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이 꺼내든 ‘신북풍’ 시나리오

또 꺼낸 음모론 레퍼토리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좌우 이데올로기 갈등 속에서 남북관계는 선거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단골 요인이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를 ‘북풍’이라 일컬으며 선거서 북한을 제3의 변수로 보고 있다. 지난해 4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는 평화의 북풍으로 빠르게 물들었다. 이후 불어온 북한발 순풍은 지난 지방선거서 여당의 압승을 이끄는 데 한몫했다. 하지만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북한은 미사일을 연달아 발사했고 국민들은 평화 정책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내년 2020 총선서 북풍은 여당에게 ‘순풍’일지 ‘역풍’일지 <일요시사>가 조명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한국사진공동취재단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하 국정원장), 김현경 MBC 북한전문기자의 비공개 회동에 대한 감찰을 요구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내년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신(新)북풍’을 모의하려는 시도라며 공세에 나섰다. 한국당이 주장하는 신북풍은 남북과 북미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 평화 기류에 기인한다. 과거의 북풍과 결이 다른 신북풍은 총선에 어떤 바람으로 불어올까.

양정철-서훈
만남 목적은?

최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정원장의 만남을 두고 한국당이 거센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국정원 관권선거 의혹 대책위 회의서 “대한민국 최고 정보권력자와 민주당 내 공천실세 총선전략가의 어두운 만남 속에서 우리는 당연히 선거공작의 냄새를 맡을 수밖에 없다”며 “북풍 정치가 내년 선거서 또다시 반복되는 것 아니냐”고 신북풍의 기획설을 주장했다.

이혜훈 정보위원장(바른미래당 소속)은 “지금 대북 정세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는 와중에 국정원장이 여당의 총선 기획자라는 사람을 만나서 네 시간 반 동안 옛날 이야기를 하면서 환담이나 나누겠냐”며 둘의 만남은 신북풍을 계획하는 자리였을 것이라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작년 북미정상회담의 여세로 여당이 집권에 성공했기에 회담서 다음 총선의 신북풍을 기획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석한 김 기자는 “양 원장의 귀국 인사를 겸한 자리였고, 총선 이야기는 없었다”며 한국당의 주장을 일축했다.
 

▲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양 원장은 “북한전문기자가 있는 자리서 북풍을 기획했다면 MBC가 희대의 특종을 했을 것”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양 원장과 서훈 국정원장은 오랜 지인이다. 2년 만에 가진 사적인 자리에 기자가 동석했다. 현직 언론인이 있는 자리서 총선과 같은 부담스러운 얘기가 오고 갈 수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식사자리에 대북담당 기자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의심을 하는 것과 선거 전략을 일반 대중 식당서 논의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서 “언론을 무시하는 행위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주장”이라며 “북풍은 한국당 전신들이 해왔지 않느냐”고 한국당에 역공을 가했다.

순풍으로?
역풍으로?

북풍은 한국당의 전신 정권들이 활용해왔던 변수다. 과거 보수 정당들은 국가 안보 불안을 증폭시켜 보수 진영을 결집했다. 군사 독재 시절엔 ‘북한의 위협’이라는 한반도의 ‘숙명’을 권력 확장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안기부 등 분단 기득권 세력과 함께 국민 안보 불안을 극대화시켜 민주주의를 말살시키는 데 성공했다.
 

▲ 서훈 국가정보원장 ⓒ국회사진취재단

국정원 선거 개입 역시 한국당의 전신 정권서 벌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18대 대선 때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댓글조작이 있었다. 당시 재판부는 “원세훈 전 원장이 국정원 조직 정점서 이 활동을 지시하고 범행 실행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한국당의 전신 정권들은 굵직한 선거가 있을 때마다 ‘색깔론’으로 지지층을 결집했다.

한국당의 신북풍에 대한 의혹 제기가 자신들의 과거를 잊은 무분별한 의혹 제기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남북관계 선거판 뒤집을 단골카드
내년 총선 멀었는데 군불때기 왜?

한국당의 신북풍 의혹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한국당은 지방선거 참패의 원인을 6·12북미정상회담으로 꼽으며,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한국당의 전당대회와 같은 날짜에 열리는 것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형성되면 전당대회의 컨벤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로 해석된다.

한국당 나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서 “지난 지방선거 때 신북풍으로 재미를 본 정부 여당이 내년 총선서 신북풍을 계획한다면 그러지 말라는 말을 드리고 싶다”며 신북풍을 경계하고 나섰다.

