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를 아십니까’는 옛말…정교해지는 사이비 포교법 대해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6.03 10:55:18
  • 호수 12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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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은 먹을거로 남자는 미인계로 ‘꼬신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사이비·종교단체들의 포교활동도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이들은 취업준비생, 대학교 신입생 등 순진무구한 일반인들을 노려 다양한 방법으로 포교를 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날로 정교해지는 포교활동에 대해 알아봤다.
 

▲ 전남대학교 포교금지 ⓒ전대신문

시대가 변하면서 사이비 종교단체들의 포교활동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예전처럼 길거리서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도를 아십니까”라고 묻던 시대는 지났다. 처음부터 본색을 드러냈다가는 거절당하기 일쑤니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개인 신상을 알아내고 있는 것.

취업자 타깃

신도들은 취업준비생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한다. 종교단체임을 숨기고 대외활동 및 봉사활동 단체로 둔갑한다. 다양한 교육과 체험을 해준다는 미끼로 취업준비생들을 끌어들인다. 이 단체들은 수준 높은 강연이나 교육 프로그램 등으로 참여자들을 유인한 후 활동이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포교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돈벌이가 변변치 않은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광고 전단지나 인터넷 취업사이트를 통해 포교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다. ‘말씀 청취 알바 구함’이란 제목으로 올린 이 광고는 하루 1시간30분만 선교사의 말을 들어주면 하루 1만원을 지급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총 10회 참여가 의무사항이다.

공고 내용에는 ‘선교사를 배출하는 과정서 상대로 스피치 연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신앙인의 경우 우선채용하겠다’는 말도 덧붙여져 있다. 말씀 청취 알바는 벽보 광고를 통해서도 홍보하고 있는데, ‘예비 선교사님을 도와주실 분 찾습니다’란 제목으로 1회에 1시간 가량 예비 선교사의 스피치를 듣고 소감문을 기록하면 6000원의 시급을 준다고 적혀있다.


“쉽게 돈 벌수 있다” 유인
유명 언론사 사칭해 인터뷰

이 알바는 ‘듣기만 하면 되는 쉬운 알바’로 소개되어 일자리를 구하는 젊은 청년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광고들은 신천지의 교리를 듣게 하는 교묘한 표교 방법으로, 수년째 진행되고 있다. 선교사 관련 정보가 부족한 일반인들은 비교적 편하게 돈을 벌수 있다는 생각에 함정에 빠져들 위험이 크다. 특히 선교사를 도울 수 있다는 취지의 광고로 인해 기독교, 천주교 등 신앙인들이 더더욱 혹하게 된다. 

취업 스터디를 가장해서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 취업스터디 초반에는 의심을 차단시키기 위해 취업 목적으로 스터디를 운영하지만, 어느 정도 가까웠다 싶으면 종교 이야기를 꺼내며 포교활동을 한다. 여러 사람이 한 사람에게 집중공세를 활용해 판단력을 흐려놓는 게 특징이다. 

미인계 시도

카카오톡과 전화를 활용해 포교를 하는 경우도 있다. 예전부터 해온 길거리 포교법의 단점을 보완하고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 SNS를 활용해서 발전하고 있다. 카카오톡 포교법의 대상자는 이성에 관심이 많고 외로운 남성을 주 타깃이다. 일명 미인계 포교법으로 통한다. 

포교자는 남성들이 좋아할만한 외모의 신천지 여성을 프로필 사진으로 해놓은 다음 SNS을 통해 메시지를 보낸다.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면 남성은 “누구세요?”라고 답이 돌아오면, “00이 아니냐”고 다른 이름을 댄다.


아니라고 하는 대답에 “그럼 이름이 어떻게 되냐”고 물으면서 잘못 알았다며 사과한다. 이후 친근감 있는 말투와 귀여운 이모티콘으로 남성의 환심을 산 다음, 적극적으로 반응을 하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연락처를 물어보면서 만남을 유도한다. 이후 만나는 횟수를 점점 늘리면서 남성을 종교에 끌어들인다. 

초등생 간식

대학교와 도심 길거리서 행해지던 포교활동은 이제 초등학교 교문 앞까지 침투했다. 초등학생 대상으로 간식거리나 학용품으로 접근해 꾀어내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주로 사회경험이 적은 저학년 아이들을 타깃으로 삼는다. 아이에게 다가가 이름, 휴대폰 번호, 주소지 등 신상정보를 요구하기도 한다. 학부모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혼자 있는 아이들만 노리는 등 수법도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인터뷰 사칭

길거리서 인터뷰를 잠깐 할수 있겠냐는 말로 포섭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가에선 대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잡지를 사칭한다. 인터뷰에 응한 대상자에게 대학생 트렌드에 대해 물으면서 일반적인 인터뷰를 진행한다. 점점 대상자를 친찬하는 등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다음 만날 약속을 잡는다.

공강시간이나 수업 끝나고 보자면서 이름과 연락처를 알아낸 다음 주기적으로 연락을 취하는 수법이다. 인터뷰로만 여긴 학생들은 연락처를 알려주게 된다.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유명한 잡지의 이름을 대고 첫사랑 이벤트에 당첨됐다면서 연락하는 경우도 있다. 신도는 대상자에게 “어떤 분이 당신을 첫사랑으로 지목했다. 만나서 인터뷰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터뷰를 하는 줄 알고 나온 대상자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자연스레 교리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식이다. 
 

 

예비 대학생이나 신입생을 대상으로 방송국을 사칭해 종교 인식에 관한 설문조사를 하겠다고 접근하기도 한다. 신도는 학생에게 전화를 걸어 방송국이라고 밝힌 뒤 청년들이 교회에 안 나가는 이유와 교회에 다닐 의향에 대해 물어본다. 진짜 방송국이라고 믿는 청년들은 인터뷰에 성실히 임하면서 신도의 말을 경청하게 된다. 이후 학생들과 친분을 쌓으면서 포교활동을 시작한다.

