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끝나지 않은 ‘내츄럴엔도텍 사태’ 내막

바지? 실세? 대표님의 두 얼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5년 ‘가짜 백수오’ 논란으로 시작된 내츄럴엔도텍 사태는 한국 사회에 큰 상흔을 남겼다.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위선과 탐욕 등 상류층의 민낯이 드러났다. 이 과정서 몇몇 사람들은 뜻하지 않게 유무형의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2019년 내츄럴엔도텍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

2015422일 한국소비자원은 시중에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의 상당수가 가짜라는 발표를 내놓으며 업계를 술렁이게 했다. 백수오 제품의 원료에 가짜 백수오로 불리는 이엽우피소가 섞여 들어갔다는 설명이다. 당시 백수오는 여성 갱년기에 효능이 있다는 입소문이 퍼져 한창 인기를 끌고 있었다. 내츄럴엔도텍은 즉각 한국소비자원의 발표에 반박했다.

가짜 백수오
인기 추락

하지만 20154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내츄럴엔도텍 백수오 제품에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던 내츄럴엔도텍 주가는 곤두박질 쳤고 제품은 홈쇼핑서 퇴출됐다.

내츄럴엔도텍은 논란이 시작된 지 2주 만인 201556일 대국민사과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빗발친 비난 여론이 무색하게 이후 검찰과 식약처는 내츄럴엔도텍의 손을 들어줬다. 20156월 검찰은 내츄럴엔도텍과 김재수 당시 대표이사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내츄럴엔도텍서 이엽우피소를 고의로 혼입했거나 혼입을 묵인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20178월에는 식약처서도 내츄럴엔도텍 제품의 무해성을 인정했다.

제품에 대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2017년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서 내츄럴엔도텍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전 후보자가 가짜 백수오 논란이 불거지기 전 주식을 팔아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을 받았기 때문.

이 전 후보자는 2013년 내츄럴엔도텍 비상장주식 1만여주를 구입했다. 주가는 가짜 백수오 논란이 불거지기 전까지 계속 오르다 한국소비자원의 발표 이후 10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그런데 이 전 후보자가 가짜 백수오 논란이 일어나기 전 주식을 팔아 수억원대의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이 전 후보자가 소속된 법무법인 이 당시 내츄럴엔도텍 관련 사건을 맡고 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부정보를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유정 버핏’ ‘주식대박등의 꼬리표가 따라붙은 이 전 후보자는 결국 자진 사퇴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3월 이 전 후보자와 법무법인 원의 윤모 대표변호사, 김모 미국변호사 3명을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이하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내부정보 이용 혐의로 구속
이유정 변호사 공소장 등장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실이 남부지검으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서 눈길이 가는 부분은 윤 대표변호사의 고등학교 후배라고 명시된 내츄럴엔도텍 대주주 김문학 프라바이오 전 대표의 존재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내츄럴엔도텍과 법무법인 원을 연결한 사람이다. 공소장에는 김 전 대표의 소개로 법무법인 원이 내츄럴엔도텍의 해외 판권 분쟁과 관련한 사건을 수임했다고 명시돼있다. 또 김 전 대표는 식약처 발표가 있기 하루 전인 2015429일 윤 대표변호사와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내부정보를 이용해 보유하고 있던 내츄럴엔도텍 주식을 처분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지난 17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됐다. 현재 그는 서울남부지방법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문제는 그가 홍보대행사 A업체와 대표 B씨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관한법률위반(사기), 업무방해 혐의로 피소를 당했다는 점이다.
 

A홍보대행사는 연예기획사 마루기획과 프라바이오의 홍보·마케팅을 맡은 업체다. B대표는 김 전 대표가 홍보·마케팅 비용으로 주식을 제공하겠다, 양도하겠다고 수차례에 걸쳐 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주식이 지급되지 않아 홍보·마케팅 과정서 들어간 제반비용을 자신이 모두 부담했다는 것이다.

