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OOO역에 삽니다”

오피스텔 등 수익형 주택 시장이 전반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단지 명에 ‘역 이름’을 붙여 역세권 입지를 강조한 단지들은 굳건한 인기를 얻고 있다. 단지 명만 들어도 역세권 입지를 확인할 수 있으며, 그 위치와 주변 환경까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지 조건이 임차인 확보나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등 소형 수익형 주택시장에서 역세권 유무는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그렇다 보니 단지 명에 역 이름을 품은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에 투자자와 수요자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아파트의 경우 지역명이 강조되는 반면, 임대 수익형 성격이 강한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은 경우가 좀 다르다. 

역명 붙인 
네이밍 주목

복잡한 구조를 띠고 있는 아파트 네이밍과 달리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등은 역명과 브랜드로만 구성된 네이밍이 대부분이다. 지역명이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아파트와 달리 지역명보다 ‘지하철 역명’이 강조되는 추세이다. 또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은 수익형 부동산이기 때문에 교통편의성이나 풍부한 임대수요, 투자가치를 동시에 어필할 수 있는 이성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이처럼 임대 수익형 상품은 브랜드명보다 입지 편의성이 더 중요한 요소이며, 계약자가 직접 사는 곳이 아니라 임대를 주는 공간이기 때문에 고급화 보다는 시공능력이나 공실률과 같은 안정성 측면이 더 강조된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서울 등 역세권 단지는 교통편의성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역을 중심으로 발달하는 상권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어 생활 편의성도 좋은 편이다. 

역세권의 사전적 의미는 지하철이나 전철역을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주변 거주자가 분포하는 범위를 말한다. 하지만 실제 역세권의 이점을 누리려면 5분 이내로 소요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단지에서 지하철역까지 도보 5분 이내에 이동하려면 지하철역이 반경 500m 내에 위치해야 한다. 

역세권 강조한 수익형 주택 인기
‘역 이름’ 붙여 확실한 입지 확인

이렇게 역과 100~200m 거리에 위치한 초역세권 오피스텔들은 부지도 한정적이고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아, 역세권 오피스텔과 비역세권 오피스텔의 수익률은 차이가 꽤 크게 나기 마련이다. KB국민은행 시세에 따르면 5호선 공덕역 인근 ‘신영지웰’ 전용면적 53㎡의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133만~143만원 선인 반면, 공덕역과 10분 거리에 위치한 ‘현대하이엘’ 전용면적 53㎡의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120만~130만원 선으로 월평균 13만원의 임대료 차이가 난다.

단지 명에 역 이름이 들어간 오피스텔들은 분양 성적도 좋았다. 지난해 연말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판교역’은 건물 지하와 판교역이 바로 연결되는 초역세권 입지가 부각되면서, 577실 모집에 총 3만1323건이 접수돼 평균 54.29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모든 타입의 청약이 마감됐다. 이는 작년에 분양한 오피스텔 가운데 가장 많은 청약 접수 건수다. ‘화서역 파크푸르지오’ 오피스텔(64.82대 1), ‘힐스테이트 금정역’ 오피스텔(62.62대 1) 등도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오피스텔 시장에서 역세권 입지는 당연 1순위 고려 사항”이라며 “역세권 오피스텔은 타 지역으로 이동이 편리하고 상권과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임대 수요도 풍부하다. 때문에 이런 점을 고려해 최근 오피스텔 공급업체들은 단지 명에 역 이름을 넣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다음은 역 이름을 품은 수도권의 수익형 주택.
 

▲오류동 아델리아(오피스텔)= 서울시 구로구 오류동 55-19번지 외 7필지에 선시공·후분양 오피스텔인 ‘오류동역 아델리아’가 분양 중이다. 연면적 6520.95㎡, 지하 2층~지상 17층, 1개동, 오피스텔 176실, 근린생활시설 2실로 공급된다. 총 주차대수는 91대. 1호선 오류동역 3번 출구에서 도보 1분 거리인 초역세권 입지로 A타입 32실, B타입 80실, C타입 64실 총 176실로 구성된다.

