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 미스터리] ‘밤의 여왕’ 정마담 실체

연예계뿐? 정재계 아랫도리도 비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버닝썬 게이트의 양상이 달라졌다. 소속 연예인 선에서 일단락되는 듯했던 사건이 회사로 번지는 모양새다. 이 과정서 새로운 인물인 ‘정마담이 등장했다. 그녀의 입이 버닝썬 게이트의 또 다른 도화선으로 떠오르고 있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대표가 버닝썬 게이트 전면에 등장했다. 핵심 연루 인물인 승리(본명 이승현)에 대한 수사를 끝으로 마무리될 것처럼 보였던 사건에 또 다른 불씨가 등장한 것이다. 양 대표와 YG는 버닝썬 게이트가 일어난 이후 줄곧 승리와 거리를 둬왔다.

YG-승리
손절 맞아?

지난해 11월 말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서 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사건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 게이트로 비화될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버닝썬 가드에게 폭행당한 김상교씨는 클럽과 경찰의 대응을 문제 삼았다.

언론 보도를 통해 김상교씨 사건이 알려졌다. 그와 동시에 강남 클럽의 실상, 경찰과의 유착 의혹이 한꺼번에 수면 위로 올라왔고, 버닝썬의 이사였던 승리에 대한 의구심도 서서히 피어올랐다. 그러던 중 가수 정준영, 최종훈, 승리 등이 함께 대화를 나누던 카카오톡 단톡방 내용이 공개됐다.

단톡방의 대화 내용은 일종의 연예계 살생부로 작용했다. 성관계 동영상을 공유·유포한 흔적, 여성을 물건처럼 여기는 듯한 대화 등 원색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이 세상에 드러났다. 해외 촬영 중이던 정준영이 귀국해 경찰 포토라인에 섰고, 연루된 여러 연예인이 소속사와 팬들로부터 이른바 손절을 당했다.


사건 초기부터 핵심 인물로 지목된 승리는 성접대 의혹을 받았다. 승리가 지인들과 나눈 대화서 접대를 위해 여성들을 준비시키는 듯한 내용이 나왔기 때문.

처음에는 메시지가 전부 조작된 것이라고 했던 승리는 결국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돼 경찰 조사를 받는 신세가 됐다. 그리고 조사 다음 날인 311일 승리는 연예계 은퇴를 암시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승리는 제가 이 시점서 연예계를 은퇴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안이 너무나 커 연예계 은퇴를 결심했다국내 모든 수사기관이 저를 조사하고 있는 상황서 국민 역적으로까지 몰리는 상황인데 저 하나 살자고 주변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도저히 저 스스로 용납이 안 된다고 했다.

이틀 후인 313YG는 “승리와의 전속 계약을 해지한다”고 발표했다.

양현석 성접대 의혹에 등장
성매매녀 10명 동원한 인물

YG승리의 요청에 따라 전속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최근 승리가 참여했다는 클럽의 폭행 사건을 시작으로 갖가지 의혹과 논란이 계속 불거진 가운데 팬들을 비롯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대적인 체질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회사 모든 임직원들과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YG의 대응은 버닝썬 게이트는 승리가 개인적으로 관여한 문제일 뿐 회사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실제 YG는 승리가 연예계 은퇴를 암시한 이후 전속 계약을 해지하고 승리 지우기에 나섰다. 승리가 소속됐던 아이돌 빅뱅의 굿즈서도 승리의 얼굴은 모두 모자이크 처리됐다. YG 홈페이지에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공간서도 승리의 이름은 빠르게 삭제됐다. 포털사이트서 승리를 검색해도 YG와 연관된 부분은 찾아볼 수 없다.
 

앞서 228<조선일보>YG 사옥 앞에서 기록물 파쇄 서비스 업체의 호송차량 2대가 포착됐다면서 1톤과 2톤 차량에 서류와 물품을 실어갔다고 보도했다. 전날인 227일은 당시 소속 가수였던 승리가 경찰에 자진출석해 버닝썬 관련 의혹에 대해 밤샘 조사를 받은 시점이다. 공교롭게도 승리가 조사를 받은 다음 날 YG서 대량의 물품이 외부로 나간 셈이다.

YG<조선일보>와의 통화서 매월 혹은 매분기별로 실시하는 정기적인 문서파쇄작업이었다고 해명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도 “YG서 문서파쇄를 하는 걸 어떻게 알겠냐버닝썬과 YG 사이에 직접적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서 문서파쇄작업을 막을 명분이 없다고 답했다.

