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정부와 대립각’ 이재웅 쏘카 대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5.29 08:43:00
  • 호수 12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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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 다하는 요즘 사장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택시업계와 ‘타다’의 갈등이 금융당국 수장과 혁신기업 대표 간의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이재웅 쏘카·타다 대표와 최종구 금융위원장 간 설전이 뜨겁다. 특히 이 대표는 최 위원장을 향해 “(총선) 출마하시려나?”라는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 이재용 타다 대표

두 사람의 설전이 시작된 것은 지난 22일. 최 위원장이 은행연합회서 열린 ‘청년 맞춤형 전·월세 대출 협약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 대해 “정부는 혁신사업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혁신서 소외되거나 피해를 입는 계층을 보듬고 지원하는 게 가장 중요한 책무”라며 “(이 대표와 같은)혁신 사업자가 오만하게 행동하면 혁신동력이 오히려 약화된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무례, 이기적”     
“출마하시나?”

앞서 이 대표는 타다 서비스와 관련해 택시업계와 마찰을 빚으며 지난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택시기사들이 죽음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죽음을 정치화하고, 죽음을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타다를 중단하지 않으면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억지는 그만 주장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날 최 위원장은 “최근 타다 대표라는 분(이재웅 대표)이 경제정책 책임자를 향해 ‘혁신의지 부족’을 운운하는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혁신 과정서 피해 보는 계층을 어떻게 할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택시업계에 대해서도 ‘나는 달려가는데 왜 못 따라오냐’는 식의 거친 언사를 내뱉고 있는데 너무 무례하고 이기적”이라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타다 서비스에 반대하면서 70대 택시기사가 분신자살을 하고 택시업계가 이를 계기로 타다 서비스 중단을 격렬하게 요구하자, 이 대표가 ‘죽음을 이익에 이용하지 말라’며 쓴소리한 것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최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혁신사업자도 혁신으로 인해 생기는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며 “기존 법과 질서 안에서 소박한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분들을 향해 최소한의 존중과 예의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혁신사업자들이 오만하게 행동하면 자칫 사회 전반적인 혁신 동력을 약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최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이 대표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나 모빌리티플랫폼 관련 부처도 아닌 금융위원장이 현재 민감하게 대립하고 있는 차량공유서비스에 대해 큰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 위원장의 기사를 링크하며 “갑자기 이 분은 왜 이러시는 걸까요? 출마하시려나?”라며 “어찌 되었든 새겨듣겠습니다”고 다소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타다’ 두고 최종구와 옥신각신
3자까지 개입 가시 돋친 설전  

최근 차량공유서비스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이 대표이기에 주무부처나 관계부처도 아닌 최 위원장의 발언이 다소 정치적인 의도서 나온 게 아닌가 하는 속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대표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4차산업혁명을 주도할 ‘혁신성장본부’ 민간위원장을 맡아 함께 일했지만, 올해 초 “한계를 느꼈다”며 위원장직을 사퇴한 바 있다.    

설전은 그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최 위원장은 지난 23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서 열린 ‘코리아 핀테크위크 2019’ 개막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제기한 총선 출마설과 관련해 “어제 제기한 문제를 그렇게 비아냥거릴 일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총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서는 “답변할 기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최 위원장은 “어제 한 말의 의미를 오늘 (핀테크위크)연설에 담았다”며 “정부가 민간 혁신을 지원하는 것과 함께 사회적 충격을 관리해서 삶에 대한 위협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라는 점을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 최종구 금융위원장

이날 연설서 최 위원장은 혁신에 따른 사회적 책임을 수차례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핀테크와 금융혁신을 향한 경주서 혁신의 승자들이 패자를 이끌고 함께 걸을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디지털 전환과 혁신의 과정서 일자리를 잃거나 소외되는 분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 그분들의 사회적 충격을 관리하고 연착륙을 돕는 것, 혁신의 빛 반대편에 생긴 그늘을 함께 살피는 것이 혁신에 대한 지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최 위원장의 발언이 담긴 기사를 페이스북에 게재한 후 즉각 대응에 나섰다.

그는 “주무부처 장관도 아닌데 제 주장을 관심 있게 잘 읽어봐 주셔서 고맙다”라며 “혁신에 승자와 패자는 없다. 혁신은 우리 사회 전체가 승자가 되는 것이고 그 과정서 피해자가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공유경제 선두
택시업계 반발

이어 “전통산업이나 관련 종사자들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돕고 거기에 혁신산업도 참여해야 한다”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전통산업을 잘 보듬어주고, 혁신산업은 놔뒀다가 혁신산업이 잘되면 세금을 많이 걷고, 독과점 산업이 되면 규제하거나 분할하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훈수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서 혁신산업이 전통산업을 도울 게 있다면 도와야 한다는 게 자신의 지론”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3월 정부와 여당, 카카오와 택시업계가 카풀 서비스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던 택시업계와 차량공유서비스의 갈등이 타다 서비스를 매개로 재점화된 모양새다.

개인택시기사 안모씨는 지난 15일 오전 서울 시청광장 인근서 자신의 몸에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였다. 안씨는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안씨의 택시 위에서는 ‘공유경제로 꼼수 쓰는 불법 타다 OUT’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발견됐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말 국회 앞에서 한 택시기사가 분신을 하고 올해 1월과 2월 연이어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 뒤 네 번째다. 앞서 벌어진 택시기사의 분신은 카카오 카풀서비스에 대한 반발이 주된 내용이었다. 