부지 한정적
선호도 높아

전체 호실이 1.5룸 풀퍼니시드로 설계된다. 약 80실이 선호도가 높은 양창구조며, 각 실에서 오류동역 문화공원·광장·개웅산 공원 등을 바라볼 수 있는 멀티 조망권을 갖췄다. 개봉공원, 푸른수목원, 안양천도 인접해 쾌적한 주거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1호선 오류동역을 통해서는 용산역까지 22분, 시청역까지 30분이면 도달 가능하다. 인천역까지는 42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단지 인근의 지하철 7호선 천왕역과 온수역을 이용하면 강남권 및 광명시와도 접근이 수월해 직장인 수요도 풍부할 것으로 기대된다. 

생활편의시설도 풍부하다. 주민센터 등 관공서가 도보 5분 이내 거리에 위치하며 사업지에서 도보로 오류시장을 이용할 수 있다. 

고척스카이돔, 디큐브시티, 구로아트밸리예술극장 등 문화시설도 가깝다. 매봉산, 개웅산, 천왕산, 궁동 생태공원, 푸른수목원 등의 녹지공간 또한 풍부하다. 이외에도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 롯데마트 구로점 등 대형 쇼핑공간과 구로 성심병원 등 대형병원 이용도 편리하다. 오류동 아델리아가 들어서는 오류동 주변은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종사자가 16만여명에 달하고, 서울한영대학교·동양미래대학교·유한대학교·성공회대학교 등 여러 대학이 인접하고 있어 임대수요가 풍부한 편이다. 

분양 좋고
시세도 좋아

구로구 오류동은 각종 개발호재가 맞물리면서 더욱 풍부한 임대수요를 갖출 예정이다. 2018년 구로구 구정 운영방향에 따라 오류동역 일대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8만4139㎡ 부지의 행복주택 4개동과 오류 1동 주민센터 복합화사업, 오류시장 정비사업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최첨단 ICT산업단지로 변모할 온수산업단지의 개발과 고척동에 조성되는 2214여가구의 고척뉴스테이, 개봉동 일대 1089여 가구 규모의 개봉뉴스테이도 진행 중이다.
 

▲중랑역 더샤이닝(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 대운종합건설이 시공하는 ‘중랑역 더샤이닝’이 눈길을 끌고 있다. 중랑역 4번 출구로 나와서 열 걸음 거리에 사업지가 있기 때문이다. 고품격 주거공간을 지향하는 중랑역 더샤이닝은 투자자와 실수요자 모두에게 선호되는 소형 오피스텔이다. 

공동주택 복합건물로 지하 1~2층은 근린생활시설, 3~10층은 오피스텔 88실, 11~14층은 소형공동주택 44세대로 각각 구성돼 있다. 단지 반경 3km 이내에는 한국외국어대학교, 경희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를 비롯해 카이스트 서울캠퍼스와 삼육보건대가 위치해 서울에서 대학교가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에 해당된다. 이들 7개 대학교의 재학생 숫자만 약 6만명 이상이다. 

대학교 밀집지역의 현황을 반영하듯 동대문구 원룸의 임대료는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가 50만~60만원에 달한다. 입주민 편의시설이 구비된 오피스텔의 경우 임대료가 약간 더 높다고 보면 된다. 

중랑역은 청량리역과 회기역에서 한두 정거장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동부간선도로 등이 있어 강남 출퇴근이 편리하다. 따라서 동대문구의 높은 임대료에 부담을 느끼는 대학생과 도심 출퇴근 직장인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입지적 장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이러한 측면이 중랑역 더샤이닝의 핵심 포인트이다.

또한 이 지역은 다양한 생활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실수요자가 생활하기에 편리하다. 망우로를 중심으로 홈플러스, 이마트, 코스트코 등 대형마트를 비롯해 CGV, 메가박스, 엔터식스와 중랑아트센터 등의 문화시설까지 쇼핑·문화·복합공간이 인근에 위치해 있어 소위 원스톱 라이프가 가능하다. 
 