이후 여야 정치권에선 ‘초현실주의적인 상상력’이라며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한국당의 주장을 ‘과대망상’이라 비꼬았다. 바른미래당 김익환 의원은 “북미회담 날짜 정하는 데 한국당 전당대회의 일정을 고려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황당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평화를 위해서는 한국당이 수구 냉전식 사고를 버릴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반도에 불어닥친 초대형 평화 바람이 지난 지방선거서 여당 압승에 일조한 건 사실이나 북미정상회담은 양국이 조율해서 정한 날짜다. 미국이 자국의 이권과 무관한 일개 야당의 당 대표를 뽑는 선거를 위해 정상회담 일정을 맞춘다고 주장하는 건 다소 억지스러워 보인다. 지나친 비약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이 계속 북풍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대망상"
확대 경계

한국 전쟁을 경험한 세대에게 북한은 두려움과 분노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엿보일 때마다 안보 정서는 선거 이성을 마비시켰고, 한국당의 전신들은 민심의 불안을 철저하게 파고들었다.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 역시 쿠데타 정권의 컴플렉스에서 벗어나고자 교묘하게 북풍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드셌던 북풍도 2000년 이후 힘을 잃었다. 2002년 16대 대선에선 제2연평해전과 2차 북핵위기로 북풍이 일었으나 ‘노무현 바람’에 꺾였다. 이후 2010년에는 천안함 침몰이라는 메가톤급 북풍이 불었으나, 그해 6·2지방선거서 당시 한나라당은 참패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한국사진공동취재단

북풍 효과는 갈수록 그 힘을 잃고 있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문재인정권 이후 한반도에 평화 기류가 흐르면서 한국당의 북풍은 자연스레 모습을 감추게 됐다. 문정부의 한반도 평화정책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자, 한국당이 더 이상 북풍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한국당의 과대망상은 정권을 되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보수결집 포석으로 해석
내친김에 중도까지 포섭?

그렇다면 내년 총선서 신북풍의 영향력은 있을까. 순풍일까. 역풍일까. 아니면 잠잠한 미풍일까.


최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로 국민들은 평화 정책에 대한 회의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평화가 곧 경제’라며 ‘평화구축에 이은 경제 활성화’를 구성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경기가 불황을 겪으면서 화해 기류에 기반을 둔 신북풍 역시 내년 선거서 힘이 빠질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의 대북 정책이 자칫 북한 퍼주기로 비춰질 경우 신북풍은 여당에게 ‘역풍’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 영화 공작 포스터

정치권의 한 인사는 “역대 선거를 반추할 때 북한과의 관계가 일정 영향을 미쳤던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차기 총선서 북한 이슈가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다양한 외부요인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고 피력했다. 범여권의 한 의원 측은 “현재 경기가 안 좋아 바닥 민심이 좋지 않지만, 내년 선거를 앞두고 경제 발전의 동력을 기대해볼 만한 남북관계 개선의 획기적 돌파구가 마련된다면 분위기가 좋아지지 않겠느냐”며 순풍을 예상했다.

평화냐
경제냐

전경만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미관계가 악화일로의 급랭으로 치닫다가 선거가 임박할 즈음 급속한 화해모드로 전환한다면 여론의 분위기 또한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득표 유불리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 시기 여부가 결정되는 등 국내 변수와 국외적 한반도 변수가 맞물린다면, 정부 여당에 좀 더 유리한 양상이 될 수 있다”고 가늠했다.

화해와 협력, 북미 외교관계에 따른 한반도 평화 정착은 신북풍이 가져다준 선물이다. 한국당은 과거 유물인 북풍서 벗어나 더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어야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과거 북풍 흑역사

흑금성 사건은 지난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김대중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안기부가 주도한 ‘북풍’ 중 하나다. 흑금성은 안기부가 (주)아자커뮤니케이션 측에 전무로 위장 취업시킨 박채서씨의 암호명으로, 안기부는 그를 통해 대북사업과 관련된 공작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안기부 공작원이었던 박채서씨는 북한 고위관계자들과 만나 사업을 성사시키는 핵심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1998년 3월 안기부의 전 해외실장인 이대성씨가 국내 정치인과 북한 고위층 인사 간의 접촉내용을 담은 기밀정보를 폭로하면서 이 사업에 차질이 생겼다.

당시 ‘이대성 파일’로 불린 이 정보는 안기부가 1996년부터 1997년 2월까지 중국 베이징서 이뤄진 국내 정치권과 북한 고위층 사이의 접촉을 취합한 기밀정보로, 대북공작원 흑금성의 활약상이 담겨 있었다.

