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이 꺼내든 ‘신북풍’ 시나리오

또 꺼낸 음모론 레퍼토리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좌우 이데올로기 갈등 속에서 남북관계는 선거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단골 요인이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를 ‘북풍’이라 일컬으며 선거서 북한을 제3의 변수로 보고 있다. 지난해 4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는 평화의 북풍으로 빠르게 물들었다. 이후 불어온 북한발 순풍은 지난 지방선거서 여당의 압승을 이끄는 데 한몫했다. 하지만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북한은 미사일을 연달아 발사했고 국민들은 평화 정책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내년 2020 총선서 북풍은 여당에게 ‘순풍’일지 ‘역풍’일지 <일요시사>가 조명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한국사진공동취재단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하 국정원장), 김현경 MBC 북한전문기자의 비공개 회동에 대한 감찰을 요구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내년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신(新)북풍’을 모의하려는 시도라며 공세에 나섰다. 한국당이 주장하는 신북풍은 남북과 북미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 평화 기류에 기인한다. 과거의 북풍과 결이 다른 신북풍은 총선에 어떤 바람으로 불어올까.

양정철-서훈
만남 목적은?

최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정원장의 만남을 두고 한국당이 거센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국정원 관권선거 의혹 대책위 회의서 “대한민국 최고 정보권력자와 민주당 내 공천실세 총선전략가의 어두운 만남 속에서 우리는 당연히 선거공작의 냄새를 맡을 수밖에 없다”며 “북풍 정치가 내년 선거서 또다시 반복되는 것 아니냐”고 신북풍의 기획설을 주장했다.

이혜훈 정보위원장(바른미래당 소속)은 “지금 대북 정세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는 와중에 국정원장이 여당의 총선 기획자라는 사람을 만나서 네 시간 반 동안 옛날 이야기를 하면서 환담이나 나누겠냐”며 둘의 만남은 신북풍을 계획하는 자리였을 것이라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작년 북미정상회담의 여세로 여당이 집권에 성공했기에 회담서 다음 총선의 신북풍을 기획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석한 김 기자는 “양 원장의 귀국 인사를 겸한 자리였고, 총선 이야기는 없었다”며 한국당의 주장을 일축했다.
 

▲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양 원장은 “북한전문기자가 있는 자리서 북풍을 기획했다면 MBC가 희대의 특종을 했을 것”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양 원장과 서훈 국정원장은 오랜 지인이다. 2년 만에 가진 사적인 자리에 기자가 동석했다. 현직 언론인이 있는 자리서 총선과 같은 부담스러운 얘기가 오고 갈 수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식사자리에 대북담당 기자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의심을 하는 것과 선거 전략을 일반 대중 식당서 논의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서 “언론을 무시하는 행위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주장”이라며 “북풍은 한국당 전신들이 해왔지 않느냐”고 한국당에 역공을 가했다.

순풍으로?
역풍으로?

북풍은 한국당의 전신 정권들이 활용해왔던 변수다. 과거 보수 정당들은 국가 안보 불안을 증폭시켜 보수 진영을 결집했다. 군사 독재 시절엔 ‘북한의 위협’이라는 한반도의 ‘숙명’을 권력 확장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안기부 등 분단 기득권 세력과 함께 국민 안보 불안을 극대화시켜 민주주의를 말살시키는 데 성공했다.
 

▲ 서훈 국가정보원장 ⓒ국회사진취재단

국정원 선거 개입 역시 한국당의 전신 정권서 벌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18대 대선 때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댓글조작이 있었다. 당시 재판부는 “원세훈 전 원장이 국정원 조직 정점서 이 활동을 지시하고 범행 실행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한국당의 전신 정권들은 굵직한 선거가 있을 때마다 ‘색깔론’으로 지지층을 결집했다.

한국당의 신북풍에 대한 의혹 제기가 자신들의 과거를 잊은 무분별한 의혹 제기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남북관계 선거판 뒤집을 단골카드
내년 총선 멀었는데 군불때기 왜?

한국당의 신북풍 의혹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한국당은 지방선거 참패의 원인을 6·12북미정상회담으로 꼽으며,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한국당의 전당대회와 같은 날짜에 열리는 것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형성되면 전당대회의 컨벤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로 해석된다.

한국당 나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서 “지난 지방선거 때 신북풍으로 재미를 본 정부 여당이 내년 총선서 신북풍을 계획한다면 그러지 말라는 말을 드리고 싶다”며 신북풍을 경계하고 나섰다.

