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끝나지 않은 ‘내츄럴엔도텍 사태’ 내막

바지? 실세? 대표님의 두 얼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5년 ‘가짜 백수오’ 논란으로 시작된 내츄럴엔도텍 사태는 한국 사회에 큰 상흔을 남겼다.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위선과 탐욕 등 상류층의 민낯이 드러났다. 이 과정서 몇몇 사람들은 뜻하지 않게 유무형의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2019년 내츄럴엔도텍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

2015422일 한국소비자원은 시중에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의 상당수가 가짜라는 발표를 내놓으며 업계를 술렁이게 했다. 백수오 제품의 원료에 가짜 백수오로 불리는 이엽우피소가 섞여 들어갔다는 설명이다. 당시 백수오는 여성 갱년기에 효능이 있다는 입소문이 퍼져 한창 인기를 끌고 있었다. 내츄럴엔도텍은 즉각 한국소비자원의 발표에 반박했다.

가짜 백수오
인기 추락

하지만 20154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내츄럴엔도텍 백수오 제품에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던 내츄럴엔도텍 주가는 곤두박질 쳤고 제품은 홈쇼핑서 퇴출됐다.

내츄럴엔도텍은 논란이 시작된 지 2주 만인 201556일 대국민사과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빗발친 비난 여론이 무색하게 이후 검찰과 식약처는 내츄럴엔도텍의 손을 들어줬다. 20156월 검찰은 내츄럴엔도텍과 김재수 당시 대표이사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내츄럴엔도텍서 이엽우피소를 고의로 혼입했거나 혼입을 묵인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20178월에는 식약처서도 내츄럴엔도텍 제품의 무해성을 인정했다.


제품에 대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2017년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서 내츄럴엔도텍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전 후보자가 가짜 백수오 논란이 불거지기 전 주식을 팔아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을 받았기 때문.

이 전 후보자는 2013년 내츄럴엔도텍 비상장주식 1만여주를 구입했다. 주가는 가짜 백수오 논란이 불거지기 전까지 계속 오르다 한국소비자원의 발표 이후 10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그런데 이 전 후보자가 가짜 백수오 논란이 일어나기 전 주식을 팔아 수억원대의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이 전 후보자가 소속된 법무법인 이 당시 내츄럴엔도텍 관련 사건을 맡고 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부정보를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유정 버핏’ ‘주식대박등의 꼬리표가 따라붙은 이 전 후보자는 결국 자진 사퇴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3월 이 전 후보자와 법무법인 원의 윤모 대표변호사, 김모 미국변호사 3명을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이하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내부정보 이용 혐의로 구속
이유정 변호사 공소장 등장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실이 남부지검으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서 눈길이 가는 부분은 윤 대표변호사의 고등학교 후배라고 명시된 내츄럴엔도텍 대주주 김문학 프라바이오 전 대표의 존재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내츄럴엔도텍과 법무법인 원을 연결한 사람이다. 공소장에는 김 전 대표의 소개로 법무법인 원이 내츄럴엔도텍의 해외 판권 분쟁과 관련한 사건을 수임했다고 명시돼있다. 또 김 전 대표는 식약처 발표가 있기 하루 전인 2015429일 윤 대표변호사와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내부정보를 이용해 보유하고 있던 내츄럴엔도텍 주식을 처분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지난 17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됐다. 현재 그는 서울남부지방법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문제는 그가 홍보대행사 A업체와 대표 B씨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관한법률위반(사기), 업무방해 혐의로 피소를 당했다는 점이다.
 

A홍보대행사는 연예기획사 마루기획과 프라바이오의 홍보·마케팅을 맡은 업체다. B대표는 김 전 대표가 홍보·마케팅 비용으로 주식을 제공하겠다, 양도하겠다고 수차례에 걸쳐 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주식이 지급되지 않아 홍보·마케팅 과정서 들어간 제반비용을 자신이 모두 부담했다는 것이다.

20155B대표는 김 전 대표, 힙합그룹 등과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서 김 전 대표는 B대표에게 마루기획 소속 가수의 홍보·마케팅을 부탁하며, 제반비용으로 마루기획의 주식 지분 3%를 양도하겠다고 약속했다. B대표는 같은 해 8월에도 마루기획 주식으로 홍보·마케팅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약속을 확인받았다고 주장했다.

마루기획은 2007년 설립된 연예기획사로 워너원 박지훈, 노라조 등이 소속돼있다. 그룹 초신성, 가수 김종국도 마루기획에 몸담았던 적이 있다. 특히 김종국은 마루기획의 주식 10%를 보유한 주요주주기도 했다. B대표는 김 전 대표의 약속을 믿고 20156월부터 그해 말까지 마루기획 소속 가수에 대한 홍보·마케팅을 진행했다.

주식으로
시세차익

하지만 김 전 대표는 약속한 주식은 물론, 홍보·마케팅 비용도 지급하지 않았고 이 과정서 A홍보대행사와 B대표는 28000만원 상당의 손해를 봤다.

김 전 대표의 회사 프라바이오서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홍보 과정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 김 전 대표는 B대표에게 다른 일은 하지 말고 프라바이오에만 집중해줄 것을 요청했다.

