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끝나지 않은 ‘내츄럴엔도텍 사태’ 내막

바지? 실세? 대표님의 두 얼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5년 ‘가짜 백수오’ 논란으로 시작된 내츄럴엔도텍 사태는 한국 사회에 큰 상흔을 남겼다.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위선과 탐욕 등 상류층의 민낯이 드러났다. 이 과정서 몇몇 사람들은 뜻하지 않게 유무형의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2019년 내츄럴엔도텍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

2015422일 한국소비자원은 시중에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의 상당수가 가짜라는 발표를 내놓으며 업계를 술렁이게 했다. 백수오 제품의 원료에 가짜 백수오로 불리는 이엽우피소가 섞여 들어갔다는 설명이다. 당시 백수오는 여성 갱년기에 효능이 있다는 입소문이 퍼져 한창 인기를 끌고 있었다. 내츄럴엔도텍은 즉각 한국소비자원의 발표에 반박했다.

가짜 백수오
인기 추락

하지만 20154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내츄럴엔도텍 백수오 제품에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던 내츄럴엔도텍 주가는 곤두박질 쳤고 제품은 홈쇼핑서 퇴출됐다.

내츄럴엔도텍은 논란이 시작된 지 2주 만인 201556일 대국민사과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빗발친 비난 여론이 무색하게 이후 검찰과 식약처는 내츄럴엔도텍의 손을 들어줬다. 20156월 검찰은 내츄럴엔도텍과 김재수 당시 대표이사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내츄럴엔도텍서 이엽우피소를 고의로 혼입했거나 혼입을 묵인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20178월에는 식약처서도 내츄럴엔도텍 제품의 무해성을 인정했다.


제품에 대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2017년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서 내츄럴엔도텍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전 후보자가 가짜 백수오 논란이 불거지기 전 주식을 팔아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을 받았기 때문.

이 전 후보자는 2013년 내츄럴엔도텍 비상장주식 1만여주를 구입했다. 주가는 가짜 백수오 논란이 불거지기 전까지 계속 오르다 한국소비자원의 발표 이후 10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그런데 이 전 후보자가 가짜 백수오 논란이 일어나기 전 주식을 팔아 수억원대의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이 전 후보자가 소속된 법무법인 이 당시 내츄럴엔도텍 관련 사건을 맡고 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부정보를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유정 버핏’ ‘주식대박등의 꼬리표가 따라붙은 이 전 후보자는 결국 자진 사퇴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3월 이 전 후보자와 법무법인 원의 윤모 대표변호사, 김모 미국변호사 3명을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이하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내부정보 이용 혐의로 구속
이유정 변호사 공소장 등장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실이 남부지검으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서 눈길이 가는 부분은 윤 대표변호사의 고등학교 후배라고 명시된 내츄럴엔도텍 대주주 김문학 프라바이오 전 대표의 존재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내츄럴엔도텍과 법무법인 원을 연결한 사람이다. 공소장에는 김 전 대표의 소개로 법무법인 원이 내츄럴엔도텍의 해외 판권 분쟁과 관련한 사건을 수임했다고 명시돼있다. 또 김 전 대표는 식약처 발표가 있기 하루 전인 2015429일 윤 대표변호사와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내부정보를 이용해 보유하고 있던 내츄럴엔도텍 주식을 처분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지난 17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됐다. 현재 그는 서울남부지방법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문제는 그가 홍보대행사 A업체와 대표 B씨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관한법률위반(사기), 업무방해 혐의로 피소를 당했다는 점이다.
 

A홍보대행사는 연예기획사 마루기획과 프라바이오의 홍보·마케팅을 맡은 업체다. B대표는 김 전 대표가 홍보·마케팅 비용으로 주식을 제공하겠다, 양도하겠다고 수차례에 걸쳐 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주식이 지급되지 않아 홍보·마케팅 과정서 들어간 제반비용을 자신이 모두 부담했다는 것이다.

20155B대표는 김 전 대표, 힙합그룹 등과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서 김 전 대표는 B대표에게 마루기획 소속 가수의 홍보·마케팅을 부탁하며, 제반비용으로 마루기획의 주식 지분 3%를 양도하겠다고 약속했다. B대표는 같은 해 8월에도 마루기획 주식으로 홍보·마케팅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약속을 확인받았다고 주장했다.

마루기획은 2007년 설립된 연예기획사로 워너원 박지훈, 노라조 등이 소속돼있다. 그룹 초신성, 가수 김종국도 마루기획에 몸담았던 적이 있다. 특히 김종국은 마루기획의 주식 10%를 보유한 주요주주기도 했다. B대표는 김 전 대표의 약속을 믿고 20156월부터 그해 말까지 마루기획 소속 가수에 대한 홍보·마케팅을 진행했다.

주식으로
시세차익

하지만 김 전 대표는 약속한 주식은 물론, 홍보·마케팅 비용도 지급하지 않았고 이 과정서 A홍보대행사와 B대표는 28000만원 상당의 손해를 봤다.

김 전 대표의 회사 프라바이오서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홍보 과정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 김 전 대표는 B대표에게 다른 일은 하지 말고 프라바이오에만 집중해줄 것을 요청했다.

