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세종로국정포럼 박승주 이사장

“장차관과 대화의 장을 열어드립니다”

박승주 세종로국정포럼 이사장은 30년간 공직서 일한 정통 관료다. 행정고시 21회 출신으로 참여정부 시절엔 여성가족부 차관을 맡았다. 행정자치부 지방재정경제국장,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기획운영실장 등을 거치며 지방행정에 정통했다. 현재는 국가사회발전 거버넌스(Governance) 네트워크인 세종로국정포럼서 이사장을 맡아 정부에 다양한 정책들을 건의하고 있다. 공직서 물러난 이후에도 국민에게 봉사하는 박승주 전 여성가족부 차관을 <일요시사>가 만났다.
 

▲ 박승주 세종로국정포럼 이사장이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거버넌스(Governance)는 시민이 직접 주권을 관할해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근본과 직결된다. 세종로국정포럼은 2005년 한국시민자원봉사회 민간회원들로 창립된 거버넌스다. 시민들에게 정부 정책을 알릴 수 있고, 시민들이 정부에게 정책을 건의할 수도 있다. 민주주의가 살아있는 공론장인 셈이다. 박 이사장은 한국국제자원봉사회에서 이사장을 맡으며 봉사활동에도 관심이 많다. 다음은 박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일요시사> 구독자분들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일요시사 구독자 여러분. 저는 한국시민자원봉사회 이사장, 세종로국정포럼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박승주입니다. 저는 30년간 공직 생활을 했습니다. 지방자치제도, 지역경제 활성화, 정부 혁신 분야서 일을 해서 중앙행정과 지방행정을 전문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범국민적인 자원봉사, 생명 존중 운동, 또 미래 전략 운동, 인성 진흥 운동 등 여러 가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을 위한 많은 활동들을 하고 계십니다.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제가 근무했던 부처가 과거에는 내무부였습니다. 국민운동을 담당하는 부처라 새마을운동이나 재건 국민운동 쪽에 관심이 많았고. 국민운동이라는 건 나라를 좀 잘 되게 하자. 사람들을 잘 살게 하자.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또, 고위 공직자로 일했기 때문에 마땅히 ‘공무원은 국민 전체의 봉사자’라고 생각해서 퇴직해서도 국가사회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30년간 공직에 몸담은 정통 관료 출신
참여정부 시절 여성가족부 차관 맡아

-세종로국정포럼에서 이사장을 역임하고 계십니다. 세종로국정포럼은 어떤 곳인가요?
▲세종로국정포럼은 한국시민자원봉사회 민간회원들로 창립된 자원봉사포럼 입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밀어 주자는 국가사회발전 거버넌스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장차관님들께 정책을 직접 건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거죠. 또 장차관이 직접 정책을 설명하기도 하고요.


-세종로국정포럼의 취지가 궁금합니다.
▲시민들이 정부의 정책을 건의하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민간과 경제 부문서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사람들 얘기를 직접 들어봐야 합니다. 세종로국정포럼도 그런 창구 중 하나입니다. 어느 특정 개인이 좌지우지하지 않고, 운영도 민주적이기에 세종로국정포럼은 오픈 포럼(Open forum)이고, 퍼블릭 포럼(Public forum)입니다.

-최근 세종로국정포럼서 ‘공직자 전문성 제고를 위해 스마트폰 80% 수준 활용 교육 및 공직사회 저서발간 분위기 조성’에 관련된 정책 건의를 하셨습니다. 어떤 정책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과거에는 책을 쓰고, 글을 쓰려면 수작업으로 모든 걸 다 해야 했습니다. 일일이 워드로 치고, 사진을 찍고, 직접 번역해야 했고. 그래서 책을 쓰기가 굉장히 어려웠죠. 그런데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라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금방 자료를 찾고, 저장합니다. 클라우드 기반의 저술 작업이 완벽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거죠. 손 안에 컴퓨터, ‘핸드컴’으로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몇 달만 해도 책을 씁니다. 스마트폰으로 저서를 발간할 수 있게 교육을 해서 공무원들이 저서를 쓰는 분위기를 만들자. 이런 취지입니다.

-어떤 건의를 하셨습니까?
▲공직자들이 저서를 쓰는 분위기를 만들려면 정부의 장려 정책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첫째로 공직자 개인이 전문적으로 맡은 분야에 대해 저서를 쓰거나 전문 분야 저널에 글을 기고하면 근무 성적 평점에 가산점을 주자고 건의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매년 공직자 저서 경진대회, 글 논문 경진 대회를 열어달라고 건의했습니다.

거기서 좋은 책을 쓰고, 좋은 논문을 쓴 사람에 대해서는 정부 표창, 기관장 표창도 해 주시고, 다음 인사 때 우선적으로 승진시키자는 건의를 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스마트폰 교육을 6시간만 받으면 책을 쓸 수 있습니다. 공직자들이 스마트폰 교육으로 책을 쓰고, 글을 쓸 수 있도록 연수원서 적어도 6시간을 배정해 달라 건의했습니다.

