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수 ‘은파교회 살생부’ 미스터리

목사님만 아는 내용이 저주 편지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살생부에는 죽이고 살릴 이름이 담긴다. 일반적으로 살생부는 권력을 가진 사람의 전유물로 사용됐다. 지방의 대형교회 장로들이 어느 날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편지에는 자신과 가족들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죽는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살생부가 집으로 배달된 것이다.
 

▲ 여수 은파교회 장로들이 받은 편지들

20117월 말8월 초경 여수 은파교회 소속 4명의 장로에게 각각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우편보다는 이메일, 이메일보다는 스마트폰 메시지가 훨씬 보편화된 시기였다. ‘보내는 사람받는 사람이 적힌 전형적인 편지봉투에 250원짜리 우표가 붙어 있는 평범한 편지였다.

컴퓨터로
타이핑한

날씨가 몹시 더웠습니다.” 서정호 아름다운교회 장로는 편지를 받던 때를 떠올렸다. “기분이 몹시 이상했습니다.” 편지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도 설명했다. “내용을 보고는 심장이 두근거려서 혼났습니다.” 서정호 장로는 8년 전 편지를 읽고 난 뒤의 느낌을 고스란히 간직한 듯 몸서리쳤다.

서정호 장로는 편지봉투와 편지를 복사한 종이를 내보였다. 손때가 잔뜩 묻은 원본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당시 받았던 편지봉투와 편지를 8년 넘게 보관 중이었다. 언젠가 자신에게 편지를 보낸 사람을 찾아 벌을 주겠다는 일념이 엿보였다.

편지봉투의 수신인과 발신인을 적는 부분에는 컴퓨터로 타이핑한 종이가 붙어 있었다. 장로들이 받은 편지의 보내는 사람에는 은파교회 사망추진위원’ ‘은파교회 사망 추진위원회’ ‘은파장사추진위원’ ‘은파사망추진위원’ ‘은파교회 장사추진위원등과 같은 이름이 적혀 있었다.


서정호 장로는 사망(死亡)이나 장사(葬事) 같은 죽음과 관계된 말로 만든 단어를 보내는 사람으로 한 것부터가 소름 끼친다고 말했다.

받는 사람에는 장로 4명의 주소와 우편번호가 정확히 기재돼있었다. 서정호 장로 외에 서모 장로, 김모 장로, 박모 장로 등 당시 은파교회에 다니고 있던 장로 4명이 23일 간격으로 각각 23통의 편지를 받았다.

편지 내용은 편지봉투서 수신인과 발신인을 처리한 것처럼 컴퓨터로 타이핑한 종이를 붙이는 방식으로 작성돼있었는데 편지 어디서도 직접 쓴 손글씨는 찾아볼 수 없었다.

2011년 장로 4명 편지 받아
자신과 가족 죽음 등 음해

편지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는데 일단 제목부터가 살생부였다. 장로와 가족의 이름을 써놓고 언제, 어떤 방식으로 죽는지 적혀 있었다. 밤길을 조심하라는 등의 당부(?)도 포함됐다. 서정호 장로는 편지에는 나와 가족들을 향한 저주와 악의가 가득했다고 표현했다.

○○(이름) 2015.7.19. 이전 사망(공갈 협박 무고 타교회로 도망가라). 부인 2018.8.25. 이전(지병 및 교통사고). 언제 어디서 행동 조심. 차 운전 조심. 밤길 조심. 가족 전체 꼭 집에만 있어라. 그리고 일 년 이내 당신 운명. 부인부터.

서종호(서정호의 오타로 보임) 2013.7.17. 이전 사망. 지병으로 사망. 부인 권사 2018.8.15. 이전 사망. 교통사고 및 지병으로 병원생활. (초등학교 옆 당초 은파교회 건축 후 교회 이관 약속할 것. 한 자녀 이혼 또한 자녀 결혼 못 함) 언제 어디서 행동 조심. 차 운전 조심. 밤길 조심. 가족 전체 꼭 집에만 있어라. 그리고 일 년 이내 당신 운명. 부인부터.


