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단독 후… 한국자산신탁 불공정약관 철퇴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5.27 10:11:36
  • 호수 12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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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특약 무효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자산신탁의 신탁계약서가 ‘불공정약관’이라며 철퇴를 가했다. <일요시사>는 앞서 한국자산신탁의 갑질과 불공정약관 의혹 등을 연속 보도한 바 있다. 한국자산신탁의 신탁계약서가 불공정약관으로 판명되면서 유사한 신탁계약서를 사용했던 부동산신탁업계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한국자산신탁(이하 한자신)의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서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자신의 신탁계약서와 특약사항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법)의 적용을 받는 약관에 해당된다. 공정위는 한자신의 신탁계약서 특약사항의 일부 조항이 약관법을 위반한 불공정약관이기 때문에 무효로써 수정 및 삭제 조치를 내렸다. 

30년 만에 
처음 판단 

<일요시사>는 앞서 한자신이 ‘대구시 수성구 두산동 13번지 지상 오피스텔 및 근린생활시설 신축 및 분양사업’(이하 대구 두산동 신축 분양사업)서 위탁자의 돈을 쌈짓돈처럼 사용한 의혹을 제기했다(<일요시사> 1160호 ‘한자신의 이상한 영업’ 참조).

한자신은 부도난 시공사에게 허위 공사대금을 위탁자 동의 없이 지급한 의혹이 있다. 시공사의 하도대금 미지급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방조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불어 추가공사가 없었음에도 공사비를 증액하는 등 신탁사로서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6월 한자신이 선관주의·충실의무를 위반해 위탁자의 신탁재산에 손실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대구 두산동 신축 분양사업의 위탁자인 정유경씨는 “한자신이 선량한 위탁자의 재산을 마음대로 유용해 피해를 입었다”며 “신탁계약서에 있는 부당한 면책 조항으로 위탁자를 상대로 갑질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갑질 의혹 최초 보도 이후 공정위 조사
신탁계약서 무효 판단…업계 파장 예상

정씨는 지난해 8월31일 공정위에 한자신의 신탁계약서와 특약사항이 불공정약관이라며, 약관심사를 청구했다. 공정위는 9개월여 만인 지난 17일 정씨와 한자신이 체결한 신탁계약서가 불공정약관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공정위 문건에 따르면 정씨가 약관심사를 청구한 18개 조항 중 13개(약관 4개 조항, 특약사항 9개 조항)가 불공정약관으로 무효인 것으로 나타났다. 
 

▲ 공정거래위원회의 약관심사 결과 통지문

▲약관 제11조(건물·건축 등) 제3항= 수탁자가 신탁재산으로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에는 위탁자가 시공사에 대한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무효)

▲약관 제15조(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수탁자가 신탁건물의 건축공사, 신탁재산의 처분·관리·운용, 그밖의 신탁사무에 대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해 처리한 경우 신탁기간 중 또는 신탁 종료 후 위탁자, 수익자, 우선 수익자 및 그 상속인에게 손해가 발생되더라도 그 책임을 지지 않는다.(무효)

금감원도
“문제 있다”

▲약관 제21조(하자담보 책임 등)= ①위탁자는 신탁기간 중 또는 신탁 종료 후 그 신탁한 토지에 하자가 있거나 그로 인해 손해가 발생된 경우 그 책임을 진다.(무효)


②수탁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로써… 신탁부동산에 대해 발생된 하자 및 그 하자가 있음을 원인으로 위탁자 또는 수익자에게 발생된 손해 등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무효)

▲특약사항 제22조(시공사의 부도, 파산 등)= ① 丙(병-시공사)은 공사를 중도 포기할 수 없다. 다만 丙의 부도, 파산, 인수, 합병 등의 사유로 인해 공사 중단, 지연으로 예정 공기에 공사를 완공하기 어렵다고 乙(을-신탁사)이 판단하는 경우 丙은 건축물의 공사를 중지하고, 공사 현장을 乙이 지정하는 자에게 즉시 명도해야 한다. 이 경우 乙은 공사 도급 계약을 해지·해제하고 예정 가격 및 계약 조건을 제시해 乙의 내부 규정서 정하는 방법 및 절차에 따라 시공사를 재선정할 수 있다. 甲(갑-위탁자)과 丙은 이에 일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무효)

