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항 5개월…흔들리는 ‘신학철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구광모 체제가 시작된 가운데 LG화학을 둘러싼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 LG화학을 이끌고 있는 신학철 부회장은 선임과 동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 회장은 ‘깜짝 인사’로 신 부회장을 영입, 조직에 새로운 분위기를 주문했지만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신학철호는 순항할 수 있을까.
 

▲ 신학철 LG화학 부사장

구광모 LG그룹 대표이사 회장은 5월 구본무 전 회장의 타계로 그룹 총수 자리에 올랐다. 구 회장은 이번 달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있다. 구 회장은 큰 이탈 없이 ‘4세 경영시대’를 열면서 조직을 정비했다. 구 회장에 대한 세간의 평은 긍정적이다. LG그룹에 대한 여론이 호의적인 동시에 그의 겸손한 성품도 주목을 받고 있어서다.

4세 경영
궤도 안착

구 회장은 자신의 호칭을 “‘회장’이 아닌 ‘대표’로 불러달라”고 할 만큼 권위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구 회장은 별도의 취임식도 가지지 않았다. 그는 선임될 당시 이사회 회의서 “그동안 LG가 쌓아온 고객가치 창조, 인간존중, 정도경영이라는 자산을 계승·발전시키고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개선하며 장기적인 관점서 성장기반을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구 회장이 강조한 변화는 곧 드러났다.

구 회장은 LG화학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신학철 전 3M 수석부회장을 영입했다. LG화학의 외부 인재 수혈은 이례적이다. 1947년 LG화학 창립 이후 외부 CEO를 영입한 것은 최초다.

3M은 화학전문 글로벌 기업이다. 충북 괴산 출신의 신 부회장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한국3M을 시작으로 2011년 3M 해외사업부문 수석부회장을 맡았다. 그는 3M 평사원으로 시작해 한국인 최초로 미국 본사 해외 사업을 총괄한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린다.


신 부회장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서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됐다. 신 부회장에 대한 관심은 당연했으며 LG화학의 첫 외부 인사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이 동시에 피어났다.

신 부회장은 부임 이후 조직 개편에 나섰는데 핵심은 ‘첨단소재’였다. LG화학은 지난 4월1일 기존 4개 사업본부(기초소재·전지·정보전자소재·생명과학) 및 1개 사업부문(재료사업부문)을 ‘석유화학’ ‘전지’ ‘첨단소재’ ‘생명과학’의 4개 사업본부 체제로 바꿨다.

신 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소재 분야서도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하며 이는 또 다른 성장의 기회”라며 “첨단소재사업본부를 석유화학, 전지 사업에 이어 제3의 성장축으로 적극 육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신학철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지도 못한 암초에 부딪혔다.

구광모 회장 첫 외부 CEO 깜짝 영입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환경부와 영산강유역환경청(환경부 소속)은 지난 4월17일 “대기오염물질 측정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물질인 먼지·황산화물 등을 속여 배출한 여수 산단 지역 기업들을 무더기로 적발했다”고 밝혔다. 영산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광주·전남 지역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 13곳을 조사한 결과, 여수 산단 지역의 다수 기업들이 4곳의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물질 배출농도를 조작했다.

해당 측정대행업체는 측정을 의뢰한 235곳의 배출 사업장에 대해 지난 2015년부터 4년간 대기오염물질 측정값을 축소, 조작하거나 실제 측정하지 않은 채 허위 성적서를 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LG화학은 이들과 공모한 사업장(LG화학 여수화치공장) 중 한 곳이었다.

미세먼지는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요 핵심 이슈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의 대책마련 강구는 미세먼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그대로 반영한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에도 미세먼지는 재해로 분류돼 대책 예산으로 편성돼 관련 예산만 1조5000억원에 이른다.


LG화학이 시대와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까닭이다.
 

LG화학 여수화치공장은 측정대행업체와 공모, 지난 2016년 11월11일경 시설서 채취한 시료의 염화비닐 실측값이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하자 결과값을 조작했다.

