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가는 섬 ①인천 영흥도

차를 타고 떠나는 매력적인 섬 여행

▲ 영흥도 국사봉에서 내려다본 풍경

섬 여행은 왠지 멀게 느껴진다. 배 타고 바다를 건너야 하는 부담감 때문이다. 하지만 자동차로 다리를 건너 자유롭게 오간다면? 바다 위를 내달려 언제든 섬의 정취를 누릴 수 있으니, 오히려 더 매력적인 여행지로 다가온다. 인천 영흥도는 수도권에서 한두 시간이면 닿는 섬이다. 바다에 가로질러 놓인 다리를 두 번 건너야 하는데, 안산 대부도와 연결된 선재대교를 지나면 영흥대교까지 약 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 선재도와 영흥도를 잇는 영흥대교

2001년 말에 개통한 영흥대교는 길이 1250m, 너비 9.5m의 왕복 2차선 다리다. 국내 기술로 처음 건설한 해상 사장교로 꼽힌다. 영흥대교가 세워지면서 인천과 영흥도를 오가던 한 시간 뱃길이 대부도와 선재도를 거쳐 영흥도까지 육로로 이어졌다. 영흥도는 차로 한 바퀴 둘러보는 데 40~50분이면 충분하지만, 도심과 가깝고 뭍과 다리로 연결된 편리함 덕분에 사시사철 여행객이 끊이지 않는다. 바닷가 쪽에 입소문 난 숙소가 많아 주말 여행지로도 인기다.
 

▲ 무료 야영 시설이 있어 캠핑족과 가족 여행객에게 인기인 십리포해수욕장

무료 야영 시설

섬에는 해수욕장이 두 곳 있다. 동쪽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십리포해수욕장이 나온다. 십리포해수욕장은 규모가 아담하고, 해변에 무료 야영 시설이 있어 캠핑족과 가족 여행객에게 인기 만점이다. 특히 수평선 너머로 보이는 인천국제공항과 바다 위로 길게 뻗은 인천대교 풍경이 인상적이다. 하늘 위로 떠가는 비행기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밤에는 이들이 밝히는 야경이 멀리 보인다.
 

▲ 영흥도의 별미, 바지락칼국수

십리포해수욕장은 해수욕과 갯벌 체험을 모두 즐기는 재미가 있다. 밀물 때 모래밭이 보이지만, 썰물 때는 모래밭 너머로 갯벌이 드러난다. 직접 캔 조개와 바지락으로 시원한 탕을 끓여도 별미다. 섬 곳곳에 바지락칼국수를 내는 식당이 많다. 
 

▲ 십리포해수욕장 뒤쪽에 있는 소사나무 군락지
▲ 인천상륙작전의 전초기지로 활용된 소사나무 군락지에서 야전한 이들을 기리는 해군영흥도전적비

십리포해수욕장의 또 다른 명물은 해변 뒤쪽에 조성된 소사나무 군락지다. 150년 전 방풍림으로 하나둘 심어 가꾼 것이 아름다운 숲이 됐다. 예전에는 나무 그늘 아래서 야영도 했다는데, 1997년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되며 나무 주위에 철책을 둘렀다. 소사나무 군락지는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의 전초기지로 활용된 역사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배경이 된 한국 해군 첩보부대의 비밀 작전이 영흥도를 거점으로 펼쳐졌으며, 소사나무 군락지에서 야전을 했다고 한다. 섬 남단에 이들을 기리는 해군영흥도전적비가 있다. 
해변 끝에 조성된 해안 산책로는 길목마다 싱그러운 초록빛 기운을 머금었다. 느린 걸음으로 산책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에도 여유가 스민다.
 

▲ 너른 해변에 캠핑과 야영 시설을 갖춘 장경리해수욕장

영흥도 서북쪽에는 장경리해수욕장이 있다. 너른 해변에 캠핑과 야영 시설이 잘 갖춰졌다. 이곳 야영장은 유료로 아이들을 위한 물놀이 시설도 운영한다. 해변 뒤로 숙소와 식당, 카페, 편의점 등 부대시설이 많아 휴가철과 주말에는 늘 북적인다. 해변 끝자락에는 조개와 고둥을 캐는 갯벌 체험장이 있어 가족이나 친구들과 재미난 추억을 만들기에 좋다.
 

▲ 국사봉 아래 자리한 통일사

국사봉 정상에 오르면 섬을 둘러싼 바다와 아름다운 주변 풍경이 한눈에 담긴다. 무의도와 자월도, 용유도 등 크고 작은 섬이 그림처럼 바다에 점점이 박혀 있다. 
국사봉에는 고려 말기 왕족인 익령군 왕기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국운이 기울어가는 시기에 환란을 피해 영흥도에 은신한 왕기는 이곳에 올라 왕도가 있는 북쪽을 향해 절하며 고려의 번영을 기원했다고 한다. 국사봉 아래 통일사라는 절과 왕기가 국사봉에 오르기 전에 목욕재계했다는 샘터가 있다. 
 