▲신사역 멀버리힐스(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 하나자산신탁은 자사가 시행하고 롯데건설이 시공하는 ‘신사역 멀버리힐스’ 오피스텔을 분양한다. 신사역 도보 1분 거리에 조성되는 오피스텔 단지로, 서울 서초구 잠원동 27-2·4·6번지 일원에 들어선다. 지상 8~13층 주거동과 지하 8층~지상 14층 근린생활시설동 등 총 2개동 연면적 약 2만5050㎡ 규모로 조성된다. 이번 분양물량은 오피스텔 전용 20~33㎡ 총 83실(예정)과 도시형 생활주택 전용 30~37㎡ 총 12가구(예정)다. 

하나자산신탁에 따르면 단지는 지하철 신사역을 이용해 압구정 2분, 종로3가 15분대, 광화문을 20분대에 이동할 수 있다. 단지 주변으로는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본부 등 공공기관을 비롯해 현대제철, 더리버사이드호텔, 한국야구르트, 셀트리온, KCC건설 등 약 9만여 개에 달하는 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다. 

단지는 1인 가구에 최적화된 설계가 적용된다. 빌트인 가구 및 가전을 비롯해 ‘듀얼 스페이스’ 설계를 적용해 공간 효율성을 높였다. 또 건물 벽면을 태양광으로 설치해 약 10%대의 에너지 절감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옥상에는 별도의 옥상정원도 마련된다.
 

▲초당역 블레싱타운 2차(도시형 생활주택)=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중동 38-6번지 일대에 ‘초당역 블레싱타운 2차’ 도시형 생활주택을 분양한다. 지하 2층~지상 4층, 연면적 3796.22㎡ 규모다. 층별 구성은 지하 1~2층은 근린생활시설, 지상 1~4층은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공급된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층별 4세대로 4개층 총 16세대로 공급된다. 1층은 테라스형, 4층은 복층형으로 구성되며 전용면적은 69.40㎡으로 동일하다. 80%대의 높은 전용률과 테라스, 복층 공간이 서비스 면적으로 제공된다. 

도시형 생활주택의 분양가는 3.3㎡당 900만원대부터 시작하며 총 분양가는 2억원대(4층 복층형 제외)로 책정됐다. 인근에 한길찬공원이 근접해 있으며, 석성산 조망권도 가능하다.

브랜드보다 생활편의성
고급화보다는 시공능력

최근 일대의 연이은 대형 개발호재로 용인 초당역 블레싱타운 2차의 투자가치도 높아질 전망이다. 먼저 2020년 개원 예정인 용인 동백세브란스병원이 있다. 755병상의 상급 종합병원으로 병원을 중심으로 의료기기, 바이오산업 기업이 대거 입주할 예정인 20만8000㎡ 규모의 용인연세의료클러스터도 조성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도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로 경기도 용인을 선택한다고 발표하면서 일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 약 448만㎡ 부지에 향후 10년간 120조원을 투입해 제조공장을 설립하고 월 80만장의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곳에는 자재와 장비 분야의 국내외 협력업체 50여개도 입주할 예정으로 약 1만7000여명의 고용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마케팅 효과 
극대화 전략

인근에 이마트, 쥬네브, 동백 GGV, 초·중·고 등이 도보로 통학 가능한 거리에 있어 다양한 편의시설을 누릴 수 있는 도심형 인프라를 갖췄다. 에버라인 통해 분당선 기흥역 환승이 가능해 강남역까지 30분 안에 빠르게 이동이 가능하다. GTX(용인역 예정) A노선도 2021년 말에 개통을 앞둬 향후 서울 삼성역이 15분대에 연결된다. 용인 기흥구, 처인구 일대에서는 서울 강남권을 30분대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서울로의 접근성이 대폭 향상되는 것은 물론, 역세권 프리미엄 확보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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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