이처럼 YG는 버닝썬 게이트에 연루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해왔지만, 승리의 발자취에 YG의 흔적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먼저 승리가 해외 투자자를 접대하는 과정서 YG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본 투자자가 머문 호텔의 숙박비 3000여만원을 승리가 YG 법인카드를 이용해 지급했다는 것.

경찰은 승리와 동업자 유모씨가 201512월 한국을 찾은 일본인 투자자 일행 79명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서 유씨로부터 성접대를 시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성접대가 이뤄진 서울 유명 호텔 숙박비 3000여만원을 YG법인카드로 결제한 사실도 확인했다.

승리 지우기
실패 했나?

하지만 YG는 이번에도 선긋기에 나섰다. YG 관계자는 승리가 지난 2015년 사용했다고 알려진 YG 법인카드는 업무와 관련 없이 발생한 모든 개인 비용을 승리가 부담하고 결제했던 카드라고 해명했다. 해당 카드 결제내역 중 업무 관련성이 없는 금액에 대해서는 승리가 개인 사비로 추후 정산하는 시스템이었다는 설명이다.

앞서 승리 소유로 알려진 서울 마포구의 클럽 러브시그널의 탈세 의혹이 불거지는 과정서도 실소유주가 양 대표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일었다. 러브시그널은 과거 클럽 엑스로 알려져 있었다.

승리는 클럽 엑스가 개점할 당시 제가 직접 운영하는 클럽 엑스가 홍대 삼거리포차 건너편 지하에 오픈합니다. 오세요라고 밝힌 바 있다.

러브시그널은 술을 팔고 손님들이 무대에 나와 춤을 추는 등 일반 유흥업소처럼 운영되고 있지만, 실상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곳이었다. 일반음식점은 수입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납부하지만 유흥주점은 개별소비세, 교육세 등을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탈세의혹이 불거진 이유다.

러브시그널의 실소유주는 A주식회사로 돼있는데, 양 대표는 A주식회사의 지분 70%를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YG는 이 의혹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후 버닝썬 게이트는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의 마약 투약·공급 의혹, 아이돌 출신 배우 박유천의 마약 투약 의혹으로 번졌다. 하지만 승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정준영 등이 포함된 단톡방서 경찰총장이라 불렸던 윤 총경에 대한 수사가 반쪽짜리로 전락하면서 버닝썬 게이트 자체가 용두사미로 끝날 위기에 처했다.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민갑룡 경찰청장이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던 사실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3강남 클럽 사건은 연예인 등 일부 새로운 특권층의 마약류 사용, 성폭력 등이 포함된 불법적 영업과 범죄에 대해 일부 권력기관이 유착한 의혹이 있다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런 와중에 양 대표의 성접대 의혹이 불거졌다. 승리와의 연관설을 끊임없이 부정해온 YG가 버닝썬 게이트에 관련돼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것이다. 지난달 27MBC <스트레이트>추적 YG, 강남 클럽과 커넥션편에서 YG의 성접대 의혹을 보도했다.

또 다른 의혹
어디까지 가나

<스트레이트>에 따르면 20147월 강남의 한 고급식당서 태국인 밥과 당시 할리우드 등 세계 연예계의 큰손으로 알려진 말레이시아의 재력가 조 로우를 위한 YG의 접대 자리가 열렸다. 태국인 밥은 버닝썬서 만난 여성 고객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 금융업자로 알려진 조 로우는 말레이시아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인물이다.

<스트레이트>는 밥과 조 로우의 접대 자리에 유명 가수와 YG의 양 대표가 있었다고 보도하면서 익명과 대역을 통해 목격자의 진술을 전했다. 한 목격자는 당시 식당을 통째로 빌려 식사했다. YG 측의 요청으로 아시아 재력가들을 초대해서 접대하는 자리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식사를 마친 일행 대부분이 양현석씨와 관련 있는 강남 클럽 NB로 건너가 테이블을 잡고 놀았다. 다른 사람들은 초대된 여성들과 함께 어울렸고 양현석씨는 난간서 지켜보고 있던 기억이 있다. 매번 자리마다 술집 아가씨들이 정말 많았고라고 덧붙였다.