이는 1997년 대선 당시 북한 관련 정보가 어떻게 선거와 정치에 이용됐는지를 드러내는 국가 1급 비밀이었다. 결국 이대성 파일서 공개된 흑금성이란 인물이 언론을 통해 박채서씨로 알려지면서 아자커뮤니케이션의 대북사업은 북측의 반발로 전면 중단됐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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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비 마친 민주당 속도전

재정비 마친 민주당 속도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신임 원내대표와 세 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하면서 제모습을 되찾았다. 신임 원내대표는 당의 발목을 잡은 ‘김병기 논란’과 ‘공천 헌금 의혹’을 털어내야 한다. ‘정청래 체제’에 힘이 실렸다는 평가 속 세 명의 최고위원은 ‘당정 엇박자’ 논란을 최소화하면 남은 개혁을 해치워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와 최고위원이 선출됐다. 한병도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강득구·문정복·이성윤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맡으면서 새 진용을 꾸렸다. 쏠리는 권력구도 한병도 신임 원내대표는 수락연설을 통해 “지금, 이 순간부터 일련의 혼란을 신속하게 수습하고 내란 종식, 검찰개혁, 사법개혁 민생 개선에 시급히 나서겠다”며 “우리의 목표는 하나,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정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민생을 빠르게 개선해서 이재명정부 성공을 든든하게 뒷받침하도록 하겠다”며 “지방선거라는 큰 시험대가 우리 눈앞에 있다. 더 낮고 겸손한 자세를 견지하면서도 유능한 집권여당의 모습을 국민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당당하게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야당과의 관계에서도 원칙을 분명히 지키겠다고 밝혔다. 한 원내대표는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열린 자세로 대화와 타협에 나서겠다”면서도 “내란 옹호, 민생을 발목 잡는 정쟁은 단호히 끊어내겠다. 선배·동료 의원님들께선 집권여당 국회의원으로서의 책임감을 저와 함께 나눠 들어달라”고 제안했다. 이번 원내대표 보궐선거는 각종 비위 의혹에 휩싸인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사퇴함에 따라 치러진 것으로, 한 원내대표의 임기는 오는 5월 중순까지다. 다만 한 원내대표는 합동 토론회 당시 “다음에 출마하지 않을 테니 지지해 달라는 건 맞지 않다”며 연임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 당시 조직본부 공동부본부장과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내는 등 친문(친 문재인) 인사로 분류됐으나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당시 전략기획위원장을 맡는 등 핵심 인사들과 두루 원만한 관계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김 전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가 여러 번 충돌한 만큼 신임 원대는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온건파’를 택했다는 기류가 읽히는 이유다. 한 원내대표는 연이어 발생한 당의 위기를 수습하는 동시에 올해 지방선거를 준비하며 추가 사고를 대비하는 등 ‘안정·관리형’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의 마찰을 최소화하는 한편 정 대표와 청와대 간 가교 역할도 해야 한다. 한 원내대표 선출 배경에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친명(친 이재명) 천준호 의원이 한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의원들 또한 한 원내대표를 차기 권력으로 봤다는 것. 온건한 한병도…‘친청’ 굳힌 지도부 계파 싸움 뒤로하고 닥친 일부터 처리 당시 한 민주당 관계자는 “천 의원은 이 대통령의 당대표 비서실장을 맡았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원내대표 후보 기자회견에 자리한 것은 친명의 마음을 대변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며 “당에서는 명청 갈등에 선을 긋지만 내부에서 자초한 일이다. 그 짧은 시간 안에 김병기-정청래 간 갈등이 여러 번 발생했다. 권력다툼이 없겠느냐마는, 시기가 너무 일렀고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올만한 군불을 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최고위원 3명을 뽑는 보궐선거에서 강득구·이성윤·문정복 의원이 선출됐다. 이 중 강 최고위원은 친명, 나머지 두 사람은 친청(친 정청래)으로 분류돼 계파 대리전이라는 시각도 존재했다. 민주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를 진행한 결과 ▲강득구 30.74% ▲이성윤 24.72% ▲문정복 23.95% 순으로 득표했다고 밝혔다. 친청계와 각을 세웠던 이건태 의원은 20.59%로 탈락했다. 지도부 내 친청계 비율이 높아지면서 이번 선거를 통해 정청래 체제가 굳어졌다는 평이 나온다. 그동안 민주당은 ‘명청 대리전’에 선을 긋고 불필요한 잡음이 생기는 것을 경계했다. 