플라즈마 전문기업 프라바이오는 피부 관리기 프라뷰, 두피 관리기 프라헤어 등을 판매한다. 지난 3월 배우 고준희를 공식모델로 선정해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B대표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프라바이오 제품 홍보의 대가로 아이카이스트홀딩스(현 프라바이오) 주식 3%30억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A홍보대행사는 20163월 프라바이오 제품 프라뷰의 론칭쇼를 개최하는 등 홍보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당시 런칭쇼에는 마마무, 시크릿, 김종국 등 유명 연예인이 총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 네추럴엔도텍의 백수오

프라뷰와 프라뷰의 저가 보급형 플라베네를 홍보, 판매하는 과정서도 문제가 불거졌다. B대표는 김 전 대표로부터 플라베네를 독점 판매할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플라베네는 불량이 많아 A홍보대행사 직원들은 제품을 직접 개선해가면서 고객에게 판매해야 했다. 제품의 질을 두고 본사에 항의했지만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고, 홈쇼핑으로 판매한 제품에 대해 고객들의 불만이 빗발쳤다는 주장이다.


직원들은 제품 불량률이 정말 심했다한 고객의 경우 제품에 계속 문제가 생겨 여러 번 교환해간 적이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B대표는 김 전 대표의 말을 믿고 모든 직원을 동원해 프라바이오에만 매달렸다. 직원들이 정말 고생했다이 과정서 사용한 비용은 727000만원에 달한다고 토로했다.

70억 들이고
전혀 못 받아

흥미로운 점은 B대표가 김 전 대표를 피고소인으로 지목해 사기,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음에도 마루기획이나 프라바이오 등에서 김 전 대표의 실체를 찾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B대표는 김 전 대표가 겉으로 드러나기보다 뒤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언변이 좋아 대화를 이끌고 상대를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실제 김 전 대표가 손을 뻗친 분야는 다양하다. 2004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필름과 <공동경비구역 JSA>의 명필름이 합병한 후 수공구업체 세신버팔로를 통해 우회상장에 성공한 MK픽처스라는 영화사가 있었다. 당시 세신버팔로의 대표가 김 전 대표였다.

명필름의 대표였던 이은 감독과는 고등학교 동창 관계로 알려졌다.


수공구업체, 영화사, 건강식품 판매업체, 연예기획사, 미용기기 개발·판매업체 등 김 전 대표가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회사는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마루기획이나 프라바이오의 등기부등본에는 김 전 대표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 B대표는 김 전 대표가 전면에 등장하지 않을 뿐 관여한 회사서 실세였다고 주장했다.
 

B대표는 소속 가수와 제품을 홍보·마케팅 하는 과정서 마루기획이나 아이카이스트, 프라바이오 관계자를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김 전 대표가 사업 전반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또 홍보·마케팅을 의뢰하고 돈을 지불하는 방식 등에 대해서도 김 전 대표가 직접 자신과 회사 직원들에게 설명했다고 전했다.

B대표가 김 전 대표를 고소하면서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도 마루기획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B대표와 김 전 대표는 홍보비용 지급 문제를 두고 언쟁을 벌인다. B대표는 김 전 대표에게 형님, 저 마루(기획) 때부터 믿고 일했어요. 마루(기획) 주식 준다 그래도 안 주는 거 그냥 믿고라고 말했다.

여러 사업 벌였지만
실체 발견은 어려워

김 전 대표는 그러면 니가 능력이 없는 거야, XX. 이 꼴로 해놨다 그러면은 어? 마루(기획) 얘기는 왜 해. 마루(기획)는 이 XX. 상장도 안 돼 갖고 지금 난리, 휴지 됐어, 휴지라고 답했다.

B대표와 마루기획 부사장과의 대화 녹취록서도 김 전 대표가 (마루기획) 대표 위에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B대표는 내츄럴엔도텍-마루기획-프라바이오까지 김 전 대표가 실세로 활동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회사의 사업 과정서 인맥이 묘하게 겹친다는 의혹도 꺼냈다.

지난 4월 김 전 대표의 재판 과정서 그가 내츄럴엔도텍의 펀드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법무회의에 자주 참석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그러면서 김 전 대표가 법무법인 원 소속 변호사들과 잘 알고 지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 프라바이오 모델 배우 고준희

법무법인 원과 마루기획의 연결고리는 엉뚱한 지점서 발견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무법인 원 소속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당시 재산내역을 공개하는 과정서 마루기획 주식 1만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B대표는 2018년 여름까지 마루기획 소속 연예인으로 활동한 김종국에 대한 언급도 했다. B대표는 김 전 대표가 사석서 가수 김종국을 마루기획에 영입해 대표로 앉히고 주식을 상장하겠다는 말을 많이 했다김종국은 프라바이오 제품 프라뷰 홍보 행사에도 참석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 언론 보도 확인 결과 2017년 프라바이오 관련 김종국의 팬미팅이 열리기도 했다. 또 카레이서인 김 전 대표의 아들과 김종국이 함께 찍은 사진이 SNS에 올라와 있기도 하다. 20177월 올라온 사진서 김 전 대표의 아들은 김종국을 가리켜 종국이 형이라고 불렀다.

이리저리
얽힌 관계

B대표는 현재 블로그에 글을 올리거나 영상을 제작하고 1인 시위를 벌이는 등의 방식으로 김 전 대표를 비판하고 있다. 그는 내츄럴엔도텍 사태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도 여럿 있다고 들었다김 전 대표는 마루기획, 프라바이오 등의 회사로 제2, 3의 내츄럴엔도텍 사태를 일으킬 수 있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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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