-공직자전문성제고저서갖기운동본부(이하 공저본) 활동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네. 현직 시절부터 공무원 저서 갖기 운동을 해서, 저서 가진 공무원의 모임 이런 걸 했었습니다. 사실 공직자들이 저서를 갖는 것이야말로 전문성을 가장 높이는 길이라 생각하고 있는데 요즘 공직자분들은 저서를 갖겠다는 생각을 잘 안 하고 있어요. 그래서 공직자 저서 갖기 운동을 한 번 하자는 생각에 세종로국정포럼 산하에 공저본을 만들게 됐습니다.

-공직자 전문성 제고 방법으로 저서 쓰기를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제가 현직에 있을 때, 지방자치제도에 관한 책을 썼는데요. 그 책으로 전국의 지방의회 의원들이 도움을 받았습니다. 중앙부처가 지방자치를 해석하는 데 기여도 했고요. 이뿐 아니라, 공무원들이 저서를 쓰면 자긍심이 생겨서, 정책을 잘 만들려고 하죠. 민간에 활력을 불어 넣는 정부를 만들려면 공무원들이 깨어나야 합니다. 그러려면 세계적으로 시야를 넓히고, 또 국민들 삶을 자세히 볼 수 있는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공저본 운동으로 공무원들이 전문 분야에 글을 쓰게 해서 전문성을 높여보자 생각했습니다.
 

▲ 일요시사와 인터뷰 갖고 있는 박승주 세종로국정포럼 이사장

-공저본서 스마트폰 활용 교육을 위한 고수급 강사를 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반 시민 분들도 수업을 들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누구나 가능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서 인공지능이 얼마만큼 발전했는지, 공직자 분들 포함해 일반 시민들도 알게 해드리고 있습니다. 또, 어르신들은 조그만한 스마트폰으로 뭐 보려고 하면 보시겠습니까. 스마트폰으로 스마트TV를 연동시켜서 큰 화면으로 유튜브로 강의 자료도 보고 음악회도 보고. 재밌고 멋있게 사시라고. 이 뿐 아니라 애플리케이션 앱 교육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교육이 빼 놓을 수 없는 주제인 것 같습니다. 이를 업무에 도입하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일하는 방법이 스마트워킹(Smart working)으로 바뀌게 되겠죠. 스마트폰이 일의 80%, 노트북이나 PC가 일의 20%가 되는 방법이 스마트워킹인데요. 지금은 핸드폰 시대를 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손 안의 컴퓨터, ‘핸드컴’으로 업무가 다 됩니다. 클라우드에 자료만 저장돼있으면 인터넷을 통해서 24시간 언제든지. 장소가 어디든지 업무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죠.

-공저본에서 지난 4월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해 <대한민국의 파트너,외국인> 책을 발간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을 위했던 외국인들을 조명한 점에서 좀 더 특별해보였습니다. 외국인을 선정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나라를 위해 노력한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대한제국 말기부터 1945년 8월 15일 전날 8월 14일까지 나라를 위해 독립 운동하거나 의병 운동하신 분들이 수십만 명입니다. 그중에 3458명은 순국선열로 나라서 훈장을 받으시고 돌아가셨지만, 이분들만 있는 게 아니라 외국 분들도 도와주셨습니다. 학교도 짓고, 병원도 짓고 신문을 창간하고... 나라의 계몽운동에 일조해주신 분들이죠. 근데 이분들에 대해 책으로 엮어낸 분이 없었어요. 외국 분들의 은혜를 잊지 말자는 뜻에서 3·1운동 100주년에 외국인을 선정했습니다.

국가사회발전 거버넌스 네트워크
국민과 소통하고 정부에 정책 건의

-이번 해에 공저본서 추가적으로 공저본총서를 발간할 예정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 구체적으로 궁금합니다.
▲공저본서 스마트폰 교육을 받은 분들 대상으로 글을 쓰게 할 계획입니다. 근데 개인이 책을 쓰면 부담이 될 수 있으니, 1인당 각자 분량을 갖고 한 주제로 써서 묶어도 좋을 거 같습니다.

-정해 놓은 주제가 있으신가요.
▲공직자의 전문성과 미래에 관련된 것도 주제가 될 수 있겠죠. 뉴질랜드에서는 올해 가을에 휴머노이드(humanoid)가 국회의원으로 출마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또 EU에서는 휴머노이드에 인격을 부여하는 법을 통과시켰다고 합니다. 미래를 주제로 글을 쓰면 급변하는 미래에 사람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방법을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겁니다. 내가 지금 하는 업무가 10년 후에 어떻게 바뀔지, 지금부터 어떻게 준비해 가야 할 것인지요.