정 대표 또한 최고위원 보궐선거가 끝나고 이어진 마무리 발언으로 “우리는 선거 때는 치열하게 경쟁을 하지만 그건 다 민주당 안에서의 경쟁”이라며 “지도부로서 최선을 다해서 반드시 6·3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고 이재명정부 승리를 위해서 원팀으로, 원보이스로 팀플레이 하도록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 원내대표는 그동안 김 전 원내대표와 정 대표의 갈등을 지켜봐 온 만큼 충돌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원내대표단은 추가 리스크를 막기 위해 ‘안정형’으로 가는 반면, 지도부는 지방선거를 의식해 ‘강경파’ 기조를 유지하는 만큼 이 과정에서 양측 간의 이견을 잘 조율하는 것이 두 사람의 공통된 첫 번째 과제다. 정청래 체제가 견고해지면서 강경 노선 또한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눈길이 쏠리는 것은 이미 한차례 부결된 1인1표제의 부활 여부다. 이성윤·문정복 최고위원은 1인1표제에 강하게 힘을 실었던 만큼 이를 명분 삼아 재추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인1표제는 당 대표 선거 등에서 대의원에 부여된 가중치를 없애고 대신 권리당원 표와 가치를 동등하게 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8월 전당대회서 권리당원의 힘을 입어 당 대표직을 거머쥔 만큼 그들의 가중치를 높여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팀플레이 첫 난관 그러나 지난달 5일 중앙위원회로 부의된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내용을 담은 당헌·당규 개정안이 부결됐다. 70% 넘는 찬성률에도 숙의 과정이 충분치 않았고 영남 등 취약 지역이 존재하는 등 형평성 논란에 부딪혀 재적 과반을 넘지 못한 탓이다. 이는 정 대표의 핵심 공약이었던 만큼 지도부로서 갖춰야 하는 리더십도 타격을 받게 됐다. 정 대표는 보궐선거를 앞둔 당시 이미 1인1표제 도입을 위한 당헌 개정을 즉각 재추진하겠다고 예고해 둔 상태다. 지난 12일 정 대표는 최고위회원회의에서 “민주당을 완전한 ‘당원 주권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다시 한번 약속드린다”며 “국민주권 시대에 걸맞게 당원 주권 시대를 신속하게 열겠다. 이미 천명한 바와 같이 1인1표제는 즉시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인1표제 외에도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 대전·충남 및 광주·전남 통합법, 사법개혁법안 현안 등 입법이 산적했다. 정 대표는 설 연휴 이전 처리를 약속하며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200여개의 민생 법안도 국민의힘의 발목 잡기를 뚫고 처리해 민생을 보살피겠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한 원내대표도 힘을 실었다. 그는 “2차 종합 특검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 수사 공백을 메우고 내란 기획, 지시, 은폐 전모를 남김없이 밝혔다”며 “사면법 개정으로 내란 사범이 사면권 뒤에 숨는 일은 원천 봉쇄하겠다. 내란 청산은 민주주의의 기초이고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다양한 과제를 거침 없이 해치우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들의 첫 시험대는 당을 둘러싼 ‘공천 헌금 의혹’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의혹에 당이 흔들리면서 6월 지방선거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제명 처분을 받은 민주당 김 전 원내대표는 버티기 모드였다가 19일, 돌연 탈당 기자회견 후 당을 떠났다. 현재 김 전 원내대표는 대한항공 호텔·숙박 초대권 의혹, 쿠팡 대표와 고가의 식사 의혹, 공천 헌금 수수 묵인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이에 윤리심판원은 그에게 제명 처분을 내렸고, 김 전 원내대표는 재심을 청구를 예고했던 바 있다.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처분은 늦어도 이달 말쯤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됐으나 스스로 탈당을 선언하면서 민주당 입장에선 또 다른 짐을 덜게 됐다. 민주당은 김 전 원내대표의 시간 끌기가 부담스러울뿐더러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로 거듭 자진 탈당을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지방선거 올인 모드 앞서 한 여권 관계자는 “윤리심판원은 60일 이내에 재심 결정을 해야 하지만 당 지도부는 이보다 빠르게 사안을 매듭짓고 싶어 한다. 여의도는 하루가 다르게 지방선거 모드로 접어들고 있는데 (공천 헌금 의혹에) 메어 있을수록 당에 손해”라면서도 “(정 대표가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비상 징계를 할 가능성은 작다”고 귀띔했다. 민주당은 무너진 당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신뢰를 회복한 뒤 지방선거 기반을 탄탄히 쌓겠다는 방침이다. 공천 헌금 문제를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에서 두고두고 발목 잡히는 만큼 의혹을 제대로 털어내기 위함이다. 공천 헌금 문제를 매듭짓는 동시에 민주당은 6월 지방선거 의제 선점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눈여겨볼 점은 행정통합으로, 지역 표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 이목이 쏠린다. 