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부 두 번째’ 검찰총장 하마평 7인의 파워게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6.03 10:14:06
  • 호수 12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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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센 권력기관 수장 ‘7파전’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문무일 검찰총장에 이어 문재인정부의 두 번째 검찰 수장을 맡게 될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 7인이 심사 대상에 올랐다. 검찰총장 후보에 오른 7인들의 인사검증이 시작됐다. 차기 검찰총장으로 거론되는 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정부가 문무일(58·사법연수원 18기) 검찰총장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새로운 총장의 선출절차를 시작했다. 법무부는 정상명 전 검찰총장을 위원장으로 총 9명으로 구성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후보추천위)를 지난달 10일 구성했다고 밝혔다. 문 총장의 임기는 오는 7월24일까지다.

문 총장 임기
7월24일까지

후보추천위는 당연직 위원 5명과 비당연직 위원 4명으로 이뤄진다. 법무부는 후보추천위 구성에 이어 지난달 13일부터 20일까지 검찰총장 제청 대상자를 천거받았다. 개인이나 법인, 단체 등 누구나 법무부장관에게 서면으로 검찰총장 제청 대상자를 천거할 수 있다. 

다만 검찰총장 제청 대상자는 검찰청법 규정에 따라 15년 이상의 법조 경력이 있어야 한다. 후보추천위는 심사 대상자를 상대로 적격 여부를 심사한 뒤 법무부 장관에게 최종 후보자를 3명 이상 추천한다. 법무부장관은 후보추천위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검찰총장 후보자를 제청한다.

현재까지 검찰총장 후보자로 윤석열(59·23기) 서울중앙지검장, 이금로(54·20기) 수원고검장, 김오수(56·20기) 법무부 차관 등 7명이 1차 심사 대상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최종 후보자
3명으로 압축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총장 후보추천위는 최근 윤 지검장, 이 고검장, 김 차관을 비롯해 황철규(55·19기) 부산고검장, 조희진(57·19기) 전 서울동부지검장, 봉욱(54·19기) 대검찰청 차장검사, 조은석(54·19기) 법무연수원장 7명을 두고 본격적인 심사에 착수했다. 

이들은 모두 인사검증 절차에 동의했다고 전해진다. 당초 거론됐던 검찰 외부인사는 심사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차기 총장은 검·경수사권 조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문재인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검찰개혁을 완수할 수 있는 인물이 임명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윤석열]

‘파격 인사’의 대명사로 불리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윤석열 대 다른 후보군 대결 양상으로 전개되는 모양새다.

당초 법조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검찰 내 조직 안정을 고려해 고검장급인 사법연수원 19·20기 사이서 문 총장 후임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최근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로 정부와 검찰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다시금 윤 지검장이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윤 지검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끈 박영수 특검 수사팀장을 거쳐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국정 농단 사건과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 등 주요 적폐사건의 수사를 사실상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청와대의 신뢰가 두터울 수밖에 없다. 현 정부의 국정 과제 중 하나인 검찰개혁을 마무리할 수 있는 인물 1순위로 꼽히는 이유다.


이 지검장은 서울 출신으로 서울 충암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 이금로 수원고검장

[이금로]

법무부 차관이었던 이금로 수원고검장도 유력한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떠올랐다. 이 고검장은 문재인정부서 초대 법무부 차관을 맡아 검찰개혁의 밑그림 그리기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법무부의 탈 검찰화’가 한창 진행되는 과정서 법무부와 검찰 간 관계가 나름대로 매끄러웠던 데는 이 고검장의 역할이 컸다고 보는 검사들이 적지 않다.

이 고검장은 최근 윤 지검장이 영전할 것으로 알려졌던 초대 수원고검장을 맡으면서 현 정부의 신임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검찰 안팎의 평가도 후한 편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 대검찰청 수사기획관과 기획조정부장을 거치는 등 요직을 맡아왔던 이 고검장은 지난 정권 실세로 불렸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을 구속기소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현 총장 임기만료 앞두고 선출절차 시작
후보자 7인 심사 대상…현미경 인사검증

지난 2015년 인천지검 지검장으로 발령받은 뒤에는 이른바 ‘주식 대박’으로 논란을 빚었던 진경준 전 검사장 사건의 특임검사로 임명돼 수사를 지휘했다. 

이 고검장은 충북 증평 출신으로 청주 신흥고와 고려대 법대를 나왔다.
 

