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가는 섬 ①인천 영흥도

차를 타고 떠나는 매력적인 섬 여행

▲ 영흥도 국사봉에서 내려다본 풍경

섬 여행은 왠지 멀게 느껴진다. 배 타고 바다를 건너야 하는 부담감 때문이다. 하지만 자동차로 다리를 건너 자유롭게 오간다면? 바다 위를 내달려 언제든 섬의 정취를 누릴 수 있으니, 오히려 더 매력적인 여행지로 다가온다. 인천 영흥도는 수도권에서 한두 시간이면 닿는 섬이다. 바다에 가로질러 놓인 다리를 두 번 건너야 하는데, 안산 대부도와 연결된 선재대교를 지나면 영흥대교까지 약 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 선재도와 영흥도를 잇는 영흥대교

2001년 말에 개통한 영흥대교는 길이 1250m, 너비 9.5m의 왕복 2차선 다리다. 국내 기술로 처음 건설한 해상 사장교로 꼽힌다. 영흥대교가 세워지면서 인천과 영흥도를 오가던 한 시간 뱃길이 대부도와 선재도를 거쳐 영흥도까지 육로로 이어졌다. 영흥도는 차로 한 바퀴 둘러보는 데 40~50분이면 충분하지만, 도심과 가깝고 뭍과 다리로 연결된 편리함 덕분에 사시사철 여행객이 끊이지 않는다. 바닷가 쪽에 입소문 난 숙소가 많아 주말 여행지로도 인기다.
 

▲ 무료 야영 시설이 있어 캠핑족과 가족 여행객에게 인기인 십리포해수욕장

무료 야영 시설

섬에는 해수욕장이 두 곳 있다. 동쪽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십리포해수욕장이 나온다. 십리포해수욕장은 규모가 아담하고, 해변에 무료 야영 시설이 있어 캠핑족과 가족 여행객에게 인기 만점이다. 특히 수평선 너머로 보이는 인천국제공항과 바다 위로 길게 뻗은 인천대교 풍경이 인상적이다. 하늘 위로 떠가는 비행기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밤에는 이들이 밝히는 야경이 멀리 보인다.
 

▲ 영흥도의 별미, 바지락칼국수

십리포해수욕장은 해수욕과 갯벌 체험을 모두 즐기는 재미가 있다. 밀물 때 모래밭이 보이지만, 썰물 때는 모래밭 너머로 갯벌이 드러난다. 직접 캔 조개와 바지락으로 시원한 탕을 끓여도 별미다. 섬 곳곳에 바지락칼국수를 내는 식당이 많다. 
 

▲ 십리포해수욕장 뒤쪽에 있는 소사나무 군락지
▲ 인천상륙작전의 전초기지로 활용된 소사나무 군락지에서 야전한 이들을 기리는 해군영흥도전적비

십리포해수욕장의 또 다른 명물은 해변 뒤쪽에 조성된 소사나무 군락지다. 150년 전 방풍림으로 하나둘 심어 가꾼 것이 아름다운 숲이 됐다. 예전에는 나무 그늘 아래서 야영도 했다는데, 1997년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되며 나무 주위에 철책을 둘렀다. 소사나무 군락지는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의 전초기지로 활용된 역사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배경이 된 한국 해군 첩보부대의 비밀 작전이 영흥도를 거점으로 펼쳐졌으며, 소사나무 군락지에서 야전을 했다고 한다. 섬 남단에 이들을 기리는 해군영흥도전적비가 있다. 
해변 끝에 조성된 해안 산책로는 길목마다 싱그러운 초록빛 기운을 머금었다. 느린 걸음으로 산책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에도 여유가 스민다.
 

▲ 너른 해변에 캠핑과 야영 시설을 갖춘 장경리해수욕장

영흥도 서북쪽에는 장경리해수욕장이 있다. 너른 해변에 캠핑과 야영 시설이 잘 갖춰졌다. 이곳 야영장은 유료로 아이들을 위한 물놀이 시설도 운영한다. 해변 뒤로 숙소와 식당, 카페, 편의점 등 부대시설이 많아 휴가철과 주말에는 늘 북적인다. 해변 끝자락에는 조개와 고둥을 캐는 갯벌 체험장이 있어 가족이나 친구들과 재미난 추억을 만들기에 좋다.
 

▲ 국사봉 아래 자리한 통일사

국사봉 정상에 오르면 섬을 둘러싼 바다와 아름다운 주변 풍경이 한눈에 담긴다. 무의도와 자월도, 용유도 등 크고 작은 섬이 그림처럼 바다에 점점이 박혀 있다. 
국사봉에는 고려 말기 왕족인 익령군 왕기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국운이 기울어가는 시기에 환란을 피해 영흥도에 은신한 왕기는 이곳에 올라 왕도가 있는 북쪽을 향해 절하며 고려의 번영을 기원했다고 한다. 국사봉 아래 통일사라는 절과 왕기가 국사봉에 오르기 전에 목욕재계했다는 샘터가 있다. 
 