클럽 NB는 사실상 양 대표가 운영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목격자는 “YG 사람들과 재력가를 포함해 남성 8명 정도가 식당 가운데 앉아 있었고 그 주변으로 초대된 여성 25명 정도가 있었다여성 중 10명 이상은 YG 측과 잘 알고 지내는 일명 정마담이 동원한 화류계 여성들이었던 걸로 알고 있다. 초대된 일반인 가운데는 황하나씨도 있었다고 전했다.
 

▲ 황하나씨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접대 자리에 참여한 유명 가수는 싸이로 밝혀졌다. 싸이는 지난달 29SNS를 통해 보도에 언급된 조 로우는 저의 친구가 맞다할리우드 쇼 비즈니스 분야서 활발히 활동하던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나의 해외 활동시기와 맞물려 알게 됐다. 내가 조 로우를 양현석 형에게 소개했다고 말했다.

조 로우와 일행들이 아시아 일정 중 한국에 방문했을 때 그들의 초대를 받아 저와 양현석 형이 참석했다면서도 초대된 다른 사람들과 식사를 하고 술을 함께한 후 저와 양현석 형은 먼저 자리서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에는 먼 나라서 온 친구와의 자리로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불씨 꺼져가는 버닝썬 게이트
의문의 여인, 또 다른 불씨?

양 대표는 정마담은 알고 있지만 성접대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세간의 관심은 묘령의 인물인 정마담에게로 쏠렸다. YG 성접대 의혹을 보도한 MBC <스트레이트> 팀의 고은상 기자는 지난달 28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취재 후일담에 대해 털어놨다.

고 기자는 이날 정마담에 대해 이분이 사실 양현석씨, 그 자리에 동석했던 유명 가수(싸이), 그리고 승리씨 등 특히 YG 인사들과 상당히 인맥이 깊은 분이라고 설명했다. 고 기자에 따르면 정마담은 텐프로라고 칭하는 가라오케 업소를 운영하면서 여성들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 가수 싸이

고 기자는 “(정마담의) 힘이 상당히 강하다. 정재계 쪽에도 끈이 굉장히 있다는 정평이 나 있는 분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9일에는 노영희 변호사가 YTN라디오 <최형진의 오! 뉴스>에 출연해 정마담에 대해 언급했다. 이날 노 변호사는 정마담이란 사람이 없었으면 사실은 YG의 성매매 알선이라고 하는 게 좀 얘기가 안 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정마담이 워낙 유명한 사람이라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어 정재계에 이런 식의 사람들의 연결해주고 공급해주는 공급책으로 유명하다는 얘기가 나와 있고요. 유흥업계의 큰손이다. 이런 얘기가 나오거든요라고 덧붙였다. 그는 당시에 승리가 자신의 생일파티를 팔라우섬서 할 때 그때도 역시 이런 분들을 통해서 그런 여성들을 공급받은 게 아니냐,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승리는 지난 201712월 필리핀 팔라완의 아만폴로섬 하나를 통째로 빌려 자신의 생일파티를 열었다. 당시 생일파티에 룸살롱 여성들이 동원됐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실제 경찰 조사 결과 당시 생일파티에는 유흥업소 여종업원 8명이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승리 생일도?
여성 동원돼

승리 성접대 의혹이 YG 성접대 의혹으로 확산되면서 정마담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버닝썬 게이트가 이대로 묻힐지 아니면 다시 한 번 주목받을지 여부가 정마담의 입에 달려 있다는 말이 흘러나올 정도다. 경찰은 사실관계 확인 뒤 필요하다면 내사 또는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배우 한상진의 일침 “아직 안 걸렸을 뿐”

배우 한상진이 양현석 YG 대표를 향해 일침을 날렸다.

그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SNSMBC <스트레이트>서 보도한 YG 성접대 의혹 기사 화면을 캡처해 올리고 이거 진짜 <스트레이트>가 꼭 스트레이트 날리기를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긴 글을 올렸다.

한상진은 이 세상 절대 공짜 선물은 없다. 선물을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이건 좀 아니지. 이 세상에는 성실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며 이곳에 불려간 사람이나 부른 사람이나 각자의 욕망과 허영심이 너무 크기에. 이것이 대체 무슨 잘못이야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상식적인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혹시 지금 주위에 나의 의도와 다르게 나를 이용하는 사람은 없는지 둘러보기를 바란다. 욕망과 허영심은 지금 당장은 달콤할 수 있지만 결국은 자신의 안으로부터 썩어가고 있음을 자각하기를 바란다난 안 걸렸으니 괜찮아 하는 사람들, 안 걸린 게 아니고 아직 안 걸렸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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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