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떴다 ‘또’ 지는 정치 테마주 백태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정치 테마주는 유력 정치인과 특정 기업의 ‘인연’에 뿌리를 두고 있다. 기업의 실적 등에 기반을 둔 주식과 다르다. 근거가 미약한 탓에 손실 우려가 매번 지적된다. 그러나 정치 테마주는 주기성을 띠고 있다. 한동안 조용하다 싶다가도 이따금씩 들끓는다. 최근에도 몇몇 테마주는 정치권 인사들의 행보와 발걸음을 맞췄다.
 

▲ 이낙연 국무총리,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국내 증시의 부진 속 정치 테마주가 한껏 달아올랐다. 정계 최대 이벤트인 총선과 대선이 각각 1년과 3년을 앞둔 상황이라 눈길이 간다. 정치 테마주가 주목을 받기엔 지나치게 이른 시기이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정치적 이벤트와 맞먹는 현 정국을 지목한다. 정치권 내 갈등과 반목이 여론의 구심적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것. 그 연장선서 정치 테마주로 시선이 몰렸다는 해석이다. 여러 해석이 교차하는 가운데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들을 중심으로 테마주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들썩들썩∼

▲이낙연= 이낙연 국무총리는 명실상부한 유력 대권주자다. 이 총리는 그간 차기 대권 여론조사서 진보진영 선두주자로 자리를 지켰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2∼26일 조사해 26일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이 총리는 범여권·무당층서 28.3%로 1위를 기록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총리는 최근 “심부름을 시키면 따를 것”이라고 발언해 이른바 총선 역할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이 총리와 관련된 테마주 중 남선알미늄과 남화토권, 그리고 이월드가 대표적이다. 남선알미늄의 경우 계열 관계인 SM그룹 소속 삼환기업 대표이사가 이 총리의 친동생이다. 남화토건의 대표이사는 이 총리와 고등학교 동문이다. 이월드 회장도 이 총리와 고등학교 동문이다. 이 외에도 특수건설, 한국선재, 아가방컴퍼니, HDS엔진, 디와이, 부국철강 등이 ‘이낙연 테마주’로 불린다.


▲황교안=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황교안 대표 역시 차기 대권주자로 불린다. 황 대표는 이 총리와 함께 쌍벽을 이룬다. 황 대표는 앞선 여론조사서 보수야권·무당층 41.6%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5.7%)와 상당한 격차다. 황 대표는 당권을 잡은 뒤, 연일 문재인정부와 대척점을 형성하며 몸값을 키우고 있다.

황 대표 관련 테마주는 한창제지를 비롯해 티비씨, 아세아텍, 국일신동, 인터엠, 성문전자, EG 등이 있다. 한창제지 회장은 황 대표와 대학 동문이다. 또 해당 회사의 사외이사는 황 대표와 사법연수원 동기다. 한창제지 측은 동문인 사실 외에 특별한 친분관계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황교안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다.

증시 부진 속에 요동치며 눈길
잠룡·복귀 등 정국 현안 물려   

▲유시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경우 정계 복귀설이 나돌 때마다 관련 주가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유 이사장은 최근 한 토크 콘서트서 “원래 자기 머리는 못 깎는다”고 발언해 정계 복귀설이 나돌았다. 유 이사장은 “질문을 잘 못 알아들었다”며 “다시 공무원이 되거나 공직선거에 출마하는 일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유 이사장은 최근까지도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오르고 있다. 유 이사장은 앞서 이 총리와 황 대표가 각각 1위를 기록했던 여론조사서 범여권·무당층 16.7%로 2위를 기록했다. 
 

▲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유 이사장과 관련된 테마주는 보해양조가 대표적이다. 유 이사장은 해당 회사의 사외로 보해양조 계열사인 창해에탄올의 사외이사도 맡고 있다. 유 이사장은 이미 여러 차례 테마주에 대해 해명했지만, 관심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정계 복귀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관련 테마주도 덩달아 달궈지는 분위기다.

