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여행지 ④고성통일전망타워

평화 관광의 '뉴 페이스'

▲ DMZ의 ‘D 자’를 형상화한 고성통일전망타워

남과 북은 역사를 함께 굴려나가는 수레바퀴 한 쌍에 비유할 만하다. 항상 같은 거리를 유지하고 달리는 두 바퀴는 때로는 삐거덕거리고, 때로는 조화롭게 호흡을 맞춘다. 최근 1년여 동안 남북의 수레바퀴가 멋진 팀워크를 선보이며 한반도에도 평화의 기류가 흐른다. 

북한이 우리에게 ‘멀고도 가까운’ 존재임을 실감한 시기다. 강원도 고성군에 가면 멀고도 가까운 북한과의 거리감을 체득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말 개관한 고성통일전망타워는 종전 통일전망대보다 훨씬 높은 곳에 위치해, 북녘땅이 한눈에 내다보인다.
 

▲ 고성통일전망타워에 가려면 통일안보공원에서 출입 신고 절차를 밟아야 한다.

출입 신고 필수

고성의 새로운 명소 고성통일전망타워가 위치한 북쪽 지역은 다행히 지난 4월에 발생한 산불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 ‘여행이 또 다른 기부’라는 말을 떠올리며 고성통일전망타워로 향한다. 국도7호선을 타고 북쪽 끝까지 가면 고성통일전망타워에 이르지만, 내처 달릴 수는 없다. 통일안보공원에서 출입 신고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 출입 신청서를 작성하고 안보 교육을 받은 뒤, 정해진 시간에 본인 차를 타고 이동한다. 
시간이 남으면 통일안보공원에서 북한 상품이나 지역 특산품을 구경하자. 2018 남북정상회담 기념우표도 판매한다. 
고성통일전망타워까지 약 10km 거리인데, 중간에 제진검문소를 지난다. 이곳에서 출입 신청서를 제출하고 민통선 차량 출입증을 받으면, 차량의 블랙박스도 꺼야 한다. 이런 절차를 거치고 보니 우리가 분단국가에 살고 있음이 실감 난다.
 

▲ 종전 통일전망대(오른쪽)와 고성통일전망타워

해발 70m에 건립된 고성통일전망타워는 높이 34m로 멀리서도 눈에 띈다. 군부대 외 대형 건물이 별로 없는 이곳에서 단연 돋보이는 랜드마크다. 고성통일전망타워는 종전 통일전망대 옆에 있는데, 두 건물은 세월의 간극만큼 대조적이다. 통일전망대는 1984년 2월, 고성통일전망타워는 2018년 12월 개관했다. 이제는 허름해진 2층 높이 통일전망대와 알파벳 ‘D’의 날렵한 선을 뽐내는 고성통일전망타워는 외관부터 약 35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 1층에 이산가족 관련 사진을 전시한다.

DMZ의 ‘D 자’를 형상화한 고성통일전망타워는 1층과 2층이 붙어 있고, 3층은 엘리베이터와 계단, 양 축대를 지지대 삼아 공중에 뜬 형태다. 1층에는 안내 데스크와 특산품홍보장 등이 있고, 2층에는 전망교육실과 통일홍보관, 3층에는 전망대가 자리한다. 
1층으로 들어가면 이산가족 관련 사진이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KBS 특별 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사진을 전시해놓은 것. 조망이 탁 트인 야외전망대도 있다.
 

▲ 2층 전망교육실에서 먼저 해설을 들으면 도움이 된다.

야외전망대로 나가기 전, 2층 전망교육실에 방문하자. 전면이 유리로 된 교육실에서 해설자가 눈앞에 보이는 장소를 하나하나 설명해준다. 해설자는 먼저 해안가의 작은 섬, 송도를 가리킨다. 그 왼쪽으로 군사분계선 표시용 말뚝이 있다. 군사분계선은 철책이 아니라 서해부터 동해까지 일정한 간격으로 말뚝을 박아 표시한다. 말뚝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북한군 초소와 한국군 초소가 육안으로 희미하게 보인다. 해안에서 가까운 곳에 남북을 잇는 도로와 철로가 있다. 잘 뻗은 도로는 금강산 관광객을 실어 나르던 육로다. 관람객이 “저 길을 따라 다시 금강산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멀리 금강산 신선대와 옥녀봉부터 일출봉까지 보인다. 날씨와 햇빛의 방향에 따라 금강산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때도 많다고 한다.
 

▲ 고성통일전망타워에서 보이는 북녘땅

이렇게 안내 해설을 듣고 1층 야외전망대나 3층 전망대를 돌아봐야 효과적이다. 막연히 풍경을 감상하는 게 아니라 보이는 곳이 정확하게 어디인지 알고 깊이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 프로그램은 상시 진행한다. 주말에는 보통 15~30분 간격으로 진행하고, 평일에는 요청하면 참여 가능하다.
 

