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여행지 ④고성통일전망타워

평화 관광의 '뉴 페이스'

▲ DMZ의 ‘D 자’를 형상화한 고성통일전망타워

남과 북은 역사를 함께 굴려나가는 수레바퀴 한 쌍에 비유할 만하다. 항상 같은 거리를 유지하고 달리는 두 바퀴는 때로는 삐거덕거리고, 때로는 조화롭게 호흡을 맞춘다. 최근 1년여 동안 남북의 수레바퀴가 멋진 팀워크를 선보이며 한반도에도 평화의 기류가 흐른다. 

북한이 우리에게 ‘멀고도 가까운’ 존재임을 실감한 시기다. 강원도 고성군에 가면 멀고도 가까운 북한과의 거리감을 체득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말 개관한 고성통일전망타워는 종전 통일전망대보다 훨씬 높은 곳에 위치해, 북녘땅이 한눈에 내다보인다.
 

▲ 고성통일전망타워에 가려면 통일안보공원에서 출입 신고 절차를 밟아야 한다.

출입 신고 필수

고성의 새로운 명소 고성통일전망타워가 위치한 북쪽 지역은 다행히 지난 4월에 발생한 산불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 ‘여행이 또 다른 기부’라는 말을 떠올리며 고성통일전망타워로 향한다. 국도7호선을 타고 북쪽 끝까지 가면 고성통일전망타워에 이르지만, 내처 달릴 수는 없다. 통일안보공원에서 출입 신고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 출입 신청서를 작성하고 안보 교육을 받은 뒤, 정해진 시간에 본인 차를 타고 이동한다. 
시간이 남으면 통일안보공원에서 북한 상품이나 지역 특산품을 구경하자. 2018 남북정상회담 기념우표도 판매한다. 
고성통일전망타워까지 약 10km 거리인데, 중간에 제진검문소를 지난다. 이곳에서 출입 신청서를 제출하고 민통선 차량 출입증을 받으면, 차량의 블랙박스도 꺼야 한다. 이런 절차를 거치고 보니 우리가 분단국가에 살고 있음이 실감 난다.
 

▲ 종전 통일전망대(오른쪽)와 고성통일전망타워

해발 70m에 건립된 고성통일전망타워는 높이 34m로 멀리서도 눈에 띈다. 군부대 외 대형 건물이 별로 없는 이곳에서 단연 돋보이는 랜드마크다. 고성통일전망타워는 종전 통일전망대 옆에 있는데, 두 건물은 세월의 간극만큼 대조적이다. 통일전망대는 1984년 2월, 고성통일전망타워는 2018년 12월 개관했다. 이제는 허름해진 2층 높이 통일전망대와 알파벳 ‘D’의 날렵한 선을 뽐내는 고성통일전망타워는 외관부터 약 35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 1층에 이산가족 관련 사진을 전시한다.

DMZ의 ‘D 자’를 형상화한 고성통일전망타워는 1층과 2층이 붙어 있고, 3층은 엘리베이터와 계단, 양 축대를 지지대 삼아 공중에 뜬 형태다. 1층에는 안내 데스크와 특산품홍보장 등이 있고, 2층에는 전망교육실과 통일홍보관, 3층에는 전망대가 자리한다. 
1층으로 들어가면 이산가족 관련 사진이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KBS 특별 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사진을 전시해놓은 것. 조망이 탁 트인 야외전망대도 있다.
 

▲ 2층 전망교육실에서 먼저 해설을 들으면 도움이 된다.

야외전망대로 나가기 전, 2층 전망교육실에 방문하자. 전면이 유리로 된 교육실에서 해설자가 눈앞에 보이는 장소를 하나하나 설명해준다. 해설자는 먼저 해안가의 작은 섬, 송도를 가리킨다. 그 왼쪽으로 군사분계선 표시용 말뚝이 있다. 군사분계선은 철책이 아니라 서해부터 동해까지 일정한 간격으로 말뚝을 박아 표시한다. 말뚝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북한군 초소와 한국군 초소가 육안으로 희미하게 보인다. 해안에서 가까운 곳에 남북을 잇는 도로와 철로가 있다. 잘 뻗은 도로는 금강산 관광객을 실어 나르던 육로다. 관람객이 “저 길을 따라 다시 금강산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멀리 금강산 신선대와 옥녀봉부터 일출봉까지 보인다. 날씨와 햇빛의 방향에 따라 금강산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때도 많다고 한다.
 

▲ 고성통일전망타워에서 보이는 북녘땅

이렇게 안내 해설을 듣고 1층 야외전망대나 3층 전망대를 돌아봐야 효과적이다. 막연히 풍경을 감상하는 게 아니라 보이는 곳이 정확하게 어디인지 알고 깊이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 프로그램은 상시 진행한다. 주말에는 보통 15~30분 간격으로 진행하고, 평일에는 요청하면 참여 가능하다.
 

