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정부와 대립각’ 이재웅 쏘카 대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5.29 08:43:00
  • 호수 12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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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 다하는 요즘 사장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택시업계와 ‘타다’의 갈등이 금융당국 수장과 혁신기업 대표 간의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이재웅 쏘카·타다 대표와 최종구 금융위원장 간 설전이 뜨겁다. 특히 이 대표는 최 위원장을 향해 “(총선) 출마하시려나?”라는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 이재용 타다 대표

두 사람의 설전이 시작된 것은 지난 22일. 최 위원장이 은행연합회서 열린 ‘청년 맞춤형 전·월세 대출 협약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 대해 “정부는 혁신사업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혁신서 소외되거나 피해를 입는 계층을 보듬고 지원하는 게 가장 중요한 책무”라며 “(이 대표와 같은)혁신 사업자가 오만하게 행동하면 혁신동력이 오히려 약화된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무례, 이기적”     
“출마하시나?”

앞서 이 대표는 타다 서비스와 관련해 택시업계와 마찰을 빚으며 지난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택시기사들이 죽음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죽음을 정치화하고, 죽음을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타다를 중단하지 않으면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억지는 그만 주장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날 최 위원장은 “최근 타다 대표라는 분(이재웅 대표)이 경제정책 책임자를 향해 ‘혁신의지 부족’을 운운하는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혁신 과정서 피해 보는 계층을 어떻게 할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택시업계에 대해서도 ‘나는 달려가는데 왜 못 따라오냐’는 식의 거친 언사를 내뱉고 있는데 너무 무례하고 이기적”이라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타다 서비스에 반대하면서 70대 택시기사가 분신자살을 하고 택시업계가 이를 계기로 타다 서비스 중단을 격렬하게 요구하자, 이 대표가 ‘죽음을 이익에 이용하지 말라’며 쓴소리한 것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최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혁신사업자도 혁신으로 인해 생기는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며 “기존 법과 질서 안에서 소박한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분들을 향해 최소한의 존중과 예의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혁신사업자들이 오만하게 행동하면 자칫 사회 전반적인 혁신 동력을 약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최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이 대표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나 모빌리티플랫폼 관련 부처도 아닌 금융위원장이 현재 민감하게 대립하고 있는 차량공유서비스에 대해 큰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 위원장의 기사를 링크하며 “갑자기 이 분은 왜 이러시는 걸까요? 출마하시려나?”라며 “어찌 되었든 새겨듣겠습니다”고 다소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타다’ 두고 최종구와 옥신각신
3자까지 개입 가시 돋친 설전  

최근 차량공유서비스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이 대표이기에 주무부처나 관계부처도 아닌 최 위원장의 발언이 다소 정치적인 의도서 나온 게 아닌가 하는 속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대표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4차산업혁명을 주도할 ‘혁신성장본부’ 민간위원장을 맡아 함께 일했지만, 올해 초 “한계를 느꼈다”며 위원장직을 사퇴한 바 있다.    

설전은 그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최 위원장은 지난 23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서 열린 ‘코리아 핀테크위크 2019’ 개막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제기한 총선 출마설과 관련해 “어제 제기한 문제를 그렇게 비아냥거릴 일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총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서는 “답변할 기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최 위원장은 “어제 한 말의 의미를 오늘 (핀테크위크)연설에 담았다”며 “정부가 민간 혁신을 지원하는 것과 함께 사회적 충격을 관리해서 삶에 대한 위협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라는 점을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 최종구 금융위원장

이날 연설서 최 위원장은 혁신에 따른 사회적 책임을 수차례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핀테크와 금융혁신을 향한 경주서 혁신의 승자들이 패자를 이끌고 함께 걸을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디지털 전환과 혁신의 과정서 일자리를 잃거나 소외되는 분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 그분들의 사회적 충격을 관리하고 연착륙을 돕는 것, 혁신의 빛 반대편에 생긴 그늘을 함께 살피는 것이 혁신에 대한 지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최 위원장의 발언이 담긴 기사를 페이스북에 게재한 후 즉각 대응에 나섰다.

그는 “주무부처 장관도 아닌데 제 주장을 관심 있게 잘 읽어봐 주셔서 고맙다”라며 “혁신에 승자와 패자는 없다. 혁신은 우리 사회 전체가 승자가 되는 것이고 그 과정서 피해자가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공유경제 선두
택시업계 반발

이어 “전통산업이나 관련 종사자들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돕고 거기에 혁신산업도 참여해야 한다”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전통산업을 잘 보듬어주고, 혁신산업은 놔뒀다가 혁신산업이 잘되면 세금을 많이 걷고, 독과점 산업이 되면 규제하거나 분할하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훈수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서 혁신산업이 전통산업을 도울 게 있다면 도와야 한다는 게 자신의 지론”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3월 정부와 여당, 카카오와 택시업계가 카풀 서비스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던 택시업계와 차량공유서비스의 갈등이 타다 서비스를 매개로 재점화된 모양새다.

개인택시기사 안모씨는 지난 15일 오전 서울 시청광장 인근서 자신의 몸에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였다. 안씨는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안씨의 택시 위에서는 ‘공유경제로 꼼수 쓰는 불법 타다 OUT’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발견됐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말 국회 앞에서 한 택시기사가 분신을 하고 올해 1월과 2월 연이어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 뒤 네 번째다. 앞서 벌어진 택시기사의 분신은 카카오 카풀서비스에 대한 반발이 주된 내용이었다. 