▲이재명=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최근 받고 있던 혐의와 관련해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지사를 둘러싼 의혹은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기점으로 폭발했고,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1심서 무죄가 선고돼 이 지사는 다시금 진보진영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다. 정치권에선 이 지사의 무죄 판결로 진보진영 내 대권구도가 재편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지사는 앞선 여론조사 범여권·무당층서 이 총리와 유 이사장에 이어 3위(9.9%)를 기록한 바 있다.


투자심리 자극, 해명은 무용지물
섣부른 투자 금물 “잘 따져봐야”

이 지사와 관련된 테마주는 에이텍과 티엘아이, 인터불수가 대표적이다. 에이텍 최대주주와 티엘아이 대표이사는 과거 성남창조경영 CEO포럼서 운영위원과 자문위원장을 맡았다. 성남은 이 지사가 정치적 기반을 닦은 곳이다. 인터불수의 사내이사는 이 대표와 대학 동문이다. 이 외에도 ‘이재명 테마주’로는 에이텍티앤, 토탈소프트, 지엘팜택, 프리엠스, 동신건설 등이 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정계 복귀의 중심에 섰다. 최근 바미당 내홍이 깊어지면서 안 전 공동대표의 역할론이 거론됐다. 바미당 채이배 의원은 지난 21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지금 바미당 손학규 대표가 중도 개혁 정당을 표방하고, 이후 안 전 공동대표가 복귀할 때 연착륙할 수 있도록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 전 공동대표의 현실정치 복귀가 점쳐지면서 관련 테마주가 주목을 받았다. 안랩과 써니전자가 대표적이다. 안랩은 안 전 공동대표가 창업한 회사다. 써니전자의 경우 임원이 과거 안랩에 근무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테마주로 언급된다. 써니전자는 안 전 공동대표와 업무상 관련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과거 인연

전문가들은 테마주가 빠르게 끓고 빠르게 식는 만큼 투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러나 정치 테마주를 향한 열기는 반복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금융감독원은 ‘19대 대선 정치 테마주 대응 성과’를 발표했다. 당시 금감원은 정치 테마주의 주요 특징으로 ‘작은 중·소형주인 점’ ‘영업실적이 부실한 종목인 점’을 들었다. 또 매매 양태가 테마 종목별로 순환하고, 단기간에 상승·하락을 반복하며 주가 패턴, 개인투자자의 투기적거래 양상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매매과정에서 투자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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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 쿠팡 개인정보 유출 막전막후