택시기사의 희생이 많아지자 정부와 여당은 대책 마련에 나섰고 카카오 카풀 서비스의 시간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합의문을 마련했다. 이렇게 차량공유서비스와 택시업계의 갈등이 봉합되는 듯했지만, 타다에 대한 반발로 다시 갈등이 시작됐다. 


택시업계가 타다에 문제를 제기하는 대목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서비스라는 점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대여한 자동차를 이용해 유상으로 운송 사업을 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렌터카를 사용하는 타다는 위법이라는 게 택시업계 주장이다. 또 정부가 이를 허가해주면서 차량공유서비스 업계에 암묵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원장이
도대체 왜?

타다가 점차 사세를 확장해가자 택시업계는 실력 행사에 나섰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광화문광장서 집회를 열고 “타다 등 차량공유 서비스가 여객운송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정부는 이를 묵인한 채 오히려 문을 활짝 열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집회에는 무려 전국 택시기사 1만명(집회 측 추산)이 모였다. 

이에 이 대표는 최 위원장과 설전의 발단이 된 문제의 발언인 “죽음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죽음을 정치화하고, 죽음을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  

이 대표는 2000년대 대한민국 인터넷 벤처신화의 주역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벤처 1세대를 이끈 다수 인사들이 몰락의 길을 걸었던 것에 비하면 이 대표는 여전히 IT 벤처 업계서 상당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1968년생인 이 대표는 인천 태생으로 이철형 전 한국종합건설 대표의 1남2녀 가운데 장남이다. 어릴 때 서울로 상경했으며 서울영동고등학교를 졸업, 1991년 연세대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서 석사과정을 밟았다. 이후 1994년 프랑스 파리 제6대 대학원서 인지과정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3년부터 1995년까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연구원을 지냈다.

연구원 시절 ‘인터넷과 예술의 조합’에 큰 관심을 갖게 된 이 대표는 1995년 26세에 ‘포털 국산화’를 기치로 유학생활을 함께했던 지인들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설립했다. 

이 대표는 1997년 무료 메일서비스인 한메일을 론칭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유료 서비스였던 이메일을 무료 서비스로 처음 실시하면서 IT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1999년에는 온라인 카페 커뮤니티를 선보였다. 같은 해 11월 이 대표는 다음을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대표적 벤처1세대 기업인이자 벤처재벌로 발돋움했다. 

2000년 3월 온라인 쇼핑몰 ‘다음쇼핑’(현 디앤샵)을 오픈한 데 이어 독자적 뉴스 서비스인 ‘미디어 다음’, 온라인 자동차보험 ‘다음다이렉트자동차 보험’을 설립하는 등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당시 다음의 평가액은 1679억원에 이르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를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IT스타트업 벤처 1세대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

2000년 매거진 <아시아 위크> ‘디지털 엘리트’에 선정되고, 같은 해 11월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한 ‘미래를 이끌 세계 지도자 100인’에 뽑히기도 했다. 2003년 제2회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에 선정됐으며, 2004년 벤처기업협회 부회장을 지냈다.

2004년 8월 미국의 인터넷 포털 라이코스 인수합병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같은 해 제주도로 본사를 이전하는 계획을 세우는 등 과감한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나 2005년 이후 후발주자인 ‘네이버’에 포털 선두 자리를 내주고 자회사들의 부실이 커지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결국 2007년 창업한 지 12년 만에 대표이사를 사임하고 경영 일선서 물러났다. 2008년 6월 다음을 퇴사해 다음의 대주주 지위(2012년 10월 현재 16.3%)만 유지하다가 2014년 10월 카카오가 다음과 합병하면서 주식의 대부분을 매각했다. 현재는 3.3%의 지분만 갖고 있다.
 

2008년 사회적 벤처 후진 양성을 목적으로 한 소셜 벤처 업체 소풍을 설립하고, 강연활동 등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 2011년 소풍을 통해 제주도서 카셰어링업체 쏘카의 사업 초기비용을 지원했다. 이후 쏘카의 가치는 3000억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2018년부터 쏘카 대표를 맡고 있다.

이 대표는 언론 등 외부 노출을 꺼리는 ‘은둔형’으로 알려졌으나 SNS 등을 통한 사회적 발언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젊었을 때 체 게바라와 촘스키의 서적을 감명 깊게 읽었고, 기본소득 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등 정치적으로는 나름대로 진보적인 성향이 강한 편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1월 트위터를 통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SK그룹 총수 일가 수사와 관련해 탄원서를 제출한 데 대해 “배임, 횡령, 비자금이 기업가 정신이랑 무슨 상관인가”라며 “전경련은 기업가 정신이 무엇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평양서 개최된 2018 남북정상회담서 경제인 대표단의 일원으로 방북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정부서 기획재정부 산하 혁신성장본부 공동본부장직을 맡았지만, 넉 달 만에 사퇴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신성장본부장직에 위촉돼 그해 12월 사퇴했다. 

“후진 양성”
활발한 행보

사퇴 당시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및 혁신성장 정책에 공유경제 모델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공유경제는 소득주도성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고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혁신성장 정책인데, 아무런 진전도 만들지 못했다”며 “기존 대기업 위주의 혁신성장 정책을 크고 작은 혁신기업과 함께하는 정책으로 방향전환을 하도록 만들지 못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박창민 기자cm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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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