20155B대표는 김 전 대표, 힙합그룹 등과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서 김 전 대표는 B대표에게 마루기획 소속 가수의 홍보·마케팅을 부탁하며, 제반비용으로 마루기획의 주식 지분 3%를 양도하겠다고 약속했다. B대표는 같은 해 8월에도 마루기획 주식으로 홍보·마케팅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약속을 확인받았다고 주장했다.

마루기획은 2007년 설립된 연예기획사로 워너원 박지훈, 노라조 등이 소속돼있다. 그룹 초신성, 가수 김종국도 마루기획에 몸담았던 적이 있다. 특히 김종국은 마루기획의 주식 10%를 보유한 주요주주기도 했다. B대표는 김 전 대표의 약속을 믿고 20156월부터 그해 말까지 마루기획 소속 가수에 대한 홍보·마케팅을 진행했다.

주식으로
시세차익

하지만 김 전 대표는 약속한 주식은 물론, 홍보·마케팅 비용도 지급하지 않았고 이 과정서 A홍보대행사와 B대표는 28000만원 상당의 손해를 봤다.

김 전 대표의 회사 프라바이오서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홍보 과정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 김 전 대표는 B대표에게 다른 일은 하지 말고 프라바이오에만 집중해줄 것을 요청했다.

플라즈마 전문기업 프라바이오는 피부 관리기 프라뷰, 두피 관리기 프라헤어 등을 판매한다. 지난 3월 배우 고준희를 공식모델로 선정해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B대표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프라바이오 제품 홍보의 대가로 아이카이스트홀딩스(현 프라바이오) 주식 3%30억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A홍보대행사는 20163월 프라바이오 제품 프라뷰의 론칭쇼를 개최하는 등 홍보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당시 런칭쇼에는 마마무, 시크릿, 김종국 등 유명 연예인이 총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 네추럴엔도텍의 백수오

프라뷰와 프라뷰의 저가 보급형 플라베네를 홍보, 판매하는 과정서도 문제가 불거졌다. B대표는 김 전 대표로부터 플라베네를 독점 판매할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플라베네는 불량이 많아 A홍보대행사 직원들은 제품을 직접 개선해가면서 고객에게 판매해야 했다. 제품의 질을 두고 본사에 항의했지만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고, 홈쇼핑으로 판매한 제품에 대해 고객들의 불만이 빗발쳤다는 주장이다.

직원들은 제품 불량률이 정말 심했다한 고객의 경우 제품에 계속 문제가 생겨 여러 번 교환해간 적이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B대표는 김 전 대표의 말을 믿고 모든 직원을 동원해 프라바이오에만 매달렸다. 직원들이 정말 고생했다이 과정서 사용한 비용은 727000만원에 달한다고 토로했다.

70억 들이고
전혀 못 받아

흥미로운 점은 B대표가 김 전 대표를 피고소인으로 지목해 사기,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음에도 마루기획이나 프라바이오 등에서 김 전 대표의 실체를 찾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B대표는 김 전 대표가 겉으로 드러나기보다 뒤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언변이 좋아 대화를 이끌고 상대를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실제 김 전 대표가 손을 뻗친 분야는 다양하다. 2004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필름과 <공동경비구역 JSA>의 명필름이 합병한 후 수공구업체 세신버팔로를 통해 우회상장에 성공한 MK픽처스라는 영화사가 있었다. 당시 세신버팔로의 대표가 김 전 대표였다.

명필름의 대표였던 이은 감독과는 고등학교 동창 관계로 알려졌다.

수공구업체, 영화사, 건강식품 판매업체, 연예기획사, 미용기기 개발·판매업체 등 김 전 대표가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회사는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마루기획이나 프라바이오의 등기부등본에는 김 전 대표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 B대표는 김 전 대표가 전면에 등장하지 않을 뿐 관여한 회사서 실세였다고 주장했다.
 