‘역대 최악’ 쿠팡 개인정보 유출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사회상을 반영하는 표현으로 ‘○○ 공화국’을 쓰곤 한다. OECD 국가 중 극단적 선택률 1위를 놓치지 않는 우리나라를 ‘자O 공화국’이라고 하거나 연예인에게 지나치게 높은 관심을 보이는 모습에 ‘연예인 공화국’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최근 또 하나의 공화국이 세워졌다. 바로 ‘쿠팡 공화국’이다.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창업자 김범석 의장이 제시한 쿠팡의 비전이자 슬로건이다. 국민의 일상에 깊숙하게 파고들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실제 쿠팡은 전 국민의 생활을 차례로 잠식했다. ‘로켓배송’을 무기로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했고 ‘쿠팡이츠’로 배달업계를 흔들었다. ‘쿠팡플레이’로 OTT 업계에도 진출했다. 생태계 잠식 대체재 없다 쿠팡의 위력은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서 더욱 뚜렷하게 증명됐다. 지난달 29~30일 쿠팡 이용자에게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발송됐다.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유출된 정보는 이름, 이메일 주소, 배송지 주소록, 주문 정보 등이다. 쿠팡은 결제 정보와 로그인 관련 정보는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이용자에게 문자메시지가 도착한 시기가 주말이어서 혼란은 배가 됐다. 특히 배송 과정에서의 편의를 위해 적은 공동현관 비밀번호, 최근 주문 내역 등이 유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유출된 정보를 조합하면 가족 구성을 알 수 있는 상황이라 교묘하게 제작된 스팸 문자 등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고객의 수는 무려 3370만명에 달했다. 올해 기준 우리나라 인구(5168만명)의 65%에 이르는 숫자다. 여기에 개인정보 유출이 지난 6월24일, 무려 5개월여 전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비자의 분노가 폭발했다. 또 해킹 등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겪은 다른 업체와 달리 쿠팡 사건은 내부 직원의 소행으로 알려지면서 충격이 가중됐다. 중국 국적의 직원이 해외에서 개인정보를 빼돌렸다는 것이다. 앞서 쿠팡은 지난달 20일 개인정보 유출 피해 고객 계정이 4500개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열흘 새 3370만명이라고 다시 공지하면서 신뢰를 잃었다. 쿠팡의 프로덕트 커머스 부분 활성고객(구매 이력이 있는 고객)은 2470만명인데 피해 고객은 이보다 900만명 많다. 최근 3개월 간 구매 이력이 없는 고객까지 포함한 수치다. 사실상 전체 고객의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소셜커머스 시작 로켓배송 도입 날개 달아 이번 쿠팡 사태의 규모는 지난 2011년 해킹으로 약 350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싸이월드·네이트 사례와 맞먹는다. 올해 4월 발생한 SK텔레콤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약 2324만명)를 상회한다. 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피해 규모가 더 커진 선례를 보면 쿠팡 역시 피해 범위와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자의로든 타의로든 쿠팡을 놓지 못하는 이용자가 상당하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 사태 이후 보고서를 통해 “쿠팡은 한국 시장에서 비교할 수 없는 지위를 갖고 있다”며 “한국 소비자는 데이터 유출 이슈에 상대적으로 민감도가 낮아 고객 이탈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쿠팡이 독점하고 있기에 이번 사태가 일시적인 충격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에 걱정을 표하면서도 막상 탈퇴하긴 어렵다는 글이 보인다. 당장 내일 가게 문을 열어야 하는데 쿠팡이 아니면 재료를 조달할 방법이 없다는 글도 있다. 김범석 의장이 지향하던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가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에 문제가 생겼을 때 현실화한 셈이다. 쿠팡은 어떻게 한국을 지배하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쿠팡이 ‘틈새시장’을 기가 막히게 파고들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 틈새를 만든 건 쿠팡이 아니라 정부였다는 것이다. 정부가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대형마트를 규제하자 소비자는 전통시장을 찾는 대신 온라인으로 눈을 돌렸다. 그 결과 2010년 소셜커머스로 출발한 쿠팡은 현재 대적할 상대가 없는 ‘유통 공룡’으로 성장했다.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이 시행됐다. 정보 털려도 쓸 수밖에… 유통법에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만 영업 가능 ▲대형마트 월 2회 의무 휴업일 지정 ▲의무휴업일과 영업 제한 시간에는 온라인 주문 배송 서비스 금지 ▲전통상업보존구역 반경 1km 내 출점 불가 등의 내용이 담겼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발 묶인 사이 이커머스 시장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쿠팡이 2014년 도입한 로켓배송은 그 틈새를 절묘하게 파고든 ‘신의 한 수’였다. 쿠팡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투자금을 등에 업고 심야, 새벽 배송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쿠팡이 공격적으로 물류센터를 늘릴 때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지금은 그 물류 센터가 지역 배송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에서 택배기사의 건강권을 위해 심야 새벽 배송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소비자는 물론 택배기사 사이에서도 민주노총의 주장에 반발이 나왔다. 