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OOO역에 삽니다”

오피스텔 등 수익형 주택 시장이 전반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단지 명에 ‘역 이름’을 붙여 역세권 입지를 강조한 단지들은 굳건한 인기를 얻고 있다. 단지 명만 들어도 역세권 입지를 확인할 수 있으며, 그 위치와 주변 환경까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지 조건이 임차인 확보나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등 소형 수익형 주택시장에서 역세권 유무는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그렇다 보니 단지 명에 역 이름을 품은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에 투자자와 수요자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아파트의 경우 지역명이 강조되는 반면, 임대 수익형 성격이 강한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은 경우가 좀 다르다. 

역명 붙인 
네이밍 주목

복잡한 구조를 띠고 있는 아파트 네이밍과 달리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등은 역명과 브랜드로만 구성된 네이밍이 대부분이다. 지역명이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아파트와 달리 지역명보다 ‘지하철 역명’이 강조되는 추세이다. 또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은 수익형 부동산이기 때문에 교통편의성이나 풍부한 임대수요, 투자가치를 동시에 어필할 수 있는 이성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이처럼 임대 수익형 상품은 브랜드명보다 입지 편의성이 더 중요한 요소이며, 계약자가 직접 사는 곳이 아니라 임대를 주는 공간이기 때문에 고급화 보다는 시공능력이나 공실률과 같은 안정성 측면이 더 강조된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서울 등 역세권 단지는 교통편의성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역을 중심으로 발달하는 상권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어 생활 편의성도 좋은 편이다. 

역세권의 사전적 의미는 지하철이나 전철역을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주변 거주자가 분포하는 범위를 말한다. 하지만 실제 역세권의 이점을 누리려면 5분 이내로 소요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단지에서 지하철역까지 도보 5분 이내에 이동하려면 지하철역이 반경 500m 내에 위치해야 한다. 


역세권 강조한 수익형 주택 인기
‘역 이름’ 붙여 확실한 입지 확인

이렇게 역과 100~200m 거리에 위치한 초역세권 오피스텔들은 부지도 한정적이고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아, 역세권 오피스텔과 비역세권 오피스텔의 수익률은 차이가 꽤 크게 나기 마련이다. KB국민은행 시세에 따르면 5호선 공덕역 인근 ‘신영지웰’ 전용면적 53㎡의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133만~143만원 선인 반면, 공덕역과 10분 거리에 위치한 ‘현대하이엘’ 전용면적 53㎡의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120만~130만원 선으로 월평균 13만원의 임대료 차이가 난다.

단지 명에 역 이름이 들어간 오피스텔들은 분양 성적도 좋았다. 지난해 연말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판교역’은 건물 지하와 판교역이 바로 연결되는 초역세권 입지가 부각되면서, 577실 모집에 총 3만1323건이 접수돼 평균 54.29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모든 타입의 청약이 마감됐다. 이는 작년에 분양한 오피스텔 가운데 가장 많은 청약 접수 건수다. ‘화서역 파크푸르지오’ 오피스텔(64.82대 1), ‘힐스테이트 금정역’ 오피스텔(62.62대 1) 등도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오피스텔 시장에서 역세권 입지는 당연 1순위 고려 사항”이라며 “역세권 오피스텔은 타 지역으로 이동이 편리하고 상권과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임대 수요도 풍부하다. 때문에 이런 점을 고려해 최근 오피스텔 공급업체들은 단지 명에 역 이름을 넣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다음은 역 이름을 품은 수도권의 수익형 주택.
 

▲오류동 아델리아(오피스텔)= 서울시 구로구 오류동 55-19번지 외 7필지에 선시공·후분양 오피스텔인 ‘오류동역 아델리아’가 분양 중이다. 연면적 6520.95㎡, 지하 2층~지상 17층, 1개동, 오피스텔 176실, 근린생활시설 2실로 공급된다. 총 주차대수는 91대. 1호선 오류동역 3번 출구에서 도보 1분 거리인 초역세권 입지로 A타입 32실, B타입 80실, C타입 64실 총 176실로 구성된다.

