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항 5개월…흔들리는 ‘신학철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구광모 체제가 시작된 가운데 LG화학을 둘러싼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 LG화학을 이끌고 있는 신학철 부회장은 선임과 동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 회장은 ‘깜짝 인사’로 신 부회장을 영입, 조직에 새로운 분위기를 주문했지만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신학철호는 순항할 수 있을까.
 

▲ 신학철 LG화학 부사장

구광모 LG그룹 대표이사 회장은 5월 구본무 전 회장의 타계로 그룹 총수 자리에 올랐다. 구 회장은 이번 달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있다. 구 회장은 큰 이탈 없이 ‘4세 경영시대’를 열면서 조직을 정비했다. 구 회장에 대한 세간의 평은 긍정적이다. LG그룹에 대한 여론이 호의적인 동시에 그의 겸손한 성품도 주목을 받고 있어서다.

4세 경영
궤도 안착

구 회장은 자신의 호칭을 “‘회장’이 아닌 ‘대표’로 불러달라”고 할 만큼 권위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구 회장은 별도의 취임식도 가지지 않았다. 그는 선임될 당시 이사회 회의서 “그동안 LG가 쌓아온 고객가치 창조, 인간존중, 정도경영이라는 자산을 계승·발전시키고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개선하며 장기적인 관점서 성장기반을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구 회장이 강조한 변화는 곧 드러났다.

구 회장은 LG화학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신학철 전 3M 수석부회장을 영입했다. LG화학의 외부 인재 수혈은 이례적이다. 1947년 LG화학 창립 이후 외부 CEO를 영입한 것은 최초다.

3M은 화학전문 글로벌 기업이다. 충북 괴산 출신의 신 부회장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한국3M을 시작으로 2011년 3M 해외사업부문 수석부회장을 맡았다. 그는 3M 평사원으로 시작해 한국인 최초로 미국 본사 해외 사업을 총괄한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린다.

신 부회장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서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됐다. 신 부회장에 대한 관심은 당연했으며 LG화학의 첫 외부 인사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이 동시에 피어났다.

신 부회장은 부임 이후 조직 개편에 나섰는데 핵심은 ‘첨단소재’였다. LG화학은 지난 4월1일 기존 4개 사업본부(기초소재·전지·정보전자소재·생명과학) 및 1개 사업부문(재료사업부문)을 ‘석유화학’ ‘전지’ ‘첨단소재’ ‘생명과학’의 4개 사업본부 체제로 바꿨다.

신 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소재 분야서도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하며 이는 또 다른 성장의 기회”라며 “첨단소재사업본부를 석유화학, 전지 사업에 이어 제3의 성장축으로 적극 육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신학철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지도 못한 암초에 부딪혔다.

구광모 회장 첫 외부 CEO 깜짝 영입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환경부와 영산강유역환경청(환경부 소속)은 지난 4월17일 “대기오염물질 측정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물질인 먼지·황산화물 등을 속여 배출한 여수 산단 지역 기업들을 무더기로 적발했다”고 밝혔다. 영산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광주·전남 지역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 13곳을 조사한 결과, 여수 산단 지역의 다수 기업들이 4곳의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물질 배출농도를 조작했다.

해당 측정대행업체는 측정을 의뢰한 235곳의 배출 사업장에 대해 지난 2015년부터 4년간 대기오염물질 측정값을 축소, 조작하거나 실제 측정하지 않은 채 허위 성적서를 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LG화학은 이들과 공모한 사업장(LG화학 여수화치공장) 중 한 곳이었다.

미세먼지는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요 핵심 이슈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의 대책마련 강구는 미세먼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그대로 반영한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에도 미세먼지는 재해로 분류돼 대책 예산으로 편성돼 관련 예산만 1조5000억원에 이른다.

LG화학이 시대와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까닭이다.
 

LG화학 여수화치공장은 측정대행업체와 공모, 지난 2016년 11월11일경 시설서 채취한 시료의 염화비닐 실측값이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하자 결과값을 조작했다.