○○(이름에 오타 있음) 2015.4.5. 이전 사망. 돌산에서 교통사고 사망. 부인 권사 2014.3.12. 이전 사망. 지병으로 사망. 황금 알기를 돌가치(같이) 타교회로 도망가라. 교회 분열대역제(). 고목사 수십억 꼭 발표할 것. 또 안○○ 장로 것 꼭 수사 후 발표(당신이 교회 장부 경찰서 유출). 언제 어디서 행동 조심. 차 운전 조심. 밤길 조심. 가족 전체 꼭 집에만 있어라. 그리고 일 년 이내 당신 운명. 부인부터.

○○ 2017.2.17. 이전 사망. 부인 권사 2019.4.17. 이전 사망. 협박 및 공갈 자녀 타교회로 도망(부인 지병으로 사망하고 딸도 결혼 전 사망). 은파교회 사망 추진위원회 일동. 은파교회 장사추진위원회 일동. 언제 어디서 행동 조심. 차 운전 조심. 밤길 조심. 가족 전체 꼭 집에만 있어라. 그리고 일 년 이내 당신 운명. 부인부터.

이름 틀리고
맞춤법 안 맞고

편지는 장로와 그 가족들에 대한 개별 정보, 공통 내용(언제 어디서~부인부터)으로 구성됐다. 이름이나 맞춤법 등 군데군데 오타가 보였다. 서정호 장로에 따르면 일부 편지봉투에는 이름을 틀리게 적은 것도 있다. 그는 이런 오기된 이름이나 틀린 맞춤법 모두가 의도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편지를 받은 몇몇 장로는 당시 은파교회서 시무장로를 맡고 있었다. 장로는 개신교 교회서 목사를 도와 교회 운영에 참여하는 평신도 중 최고의 직급이다. 시무장로는 재정·감사 등 교회 운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한다. 은파교회는 등록 교인 수가 3000여명에 이르는 여수 지역의 대형교회. 누가 이 교회 장로들에게 저주의 편지를 보낸 걸까.
 

▲ 여수 은파교회 고만호 목사

몇몇 장로들은 고만호 은파교회 담임목사를 의심했다. 고 목사에게만 말한 정보가 편지에 쓰여 있었다는 것이다. 한 장로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께 들어온, 평생 좌우명처럼 삼았던 말을 고 목사에게 한 적이 있다그 말을 한 다음 날 그 내용이 담긴 편지가 도착했다고 말했다.

서정호 장로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그 시기에 집안에 자녀와 관련해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 크게 고민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고 목사에게 털어놓으면서 기도를 부탁했다그런데 그 내용이 편지에 적혀 있어 놀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받은 편지를 들고 고 목사를 찾아가 이런 짓을 한 사람을 반드시 찾겠다고 말했는데 그 이후로는 편지가 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고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서정호 장로 등은 편지를 증거로 발신인을 찾아달라고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경찰도 편지를 보고 상당히 놀랐다고 한다. 단순 협박이라고 보기엔 장로 개개인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고 저주의 수위도 높아 보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찰 조사에도 불구하고 발신인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서정호 장로에 따르면 경찰은 발신인을 확인하기 위해 편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냈다. 하지만 편지에는 장로들 외의 다른 지문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편지봉투 소인에 찍힌 우체국에는 공교롭게도 CCTV가 없었다. 해당 우체국은 은파교회와는 거리가 꽤 떨어져 있는 지역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CCTV 없는
먼 우체국

저주의 편지를 받은 4명의 장로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은파교회가 새 교회를 건축하는 과정서 발생한 비리를 고발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사건은 교회 건축을 맡은 건축업자가 낸 헌금이 감쪽같이 사라진 일에서 시작됐다.


은파교회는 2007~2009년 사이 새 교회를 건축했다. 공사비는 교인들의 헌금 등으로 충당됐다. 문제는 공사를 하게 된 건축업자 A씨가 2년여 동안 건축헌금 명목으로 은파교회에 납부한 돈이 당시 건축위원장이었던 안모 장로에 의해 증발했다는 점이다. A씨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건축헌금 명목으로 9차례에 걸쳐 안 장로에게 준 돈은 21000만원에 이른다.