▲ 통일홍보관의 흥미로운 체험 코너

높은 곳에 위치, 북녘땅 한눈에 보여
북한의 멀고도 가까운 거리감 체득

2층 전망교육실을 이용한 뒤에는 통일홍보관으로 가자.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으로 ‘남과 북, 두 개의 고성’이라는 전시가 보인다.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 속 분단도(道)인 강원도에 위치한 분단군(郡)인 고성의 역사적 아픔을 이야기한다. 이밖에 남북 관련 전시가 다양한데,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체험형 코너도 있다. 남북이 사용하는 단어의 차이를 알아보고 단어가 적힌 판을 붙여 북한 어린이의 일기를 완성해보는 코너, 서울에서 출발해 북한을 한 바퀴 여행하고 돌아오는 게임 코너 등이다. 규모는 작지만 알찬 내용이 많으니 꼼꼼히 돌아보자. 두 면이 통유리라 시원한 전망은 덤이다.
통일홍보관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면 3층 전망대로 올라간다. 엘리베이터 맞은편에 계단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2층에서 3층의 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이 낫다. 외관에서 드러나듯 공중이 빈 2층과 3층이므로 계단을 꽤 올라야 한다. 3층에는 전망대 외에 별다른 시설이 없다. 1~2층에 비해 상당히 높은 지점에서 조망한다는 점이 포인트다.
 

▲ 높은 곳에서 조망이 가능한 3층 전망대

3층까지 돌아보고 1층 야외전망대에서 다시 한 번 전망을 즐긴 뒤, 옆 건물 통일전망대 앞에 있는 망원경(유료)을 이용해도 좋다. 현재 통일전망대는 북한 상품 등을 판매하는 장소로 사용되나, 향후 북한 음식 전문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 한국전쟁의 실상을 보여주는 6.25전쟁체험전시관

주차장에 마련된 6.25전쟁체험전시관도 방문하자. 한국전쟁의 실상을 보여주는 사진 전시를 시작으로 영상체험실, 전사자유해발굴실, 유엔참전국실, 병영체험실 등을 돌아본다. 이런 아픈 역사를 결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결의를 다지게 된다.
 

▲ DMZ박물관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조형물

주차장을 빠져나와 1km 남짓한 거리에 DMZ박물관 입구를 알리는 조형물이 보인다. 2009년 개관한 DMZ박물관은 분단의 상징이 된 DMZ를 중심으로 분단의 역사와 자연 생태 관련 내용을 전시한다. 야외에도 볼거리가 다양하다. 대북 심리전에 쓰이던 장비가 전시되고 철책걷기체험장, 생태연못, 야생화동산 등을 갖췄다. DMZ박물관까지 관람한 뒤에는 제진검문소로 돌아가 차량 출입증을 반납한다.
 

▲ 화진포와 화진포생태박물관

이제부터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하다. 고성 북쪽까지 올라왔다면 꼭 들러야 할 곳이 화진포다. 동해안의 대표 석호 중 하나인 화진포는 경관이 수려해, 남북의 유명 인사들이 이곳에 별장을 지었다. 화진포의성(김일성별장), 이기붕별장, 이승만별장이 대표적이다. 화진포해수욕장, 화진포생태박물관, 화진포해양박물관 등 관광 명소도 많다.
 

▲ 천연기념물 고니가 찾아오는 송지호

수려한 경관 ‘화진포’

화진포와 견줄 만한 고성의 또 다른 관광지는 ‘송지호’다. 역시 석호인 송지호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되는 고니를 비롯해 철새가 모이는 곳이다. 송지호관망타워에 오르면 계절에 따라 무리 지어 날아드는 철새를 볼 수 있다. 여름에는 송지호해수욕장과 송지호오토캠핑장이 피서객으로 붐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고성통일전망타워(6.25전쟁체험전시관)→DMZ박물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송지호(송지호관망타워)→화진포(이승만별장, 이기붕별장, 화진포의성, 화진포생태박물관) 
둘째 날: 고성통일전망타워(6.25전쟁체험전시관)→DMZ박물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고성군문화관광 www.gwgs.go.kr/tour/index.do
- 통일전망대 www.tongiltour.co.kr
- DMZ박물관 www.dmzmuseum.com

문의 전화 
- 고성군청 관광문화과 033)680-3361~3
- 통일전망대 033)682-0088
- DMZ박물관 033)681-0625
- 화진포관광안내소 033)680-3677
- 송지호관망타워 033)680-3556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대진,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11회(06:49~19:15) 운행, 3시간~3시간30분 소요. 대진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도보 3분 거리 현내면사무소 앞 정류장, 1번·1-1번 버스, 통일안보공원에서 고성통일전망타워까지 택시 이용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대진시외버스터미널 033)681-0404 고성군대중교통정보 www.goseong-pti.com

자가운전
서울양양고속도로 양양 JC→속초 방면→동해고속도로 속초 IC→속초 방면 우회전→미시령로→교동지하차도사거리에서 고성(간성) 방면 좌회전→동해대로→안보공원교차로에서 우회전→통일안보공원(출입신고소)→고성통일전망타워

숙박 정보
- 금강산콘도: 현내면 금강산로, 033)680-7800, www.mibong.co.kr
- 켄싱턴리조트설악비치: 토성면 동해대로, 033)631-7601, www.kensingtonresort.co.kr
- 아미가아미고펜션: 토성면 토성로, 033)632-5564, www.amigapension.com

식당 정보
- 장미경양식(돈가스): 거진읍 거진길, 033)682-2084
- 부부횟집(물회): 죽왕면 가진해변길, 033)681-0094
- 무미일(고성김밥): 토성면 천진5길, 010-6308-4416, www.instagram.com/moomi.il


주변 볼거리
건봉사, 천학정, 청간정, 화암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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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