변수와 국외적 한반도 변수가 맞물린다면, 정부 여당에 좀 더 유리한 양상이 될 수 있다”고 가늠했다.

화해와 협력, 북미 외교관계에 따른 한반도 평화 정착은 신북풍이 가져다준 선물이다. 한국당은 과거 유물인 북풍서 벗어나 더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어야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과거 북풍 흑역사

흑금성 사건은 지난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김대중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안기부가 주도한 ‘북풍’ 중 하나다. 흑금성은 안기부가 (주)아자커뮤니케이션 측에 전무로 위장 취업시킨 박채서씨의 암호명으로, 안기부는 그를 통해 대북사업과 관련된 공작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안기부 공작원이었던 박채서씨는 북한 고위관계자들과 만나 사업을 성사시키는 핵심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1998년 3월 안기부의 전 해외실장인 이대성씨가 국내 정치인과 북한 고위층 인사 간의 접촉내용을 담은 기밀정보를 폭로하면서 이 사업에 차질이 생겼다.

당시 ‘이대성 파일’로 불린 이 정보는 안기부가 1996년부터 1997년 2월까지 중국 베이징서 이뤄진 국내 정치권과 북한 고위층 사이의 접촉을 취합한 기밀정보로, 대북공작원 흑금성의 활약상이 담겨 있었다.

이는 1997년 대선 당시 북한 관련 정보가 어떻게 선거와 정치에 이용됐는지를 드러내는 국가 1급 비밀이었다. 결국 이대성 파일서 공개된 흑금성이란 인물이 언론을 통해 박채서씨로 알려지면서 아자커뮤니케이션의 대북사업은 북측의 반발로 전면 중단됐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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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