▲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김오수]

금융감독원장으로 물망이 올랐던 김오수 법무부 차관도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이다. 김 차관은 인천지방검찰청 특수부 부장검사, 서울서부지검과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서울고검 형사부 부장, 대검 과학수사부 부장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5년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정창영 전 연세대학교 총장 부인의 편·입학 비리 사건을 수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일하던 2009년에는 대우조선해양 남품 비리, 효성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 등의 수사를 지휘했다. 

김 차관이 지난해 금감원장 후보에 오른 데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의 인연도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차관과 조 수석은 서울대 법대 동문이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 강기정 전 의원 등과 고교 동문이다. 


김 차관은 전남 영광 출신으로 광주대동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 황철규 부산고검장

[황철규]

황철규 부산고검장은 아시아 최초로 국제검사협회 차기 회장으로 당선된 ‘국제통’이다. 한국 검찰과 국제 검찰의 교류협력을 확대하고 한국 검찰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가 많다. 

황 고검장은 지난 4월5일 노르웨이 오슬로서 개최된 국제검사협회 집행위원회서 차기 회장으로 선출됐다. 아시아 지역 검사가 국제검사협회 회장에 선출된 것은 처음이다. 황 고검장은 “국외 불법은닉재산 환수와 국외 도피자 검거, 증거 교환 등에 대한 각국 검찰 간 형사공조를 대폭 강화하고 검찰 관련 법과 제도를 공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완수할 인물 우세
거론된 외부인사 모두 탈락

1995년 출범한 국제검사협회는 전 세계 180개 국가 검찰이 가입한 검사 간 국제기구로 사무국은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다. 유엔 경제사회이사회로부터 특별협회 지위를 부여받아 유엔 마약범죄사무국(UNODC) 등과 협력하는 유일한 기구다. 


황 고검장은 서울 출신으로 명지고와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 조희진 전 동부지검장

[조희진]

검찰 내에서 늘 ‘여성 1호’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조희진 전 동부지검장도 검찰총장 후보에 올랐다. 지난 2017년 조 지검장은 검찰 내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장으로 임명됐다. 

조 지검장은 지난 1990년 검찰에 임용됐으며 2013년 여검사로는 처음으로 검사장이 됐다. 조 지검장은 1962년 충남 예산서 태어나 서울 성신여고과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임관했다. 2004년 국내 첫 여성 부장검사, 2010년 지청장을 거쳐 2015년 국내 최초의 여성 검사장으로 제주지방검찰청서 근무했다.  

조 지검장은 검찰 내에서 여성정책을 연구하고 추진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5년에는 여성폭력에 관한 국내외 판례를 연구한 <여성과 법>을 발간했고, 여성범죄실태분석, 아동대상 성폭력 범죄에 대한 양형분석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2017년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검찰총장 후보로 추천받기도 했다. 

[봉욱]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라이벌로 불렸던 봉욱 대검찰청 차장검사도 차기 검찰총장 후보다. 서울동부지검장이었던 그는 겸손하고 온화하면서 소탈한 성품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책기획 역량과 특별수사 능력을 겸비한 인물로, 강한 업무 추진력과 함께 뛰어난 설득력을 갖추고 있어 선후배 검사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화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이나 태광그룹 관련 비자금 수사 등을 맡아 기업형 범죄 수사 당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바 있다.

대검 연구관을 포함해 대검 첨단범죄수사과장, 대검 정책기획과장, 대검 공안기획관 등을 맡았으며 서울 서부지검 차장검사, 부산 동부지청장 등을 역임했다. 봉 차장은 우 전 수석과 서울대 법대 동기, 19기 사법연수원 동기, 29회 사법고시 합격 등 공통점이 많다. 연수원 19기 내에서도 우수한 성적이었고 검찰에 투신했다는 점에서 우 전 수석과 자주 비교됐다. 
 

▲ 조은석 법무연수원장

[조은석]

조은석 법무연수원장도 검찰총장 후보에 올랐다. 조 원장은 전남 장성 출신으로 광주 광덕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3년 수원지검 성남지청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조 원장은 대검 중앙수사부 검찰연구관과 대검 공판송무과장, 국가수사개혁단 대변인, 대검 범죄정보2담당관, 대검 범죄정보1담당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부장검사를 거쳐 2009년 대검 대변인 등을 지냈다. 이후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와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대검 형사부장, 청주지검장을 거쳤다.

조 원장은 매사에 적극적인 성격으로 업무 능력과 기획·분석력이 탁월하며 추진력이 강하고 탁월한 리더십을 보유했다는 평이다. 자기 절제력이 강하고 합리적인 판단력과 소신을 지닌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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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