이후 여야 정치권에선 ‘초현실주의적인 상상력’이라며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한국당의 주장을 ‘과대망상’이라 비꼬았다. 바른미래당 김익환 의원은 “북미회담 날짜 정하는 데 한국당 전당대회의 일정을 고려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황당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평화를 위해서는 한국당이 수구 냉전식 사고를 버릴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반도에 불어닥친 초대형 평화 바람이 지난 지방선거서 여당 압승에 일조한 건 사실이나 북미정상회담은 양국이 조율해서 정한 날짜다. 미국이 자국의 이권과 무관한 일개 야당의 당 대표를 뽑는 선거를 위해 정상회담 일정을 맞춘다고 주장하는 건 다소 억지스러워 보인다. 지나친 비약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이 계속 북풍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대망상"
확대 경계

한국 전쟁을 경험한 세대에게 북한은 두려움과 분노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엿보일 때마다 안보 정서는 선거 이성을 마비시켰고, 한국당의 전신들은 민심의 불안을 철저하게 파고들었다.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 역시 쿠데타 정권의 컴플렉스에서 벗어나고자 교묘하게 북풍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드셌던 북풍도 2000년 이후 힘을 잃었다. 2002년 16대 대선에선 제2연평해전과 2차 북핵위기로 북풍이 일었으나 ‘노무현 바람’에 꺾였다. 이후 2010년에는 천안함 침몰이라는 메가톤급 북풍이 불었으나, 그해 6·2지방선거서 당시 한나라당은 참패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한국사진공동취재단

북풍 효과는 갈수록 그 힘을 잃고 있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문재인정권 이후 한반도에 평화 기류가 흐르면서 한국당의 북풍은 자연스레 모습을 감추게 됐다. 문정부의 한반도 평화정책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자, 한국당이 더 이상 북풍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한국당의 과대망상은 정권을 되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보수결집 포석으로 해석
내친김에 중도까지 포섭?

그렇다면 내년 총선서 신북풍의 영향력은 있을까. 순풍일까. 역풍일까. 아니면 잠잠한 미풍일까.


최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로 국민들은 평화 정책에 대한 회의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평화가 곧 경제’라며 ‘평화구축에 이은 경제 활성화’를 구성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경기가 불황을 겪으면서 화해 기류에 기반을 둔 신북풍 역시 내년 선거서 힘이 빠질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의 대북 정책이 자칫 북한 퍼주기로 비춰질 경우 신북풍은 여당에게 ‘역풍’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 영화 공작 포스터

정치권의 한 인사는 “역대 선거를 반추할 때 북한과의 관계가 일정 영향을 미쳤던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차기 총선서 북한 이슈가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다양한 외부요인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고 피력했다. 범여권의 한 의원 측은 “현재 경기가 안 좋아 바닥 민심이 좋지 않지만, 내년 선거를 앞두고 경제 발전의 동력을 기대해볼 만한 남북관계 개선의 획기적 돌파구가 마련된다면 분위기가 좋아지지 않겠느냐”며 순풍을 예상했다.

평화냐
경제냐

전경만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미관계가 악화일로의 급랭으로 치닫다가 선거가 임박할 즈음 급속한 화해모드로 전환한다면 여론의 분위기 또한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득표 유불리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 시기 여부가 결정되는 등 국내 변수와 국외적 한반도 변수가 맞물린다면, 정부 여당에 좀 더 유리한 양상이 될 수 있다”고 가늠했다.

화해와 협력, 북미 외교관계에 따른 한반도 평화 정착은 신북풍이 가져다준 선물이다. 한국당은 과거 유물인 북풍서 벗어나 더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어야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과거 북풍 흑역사

흑금성 사건은 지난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김대중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안기부가 주도한 ‘북풍’ 중 하나다. 흑금성은 안기부가 (주)아자커뮤니케이션 측에 전무로 위장 취업시킨 박채서씨의 암호명으로, 안기부는 그를 통해 대북사업과 관련된 공작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안기부 공작원이었던 박채서씨는 북한 고위관계자들과 만나 사업을 성사시키는 핵심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1998년 3월 안기부의 전 해외실장인 이대성씨가 국내 정치인과 북한 고위층 인사 간의 접촉내용을 담은 기밀정보를 폭로하면서 이 사업에 차질이 생겼다.

당시 ‘이대성 파일’로 불린 이 정보는 안기부가 1996년부터 1997년 2월까지 중국 베이징서 이뤄진 국내 정치권과 북한 고위층 사이의 접촉을 취합한 기밀정보로, 대북공작원 흑금성의 활약상이 담겨 있었다.

이는 1997년 대선 당시 북한 관련 정보가 어떻게 선거와 정치에 이용됐는지를 드러내는 국가 1급 비밀이었다. 결국 이대성 파일서 공개된 흑금성이란 인물이 언론을 통해 박채서씨로 알려지면서 아자커뮤니케이션의 대북사업은 북측의 반발로 전면 중단됐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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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