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끝나지 않은 ‘내츄럴엔도텍 사태’ 내막

바지? 실세? 대표님의 두 얼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5년 ‘가짜 백수오’ 논란으로 시작된 내츄럴엔도텍 사태는 한국 사회에 큰 상흔을 남겼다.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위선과 탐욕 등 상류층의 민낯이 드러났다. 이 과정서 몇몇 사람들은 뜻하지 않게 유무형의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2019년 내츄럴엔도텍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

2015422일 한국소비자원은 시중에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의 상당수가 가짜라는 발표를 내놓으며 업계를 술렁이게 했다. 백수오 제품의 원료에 가짜 백수오로 불리는 이엽우피소가 섞여 들어갔다는 설명이다. 당시 백수오는 여성 갱년기에 효능이 있다는 입소문이 퍼져 한창 인기를 끌고 있었다. 내츄럴엔도텍은 즉각 한국소비자원의 발표에 반박했다.

가짜 백수오
인기 추락

하지만 20154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내츄럴엔도텍 백수오 제품에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던 내츄럴엔도텍 주가는 곤두박질 쳤고 제품은 홈쇼핑서 퇴출됐다.

내츄럴엔도텍은 논란이 시작된 지 2주 만인 201556일 대국민사과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빗발친 비난 여론이 무색하게 이후 검찰과 식약처는 내츄럴엔도텍의 손을 들어줬다. 20156월 검찰은 내츄럴엔도텍과 김재수 당시 대표이사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내츄럴엔도텍서 이엽우피소를 고의로 혼입했거나 혼입을 묵인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20178월에는 식약처서도 내츄럴엔도텍 제품의 무해성을 인정했다.

제품에 대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2017년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서 내츄럴엔도텍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전 후보자가 가짜 백수오 논란이 불거지기 전 주식을 팔아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을 받았기 때문.

이 전 후보자는 2013년 내츄럴엔도텍 비상장주식 1만여주를 구입했다. 주가는 가짜 백수오 논란이 불거지기 전까지 계속 오르다 한국소비자원의 발표 이후 10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그런데 이 전 후보자가 가짜 백수오 논란이 일어나기 전 주식을 팔아 수억원대의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이 전 후보자가 소속된 법무법인 이 당시 내츄럴엔도텍 관련 사건을 맡고 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부정보를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유정 버핏’ ‘주식대박등의 꼬리표가 따라붙은 이 전 후보자는 결국 자진 사퇴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3월 이 전 후보자와 법무법인 원의 윤모 대표변호사, 김모 미국변호사 3명을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이하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내부정보 이용 혐의로 구속
이유정 변호사 공소장 등장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실이 남부지검으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서 눈길이 가는 부분은 윤 대표변호사의 고등학교 후배라고 명시된 내츄럴엔도텍 대주주 김문학 프라바이오 전 대표의 존재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내츄럴엔도텍과 법무법인 원을 연결한 사람이다. 공소장에는 김 전 대표의 소개로 법무법인 원이 내츄럴엔도텍의 해외 판권 분쟁과 관련한 사건을 수임했다고 명시돼있다. 또 김 전 대표는 식약처 발표가 있기 하루 전인 2015429일 윤 대표변호사와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내부정보를 이용해 보유하고 있던 내츄럴엔도텍 주식을 처분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지난 17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됐다. 현재 그는 서울남부지방법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문제는 그가 홍보대행사 A업체와 대표 B씨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관한법률위반(사기), 업무방해 혐의로 피소를 당했다는 점이다.
 

A홍보대행사는 연예기획사 마루기획과 프라바이오의 홍보·마케팅을 맡은 업체다. B대표는 김 전 대표가 홍보·마케팅 비용으로 주식을 제공하겠다, 양도하겠다고 수차례에 걸쳐 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주식이 지급되지 않아 홍보·마케팅 과정서 들어간 제반비용을 자신이 모두 부담했다는 것이다.

20155B대표는 김 전 대표, 힙합그룹 등과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서 김 전 대표는 B대표에게 마루기획 소속 가수의 홍보·마케팅을 부탁하며, 제반비용으로 마루기획의 주식 지분 3%를 양도하겠다고 약속했다. B대표는 같은 해 8월에도 마루기획 주식으로 홍보·마케팅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약속을 확인받았다고 주장했다.

마루기획은 2007년 설립된 연예기획사로 워너원 박지훈, 노라조 등이 소속돼있다. 그룹 초신성, 가수 김종국도 마루기획에 몸담았던 적이 있다. 특히 김종국은 마루기획의 주식 10%를 보유한 주요주주기도 했다. B대표는 김 전 대표의 약속을 믿고 20156월부터 그해 말까지 마루기획 소속 가수에 대한 홍보·마케팅을 진행했다.

주식으로
시세차익

하지만 김 전 대표는 약속한 주식은 물론, 홍보·마케팅 비용도 지급하지 않았고 이 과정서 A홍보대행사와 B대표는 28000만원 상당의 손해를 봤다.

김 전 대표의 회사 프라바이오서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홍보 과정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 김 전 대표는 B대표에게 다른 일은 하지 말고 프라바이오에만 집중해줄 것을 요청했다.

