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수 ‘은파교회 살생부’ 미스터리

목사님만 아는 내용이 저주 편지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살생부에는 죽이고 살릴 이름이 담긴다. 일반적으로 살생부는 권력을 가진 사람의 전유물로 사용됐다. 지방의 대형교회 장로들이 어느 날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편지에는 자신과 가족들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죽는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살생부가 집으로 배달된 것이다.
 

▲ 여수 은파교회 장로들이 받은 편지들

20117월 말8월 초경 여수 은파교회 소속 4명의 장로에게 각각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우편보다는 이메일, 이메일보다는 스마트폰 메시지가 훨씬 보편화된 시기였다. ‘보내는 사람받는 사람이 적힌 전형적인 편지봉투에 250원짜리 우표가 붙어 있는 평범한 편지였다.

컴퓨터로
타이핑한

날씨가 몹시 더웠습니다.” 서정호 아름다운교회 장로는 편지를 받던 때를 떠올렸다. “기분이 몹시 이상했습니다.” 편지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도 설명했다. “내용을 보고는 심장이 두근거려서 혼났습니다.” 서정호 장로는 8년 전 편지를 읽고 난 뒤의 느낌을 고스란히 간직한 듯 몸서리쳤다.

서정호 장로는 편지봉투와 편지를 복사한 종이를 내보였다. 손때가 잔뜩 묻은 원본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당시 받았던 편지봉투와 편지를 8년 넘게 보관 중이었다. 언젠가 자신에게 편지를 보낸 사람을 찾아 벌을 주겠다는 일념이 엿보였다.

편지봉투의 수신인과 발신인을 적는 부분에는 컴퓨터로 타이핑한 종이가 붙어 있었다. 장로들이 받은 편지의 보내는 사람에는 은파교회 사망추진위원’ ‘은파교회 사망 추진위원회’ ‘은파장사추진위원’ ‘은파사망추진위원’ ‘은파교회 장사추진위원등과 같은 이름이 적혀 있었다.


서정호 장로는 사망(死亡)이나 장사(葬事) 같은 죽음과 관계된 말로 만든 단어를 보내는 사람으로 한 것부터가 소름 끼친다고 말했다.

받는 사람에는 장로 4명의 주소와 우편번호가 정확히 기재돼있었다. 서정호 장로 외에 서모 장로, 김모 장로, 박모 장로 등 당시 은파교회에 다니고 있던 장로 4명이 23일 간격으로 각각 23통의 편지를 받았다.

편지 내용은 편지봉투서 수신인과 발신인을 처리한 것처럼 컴퓨터로 타이핑한 종이를 붙이는 방식으로 작성돼있었는데 편지 어디서도 직접 쓴 손글씨는 찾아볼 수 없었다.

2011년 장로 4명 편지 받아
자신과 가족 죽음 등 음해

편지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는데 일단 제목부터가 살생부였다. 장로와 가족의 이름을 써놓고 언제, 어떤 방식으로 죽는지 적혀 있었다. 밤길을 조심하라는 등의 당부(?)도 포함됐다. 서정호 장로는 편지에는 나와 가족들을 향한 저주와 악의가 가득했다고 표현했다.

○○(이름) 2015.7.19. 이전 사망(공갈 협박 무고 타교회로 도망가라). 부인 2018.8.25. 이전(지병 및 교통사고). 언제 어디서 행동 조심. 차 운전 조심. 밤길 조심. 가족 전체 꼭 집에만 있어라. 그리고 일 년 이내 당신 운명. 부인부터.

서종호(서정호의 오타로 보임) 2013.7.17. 이전 사망. 지병으로 사망. 부인 권사 2018.8.15. 이전 사망. 교통사고 및 지병으로 병원생활. (초등학교 옆 당초 은파교회 건축 후 교회 이관 약속할 것. 한 자녀 이혼 또한 자녀 결혼 못 함) 언제 어디서 행동 조심. 차 운전 조심. 밤길 조심. 가족 전체 꼭 집에만 있어라. 그리고 일 년 이내 당신 운명. 부인부터.