이런 사실은 은파교회 소속 노모 장로가 A씨를 우연히 만난 자리에서 알게 됐다. 노 장로는 서정호 장로에게 안 장로의 횡령 사실을 알렸고, 서정호 장로는 은파교회 재정부장 등을 통해 사실을 확인한 후 고 목사에게 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변화가 없자 수사기관에 정식으로 안 장로를 고발하기에 이른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안 장로의 계좌와 안 장로 아내의 계좌에 현금으로 1000만원, 1000만원, 2000만원 등을 입금하는 식으로 총 21000만원을 줬다. 또 현금으로 400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이 돈은 안 장로 개인 채무를 변제하거나 안 장로의 아들 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데 쓰였다.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20126월 안 장로의 횡령 혐의에 대해 징역 8,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국과수에 보냈는데 지문 없어
건축비리 고발 시점과 비슷해

횡령 혐의로 실형을 받은 안 장로는 은파교회서 출교 조치를 당했지만 현재는 다시 돌아와 시무장로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파교회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안 장로는 다른 것도 아니고 교회 헌금을 가지고 장난쳤다그런데도 다시 시무장로로 복귀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의아해했다.

이후 서정호 장로 등은 교회 건축비리에 대해 본격적으로 파헤치기 시작했다. 이 과정서 교회 건축비가 3배 이상 부풀려진 사실을 발견했다. 당시 은파교회 재정 감사였던 서정호 장로는 최초 건축비는 67억원 상당이었는데 고발 당시 교회 장부를 확인해보니 건축비는 215억원에 달했다고 전했다.


서정호 장로 등은 건축위원장이었던 안 장로·고만호 담임목사 등을 업무상 배임, 사문서 변조, 변조 사문서 행사, 재물손괴,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특히 고 목사는 당시 교회 사무장이었던 홍모씨에게 교회 건축공사와 관련된 계약서와 지출결의서, 금전출납부 등을 파쇄하도록 지시해 재물손괴 및 증거인멸의 혐의를 받았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2009724일 고 목사가 관련 서류를 불에 태우도록 홍씨에게 지시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교회와 교인들의 안정을 위해 교인들의 동의를 얻어 서류를 파쇄했다는 고 목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불기소 처분했다.

한 은파교회 교인에 따르면 고 목사는 교인들 앞에서 교회 건축공사 관련 서류 등 회계장부를 법궤에 비유하면서 법궤가 세속에 나올 수 있는가. 태워버리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법궤는 하나님의 법, 곧 십계명을 새긴 돌판이 보관된 궤를 말한다. 법궤 안에는 십계명 외에도 만나(하나님이 내려준 양식)를 담은 항아리와 아론(모세의 형)의 싹이 난 지팡이 등이 보관돼있다고 전해진다.

비리 고발에
앙심 품었나?

서장호 장로는 은파교회의 새 성전은 교인들의 헌금으로 지어졌다. 건축비가 3배 이상 부풀려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교인들의 불신이 높아졌다. 교회의 재정 감사로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고 목사 등을 고발했지만 법의 심판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은파교회 설립자로서 교회 정상화를 위해 오랜 시간 노력했지만 돌아온 건 저주가 가득 담긴 편지뿐이라고 한탄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초 제보자 입 막기 정황? “잠깐 멀리 떠나 있어라”

건축헌금 횡령 의혹과 건축비리 의혹이 터져 나오던 무렵, 최초 제보자로 알려진 노모 장로에게 고만호 목사가 1억원을 건넸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 장로의 입을 막기 위해 1억원을 지급했다는 의혹이다.

실제 당시 은파교회 재정부장이었던 김모 장로는 고 목사의 지시로 노 장로에게 돈을 집행했다고 말했다. 새벽 기도를 하던 중 고 목사에게 교회 강단 뒤편 작은 방으로 불려가 노 장로에게 1억원을 주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것.

명목은 선교비였다. 노 장로에게 여수 지역을 떠나 선교활동을 하라는 명목으로 1억원을 건넸다는 것이다. 노 장로 역시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파송 선교비로 받았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노 장로는 선교사도 아니었다. 다시 말해 선교비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설사 자격이 됐다 해도 1억원씩 선교비를 주는 경우는 없다고 지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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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