플라즈마 전문기업 프라바이오는 피부 관리기 프라뷰, 두피 관리기 프라헤어 등을 판매한다. 지난 3월 배우 고준희를 공식모델로 선정해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B대표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프라바이오 제품 홍보의 대가로 아이카이스트홀딩스(현 프라바이오) 주식 3%30억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A홍보대행사는 20163월 프라바이오 제품 프라뷰의 론칭쇼를 개최하는 등 홍보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당시 런칭쇼에는 마마무, 시크릿, 김종국 등 유명 연예인이 총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 네추럴엔도텍의 백수오

프라뷰와 프라뷰의 저가 보급형 플라베네를 홍보, 판매하는 과정서도 문제가 불거졌다. B대표는 김 전 대표로부터 플라베네를 독점 판매할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플라베네는 불량이 많아 A홍보대행사 직원들은 제품을 직접 개선해가면서 고객에게 판매해야 했다. 제품의 질을 두고 본사에 항의했지만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고, 홈쇼핑으로 판매한 제품에 대해 고객들의 불만이 빗발쳤다는 주장이다.

직원들은 제품 불량률이 정말 심했다한 고객의 경우 제품에 계속 문제가 생겨 여러 번 교환해간 적이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B대표는 김 전 대표의 말을 믿고 모든 직원을 동원해 프라바이오에만 매달렸다. 직원들이 정말 고생했다이 과정서 사용한 비용은 727000만원에 달한다고 토로했다.

70억 들이고
전혀 못 받아

흥미로운 점은 B대표가 김 전 대표를 피고소인으로 지목해 사기,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음에도 마루기획이나 프라바이오 등에서 김 전 대표의 실체를 찾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B대표는 김 전 대표가 겉으로 드러나기보다 뒤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언변이 좋아 대화를 이끌고 상대를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실제 김 전 대표가 손을 뻗친 분야는 다양하다. 2004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필름과 <공동경비구역 JSA>의 명필름이 합병한 후 수공구업체 세신버팔로를 통해 우회상장에 성공한 MK픽처스라는 영화사가 있었다. 당시 세신버팔로의 대표가 김 전 대표였다.

명필름의 대표였던 이은 감독과는 고등학교 동창 관계로 알려졌다.

수공구업체, 영화사, 건강식품 판매업체, 연예기획사, 미용기기 개발·판매업체 등 김 전 대표가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회사는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마루기획이나 프라바이오의 등기부등본에는 김 전 대표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 B대표는 김 전 대표가 전면에 등장하지 않을 뿐 관여한 회사서 실세였다고 주장했다.
 

B대표는 소속 가수와 제품을 홍보·마케팅 하는 과정서 마루기획이나 아이카이스트, 프라바이오 관계자를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김 전 대표가 사업 전반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또 홍보·마케팅을 의뢰하고 돈을 지불하는 방식 등에 대해서도 김 전 대표가 직접 자신과 회사 직원들에게 설명했다고 전했다.

B대표가 김 전 대표를 고소하면서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도 마루기획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B대표와 김 전 대표는 홍보비용 지급 문제를 두고 언쟁을 벌인다. B대표는 김 전 대표에게 형님, 저 마루(기획) 때부터 믿고 일했어요. 마루(기획) 주식 준다 그래도 안 주는 거 그냥 믿고라고 말했다.

여러 사업 벌였지만
실체 발견은 어려워

김 전 대표는 그러면 니가 능력이 없는 거야, XX. 이 꼴로 해놨다 그러면은 어? 마루(기획) 얘기는 왜 해. 마루(기획)는 이 XX. 상장도 안 돼 갖고 지금 난리, 휴지 됐어, 휴지라고 답했다.

B대표와 마루기획 부사장과의 대화 녹취록서도 김 전 대표가 (마루기획) 대표 위에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B대표는 내츄럴엔도텍-마루기획-프라바이오까지 김 전 대표가 실세로 활동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회사의 사업 과정서 인맥이 묘하게 겹친다는 의혹도 꺼냈다.

지난 4월 김 전 대표의 재판 과정서 그가 내츄럴엔도텍의 펀드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법무회의에 자주 참석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그러면서 김 전 대표가 법무법인 원 소속 변호사들과 잘 알고 지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 프라바이오 모델 배우 고준희

법무법인 원과 마루기획의 연결고리는 엉뚱한 지점서 발견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무법인 원 소속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당시 재산내역을 공개하는 과정서 마루기획 주식 1만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B대표는 2018년 여름까지 마루기획 소속 연예인으로 활동한 김종국에 대한 언급도 했다. B대표는 김 전 대표가 사석서 가수 김종국을 마루기획에 영입해 대표로 앉히고 주식을 상장하겠다는 말을 많이 했다김종국은 프라바이오 제품 프라뷰 홍보 행사에도 참석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 언론 보도 확인 결과 2017년 프라바이오 관련 김종국의 팬미팅이 열리기도 했다. 또 카레이서인 김 전 대표의 아들과 김종국이 함께 찍은 사진이 SNS에 올라와 있기도 하다. 20177월 올라온 사진서 김 전 대표의 아들은 김종국을 가리켜 종국이 형이라고 불렀다.

이리저리
얽힌 관계

B대표는 현재 블로그에 글을 올리거나 영상을 제작하고 1인 시위를 벌이는 등의 방식으로 김 전 대표를 비판하고 있다. 그는 내츄럴엔도텍 사태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도 여럿 있다고 들었다김 전 대표는 마루기획, 프라바이오 등의 회사로 제2, 3의 내츄럴엔도텍 사태를 일으킬 수 있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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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