▲ 아이들과 가기 좋은 영흥에너지파크
▲ 전기가 만들어지는 원리와 과정을 다양한 에듀테인먼트 전시물로 꾸민 1층 전시관

국내 기술로 처음 건설한 해상 사장교
도심과 가까워 사시사철 여행객에 인기

아이와 떠난 가족 여행이라면 ‘영흥에너지파크’에 들러보자. 전기와 에너지를 주제로 한 실내 전시관, 생태 연못과 공룡 모형, 꼬마기차 등으로 꾸민 야외 체험 테마파크가 흥미를 끈다. 
1층 전시관은 전기가 만들어지는 원리와 과정을 다양한 에듀테인먼트 전시물로 꾸몄다. 대규모 정전 사태인 블랙아웃도 체험할 수 있다. 
2층 전시관에서는 우리나라 전기의 역사, 화력발전의 원리 등을 배운다. 발전소를 축소한 모형과 영흥발전본부 중앙제어실을 재현한 공간이 눈길을 끈다. 영흥도에 조성된 한국남동발전 영흥발전본부는 석탄 화력발전소를 주축으로 풍력 단지와 해양 소수력, 태양광발전소를 고루 갖춘 친환경 복합 발전 단지다. 수도권 전력 수요의 약 23%를 공급할 정도로 에너지 생산 규모가 크다.
 

▲ 썰물 때 섬으로 이어진 모랫길이 드러나는 선재도 목섬

영흥도의 관문 격인 선재도는 ‘모세의 기적’처럼 바닷길이 열리는 목섬과 측도가 유명하다. 썰물 때 물이 빠지기 시작하면 바다가 갈라지듯이 섬으로 이어진 모랫길이 드러난다. 작은 무인도인 목섬까지 약 1km 거리로 가볍게 산책 삼아 다녀올 만하다. 섬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오는 데 30분 남짓 걸린다. 바다를 가로질러 걷는 기분이 독특하고 새롭다. 목섬에서 바라보는 선재도 풍경 역시 이색적이다. 측도는 섬 안에 작은 마을이 있을 만큼 규모가 크고, 모랫길 위로 차량 통행도 가능하다.
 

▲ 선재대교 아래 소박한 벽화 골목

선재대교 아래 소박한 벽화 골목이 있다. 섬 남단에 옹기종기 모인 집 사이로 정겨운 그림이 그려졌다. 골목 담벼락마다 알록달록한 꽃이 늘 화사하게 피어나고, 돌고래와 만선을 이룬 고깃배가 춤을 추듯 출렁인다. 골목을 지날 때 마음이 따뜻해진다.
 

▲ 시화나래조력문화관 달전망대에 설치한 유리 데크

시화나래조력문화관


선재도를 지나 대부도 시화방조제를 건너간다면 시화나래조력문화관 방문이 필수다. 시화나래조력문화관 옆에 세워진 달전망대가 명소다. 전망층(75m)에 오르면 서해와 시화호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끝없이 이어진 시화방조제와 바다 끝에 자리한 송도국제도시가 신기루처럼 느껴질 정도다. 전망대 한쪽에는 바닥이 투명한 유리 데크를 설치해 아찔한 스릴을 맛볼 수 있다. 시화나래조력문화관과 달전망대 이용은 모두 무료다.

 

<여행 정보>

당일 코스 십리포해수욕장 혹은 장경리해수욕장→국사봉→영흥에너지파크→해군영흥도전적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십리포해수욕장→영흥에너지파크→해군영흥도전적비
둘째 날: 장경리해수욕장→국사봉→목섬→시화나래조력문화관 달전망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인천투어 http://itour.incheon.go.kr
- 영흥에너지파크 www.e-park.co.kr
- 시화나래조력문화관(전시관, 달전망대) http://tlight.kwater.or.kr

문의 전화
- 옹진군청 관광문화진흥과 032)899-2242
- 영흥에너지파크 070-8898-3570
- 시화나래조력문화관(전시관, 달전망대) 032)885-7530 

대중교통 정보
버스: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 정류장에서 790번 좌석버스 하루 18회(05:50~22:10) 운행, 약 1시간 소요. 
*문의: 신강교통 032)773-8885

자가 운전
인천대로 인천 IC→인천항사거리에서 수인사거리 방면 우회전→수인사거리에서 중구청 방면 좌회전→인천역→중구생활사전시관

숙박 정보 
- 미스터와이펜션: 옹진군 영흥남로9번길, 010-3089-3369, www.mry.co.kr
- 인썸호텔: 영흥면 영흥로757번길, 032)882-7400, www.insomehotel.com
- 블랙트리글램핑&하우스블랙트리캠핑: 영흥면 영흥로757번길, 010-6775-3050, www.blacktreecamping.com

식당 정보
- 바다고양이횟집(회정식·양푼바지락칼국수): 영흥면 영흥북로, 010-5642-3709, https://blog.naver.com/lcwjjang0001
- 영흥도바지락해물칼국수(칼국수): 영흥면 영흥북로, 032)886-3644
- 본토칼국수(바지락손칼국수): 영흥면 영흥북로, 032)890-4145
- 플로레도커피(아메리카노·카페라테): 영흥면 영흥로, 032) 890-4100, www.instagram.com/floredo.coffee

주변 볼거리
양로봉, 농어바위, 용담바다낚시터, 유리섬박물관, 바다향기수목원, 방아머리해수욕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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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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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