해당 사업장은 지난 2016년 7월29일경부터 지난해 11월26일경까지 총 149건의 측정값을 조작해 측정기록부를 거짓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지난 2017년 1월3일경에는 채취 시료의 먼지 실측값을 조작해 그해 상반기 기본배출부과금을 면탈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미세먼지
결과 조작

환경부는 “측정대행업체와 공모관계가 입증된 대기배출사업장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이들을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에 송치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은 환경부 발표 직후 공식 사과문을 냈다. 신 부회장은 “참담한 심정으로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며 모든 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며 “이번 사태는 LG화학의 경영이념과 또 저의 경영철학과도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어떤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고 어떤 경우에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해당 사안을 인지한 즉시 모든 저감 조치를 취해 현재는 법적 기준치 및 지역사회와 약속한 배출량을 지키고 있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관련 생산시설을 폐쇄하기로 했다”며 “지역주민과 관계자의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 공신력 있는 기관의 위해성·건강 영향 평가를 지역사회와 함께 투명하게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신 부회장이 생산시설 폐쇄라는 강수를 뒀지만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전으로도 최근 어수선한 분위기다. 핵심 쟁점은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여부’다.

신 부회장은 지난 4월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인 LG화학의 2차전지 사업은 1990년대 초반부터 30년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과감한 투자와 집념으로 이뤄낸 결실”이라며 “이번 소송은 경쟁사의 부당행위에 엄정하게 대처해 오랜 연구와 막대한 투자로 확보한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고, 정당한 경쟁을 통한 건전한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집안싸움
소송 불사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경력채용을 통해 자사 인력 70여명을 데려갔고, 이들이 핵심기술 등을 유출했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은 핵심기술이 다량 유출된 구체적인 자료가 있고, SK이노베이션에 내용증명을 통해 자제 요청과 경고를 했지만 영업비밀이 계속 유출된 점 등을 종합해 법적 대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각)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조사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업계 안팎에선 직원들의 처우와 기업문화가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고급인력으로 통하는 배터리 인력을 영입하기 위해 회사마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가운데 LG화학 내에서는 처우에 대한 볼멘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단적인 예로 SK이노베이션의 인센티브는 LG화학보다 높다. 해외 기업 역시 배터리 인력 영입에 적극적이다. 중국이 ‘파격 조건’을 제시하며 국내 인력의 스카우트에 나서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일각에선 이들의 소송전을 ‘집안싸움’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한 배터리 시장서 국내 동종업계 간에 벌어지는 소모전이 우려된다는 시선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지난달 7일 ‘2019년 1분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을 발표했다. 1위는 CATL(중국), 2위는 파나소닉(일본), 3위는 BYD(중국)이었다. 이들의 1분기 점유율은 각각 23.8%, 22.9%, 15.3%로 전체의 62%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 LG화학은 4위(10.6%), 삼성SDI는 6위(3.0%), SK이노베이션은 9위(1.9%)를 기록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성장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점유율을 전부 합산해도 1위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배출조작 이어 소송전…시작부터 삐걱
공정위 조사·부진 실적 ‘설상가상’


한편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서 열린 기자간담회서 소송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지금은 배터리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시점”이라며, “현재 중국은 물론 유럽도 자체적으로 배터리를 키우는 등 글로벌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서 우리가 좀 더 집중해서 이끌어가는 것이 필요하지만 이런 측면에선 안타깝다”고 소회를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 3월 부당 내부거래 혐의와 관련 LG그룹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까지 LG그룹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했던 물류계열사 ‘판토스’와 그룹 내 계열사 간 거래에 주목했다.

2017년 기준 판토스의 전체 매출 중 LG전자와 LG화학의 거래액은 절반을 넘었다. 또한 계열사와의 거래 비중은 70%까지 매년 증가했다.

한편 총수 일가는 지난해 말 판토스 지분을 전부 매각했다. 재벌 개혁 전담 조직인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지난 3월19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와 LG광화문빌딩 등에 조사관들을 보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LG전자와 LG화학을 비롯한 계열사들은 해당 건물에 모여 있다.

공정위 조사
실적도 부진


LG화학의 저조한 1분기 영업실적도 간과하기 어렵다. LG화학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조6390만원과 2753억원이었다. 매출액은 지난해 1분기(6조5535만원)에 비해 소폭 상승했지만 영업이익(6508억원)은 절반 이상 떨어졌다. LG화학의 라이벌 기업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3조7218억원이지만 영업이익은 2956억원으로 LG화학을 앞섰다. 영업이익률 역시 롯데케미칼이 7.9%를 기록한 반면 LG화학은 4.1%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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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