○○(이름에 오타 있음) 2015.4.5. 이전 사망. 돌산에서 교통사고 사망. 부인 권사 2014.3.12. 이전 사망. 지병으로 사망. 황금 알기를 돌가치(같이) 타교회로 도망가라. 교회 분열대역제(). 고목사 수십억 꼭 발표할 것. 또 안○○ 장로 것 꼭 수사 후 발표(당신이 교회 장부 경찰서 유출). 언제 어디서 행동 조심. 차 운전 조심. 밤길 조심. 가족 전체 꼭 집에만 있어라. 그리고 일 년 이내 당신 운명. 부인부터.

○○ 2017.2.17. 이전 사망. 부인 권사 2019.4.17. 이전 사망. 협박 및 공갈 자녀 타교회로 도망(부인 지병으로 사망하고 딸도 결혼 전 사망). 은파교회 사망 추진위원회 일동. 은파교회 장사추진위원회 일동. 언제 어디서 행동 조심. 차 운전 조심. 밤길 조심. 가족 전체 꼭 집에만 있어라. 그리고 일 년 이내 당신 운명. 부인부터.

이름 틀리고
맞춤법 안 맞고

편지는 장로와 그 가족들에 대한 개별 정보, 공통 내용(언제 어디서~부인부터)으로 구성됐다. 이름이나 맞춤법 등 군데군데 오타가 보였다. 서정호 장로에 따르면 일부 편지봉투에는 이름을 틀리게 적은 것도 있다. 그는 이런 오기된 이름이나 틀린 맞춤법 모두가 의도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편지를 받은 몇몇 장로는 당시 은파교회서 시무장로를 맡고 있었다. 장로는 개신교 교회서 목사를 도와 교회 운영에 참여하는 평신도 중 최고의 직급이다. 시무장로는 재정·감사 등 교회 운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한다. 은파교회는 등록 교인 수가 3000여명에 이르는 여수 지역의 대형교회. 누가 이 교회 장로들에게 저주의 편지를 보낸 걸까.
 

▲ 여수 은파교회 고만호 목사

몇몇 장로들은 고만호 은파교회 담임목사를 의심했다. 고 목사에게만 말한 정보가 편지에 쓰여 있었다는 것이다. 한 장로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께 들어온, 평생 좌우명처럼 삼았던 말을 고 목사에게 한 적이 있다그 말을 한 다음 날 그 내용이 담긴 편지가 도착했다고 말했다.

서정호 장로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그 시기에 집안에 자녀와 관련해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 크게 고민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고 목사에게 털어놓으면서 기도를 부탁했다그런데 그 내용이 편지에 적혀 있어 놀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받은 편지를 들고 고 목사를 찾아가 이런 짓을 한 사람을 반드시 찾겠다고 말했는데 그 이후로는 편지가 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고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서정호 장로 등은 편지를 증거로 발신인을 찾아달라고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경찰도 편지를 보고 상당히 놀랐다고 한다. 단순 협박이라고 보기엔 장로 개개인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고 저주의 수위도 높아 보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찰 조사에도 불구하고 발신인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서정호 장로에 따르면 경찰은 발신인을 확인하기 위해 편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냈다. 하지만 편지에는 장로들 외의 다른 지문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편지봉투 소인에 찍힌 우체국에는 공교롭게도 CCTV가 없었다. 해당 우체국은 은파교회와는 거리가 꽤 떨어져 있는 지역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CCTV 없는
먼 우체국

저주의 편지를 받은 4명의 장로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은파교회가 새 교회를 건축하는 과정서 발생한 비리를 고발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사건은 교회 건축을 맡은 건축업자가 낸 헌금이 감쪽같이 사라진 일에서 시작됐다.


은파교회는 2007~2009년 사이 새 교회를 건축했다. 공사비는 교인들의 헌금 등으로 충당됐다. 문제는 공사를 하게 된 건축업자 A씨가 2년여 동안 건축헌금 명목으로 은파교회에 납부한 돈이 당시 건축위원장이었던 안모 장로에 의해 증발했다는 점이다. A씨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건축헌금 명목으로 9차례에 걸쳐 안 장로에게 준 돈은 21000만원에 이른다.