플라즈마 전문기업 프라바이오는 피부 관리기 프라뷰, 두피 관리기 프라헤어 등을 판매한다. 지난 3월 배우 고준희를 공식모델로 선정해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B대표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프라바이오 제품 홍보의 대가로 아이카이스트홀딩스(현 프라바이오) 주식 3%30억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A홍보대행사는 20163월 프라바이오 제품 프라뷰의 론칭쇼를 개최하는 등 홍보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당시 런칭쇼에는 마마무, 시크릿, 김종국 등 유명 연예인이 총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 네추럴엔도텍의 백수오

프라뷰와 프라뷰의 저가 보급형 플라베네를 홍보, 판매하는 과정서도 문제가 불거졌다. B대표는 김 전 대표로부터 플라베네를 독점 판매할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플라베네는 불량이 많아 A홍보대행사 직원들은 제품을 직접 개선해가면서 고객에게 판매해야 했다. 제품의 질을 두고 본사에 항의했지만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고, 홈쇼핑으로 판매한 제품에 대해 고객들의 불만이 빗발쳤다는 주장이다.


직원들은 제품 불량률이 정말 심했다한 고객의 경우 제품에 계속 문제가 생겨 여러 번 교환해간 적이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B대표는 김 전 대표의 말을 믿고 모든 직원을 동원해 프라바이오에만 매달렸다. 직원들이 정말 고생했다이 과정서 사용한 비용은 727000만원에 달한다고 토로했다.

70억 들이고
전혀 못 받아

흥미로운 점은 B대표가 김 전 대표를 피고소인으로 지목해 사기,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음에도 마루기획이나 프라바이오 등에서 김 전 대표의 실체를 찾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B대표는 김 전 대표가 겉으로 드러나기보다 뒤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언변이 좋아 대화를 이끌고 상대를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실제 김 전 대표가 손을 뻗친 분야는 다양하다. 2004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필름과 <공동경비구역 JSA>의 명필름이 합병한 후 수공구업체 세신버팔로를 통해 우회상장에 성공한 MK픽처스라는 영화사가 있었다. 당시 세신버팔로의 대표가 김 전 대표였다.

명필름의 대표였던 이은 감독과는 고등학교 동창 관계로 알려졌다.


수공구업체, 영화사, 건강식품 판매업체, 연예기획사, 미용기기 개발·판매업체 등 김 전 대표가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회사는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마루기획이나 프라바이오의 등기부등본에는 김 전 대표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 B대표는 김 전 대표가 전면에 등장하지 않을 뿐 관여한 회사서 실세였다고 주장했다.
 

B대표는 소속 가수와 제품을 홍보·마케팅 하는 과정서 마루기획이나 아이카이스트, 프라바이오 관계자를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김 전 대표가 사업 전반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또 홍보·마케팅을 의뢰하고 돈을 지불하는 방식 등에 대해서도 김 전 대표가 직접 자신과 회사 직원들에게 설명했다고 전했다.

B대표가 김 전 대표를 고소하면서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도 마루기획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B대표와 김 전 대표는 홍보비용 지급 문제를 두고 언쟁을 벌인다. B대표는 김 전 대표에게 형님, 저 마루(기획) 때부터 믿고 일했어요. 마루(기획) 주식 준다 그래도 안 주는 거 그냥 믿고라고 말했다.

여러 사업 벌였지만
실체 발견은 어려워

김 전 대표는 그러면 니가 능력이 없는 거야, XX. 이 꼴로 해놨다 그러면은 어? 마루(기획) 얘기는 왜 해. 마루(기획)는 이 XX. 상장도 안 돼 갖고 지금 난리, 휴지 됐어, 휴지라고 답했다.

B대표와 마루기획 부사장과의 대화 녹취록서도 김 전 대표가 (마루기획) 대표 위에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B대표는 내츄럴엔도텍-마루기획-프라바이오까지 김 전 대표가 실세로 활동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회사의 사업 과정서 인맥이 묘하게 겹친다는 의혹도 꺼냈다.

지난 4월 김 전 대표의 재판 과정서 그가 내츄럴엔도텍의 펀드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법무회의에 자주 참석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그러면서 김 전 대표가 법무법인 원 소속 변호사들과 잘 알고 지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 프라바이오 모델 배우 고준희

법무법인 원과 마루기획의 연결고리는 엉뚱한 지점서 발견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무법인 원 소속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당시 재산내역을 공개하는 과정서 마루기획 주식 1만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B대표는 2018년 여름까지 마루기획 소속 연예인으로 활동한 김종국에 대한 언급도 했다. B대표는 김 전 대표가 사석서 가수 김종국을 마루기획에 영입해 대표로 앉히고 주식을 상장하겠다는 말을 많이 했다김종국은 프라바이오 제품 프라뷰 홍보 행사에도 참석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 언론 보도 확인 결과 2017년 프라바이오 관련 김종국의 팬미팅이 열리기도 했다. 또 카레이서인 김 전 대표의 아들과 김종국이 함께 찍은 사진이 SNS에 올라와 있기도 하다. 20177월 올라온 사진서 김 전 대표의 아들은 김종국을 가리켜 종국이 형이라고 불렀다.

이리저리
얽힌 관계

B대표는 현재 블로그에 글을 올리거나 영상을 제작하고 1인 시위를 벌이는 등의 방식으로 김 전 대표를 비판하고 있다. 그는 내츄럴엔도텍 사태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도 여럿 있다고 들었다김 전 대표는 마루기획, 프라바이오 등의 회사로 제2, 3의 내츄럴엔도텍 사태를 일으킬 수 있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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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