부지 한정적
선호도 높아


전체 호실이 1.5룸 풀퍼니시드로 설계된다. 약 80실이 선호도가 높은 양창구조며, 각 실에서 오류동역 문화공원·광장·개웅산 공원 등을 바라볼 수 있는 멀티 조망권을 갖췄다. 개봉공원, 푸른수목원, 안양천도 인접해 쾌적한 주거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1호선 오류동역을 통해서는 용산역까지 22분, 시청역까지 30분이면 도달 가능하다. 인천역까지는 42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단지 인근의 지하철 7호선 천왕역과 온수역을 이용하면 강남권 및 광명시와도 접근이 수월해 직장인 수요도 풍부할 것으로 기대된다. 

생활편의시설도 풍부하다. 주민센터 등 관공서가 도보 5분 이내 거리에 위치하며 사업지에서 도보로 오류시장을 이용할 수 있다. 

고척스카이돔, 디큐브시티, 구로아트밸리예술극장 등 문화시설도 가깝다. 매봉산, 개웅산, 천왕산, 궁동 생태공원, 푸른수목원 등의 녹지공간 또한 풍부하다. 이외에도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 롯데마트 구로점 등 대형 쇼핑공간과 구로 성심병원 등 대형병원 이용도 편리하다. 오류동 아델리아가 들어서는 오류동 주변은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종사자가 16만여명에 달하고, 서울한영대학교·동양미래대학교·유한대학교·성공회대학교 등 여러 대학이 인접하고 있어 임대수요가 풍부한 편이다. 

분양 좋고
시세도 좋아

구로구 오류동은 각종 개발호재가 맞물리면서 더욱 풍부한 임대수요를 갖출 예정이다. 2018년 구로구 구정 운영방향에 따라 오류동역 일대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8만4139㎡ 부지의 행복주택 4개동과 오류 1동 주민센터 복합화사업, 오류시장 정비사업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최첨단 ICT산업단지로 변모할 온수산업단지의 개발과 고척동에 조성되는 2214여가구의 고척뉴스테이, 개봉동 일대 1089여 가구 규모의 개봉뉴스테이도 진행 중이다.
 

▲중랑역 더샤이닝(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 대운종합건설이 시공하는 ‘중랑역 더샤이닝’이 눈길을 끌고 있다. 중랑역 4번 출구로 나와서 열 걸음 거리에 사업지가 있기 때문이다. 고품격 주거공간을 지향하는 중랑역 더샤이닝은 투자자와 실수요자 모두에게 선호되는 소형 오피스텔이다. 

공동주택 복합건물로 지하 1~2층은 근린생활시설, 3~10층은 오피스텔 88실, 11~14층은 소형공동주택 44세대로 각각 구성돼 있다. 단지 반경 3km 이내에는 한국외국어대학교, 경희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를 비롯해 카이스트 서울캠퍼스와 삼육보건대가 위치해 서울에서 대학교가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에 해당된다. 이들 7개 대학교의 재학생 숫자만 약 6만명 이상이다. 

대학교 밀집지역의 현황을 반영하듯 동대문구 원룸의 임대료는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가 50만~60만원에 달한다. 입주민 편의시설이 구비된 오피스텔의 경우 임대료가 약간 더 높다고 보면 된다. 

중랑역은 청량리역과 회기역에서 한두 정거장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동부간선도로 등이 있어 강남 출퇴근이 편리하다. 따라서 동대문구의 높은 임대료에 부담을 느끼는 대학생과 도심 출퇴근 직장인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입지적 장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이러한 측면이 중랑역 더샤이닝의 핵심 포인트이다.

또한 이 지역은 다양한 생활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실수요자가 생활하기에 편리하다. 망우로를 중심으로 홈플러스, 이마트, 코스트코 등 대형마트를 비롯해 CGV, 메가박스, 엔터식스와 중랑아트센터 등의 문화시설까지 쇼핑·문화·복합공간이 인근에 위치해 있어 소위 원스톱 라이프가 가능하다. 
 