▲ 통일홍보관의 흥미로운 체험 코너

높은 곳에 위치, 북녘땅 한눈에 보여
북한의 멀고도 가까운 거리감 체득

2층 전망교육실을 이용한 뒤에는 통일홍보관으로 가자.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으로 ‘남과 북, 두 개의 고성’이라는 전시가 보인다.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 속 분단도(道)인 강원도에 위치한 분단군(郡)인 고성의 역사적 아픔을 이야기한다. 이밖에 남북 관련 전시가 다양한데,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체험형 코너도 있다. 남북이 사용하는 단어의 차이를 알아보고 단어가 적힌 판을 붙여 북한 어린이의 일기를 완성해보는 코너, 서울에서 출발해 북한을 한 바퀴 여행하고 돌아오는 게임 코너 등이다. 규모는 작지만 알찬 내용이 많으니 꼼꼼히 돌아보자. 두 면이 통유리라 시원한 전망은 덤이다.
통일홍보관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면 3층 전망대로 올라간다. 엘리베이터 맞은편에 계단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2층에서 3층의 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이 낫다. 외관에서 드러나듯 공중이 빈 2층과 3층이므로 계단을 꽤 올라야 한다. 3층에는 전망대 외에 별다른 시설이 없다. 1~2층에 비해 상당히 높은 지점에서 조망한다는 점이 포인트다.
 

▲ 높은 곳에서 조망이 가능한 3층 전망대

3층까지 돌아보고 1층 야외전망대에서 다시 한 번 전망을 즐긴 뒤, 옆 건물 통일전망대 앞에 있는 망원경(유료)을 이용해도 좋다. 현재 통일전망대는 북한 상품 등을 판매하는 장소로 사용되나, 향후 북한 음식 전문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 한국전쟁의 실상을 보여주는 6.25전쟁체험전시관

주차장에 마련된 6.25전쟁체험전시관도 방문하자. 한국전쟁의 실상을 보여주는 사진 전시를 시작으로 영상체험실, 전사자유해발굴실, 유엔참전국실, 병영체험실 등을 돌아본다. 이런 아픈 역사를 결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결의를 다지게 된다.
 

▲ DMZ박물관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조형물

주차장을 빠져나와 1km 남짓한 거리에 DMZ박물관 입구를 알리는 조형물이 보인다. 2009년 개관한 DMZ박물관은 분단의 상징이 된 DMZ를 중심으로 분단의 역사와 자연 생태 관련 내용을 전시한다. 야외에도 볼거리가 다양하다. 대북 심리전에 쓰이던 장비가 전시되고 철책걷기체험장, 생태연못, 야생화동산 등을 갖췄다. DMZ박물관까지 관람한 뒤에는 제진검문소로 돌아가 차량 출입증을 반납한다.
 

▲ 화진포와 화진포생태박물관

이제부터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하다. 고성 북쪽까지 올라왔다면 꼭 들러야 할 곳이 화진포다. 동해안의 대표 석호 중 하나인 화진포는 경관이 수려해, 남북의 유명 인사들이 이곳에 별장을 지었다. 화진포의성(김일성별장), 이기붕별장, 이승만별장이 대표적이다. 화진포해수욕장, 화진포생태박물관, 화진포해양박물관 등 관광 명소도 많다.
 

▲ 천연기념물 고니가 찾아오는 송지호

수려한 경관 ‘화진포’

화진포와 견줄 만한 고성의 또 다른 관광지는 ‘송지호’다. 역시 석호인 송지호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되는 고니를 비롯해 철새가 모이는 곳이다. 송지호관망타워에 오르면 계절에 따라 무리 지어 날아드는 철새를 볼 수 있다. 여름에는 송지호해수욕장과 송지호오토캠핑장이 피서객으로 붐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고성통일전망타워(6.25전쟁체험전시관)→DMZ박물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송지호(송지호관망타워)→화진포(이승만별장, 이기붕별장, 화진포의성, 화진포생태박물관) 
둘째 날: 고성통일전망타워(6.25전쟁체험전시관)→DMZ박물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고성군문화관광 www.gwgs.go.kr/tour/index.do
- 통일전망대 www.tongiltour.co.kr
- DMZ박물관 www.dmzmuseum.com

문의 전화 
- 고성군청 관광문화과 033)680-3361~3
- 통일전망대 033)682-0088
- DMZ박물관 033)681-0625
- 화진포관광안내소 033)680-3677
- 송지호관망타워 033)680-3556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대진,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11회(06:49~19:15) 운행, 3시간~3시간30분 소요. 대진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도보 3분 거리 현내면사무소 앞 정류장, 1번·1-1번 버스, 통일안보공원에서 고성통일전망타워까지 택시 이용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대진시외버스터미널 033)681-0404 고성군대중교통정보 www.goseong-pti.com

자가운전
서울양양고속도로 양양 JC→속초 방면→동해고속도로 속초 IC→속초 방면 우회전→미시령로→교동지하차도사거리에서 고성(간성) 방면 좌회전→동해대로→안보공원교차로에서 우회전→통일안보공원(출입신고소)→고성통일전망타워

숙박 정보
- 금강산콘도: 현내면 금강산로, 033)680-7800, www.mibong.co.kr
- 켄싱턴리조트설악비치: 토성면 동해대로, 033)631-7601, www.kensingtonresort.co.kr
- 아미가아미고펜션: 토성면 토성로, 033)632-5564, www.amigapension.com

식당 정보
- 장미경양식(돈가스): 거진읍 거진길, 033)682-2084
- 부부횟집(물회): 죽왕면 가진해변길, 033)681-0094
- 무미일(고성김밥): 토성면 천진5길, 010-6308-4416, www.instagram.com/moomi.il


주변 볼거리
건봉사, 천학정, 청간정, 화암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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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