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여행지 ⑤중구생활사전시관

개항장 인천의 랜드마크, 대불호텔의 화려한 변신

▲ 대불호텔 자리에 개관한 중구생활사전시관

오랜 세월 공터로 있던 자리에 옛 주인이 돌아왔다. 1978년 철거된 대불호텔이 40년 만인 지난해 4월 중구생활사전시관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 대불호텔의 모습을 재현해 꾸민 이곳은 대불호텔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1관, 1960~1970년대 인천 중구의 생활사를 체험할 수 있는 2관으로 구성돼 있다. 관람 동선은 1관을 지나면 자연스레 2관으로 이어진다.
 

▲ 대불호텔 객실을 재현한 공간

중구생활사전시관에서 먼저 할 일은 대불호텔이 지나온 파란만장한 세월을 돌아보는 일이다. 흥했다 망하고, 다시 성했다 쇠하는 그 과정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했던 130여년 전의 개항장 인천과 많이 닮았다. 아니 우리가 살아내야 할 팍팍한 인생과도 많이 닮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대불호텔의 역사는 1888년, 제물포항(인천항)에서 멀지 않은 일본 조계에 3층짜리 붉은 벽돌 건물이 세워지며 시작됐다. 파란 눈의 이방인은 이곳을 호텔이라는 낯선 이름으로 불렀다. 식사하고 잠을 자는 공간이지만, 초가로 지은 우리네 주막이나 다다미가 깔린 일본식 여관과는 달랐다. 객실에는 침대가 놓이고 서양 음식이 제공됐다.

호텔 역사 한눈에

한국어와 일본어는 물론 영어에도 능통한 종업원의 맞춤 서비스는 대불호텔의 명성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등공신. 미국인 선교사 아펜젤러는 <비망록>에서 “놀랍게도 호텔에서는 일본어가 아닌 영어로 손님을 편하게 모셨다”며 투숙 경험을 남겼다. ‘깨끗하고 매혹적인 건물’이라 대불호텔을 극찬한 영국인 탐험가 새비지-랜도어 역시 <코리아 혹은 조선: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 ‘현대적 말씨를 사용하는 종업원’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 당시 호텔 서비스를 보여주는 전시물

대불호텔의 객실료는 상등실 2원50전, 일반실 2원으로 다른 호텔이나 여관보다 비쌌지만, 인기가 좋아 11개 객실은 늘 만실이었다. 당시 한국인 노동자의 하루 임금은 23전이었다. 
10여년간 호황을 누린 대불호텔은 1899년 인천과 노량진을 잇는 경인선이 놓이면서 위기를 맞았다. 원래 경성(서울)까지는 우마차를 타고 12시간 이상이 걸렸는데, 기차를 이용하면 1시간40분밖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함에 따라 서양인 왕래가 감소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 중구생활사전시관 1관에 전시된 ‘중화루’ 간판

일본인 무역상 호리 히사타로가 소유한 대불호텔은 뢰씨 일가를 비롯한 중국인들에게 넘어가, 베이징요리 전문점 ‘중화루’로 다시 태어났다. 호텔에서 중국집으로의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중화루는 인천을 넘어 경성까지 이름을 알렸다. 아이러니하게도 대불호텔 경영에 악재로 작용한 경인선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하지만 40여년을 승승장구하던 중화루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1960년대 들어 청관거리의 경기가 급격히 나빠진 것. 중화루 폐업 후 월세방으로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던 3층 벽돌 건물은 1978년, 지은 지 90년 만에 결국 철거되고 만다.
중구생활사전시관 1관에는 대불호텔의 흥망성쇠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다양한 전시물이 있다. 2층과 3층에는 당시 호텔 객실과 연회장을 재현한 공간이 있고, 개항 이후 국내에 들어온 카메라와 회중시계 같은 진귀한 소품도 전시됐다. 1층 전시관의 바닥 일부를 유리로 마감해 대불호텔의 유구를 볼 수 있도록 한 것도 흥미롭다.
 

▲ 1960~1970년대 인천 중구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중구생활사전시관 2관

중구생활사전시관 2관은 1960~1970년대 인천 중구의 모습을 생생하게 체험하는 공간이다. 당시 상류층 주택을 재현한 전시물부터 이발소, 다방, 극장까지 중구에 실재한 건물과 시설을 기반으로 꾸며, 전시관을 돌아보는 것만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여행을 하는 느낌이 든다.
 

▲ 인천개항박물관 외관

중구생활사전시관을 돌아본 뒤에는 개항장역사문화의거리도 찬찬히 걸어보자. 중구생활사전시관 옆으로 ‘조선은행’이라 이름 붙은 구 인천일본제1은행지점(인천유형문화재 7호)과 구 인천일본제18은행지점(인천유형문화재 50호), 구 인천일본제58은행지점(인천유형문화재 19호)이 나란히 자리한다. 청일전쟁 후 경제 수탈의 첨병 역할을 한 이들 일본 은행 건물은 현재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일본제18은행은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으로, 일본제1은행은 인천개항박물관으로 운영된다.
 

▲ 인천아트플랫폼의 야외 전시물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으로 활용하는 일본제18은행에서는 답동성당과 존스턴 별장처럼 현재 인천 중구에 있거나 과거에 있던 근대건축 모형이 전시돼, 개항 당시 인천의 모습을 상상하기 좋다. 부둣가 창고를 지역 예술인의 창작 공간으로 꾸민 인천아트플랫폼, 중국의 문화와 역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한중문화관도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다.
 