택시기사의 희생이 많아지자 정부와 여당은 대책 마련에 나섰고 카카오 카풀 서비스의 시간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합의문을 마련했다. 이렇게 차량공유서비스와 택시업계의 갈등이 봉합되는 듯했지만, 타다에 대한 반발로 다시 갈등이 시작됐다. 


택시업계가 타다에 문제를 제기하는 대목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서비스라는 점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대여한 자동차를 이용해 유상으로 운송 사업을 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렌터카를 사용하는 타다는 위법이라는 게 택시업계 주장이다. 또 정부가 이를 허가해주면서 차량공유서비스 업계에 암묵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원장이
도대체 왜?

타다가 점차 사세를 확장해가자 택시업계는 실력 행사에 나섰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광화문광장서 집회를 열고 “타다 등 차량공유 서비스가 여객운송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정부는 이를 묵인한 채 오히려 문을 활짝 열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집회에는 무려 전국 택시기사 1만명(집회 측 추산)이 모였다. 

이에 이 대표는 최 위원장과 설전의 발단이 된 문제의 발언인 “죽음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죽음을 정치화하고, 죽음을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  

이 대표는 2000년대 대한민국 인터넷 벤처신화의 주역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벤처 1세대를 이끈 다수 인사들이 몰락의 길을 걸었던 것에 비하면 이 대표는 여전히 IT 벤처 업계서 상당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1968년생인 이 대표는 인천 태생으로 이철형 전 한국종합건설 대표의 1남2녀 가운데 장남이다. 어릴 때 서울로 상경했으며 서울영동고등학교를 졸업, 1991년 연세대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서 석사과정을 밟았다. 이후 1994년 프랑스 파리 제6대 대학원서 인지과정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3년부터 1995년까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연구원을 지냈다.

연구원 시절 ‘인터넷과 예술의 조합’에 큰 관심을 갖게 된 이 대표는 1995년 26세에 ‘포털 국산화’를 기치로 유학생활을 함께했던 지인들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설립했다. 

이 대표는 1997년 무료 메일서비스인 한메일을 론칭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유료 서비스였던 이메일을 무료 서비스로 처음 실시하면서 IT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1999년에는 온라인 카페 커뮤니티를 선보였다. 같은 해 11월 이 대표는 다음을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대표적 벤처1세대 기업인이자 벤처재벌로 발돋움했다. 

2000년 3월 온라인 쇼핑몰 ‘다음쇼핑’(현 디앤샵)을 오픈한 데 이어 독자적 뉴스 서비스인 ‘미디어 다음’, 온라인 자동차보험 ‘다음다이렉트자동차 보험’을 설립하는 등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당시 다음의 평가액은 1679억원에 이르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를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IT스타트업 벤처 1세대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

2000년 매거진 <아시아 위크> ‘디지털 엘리트’에 선정되고, 같은 해 11월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한 ‘미래를 이끌 세계 지도자 100인’에 뽑히기도 했다. 2003년 제2회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에 선정됐으며, 2004년 벤처기업협회 부회장을 지냈다.

2004년 8월 미국의 인터넷 포털 라이코스 인수합병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같은 해 제주도로 본사를 이전하는 계획을 세우는 등 과감한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나 2005년 이후 후발주자인 ‘네이버’에 포털 선두 자리를 내주고 자회사들의 부실이 커지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결국 2007년 창업한 지 12년 만에 대표이사를 사임하고 경영 일선서 물러났다. 2008년 6월 다음을 퇴사해 다음의 대주주 지위(2012년 10월 현재 16.3%)만 유지하다가 2014년 10월 카카오가 다음과 합병하면서 주식의 대부분을 매각했다. 현재는 3.3%의 지분만 갖고 있다.
 

2008년 사회적 벤처 후진 양성을 목적으로 한 소셜 벤처 업체 소풍을 설립하고, 강연활동 등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 2011년 소풍을 통해 제주도서 카셰어링업체 쏘카의 사업 초기비용을 지원했다. 이후 쏘카의 가치는 3000억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2018년부터 쏘카 대표를 맡고 있다.

이 대표는 언론 등 외부 노출을 꺼리는 ‘은둔형’으로 알려졌으나 SNS 등을 통한 사회적 발언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젊었을 때 체 게바라와 촘스키의 서적을 감명 깊게 읽었고, 기본소득 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등 정치적으로는 나름대로 진보적인 성향이 강한 편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1월 트위터를 통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SK그룹 총수 일가 수사와 관련해 탄원서를 제출한 데 대해 “배임, 횡령, 비자금이 기업가 정신이랑 무슨 상관인가”라며 “전경련은 기업가 정신이 무엇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평양서 개최된 2018 남북정상회담서 경제인 대표단의 일원으로 방북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정부서 기획재정부 산하 혁신성장본부 공동본부장직을 맡았지만, 넉 달 만에 사퇴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신성장본부장직에 위촉돼 그해 12월 사퇴했다. 

“후진 양성”
활발한 행보

사퇴 당시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및 혁신성장 정책에 공유경제 모델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공유경제는 소득주도성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고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혁신성장 정책인데, 아무런 진전도 만들지 못했다”며 “기존 대기업 위주의 혁신성장 정책을 크고 작은 혁신기업과 함께하는 정책으로 방향전환을 하도록 만들지 못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박창민 기자cm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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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