앞서 민주당 대전시당은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지역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통합 시장을 지방선거에서 선출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민주당 충남·대전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은 황명선 의원은 국회에서 첫 전체회의를 열어 “충남도민과 대전시민의 의견을 철저히 담아낸 특별법을 내년 1월 중에, 늦어도 2월 초까지 발의하고, 2월에 국회 처리, 6·3 지방선거에서 통합시장 선출, 7월1일 통합특별시 출범을 목표로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역 특별위원회 역시 “대한민국의 성장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구조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재명정부의 국가 균형성장 전략인 ‘5극 3특’을 현실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전의 첨단과학 디엔에이(DNA)와 충남의 제조 기반을 결합해 경제 영토를 넓히고, 광역철도와 도로망을 확충해 대전과 충남을 1시간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한편 통합에 걸맞은 자치 권한과 특례 등 재정 주권을 확보해 스스로 설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광주·전남 통합도 급물살을 탔다. 정치권에서는 보수 색채를 띠는 대전·충남 대신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광주·전남이 먼저 통합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전·충남’ ‘광주·전남’ 통합 급물살 척척 맞을까?…6월 지선 표밭 다지기 전력 지난 14일 광주·전남 통합 추진 특별위원회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간담회를 하고 행정통합 시 권역별 발전 계획 수립이 필요함을 전달했다. 공동 위원장을 맡은 김원이 의원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광주·전남, 전남·광주 통합은 이미 사실상 결정됐다”며 “오는 6월 지방선거는 통합자치단체 선거로 치러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전남은 구의원과 단체장 등이 대부분 민주당 소속으로 사실상 통합에 큰 걸림돌은 없을 것이란 해석도 제기된다. 우선 전남도와 광주시가 양 시·도 교육청과 뜻을 모았다. 김 총리와 간담회가 마련된 날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강기정 광주시장, 김대중 전남도교육감, 이정선 광주시교육감 등 네명은 민주당 정책위의장실에서 회담을 열고 본격적으로 통합 논의를 이어갔다. 이들은 회담 후 ‘광주·전남 대통합 공동 합의문’을 발표하고 ▲특별법 제정 추진 ▲27개 시·군·구 정체성 존중 ▲교육자치 보장 등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민주당 광주광역시당도 같은 날 상무위원회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적극 추진을 위한 결의문’을 채택하고, 광주·전남 행정통합 추진을 광주광역시당 공식 당론으로 결정했다. 양부남 광주시당위원장은 결의문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필수 과제”라며 “상무위원회에서 조속한 추진을 공식 당론으로 결정한 만큼, 광주시당이 앞장서 통합 논의를 실행 단계로 책임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보이스’ ‘원팀’을 강조하던 중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복병이 나타났다. 순항하는 줄만 알았던 검찰개혁이 민주당을 두 쪽으로 가르면서다. 한 원내대표는 “검찰개혁 법안과 관련해 정부·의원들 간 이견이 있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얼마 뒤 SNS를 통해 “당정 이견은 없다”고 뒤집었다. 정 대표도 “개별적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 혼란을 일으키는 일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벌써부터 불안 불안 이 같은 일련의 사태에는 완전한 수사·기소 분리 등 당이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민주당은 숙의 과정이라며 논란에 선을 그었지만 새 진용이 꾸려짐과 동시에 손발이 엇나가면서 불안한 기류를 보였다. 청와대와 여당, 강성 지지층과 중도층이라는 급류에 올라탄 민주당이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 ‘장기적 과제’이자 ‘여당의 숙명’으로 자리를 잡았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전·충남 통합 여야 샅바싸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정부여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 관련 새 특별법안 발의를 예고한 데 대해 “특례 없이 행정구역만 합치는 것은 정치공학적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지난해 국민의힘이 먼저 띄운 만큼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견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장 대표는 이장우 대전시장을 만나 “대통령이든 민주당이든 진정성을 가지고 추진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257개 특례뿐 아니라 260개, 270개 더 많은 특례를 담아야 할 것”이며 “특례가 포함되지 않으면 그냥 행정구역만 합치는 것, 시장과 도지사를 합쳐서 한 명의 시장을 내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대전·충남 통합은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이 찬성하고 지금까지 끌고 온 이슈다. 여야를 넘어 대전·충남의 발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수용하는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 대표는 ‘우리도 대전·충남 통합을 적극 환영한다. 공동으로 추진하자’는 발언을 하시길 바란다”며 정부여당에 협조할 것을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