▲ 아이들과 가기 좋은 영흥에너지파크
▲ 전기가 만들어지는 원리와 과정을 다양한 에듀테인먼트 전시물로 꾸민 1층 전시관

국내 기술로 처음 건설한 해상 사장교
도심과 가까워 사시사철 여행객에 인기

아이와 떠난 가족 여행이라면 ‘영흥에너지파크’에 들러보자. 전기와 에너지를 주제로 한 실내 전시관, 생태 연못과 공룡 모형, 꼬마기차 등으로 꾸민 야외 체험 테마파크가 흥미를 끈다. 
1층 전시관은 전기가 만들어지는 원리와 과정을 다양한 에듀테인먼트 전시물로 꾸몄다. 대규모 정전 사태인 블랙아웃도 체험할 수 있다. 
2층 전시관에서는 우리나라 전기의 역사, 화력발전의 원리 등을 배운다. 발전소를 축소한 모형과 영흥발전본부 중앙제어실을 재현한 공간이 눈길을 끈다. 영흥도에 조성된 한국남동발전 영흥발전본부는 석탄 화력발전소를 주축으로 풍력 단지와 해양 소수력, 태양광발전소를 고루 갖춘 친환경 복합 발전 단지다. 수도권 전력 수요의 약 23%를 공급할 정도로 에너지 생산 규모가 크다.
 

▲ 썰물 때 섬으로 이어진 모랫길이 드러나는 선재도 목섬

영흥도의 관문 격인 선재도는 ‘모세의 기적’처럼 바닷길이 열리는 목섬과 측도가 유명하다. 썰물 때 물이 빠지기 시작하면 바다가 갈라지듯이 섬으로 이어진 모랫길이 드러난다. 작은 무인도인 목섬까지 약 1km 거리로 가볍게 산책 삼아 다녀올 만하다. 섬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오는 데 30분 남짓 걸린다. 바다를 가로질러 걷는 기분이 독특하고 새롭다. 목섬에서 바라보는 선재도 풍경 역시 이색적이다. 측도는 섬 안에 작은 마을이 있을 만큼 규모가 크고, 모랫길 위로 차량 통행도 가능하다.
 

▲ 선재대교 아래 소박한 벽화 골목

선재대교 아래 소박한 벽화 골목이 있다. 섬 남단에 옹기종기 모인 집 사이로 정겨운 그림이 그려졌다. 골목 담벼락마다 알록달록한 꽃이 늘 화사하게 피어나고, 돌고래와 만선을 이룬 고깃배가 춤을 추듯 출렁인다. 골목을 지날 때 마음이 따뜻해진다.
 

▲ 시화나래조력문화관 달전망대에 설치한 유리 데크

시화나래조력문화관


선재도를 지나 대부도 시화방조제를 건너간다면 시화나래조력문화관 방문이 필수다. 시화나래조력문화관 옆에 세워진 달전망대가 명소다. 전망층(75m)에 오르면 서해와 시화호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끝없이 이어진 시화방조제와 바다 끝에 자리한 송도국제도시가 신기루처럼 느껴질 정도다. 전망대 한쪽에는 바닥이 투명한 유리 데크를 설치해 아찔한 스릴을 맛볼 수 있다. 시화나래조력문화관과 달전망대 이용은 모두 무료다.

 

<여행 정보>

당일 코스 십리포해수욕장 혹은 장경리해수욕장→국사봉→영흥에너지파크→해군영흥도전적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십리포해수욕장→영흥에너지파크→해군영흥도전적비
둘째 날: 장경리해수욕장→국사봉→목섬→시화나래조력문화관 달전망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인천투어 http://itour.incheon.go.kr
- 영흥에너지파크 www.e-park.co.kr
- 시화나래조력문화관(전시관, 달전망대) http://tlight.kwater.or.kr

문의 전화
- 옹진군청 관광문화진흥과 032)899-2242
- 영흥에너지파크 070-8898-3570
- 시화나래조력문화관(전시관, 달전망대) 032)885-7530 

대중교통 정보
버스: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 정류장에서 790번 좌석버스 하루 18회(05:50~22:10) 운행, 약 1시간 소요. 
*문의: 신강교통 032)773-8885

자가 운전
인천대로 인천 IC→인천항사거리에서 수인사거리 방면 우회전→수인사거리에서 중구청 방면 좌회전→인천역→중구생활사전시관

숙박 정보 
- 미스터와이펜션: 옹진군 영흥남로9번길, 010-3089-3369, www.mry.co.kr
- 인썸호텔: 영흥면 영흥로757번길, 032)882-7400, www.insomehotel.com
- 블랙트리글램핑&하우스블랙트리캠핑: 영흥면 영흥로757번길, 010-6775-3050, www.blacktreecamping.com

식당 정보
- 바다고양이횟집(회정식·양푼바지락칼국수): 영흥면 영흥북로, 010-5642-3709, https://blog.naver.com/lcwjjang0001
- 영흥도바지락해물칼국수(칼국수): 영흥면 영흥북로, 032)886-3644
- 본토칼국수(바지락손칼국수): 영흥면 영흥북로, 032)890-4145
- 플로레도커피(아메리카노·카페라테): 영흥면 영흥로, 032) 890-4100, www.instagram.com/floredo.coffee

주변 볼거리
양로봉, 농어바위, 용담바다낚시터, 유리섬박물관, 바다향기수목원, 방아머리해수욕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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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