해당 사업장은 지난 2016년 7월29일경부터 지난해 11월26일경까지 총 149건의 측정값을 조작해 측정기록부를 거짓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지난 2017년 1월3일경에는 채취 시료의 먼지 실측값을 조작해 그해 상반기 기본배출부과금을 면탈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미세먼지
결과 조작

환경부는 “측정대행업체와 공모관계가 입증된 대기배출사업장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이들을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에 송치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은 환경부 발표 직후 공식 사과문을 냈다. 신 부회장은 “참담한 심정으로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며 모든 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며 “이번 사태는 LG화학의 경영이념과 또 저의 경영철학과도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어떤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고 어떤 경우에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해당 사안을 인지한 즉시 모든 저감 조치를 취해 현재는 법적 기준치 및 지역사회와 약속한 배출량을 지키고 있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관련 생산시설을 폐쇄하기로 했다”며 “지역주민과 관계자의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 공신력 있는 기관의 위해성·건강 영향 평가를 지역사회와 함께 투명하게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신 부회장이 생산시설 폐쇄라는 강수를 뒀지만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전으로도 최근 어수선한 분위기다. 핵심 쟁점은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여부’다.

신 부회장은 지난 4월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인 LG화학의 2차전지 사업은 1990년대 초반부터 30년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과감한 투자와 집념으로 이뤄낸 결실”이라며 “이번 소송은 경쟁사의 부당행위에 엄정하게 대처해 오랜 연구와 막대한 투자로 확보한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고, 정당한 경쟁을 통한 건전한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집안싸움
소송 불사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경력채용을 통해 자사 인력 70여명을 데려갔고, 이들이 핵심기술 등을 유출했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은 핵심기술이 다량 유출된 구체적인 자료가 있고, SK이노베이션에 내용증명을 통해 자제 요청과 경고를 했지만 영업비밀이 계속 유출된 점 등을 종합해 법적 대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각)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조사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업계 안팎에선 직원들의 처우와 기업문화가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고급인력으로 통하는 배터리 인력을 영입하기 위해 회사마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가운데 LG화학 내에서는 처우에 대한 볼멘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단적인 예로 SK이노베이션의 인센티브는 LG화학보다 높다. 해외 기업 역시 배터리 인력 영입에 적극적이다. 중국이 ‘파격 조건’을 제시하며 국내 인력의 스카우트에 나서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일각에선 이들의 소송전을 ‘집안싸움’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한 배터리 시장서 국내 동종업계 간에 벌어지는 소모전이 우려된다는 시선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지난달 7일 ‘2019년 1분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을 발표했다. 1위는 CATL(중국), 2위는 파나소닉(일본), 3위는 BYD(중국)이었다. 이들의 1분기 점유율은 각각 23.8%, 22.9%, 15.3%로 전체의 62%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 LG화학은 4위(10.6%), 삼성SDI는 6위(3.0%), SK이노베이션은 9위(1.9%)를 기록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성장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점유율을 전부 합산해도 1위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배출조작 이어 소송전…시작부터 삐걱
공정위 조사·부진 실적 ‘설상가상’

한편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서 열린 기자간담회서 소송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지금은 배터리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시점”이라며, “현재 중국은 물론 유럽도 자체적으로 배터리를 키우는 등 글로벌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서 우리가 좀 더 집중해서 이끌어가는 것이 필요하지만 이런 측면에선 안타깝다”고 소회를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 3월 부당 내부거래 혐의와 관련 LG그룹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까지 LG그룹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했던 물류계열사 ‘판토스’와 그룹 내 계열사 간 거래에 주목했다.

2017년 기준 판토스의 전체 매출 중 LG전자와 LG화학의 거래액은 절반을 넘었다. 또한 계열사와의 거래 비중은 70%까지 매년 증가했다.

한편 총수 일가는 지난해 말 판토스 지분을 전부 매각했다. 재벌 개혁 전담 조직인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지난 3월19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와 LG광화문빌딩 등에 조사관들을 보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LG전자와 LG화학을 비롯한 계열사들은 해당 건물에 모여 있다.

공정위 조사
실적도 부진


LG화학의 저조한 1분기 영업실적도 간과하기 어렵다. LG화학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조6390만원과 2753억원이었다. 매출액은 지난해 1분기(6조5535만원)에 비해 소폭 상승했지만 영업이익(6508억원)은 절반 이상 떨어졌다. LG화학의 라이벌 기업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3조7218억원이지만 영업이익은 2956억원으로 LG화학을 앞섰다. 영업이익률 역시 롯데케미칼이 7.9%를 기록한 반면 LG화학은 4.1%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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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