소비자는 오후에 주문해도 아침이면 집 앞에 물품이 도착하는 데서 오는 편리함, 택배기사는 경제적 이익, 노동권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실제 민주노총의 주장은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쿠팡의 배송 시스템이 국민 생활에 얼마나 깊이 들어와 있는지를 보여준 단적인 예다. 소비 트렌드가 완전히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면서 쿠팡의 영향력은 더욱 거대해졌다. 저녁 식사 재료를 사기 위해 퇴근 후 마트나 슈퍼로 뛰어가는 모습은 드라마에서도 과거 회상 장면에나 나온다.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스마트폰을 통해 물건을 주문하며 불과 몇 시간 만에 집 앞에 배송된 택배 상자를 안고 들어가는 게 일상이 됐다. 가족끼리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서 쇼핑을 하는 일은 생활을 위한 게 아니라 이른바 ‘여가’가 됐다. 규제 업고 틈새 노려 방점을 찍은 건 코로나19였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커머스 시장은 배달업계와 함께 끝 모르고 성장했다. 이 시기 대형마트는 의무 휴업일이나 심야 시간에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일부 풀어달라고 호소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규제에서 자유롭던 쿠팡은 또다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그 결과 쿠팡은 2023년 창사 이후 첫 흑자를 냈다. 당시 쿠팡은 6조2000억원을 투자해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지었다. 영업손실은 2021년 1조7097억원에 달했지만 2022년 1447억원으로 줄었고 2023년에는 결국 흑자로 돌아섰다. 2023년 기준 쿠팡의 매출은 32조원에 이른다. 당시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023년 4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영업이익은 6174억원이다. 매출, 영업이익 모두 전통 유통기업을 제친 1위다. 쿠팡은 흑자 전환의 비결로 고객의 충성도를 꼽았다. 이들이 쿠팡에서 씀씀이를 늘리면서 쿠팡 전체 이익이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2018년 쿠팡이 도입한 ‘쿠팡 와우’ 멤버십의 증가가 영업이익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쿠팡 와우는 월 4990원(현재 7890원)을 내면 쿠팡에서 구매하는 대부분 물건을 무료로 배송받을 수 있다. 또 쿠팡플레이라는, 쿠팡이 론칭한 OTT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당시 쿠팡은 쿠팡 와우 멤버십, 즉 유료 가입자가 2021년 900만명에서 2023년 1400만명까지 늘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쿠팡 매출은 41조원까지 뛰어올랐다. 전체 대형마트 판매액(37조1779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영업이익은 602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억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는데 매출이 3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쿠팡 와우 멤버십에 가입한 고객은 지난해 말 기준 1500만명가량으로 추정된다. 소비트렌드 변화·코로나19로 쐐기 2023년 흑자 전환해 전체 매출 1위 눈여겨볼 대목은 쿠팡 와우의 가격이 지난해 3000원가량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고객이 이탈하기는커녕 되려 대거 늘었다는 점이다. ‘쿠팡 생태계’가 이미 공고해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충성 고객층이 이전보다 두꺼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독료 인상분보다 쿠팡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성장 배경은 다르지만 쿠팡을 카카오와 비교하기도 한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국민 메신저를 배경으로 각종 사업에 진출했다.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중 9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카카오톡은 카카오가 골목상권에 침투하는 데 훌륭한 ‘씨앗’ 역할을 담당했다. 쿠팡 와우 가입자를 위한 ‘로켓배송’이 심야·새벽 배송 시장을 잠식하는 데 혁혁한 역할을 한 것과 비슷하다. 대체재가 많지 않은 것도 닮았다.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톡 업데이트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SNS처럼 바꾸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이용자들이 카카오톡 앱에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는 방도를 찾다가 고안한 방법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하지만 이용자의 반발이 거셌다. 카카오톡 앱 평점은 1점대로 떨어졌고 조롱이 줄이었다. 결국 카카오는 가장 많은 비판이 나왔던 ‘친구탭’을 원래대로 되돌리겠다고 발표했다. 이후에도 카카오톡 변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계속 나왔지만 결론적으로 이용자 이탈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톡을 대체할 만한 메신저 앱이 마땅치 않았던 게 문제였다. ‘네이트온’이 노를 저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주도한 홍민택 최고제품책임자(CPO)도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에 ‘트래픽, 다운로드는 줄지 않았다’고 쓰기도 했다. 당시 홍 CPO의 해명에 비판이 쏟아졌지만 글 내용만 봐서는 카카오톡 자체에 타격은 크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과징금에 주저 앉나 그러면서도 카카오의 현 상황을 봤을 때 쿠팡도 당국 조사가 진행되다 보면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단 이재명 대통령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과징금 강화,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언급한 점이 눈에 띈다. 벌써부터 역대 최대 과징금(1347억원)을 받은 SK텔레콤의 사례를 넘어 1조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