이런 사실은 은파교회 소속 노모 장로가 A씨를 우연히 만난 자리에서 알게 됐다. 노 장로는 서정호 장로에게 안 장로의 횡령 사실을 알렸고, 서정호 장로는 은파교회 재정부장 등을 통해 사실을 확인한 후 고 목사에게 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변화가 없자 수사기관에 정식으로 안 장로를 고발하기에 이른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안 장로의 계좌와 안 장로 아내의 계좌에 현금으로 1000만원, 1000만원, 2000만원 등을 입금하는 식으로 총 21000만원을 줬다. 또 현금으로 400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이 돈은 안 장로 개인 채무를 변제하거나 안 장로의 아들 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데 쓰였다.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20126월 안 장로의 횡령 혐의에 대해 징역 8,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국과수에 보냈는데 지문 없어
건축비리 고발 시점과 비슷해

횡령 혐의로 실형을 받은 안 장로는 은파교회서 출교 조치를 당했지만 현재는 다시 돌아와 시무장로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파교회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안 장로는 다른 것도 아니고 교회 헌금을 가지고 장난쳤다그런데도 다시 시무장로로 복귀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의아해했다.

이후 서정호 장로 등은 교회 건축비리에 대해 본격적으로 파헤치기 시작했다. 이 과정서 교회 건축비가 3배 이상 부풀려진 사실을 발견했다. 당시 은파교회 재정 감사였던 서정호 장로는 최초 건축비는 67억원 상당이었는데 고발 당시 교회 장부를 확인해보니 건축비는 215억원에 달했다고 전했다.


서정호 장로 등은 건축위원장이었던 안 장로·고만호 담임목사 등을 업무상 배임, 사문서 변조, 변조 사문서 행사, 재물손괴,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특히 고 목사는 당시 교회 사무장이었던 홍모씨에게 교회 건축공사와 관련된 계약서와 지출결의서, 금전출납부 등을 파쇄하도록 지시해 재물손괴 및 증거인멸의 혐의를 받았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2009724일 고 목사가 관련 서류를 불에 태우도록 홍씨에게 지시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교회와 교인들의 안정을 위해 교인들의 동의를 얻어 서류를 파쇄했다는 고 목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불기소 처분했다.

한 은파교회 교인에 따르면 고 목사는 교인들 앞에서 교회 건축공사 관련 서류 등 회계장부를 법궤에 비유하면서 법궤가 세속에 나올 수 있는가. 태워버리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법궤는 하나님의 법, 곧 십계명을 새긴 돌판이 보관된 궤를 말한다. 법궤 안에는 십계명 외에도 만나(하나님이 내려준 양식)를 담은 항아리와 아론(모세의 형)의 싹이 난 지팡이 등이 보관돼있다고 전해진다.

비리 고발에
앙심 품었나?

서장호 장로는 은파교회의 새 성전은 교인들의 헌금으로 지어졌다. 건축비가 3배 이상 부풀려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교인들의 불신이 높아졌다. 교회의 재정 감사로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고 목사 등을 고발했지만 법의 심판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은파교회 설립자로서 교회 정상화를 위해 오랜 시간 노력했지만 돌아온 건 저주가 가득 담긴 편지뿐이라고 한탄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초 제보자 입 막기 정황? “잠깐 멀리 떠나 있어라”

건축헌금 횡령 의혹과 건축비리 의혹이 터져 나오던 무렵, 최초 제보자로 알려진 노모 장로에게 고만호 목사가 1억원을 건넸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 장로의 입을 막기 위해 1억원을 지급했다는 의혹이다.

실제 당시 은파교회 재정부장이었던 김모 장로는 고 목사의 지시로 노 장로에게 돈을 집행했다고 말했다. 새벽 기도를 하던 중 고 목사에게 교회 강단 뒤편 작은 방으로 불려가 노 장로에게 1억원을 주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것.

명목은 선교비였다. 노 장로에게 여수 지역을 떠나 선교활동을 하라는 명목으로 1억원을 건넸다는 것이다. 노 장로 역시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파송 선교비로 받았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노 장로는 선교사도 아니었다. 다시 말해 선교비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설사 자격이 됐다 해도 1억원씩 선교비를 주는 경우는 없다고 지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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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