▲ 월미공원 내 한국전통정원에 재현된 안동하회마을의 양진당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호텔이었던 대불호텔
1978년 철거 후 새롭게 중구생활사전시관으로

월미공원에서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곳은 한국전통정원이다. 월미공원 입구 왼쪽에 있는 한국전통정원에서는 창덕궁 부용지, 안동하회마을의 양진당, 담양 소쇄원, 함안의 국담원 등 우리나라 대표 전통 건축물을 재현했다. 
인천 앞바다와 영종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월미전망대와 월미문화관도 놓칠 수 없다. 공원 정문에서 1.4km 떨어진 월미전망대 앞 정상광장까지 걸어가거나 물범셔틀카를 이용하면 된다. 물범셔틀카 이용료는 왕복 어른 1500원, 어린이 800원(편도 어른 1000원, 어린이 500원)이다.
 

▲ 신포국제시장의 명물, 닭강정

신포국제시장은 19세기 말 푸성귀전에서 비롯됐다. 일본인을 대상으로 배추와 무, 양파 등 각종 채소를 팔던 자리에 자연스레 시장이 형성된 것. 개항 이후 인천항으로 들어온 외국인을 상대로 장사하면서 “서울에 화신백화점이 있다면 인천에는 신포시장이 있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번성했다. 
신포시장으로 불리던 이곳은 2010년 3월에 문화관광시장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신포국제시장으로 이름을 바꿨다. 신포국제시장을 구경하는 재미는 먹거리에 있다. 그중에서도 닭강정이 명물. 양념치킨이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1980년대에 처음 선보였으니, 그 매콤한 맛을 지켜온 시간은 어느덧 40년에 가깝다. 최근 젊은 고객의 입맛을 고려해 순한 카레 맛 닭강정을 내놓은 게 변화라면 변화다.
 

▲ G타워 전망대에서 본 송도센트럴파크

송도센트럴파크는 고층 빌딩이 숲을 이룬 송도국제도시에 자리한다. 서해 바닷물을 끌어와 만든 해수로를 중심으로 테라스정원, 산책정원, 꽃사슴정원, 조각정원 등을 조성했다. 테마 정원은 해수로를 따라 이어진 산책로를 통해 모두 연결된다. 송도센트럴파크는 국내 최초의 해수 공원답게 도심에서 수상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미니 보트와 카약을 타고 토끼섬과 연인섬을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미니 보트와 카약은 이스트보트하우스에서, 수상 택시는 웨스트보트하우스에서 출발한다.
 

▲ 요즘은 꽃게가 제철이다.

국가어항 ‘소래포구’

소래포구는 수도권을 대표하는 어항이다. 인천은 물론 서울에서도 접근성이 좋아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2017년 해양수산부 고시를 통해 국가어항으로 지정됐다. 소래포구의 매력은 우리 바다가 키운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싱싱한 활어, 젓갈, 건어물 등 종류도 다양하다. 요즘은 토실토실 살이 오른 주꾸미와 주홍빛 알을 가득 품은 꽃게가 제철이다. 싱싱한 바다의 맛을 마음껏 즐기고, 소래철교를 걸으며 포구의 낭만에 빠져도 좋다. 끼룩끼룩 울어대는 갈매기를 벗 삼아 걷는 재미가 여간 아니다. 코끝에 와닿는 바다 냄새는 도심 생활에 찌든 가슴을 말끔히 씻어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중구생활사전시관→개항장역사문화의거리→월미공원→신포국제시장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중구생활사전시관→개항장역사문화의거리→월미공원→신포국제시장
둘째 날: 송도센트럴파크→인천시티투어→소래포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중구 문화관광 www.icjg.go.kr/tour
- 중구생활사전시관 http://jlhm.icjgss.or.kr
-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www.icjgss.or.kr/architecture
- 인천개항박물관 www.icjgss.or.kr/open_port
- 월미공원(인천의공원) http://park.incheon.go.kr
- 신포국제시장 http://sinpomarket.com
- 인천시설공단 www.insiseol.or.kr 

문의 전화 
- 인천역관광안내소 032)777-1330
- 인천종합관광안내소 032)832-3031
- 중구청 문화관광과 관광팀 032)760-6478
- 중구생활사전시관 032)766-2202
-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032)760-7549
- 인천개항박물관 032)760-7508
- 월미공원 032)765-4133
- 신포국제시장지원센터 032)764-0415
- 인천시설공단 032)456-2070

대중교통 정보
지하철: 1호선 인천역 3번 출구, 중구청 방면 도보 5분.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자가운전
인천대로 인천 IC→인천항사거리에서 수인사거리 방면 우회전→수인사거리에서 중구청 방면 좌회전→인천역→중구생활사전시관 

숙박 정보
- 센트로호텔: 중구 연안부두로43번길, 032)887-0490, http://blog.naver.com/hotelcentro
- 바이킹호텔: 중구 연안부두로55번길, 032)887-1539
- 제이모텔: 중구 연안부두로21번길, 032) 888-7711
- 올림포스호텔: 중구 제물량로, 032)762-5181, http://olymposhotel.co.kr

식당 정보
- 공화춘(중화요리): 중구 차이나타운로, 032)765-0571, www. gonghwachun.co.kr
- 신승반점(중화요리): 중구 차이나타운로44번길, 032)762-9467
- 인천집(삼치구이): 중구 우현로67번길, 032)764-6401
- 통큰밴댕이(밴댕이회): 중구 연안부두로, 032) 884-3979, https://blog.naver.com/tongkn3979

주변 볼거리
송월동동화마을, 차이나타운, 북성포구,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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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