B대표는 소속 가수와 제품을 홍보·마케팅 하는 과정서 마루기획이나 아이카이스트, 프라바이오 관계자를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김 전 대표가 사업 전반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또 홍보·마케팅을 의뢰하고 돈을 지불하는 방식 등에 대해서도 김 전 대표가 직접 자신과 회사 직원들에게 설명했다고 전했다.

B대표가 김 전 대표를 고소하면서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도 마루기획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B대표와 김 전 대표는 홍보비용 지급 문제를 두고 언쟁을 벌인다. B대표는 김 전 대표에게 형님, 저 마루(기획) 때부터 믿고 일했어요. 마루(기획) 주식 준다 그래도 안 주는 거 그냥 믿고라고 말했다.

여러 사업 벌였지만
실체 발견은 어려워

김 전 대표는 그러면 니가 능력이 없는 거야, XX. 이 꼴로 해놨다 그러면은 어? 마루(기획) 얘기는 왜 해. 마루(기획)는 이 XX. 상장도 안 돼 갖고 지금 난리, 휴지 됐어, 휴지라고 답했다.

B대표와 마루기획 부사장과의 대화 녹취록서도 김 전 대표가 (마루기획) 대표 위에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B대표는 내츄럴엔도텍-마루기획-프라바이오까지 김 전 대표가 실세로 활동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회사의 사업 과정서 인맥이 묘하게 겹친다는 의혹도 꺼냈다.

지난 4월 김 전 대표의 재판 과정서 그가 내츄럴엔도텍의 펀드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법무회의에 자주 참석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그러면서 김 전 대표가 법무법인 원 소속 변호사들과 잘 알고 지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 프라바이오 모델 배우 고준희

법무법인 원과 마루기획의 연결고리는 엉뚱한 지점서 발견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무법인 원 소속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당시 재산내역을 공개하는 과정서 마루기획 주식 1만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B대표는 2018년 여름까지 마루기획 소속 연예인으로 활동한 김종국에 대한 언급도 했다. B대표는 김 전 대표가 사석서 가수 김종국을 마루기획에 영입해 대표로 앉히고 주식을 상장하겠다는 말을 많이 했다김종국은 프라바이오 제품 프라뷰 홍보 행사에도 참석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 언론 보도 확인 결과 2017년 프라바이오 관련 김종국의 팬미팅이 열리기도 했다. 또 카레이서인 김 전 대표의 아들과 김종국이 함께 찍은 사진이 SNS에 올라와 있기도 하다. 20177월 올라온 사진서 김 전 대표의 아들은 김종국을 가리켜 종국이 형이라고 불렀다.

