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해외진출 성공 사례

한국은 좁다
세계로 쭉쭉~

프랜차이즈 기업의 해외진출 성공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02년 부산 해운대의 33㎡ 남짓한 점포로 출발했던 ‘본촌치킨’은 매콤달콤한 특제 소스 맛과 어우러진 바삭한 튀김치킨으로 해외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으면서 성장하고 있다. 현재 미국, 필리핀 등 전 세계로 점포를 확장하면서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도약하고 있다.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커피숍 만커피(MANN Coffee) 역시 해외진출로 성공한 브랜드다. 만커피는 중국인들이 오랫동안 편안하게 앉아서 대화를 나누거나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선호한다는 특성에 맞춰 패스트푸드 음식점처럼 빨리 먹고, 빨리 일어나야 하는 서구식 커피 전문점과는 다른 콘셉트를 내세웠다. 

점포 확장

따라서 널찍한 공간에 안락한 소파와 의자, 분위기 있는 고가구,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백열등과 할로겐 등으로 실내를 꾸몄다. 만커피는 특히 중국 젊은이들의 큰 호응을 얻어 현재 중국 내 스타벅스 등의 주요 커피 브랜드와 당당히 어깨를 겨루며 매장을 확장해가고 있다.

커피베이도 미국 월마트 진출에 이어 필리핀에서도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작년 12월에 필리핀 세부 아이티 파크(CEBU IT PARK)에 두 번째 매장 I.T. PARK점(이하 아이티파크점)을 오픈하고 현지인들의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커피베이는 앞서 필리핀 최대 쇼핑몰인 SM몰에 1호점을 입점하여 약 2년 동안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한 철저한 시장분석과 운영 노하우를 쌓아왔으며, 그동안 쌓은 경험에 한류를 접목시켜 글로벌화를 이뤘다. 메뉴와 인테리어, 서비스 모두 현지인들로부터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가맹문의가 속속 이어지고 있다. 

해외진출은 ‘양날의 칼’이다. 사전 준비 없이 나가면 십중팔구 실패한다. 창업가정신(entrepreneurship)으로 해외의 더 넓은 시장을 선점하고 개척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준비와 전략이 없는 도박(Gambling)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선 국내에서 충분한 경험과 운영 노하우를 터득한 후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시스템은 단순히 차별화된 상품 및 서비스를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 가맹본부의 시스템 구축, 가맹점 및 협력 업체와의 교육 및 통제, 고객관리 및 마케팅 전략 등에 대해 충분히 경험하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거시적 외부환경 분석과 미시적 산업 환경 분석을 통해 환경 변화에 대한 대처 능력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프랜차이즈 기업의 CEO는 오케스트라의 솔리스트가 아니라 지휘자처럼 이러한 모든 것들을 유연하게 리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해외시장은 프랜차이징 전개가 더 복잡하고 어렵다. 국내에서 쌓은 성공 노하우를 갖고 있지 못하면 해외시장에서 잘될 리 만무하다. 국내에서의 큰 성공을 기반으로 해야 해외진출 전략을 잘 세울 수 있다.   

창업 전문가들은 “국내에서의 맛과 품질 경쟁력, 그리고 프랜차이즈 사업 경험은 해외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며 “그러나 현지의 법과 제도, 문화를 이해하고 물류 등 프랜차이즈 사업 전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주의를 요한다. 또한 “이미 웬만한 해외시장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어 국내에서 제품의 경쟁력이 없으면 해외시장에서는 더더욱 성공할 수 없다”고 조언한다. 

해외시장서 소비자에 호응
현지인들 가맹문의 잇달아

이들은 진출하려는 국가에 대한 철저한 시장조사와 함께 현지에 직접 방문해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밀착조사를 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식업 등 프랜차이즈 사업은 일종의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시중에 떠도는 객관적인 조사 자료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지에서 직접 관찰하고, 현지인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의 문화와 융합할 수 있는가를 자세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해외진출 실패는 국내 사업에 악영향을 끼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실패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초기 투자자금이 많이 드는 직접투자 및 합작투자 방식보다는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중소 프랜차이즈 기업에게 위험 부담이 덜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또한 여러 국가에 동시다발적으로 진출하는 것보다 한 국가나 지역에 집중 투자하고, 일단 거기서 성공하면 단계별로 국가나 지역을 확대해나가는 것이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김재홍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는 “자본이 부족하지만 기술력(제품력)이 있는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제휴해서 해외진출을 모색해보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인데, 이러한 상생협력 문화가 정착되도록 하는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본 글로벌 프랜차이즈(Born Global Franchise)도 고려할 만하다. 창업과 동시에 세계화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초기부터 아예 해외에서 프랜차이즈 회사를 설립하거나 직영점을 운영하는 경우를 말한다. 즉 국내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특정 제품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창업가가 직접 현지에 진출해서 그동안 쌓은 노하우로 현장을 진두지휘해나가는 경우이다.

‘양날의 칼’ 준비 없으면 십중팔구 실패
국내서 충분한 경험·노하우 터득해야

경쟁이 심한 국내에서 벗어나 현지에서 직접 프랜차이즈 사업을 전개해나가는 이 방식은 한국인 특유의 성실성을 바탕으로 한류 붐을 등에 업고 현지에서 성공하는 사례도 많다. 이들은 현지에서 성공한 후 인접한 다른 국가로 진출하거나 역으로 국내로 진출하기도 한다. 최근 K-팝 스타를 키우는 연예기획사들도 연예인들이 처음부터 해외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해 성공 사례를 많이 배출하고 있는데, 이 경우와 비슷하다.  

도전~

브랜드 동일성을 위한 표준화와 진출하려는 국가의 현지화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 현지 실정에 맞게 최적화시키는 것도 중요한 성공 포인트다. 지나친 표준화는 현지에서의 수용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는 반면, 지나친 현지화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가치를 감소시키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