토익 매개체로

로버트 할리가 믿는다는 몰몬교에선 영어를 무료로 가르쳐 준다면서 접근을 시도한다. 2인1조로 다니는 몰몬교 신도들은 지방대학교를 주로 공략하는데, ‘무료 영어과외’ 전단지를 붙여 놓는다. 영어를 무료로 배우고 싶어하는 대학생들은 몰몬교 신도에 꾐에 빠져 주기적으로 연락을 취하게 되고, 결국 몰몬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토익을 매개체로 이용하는 포교활동도 있다. 이들은 토익 점수가 낮은 대학생을 노려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게 토익 스터디에 가입하자고 한다. 토익 스터디의 강사들은 영어스터디의 일환으로 영어 성경묵상(QT)을 제안한다. 영어 공부에 열의가 있는 대학생들은 이를 수락하고, 수업에서는 점점 성경묵상의 빈도가 높아진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영어캠프’도 주의해야 한다. 영어훈련을 한다는 3박4일 캠프가 세칭 ‘구원파’의 교육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영어교실에서는 회장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것을로 알려져 있다. 


신입생 타깃

대학의 교내 신입생들을 노리는 경우도 있다. 신입생 개인 의사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연락하면서 접근해 포교활동을 벌이는 것. 실제로 한 대학 SNS에 수상한 종교단체의 꾐에 넘어갈 뻔한 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무료 영어 과외로 빙자해 섭외
“말만 들어도 하루 1만원” 접근

자신을 신입생이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면접이 끝나고 단과대학 건물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떤 분이 다가와 면접 잘 봤냐고 물었다. 그리고 학과를 물어보더니 자신이 그 학과 출신이라며 종교를 물었다. (본인이) 선배니까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도와 줄테니 핸드폰 번호를 알려줄 수 있냐고 물었다”며 “속으로는 알려주기 싫었지만 번호를 알려줬다. 그 뒤에도 선배란 사람이 주기적으로 연락하면서 종교 이야기를 함께했다. (당시)단호하게 연락을 끊었어야 했는데 성격상 말을 못 꺼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포교 활동이 자유 영역에 속하지만 거부 의사를 표현해도 지속될 경우에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포교활동을 원하지 않으면 거부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다. 

심리상담 호객


포교활동은 대개 마음이 약하거나 의지할 곳이 필요한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노린다. 길거리에 부스를 차리거나 지인 섭외를 통해 심리상담을 해준다면서 포교활동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종교 단체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상담을 해야 한다며 그림을 그리라거나 설문지를 작성하게 한 다음, 자세히 이야기를 들으려면 한 번 더 만나야 되겠다며 이름과 전화번호를 입수한다.

다음에 만날 때에는 상담을 해주는 척 하다가 종교 이야기를 꺼내며 포교로 이어진다. 길거리서 흔히 ‘미술치료’ ‘심리 상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일반인들을 호객한다. 젊은 청년들은 호기심에 접근을 하면 신도들은 자연스럽게 포교활동을 시작된다. 

학회 관계자는 “길거리서 상담해주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일단 의심부터 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통 전문가들은 거리서 만나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상담하지 않는다. 오히려 연구소, 센터, 기관, 대학 기구서 연구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해당 관계자는 “혹시라도 길거리서 자신을 한국상담학회 회원이나 또는 다른 학회원이라고 소개하는 사람이 있다면 직접 학회에 확인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박민성 변호사는 <법률방송뉴스>와의 인터뷰서 “길거리 포교활동은 불법이다. 왜냐하면 싫다고 하는데 앞으로 계속 따라오거나, 물품 강매, 위협적인 말을 통해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경우에는 경범죄 처벌법에 형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조상을 운운하거나, 앞으로 불운이 닥친다거나, 누가 죽는다거나 하는 식의 공포심을 유발해 금전을 받아도 협박죄로 형성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확실한 거절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거절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따라와 강요를 할 경우 나중에 피해를 당했다고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녹음을 해야한다. 녹취를 증거로 이러한 피해를 받았다는 입증이 되는 증거물로 사용할 수 있다. 

경찰청이 발표한 최근 3년간 이 같은 포교행위로 신고된 선수는 연중 20건 미만이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6년 17건, 2017년 10건, 올해 6월 기준으로 18건이었다. 실제로 일어난 포교 행위에 비해 신고 건수가 적은 이유는 동영상, 녹음 등 증명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가 부족하고 현장서 단속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펴자” vs “접자" 성경책 트집
천기총-신천지 공개토론 결렬

천안시기독교총연합회(이하 천기총)가 신천지에 제안한 공개토론이 결렬됐다. 양쪽은 진행 방식에 있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신천지 측은 “성경을 보고 토론하는 방식을 수용할 수 없다”며 공개토론을 거부했다. 

천기총 관계자 3명과 신천지 천안교회 측 3명은 공개토론 최종조율을 위해 마주앉아 양측이 각각 5개 주제를 정해 발제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지만,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신천지 측은 “신천지에선 성경을 보지 않고 성경 내용을 증거한다”며 양측 모두 성경을 펼치지 않고 토론할 것을 요구했다.

천기총은 “성경 공개토론서 성경을 보면서 토론하자는 건 누가 봐도 당연한 건데 이를 트집 잡아 토론할 수 없다고 하는 신천지 측의 태도는 공개토론에 응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객관적 자료를 통해 청중들이 어느 쪽 말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토론 방식을 놓고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결국 공개토론은 결렬됐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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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