이리저리
얽힌 관계

B대표는 현재 블로그에 글을 올리거나 영상을 제작하고 1인 시위를 벌이는 등의 방식으로 김 전 대표를 비판하고 있다. 그는 내츄럴엔도텍 사태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도 여럿 있다고 들었다김 전 대표는 마루기획, 프라바이오 등의 회사로 제2, 3의 내츄럴엔도텍 사태를 일으킬 수 있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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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등장하자 보수의 심장인 대구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광폭 행보에 나선 김 전 총리를 바라보는 대구 시민들도 양가감정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1995년 민선 시장 선출 이래 대구에서 단 한 번도 시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구 민심이 심상치 않은 만큼 최초의 진보 대구시장이 탄생할지 이목이 쏠린다. 대구는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광역자치단체이다. 지난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대구에서 23.22%(37만9130표)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김문수 후보는 67.62%(110만3913표)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구는 윤석열정부 퇴진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조차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약세를 보이는 지역이었다. 적절한 타이밍 그런 대구에서 최근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지리멸렬하는 사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당이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우위를 선점했다. 지난달 30일 김부겸 후보는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 그것이 저의 마지막 소명”이라며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김 후보는 대구에 당선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2012년과 2014년 각각 제19대 총선·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대구광역시장)에서 낙선했으나 2016년 제20대 총선을 통해 대구광역시 수성구 갑에서 당선됐다. 이후 제21대 총선에서 또다시 낙선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김 후보는 캠프 해단식에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면목이 없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 새로운 날들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던 바 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김 후보가 다시 대구 전면에 등장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굳이 이런저런 수치를 열거하지 않겠다. 대구의 정치, 한 당이 독식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정치인이 일을 안 한다. 일 안 해도 서울에서 공천만 받으면 또 된다. 대구 시민을 표 찍어주는 기계로 취급한다”며 “요즈음 시장 공천 과정을 보면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냐는 생각이 든다.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제대로 된 보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 김부겸이다. 나를 잘 써달라. 김부겸과 함께 대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날 김 후보는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도 공개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김부겸으로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겠다”며 “경기도 군포 초선 시절부터 해왔던 대로 제 전화번호를 공개하겠다. 대구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버려야 진짜 건강한 보수가 살아난다”며 “이번 선거는 대구가 다시 숨 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 발전이 제 마지막 소명이다.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보수 심장’ ‘민주당’ 없는 민주당 동진 전략 지난 3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중앙당의 만장일치로 김 후보를 대구광역시장 후보자에 선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김 후보는 광폭 행보를 보였는데, 특히 김 후보는 ‘민주당’이라는 여당 프리미엄을 전면에 세우는 대신 “김부겸을 도구로 써달라”는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김 후보는 대구·경북(TK)의 상징인 박근혜·박정희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있고 대구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꼈다면 과오 논쟁을 넘어 대구의 미래를 향한 논쟁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포용의 정치를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KBS에서 김 후보의 박 전 대통령 예방에 대해 “대구 현실에 대한 판단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회동의 전제 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의 실질적인 명예회복 방안’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당 차원의 명예회복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조명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출마 선언문을 보면 김 후보는 민주당을 강조하는 대신 대구의 발전 방향만 이야기했다”며 “김 후보가 민주당 출신인 것을 모르는 대구 시민은 없다. 그럼에도 ‘내란’ ‘계엄’ 등 예민한 단어를 빼버림으로써 시민들은 김부겸이란 인물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김 후보는 국민의힘을 비판한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대구시장을 해 왔는데 대구가 뭐가 바뀌었냐, 그건 국민의힘이 무능해서’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준다. 절대 왼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현재 보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분위기가 안 좋다. 그때는 TK를 제외하고 몽땅 내줬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처절하게 패배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명확하게 ‘절윤’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워낙 김 후보가 전략을 잘 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빼고 ‘경제’ 넣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참전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닌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며 김 후보를 추켜세웠다. 그는 “부산은 스윙 보터 지역이라 민주당이 가덕신공항도 해주고 해수부도 이전해 주지만, 대구는 막무가내식 투표를 하니까 민주당 정권이 도와주지도 않고 버린 자식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후임 대구시장이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김부겸 전 총리를 언급한 것”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하면서 안정궤도에 돌입했다는 평이 나온다.