-봉사활동도 많이 하고 계십니다. 언제부터 시작하셨는가요.
▲봉사활동은 행정안전부 과장이었을 때부터 시작했습니다. 봉사가 옛날엔 일반화돼있지 않을 때라 자원봉사 운동을 해보자 했는데, 제가 젊은 층에 속했기 때문에 실무도 하고 아이디어도 내고, 구상을 했죠. 그 때는 보통 무슨 활동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생각할 때인데 “우리 돈 안 드는 운동 합시다. 사무실도 그냥 어디 한 칸 얻고, 일은 우리가 스스로 합시다” 이렇게 직접 제안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사장님에게 봉사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보통 자원봉사라고 하면 어디 복지시설에 가서 직접 하는 걸 봉사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보수를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누군가를 도와주는 게 봉사입니다. 그러니까 생명 운동을 하는 것도 봉사고, 국제 자원봉사 운동하는 것도 봉사고, 학부모 샤프론 하는 것도 봉사고, 모두가 다 봉사입니다. 봉사의 영역이 넓어졌습니다. ‘홍익인간’ 뜻을 살려서 민주적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누군가를 돕는 게 봉사죠. 도움을 받는 사람들도 좋고, 또 도움을 주는 사람들도 좋고.

-국제 자원봉사회서도 이사장을 역임하고 계십니다. 어떤 단체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국제자원봉사라고 하면 보통 외국에 나가서 하는 자원봉사로 많이 생각하시는데요. 한국 안에서 국제자원봉사를 하자는 취지로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서 국제대회가 열릴 때마다 응원해 주자. 하면서요.

-어떻게 국제 자원봉사활동을 할 생각을 하셨나요.
▲제가 2002년 행정안전부 국장일 때 월드컵을 한국서 했어요. 그런데 그때 월드컵을 한번 맡아서 해 보겠다고 했다가 장·차관님한테 꾸중을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때는 우리가 월드컵서 한 게임도 이긴 적이 없었거든요. “박 국장, 당신이 월드컵 담당하면 우리가 한 게임이라도 이길 것 같아?” “우리가 16강라도 갈 것 같아?” 이랬지만 해 보고 싶었죠. 그때부터  국제 자원봉사활동이 시작됐습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4강까지 올라갔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왕 할 거면 뭔가 좀 신나는 일을 해 보자. 그래서 ‘한국팀 필승 전략’이라는 것을 하나 수립해 운동장에 7만명의 붉은악마를 만들었습니다. “빨간 옷을 입고 운동장에 갑시다!” 이러면서. 기억 나겠지만, 부산, 대구, 인천, 대전, 한국팀 경기가 열리는 운동장은 7만명 모두가 빨간 옷을 입었죠? 그리고 또 기억나는 게 있을 겁니다. 바로 김덕수 사물놀이단에 꽹과리요. 이 두 가지를 제가 기획한 거죠.

-당시 15개 국가가 한국에 왔었습니다. 외교와 직결되는 부분이라 중요했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우리만 응원하고 그러면 또 외국팀에게 미안하잖아요. 세계 최고의 나라들인데. 우리 대한민국의 좋은 따뜻한 정을 줘야 하잖아요. 그래서 동시에 했던 일 중의 하나가 코리안 서포터즈입니다. 외국팀 응원단이죠. 우리나라서 16개 나라가 조별 리그전을 했는데, 우리 한국 팀은 필승전략, 나머지 15개 나라는 코리안 서포터즈 이걸 만들었습니다.

한 나라가 3개 도시서 시합했으니깐 45개의 코리아 서포터즈를 만들었습니다. 이분들이 운동장에 가서 그 나라 깃발을 흔들고, 또 인천공항에 가서 그 나라 선수단이 오면 환영하고 이렇게 응원하니까 세계적으로 ‘이야... 축구는 전쟁인데, 전쟁서 상대방 국가를 이렇게 응원해 주다니’ 그렇게 공공외교에 상당히 큰 획을 그었죠. 그 경험을 살려서 만든 게 국제자원봉사회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은.
▲세종로국제포럼은 국가 사회 발전을 위한 거버넌스 국정포럼입니다. 기업인과 경제인, 이분들이  정책을 건의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빠르게 개혁할 수 있는 재료를 이분들이 드려야 됩니다. 이해관계에 얽히지 말고, 중립적 시각서 재료를 드려야 합니다. 퍼블릭 포럼서 만나서 정부에게 전달하고 최고 정책 결정권자인 장차관들과 대화를 해야 합니다. 오픈 포럼이기 때문에 정부 개혁을 위해선 경제계서 잘 활용해줬으면 좋겠습니다.


<sangmi@ilyosisa.co.kr>


[박승주 이사장은?]

▲서울대학교 경영학 학사
▲카이스트 대학원 산업공학 석사
▲동국대학교 행정대학원 박사 
▲제21회 행정고시 합격
▲전 대통령사회통합위원회 부위원장
▲전 여성가족부 차관
▲세종로국정포럼 이사장
▲한국시민자원봉사회 이사장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