▲신사역 멀버리힐스(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 하나자산신탁은 자사가 시행하고 롯데건설이 시공하는 ‘신사역 멀버리힐스’ 오피스텔을 분양한다. 신사역 도보 1분 거리에 조성되는 오피스텔 단지로, 서울 서초구 잠원동 27-2·4·6번지 일원에 들어선다. 지상 8~13층 주거동과 지하 8층~지상 14층 근린생활시설동 등 총 2개동 연면적 약 2만5050㎡ 규모로 조성된다. 이번 분양물량은 오피스텔 전용 20~33㎡ 총 83실(예정)과 도시형 생활주택 전용 30~37㎡ 총 12가구(예정)다. 

하나자산신탁에 따르면 단지는 지하철 신사역을 이용해 압구정 2분, 종로3가 15분대, 광화문을 20분대에 이동할 수 있다. 단지 주변으로는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본부 등 공공기관을 비롯해 현대제철, 더리버사이드호텔, 한국야구르트, 셀트리온, KCC건설 등 약 9만여 개에 달하는 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다. 


단지는 1인 가구에 최적화된 설계가 적용된다. 빌트인 가구 및 가전을 비롯해 ‘듀얼 스페이스’ 설계를 적용해 공간 효율성을 높였다. 또 건물 벽면을 태양광으로 설치해 약 10%대의 에너지 절감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옥상에는 별도의 옥상정원도 마련된다.
 

▲초당역 블레싱타운 2차(도시형 생활주택)=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중동 38-6번지 일대에 ‘초당역 블레싱타운 2차’ 도시형 생활주택을 분양한다. 지하 2층~지상 4층, 연면적 3796.22㎡ 규모다. 층별 구성은 지하 1~2층은 근린생활시설, 지상 1~4층은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공급된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층별 4세대로 4개층 총 16세대로 공급된다. 1층은 테라스형, 4층은 복층형으로 구성되며 전용면적은 69.40㎡으로 동일하다. 80%대의 높은 전용률과 테라스, 복층 공간이 서비스 면적으로 제공된다. 

도시형 생활주택의 분양가는 3.3㎡당 900만원대부터 시작하며 총 분양가는 2억원대(4층 복층형 제외)로 책정됐다. 인근에 한길찬공원이 근접해 있으며, 석성산 조망권도 가능하다.

브랜드보다 생활편의성
고급화보다는 시공능력

최근 일대의 연이은 대형 개발호재로 용인 초당역 블레싱타운 2차의 투자가치도 높아질 전망이다. 먼저 2020년 개원 예정인 용인 동백세브란스병원이 있다. 755병상의 상급 종합병원으로 병원을 중심으로 의료기기, 바이오산업 기업이 대거 입주할 예정인 20만8000㎡ 규모의 용인연세의료클러스터도 조성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도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로 경기도 용인을 선택한다고 발표하면서 일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 약 448만㎡ 부지에 향후 10년간 120조원을 투입해 제조공장을 설립하고 월 80만장의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곳에는 자재와 장비 분야의 국내외 협력업체 50여개도 입주할 예정으로 약 1만7000여명의 고용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마케팅 효과 
극대화 전략

인근에 이마트, 쥬네브, 동백 GGV, 초·중·고 등이 도보로 통학 가능한 거리에 있어 다양한 편의시설을 누릴 수 있는 도심형 인프라를 갖췄다. 에버라인 통해 분당선 기흥역 환승이 가능해 강남역까지 30분 안에 빠르게 이동이 가능하다. GTX(용인역 예정) A노선도 2021년 말에 개통을 앞둬 향후 서울 삼성역이 15분대에 연결된다. 용인 기흥구, 처인구 일대에서는 서울 강남권을 30분대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서울로의 접근성이 대폭 향상되는 것은 물론, 역세권 프리미엄 확보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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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