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대구 시민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차기 대구시장 적합도 49.5%를 기록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15.9%)을 큰 격차로 앞섰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간의 1대1 가상 대결에서도 추 의원과 맞붙을 경우 52.3% 대 36.6%로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김 후보는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컷오프되자 반발 차원에서 대구 시민이 역결집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단순 역결집이 아니라 실제 보수 민심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도 김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8일 대구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김 후보를 ‘제2의 노무현’ ‘제2의 이재명’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노무현이 종로 꽃길을 마다하고 부산 가시밭길에 도전했듯이 김부겸도 군포 꽃길을 마다하고 대구 가시밭길에 내려왔다”며 “김부겸도 이재명도 대구·경북 사람이고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다”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는 당정 차원에서 지역 숙원사업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TK 신공항 건설, 취수원 문제 등 대구 숙원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며 “그 의지는 앞으로 예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팍팍 깎이는 현지 민심 TK 통합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통합이 멈춰 섰다”며 “김 전 총리와 힘을 합쳐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화답하듯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대구에 중요한 약속을 했고, 정 대표도 ‘무엇이든지 다해드림센터장’이 되겠다고 했다. 이 보증수표를 믿고 대구를 메딕시티, AI·로봇 수도,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선도 도시로 만들어 그 약속을 시민의 삶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전략은 ‘민주당’을 빼고 대신 ‘대구 발전’ ‘민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일 김 후보는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취재진들과 만나 1호 공약을 소개하는 등 민생·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1호 공약으로 대구의 지역 경제 발전을 꼽으며 “지역의 주요 기관과 단체, 어른들께 조속히 인사를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대구 곳곳을 마주하며 지역의 어려움과 스스로의 부족함을 동시에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최대 현안인 인구 유출 문제를 언급하며 “젊은이들이 떠나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져서는 안 되는데 이를 막지 못하는 현실에 시민들이 아픔을 느끼고 있다”며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해결과 경제 도약에 집중할 것”이라며 “대구의 절실한 요구를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핵심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안방마저 내줄 상황에 몰렸다. 김 후보가 우후죽순 치고 나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당내 교통 정리에서조차 애를 먹으면서 표가 갈릴 위험에 처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싸움이 일어나는 만큼 여의도에서는 ‘김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장동혁 대표’라는 웃지 못할 농담도 나온다. 국민의힘을 향한 대구의 실망감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지난 9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54%,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0%로 집계됐다. 특히 TK에서 여당 44%·야당 34%로 집계되면서 국민의힘에서도 위기감을 감지한 모양새다. 잘나가는 김 멍 때리는 장 대구 달서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대구 여론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며 “모두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대구시장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의원은 MBC 라디오를 통해 최근 대구 민심에 대해 “그동안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으로 ‘이번에는 갈아보자’고 했지만 대안이 없어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 반이재명 정서가 강했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이 잘한다’, 심지어 ‘얄밉게 잘한다’는 사람도 있다”며 여기에 “김부겸이란 대안도 있어 대구 민심이 그 대안으로 옮겨가기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인데도 당은 ‘무난히 여섯 명(예비 후보) 중 한 명을 뽑으면 된다고 하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으로 ‘김부겸을 통해 이익이라도 챙기자’라고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이진숙을 다독거려서 될 문제가 아니다. 6명 중에서 뽑힌 후보가 김부겸을 이기기 힘들 만큼 대구 민심은 훨씬 더 나쁘다”며 “상황이 이렇기에 보수 기득권에 안주하는, 보수 결집으로 이기겠다라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무소속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으며, 가처분이 기각된 주호영 의원은 “항고심을 지켜본 뒤 거취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장애물은 장동혁 대표 체제 그 자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앞서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법원에 컷오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법원은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이후 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를 향해 “민심을 붙잡을 대책도, 보수를 다시 세울 노선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변화를 약속하는 모습도 없다”며 “대신 곳곳에서 공천 작당만 벌였다는 비판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구 현장에서도 장 대표가 싫어 국민의힘을 못 찍겠다는 말이 적지 않다. 장 대표가 먼저 결단해야 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든 선거대책위원회든 새로운 책임 체제를 즉각 구성하라”라고 장 대표의 후퇴를 촉구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변수는 시민들의 막판 결집력이다. “당장 내일 선거가 치러지면 김부겸을 찍겠다”는 이들조차 투표소에 들어가면 “그래도 보수를 찍어야지”라는 마음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삼진 아웃?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습관성 투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관계자는 “‘보수가 큰일 났다’ ‘대구가 위험하다’라는 위기의식이 있어야 이들이 똘똘 뭉쳐 결집하고 표가 된다”며 “지금은 장 대표가 위기 그 자체다. 그래서 ‘이번에는 김부겸 한번 믿어보자’는 기대감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보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보수 지역 민심도 그에 맞춰가는 것”이라며 “김 후보가 크게 실수하지 않는 이상 ‘이대로라면 대구가 민주당에 뺏긴다’라는 위기감보다 ‘그래도 보수를 먼저 살려야지’라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