③ 제1항과 같이 공사중단, 지연 또는 丙이 공사를 계속할 수 없는 경우 ‘본 사업’ 및 ‘본 신탁계약’과 관련된 丙의 모든 권리행사는 즉시 중단된다. 丙은 새로운 시공사 선정 등으로 인한 입주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등 乙에게 발생한 모든 손해를 부담해야 하며, 본 사업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은 본 사업의 정산 시에 일괄 정산하기로 한다.(무효)
 

▲ 일요시사는 지난해 한국자산신탁의 신탁계약서 11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불공정약관 의혹을 제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한국자산신탁의 신탁계약서가 불공정약관이라고 판단했다.

⑥ 본조에 의한 공사도급계약의 해지, 시공사 변경 및 그에 따른 사업비(공사비 등)의 증가 등 본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乙이 행한 일체의 행위 및 그 결과(공사비 정산 포함)에 대해 甲, 丙 및 丁은 乙에게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무효)

▲특약사항 제29조(사업시행자의 권한)= 乙이 본 신탁계약의 각 규정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령 및 사업인허가 조건의 이행, 본 사업 관련 민원의 발생 및 분양관련 일체의 사항, 각종 용역계약 및 소송, 자금조달 등으로 비용 또는 책임을 부담하는 경우에는 그 면책을 위해 乙이 본 사업에 관한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乙이 부담하는 비용 발생 시 乙은 이를 甲의 부담으로 신탁재산에서 집행하되, 신탁재산으로부터의 집행이 어려울 경우 丙이 이를 책임지고 甲에게 대여하거나 직접 乙에게 대지급하기로 한다.(무효)

▲특약사항 제30조(면책조항)= ① 乙이 본 사업을 원만히 수행하기 위해 처리하는 모든 업무 및 그 결과는 甲에게 귀속된다. 이에 대해 甲은 일체의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무효)

② 본 사업과 관련해 乙의 귀책사유가 아닌 사유로 乙이 부담하는 비용 또는 乙에게 손해배상(손실)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귀책사유가 있는 甲 또는 丙이 이를 부담하지 않을 경우, 乙은 乙의 부담비용 또는 손해배상(손실) 상당액을 신탁재산서 우선 충당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해 수익자는 일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무효)

③ 신탁등기의 유효성은 우선 수익자가 점검, 확인해야 한다. 수탁자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없으며 「신탁법」 제8조에 의한 사해신탁에 의거 본 신탁계약이 취소되거나, 「신탁법」 제22조서 규정한 신탁 전의 원인으로 발생된 권리의 실행으로 신탁부동산에 관한 소유권변동이 있는 경우 乙은 (우선)수익자에 대해 그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무효)

선관주의
충실의무 위반

▲특약사항 제32조(기타)= ① 어떠한 원인에서든지 본 신탁계약의 일부 용어, 약정, 조건 또는 규정이 불법이거나 무효이거나 집행 불가능하더라도,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본 신탁계약의 나머지 조항은 유효하고 집행 가능하며 완전한 효력을 갖는다.(무효)

② 본 신탁계약의 내용은 법령에 위배되지 않으며, 乙에게 효력을 가지는 법원의 재판, 행정기관의 행정처분이나 신탁감독기관의 관련 지침과 지도 등에 위배되지 않도록 변경·처리될 수 있음을 甲, 丙 및 丁은 이해하고 보장한다.(무효)

<일요시사>는 한자신의 신탁계약서 견본 2부(분양형·차입형)와 복수의 위탁자와 체결한 신탁계약서 11건을 입수해 비교·분석한 결과, 한자신의 신탁계약서가 공정위서 정한 불공정약관의 대표적인 유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일요시사> 1183호 ‘한자신 불공정약관 의혹 추적’ 참조). 


약관 심사한 18개 조항 중 13개 불공정
11개 부동산신탁사 계약서 수정 불가피

당시 <일요시사>는 한자신의 신탁계약서 특약사항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거나 부당한 면책 조항으로 위탁자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갑질 계약이라고 보도했다. 법조계에선 한자신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항을 특약에 넣음으로써 약관규제법을 우회적으로 피해갔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의 약관심사 결과 <일요시사> 보도가 대부분 사실인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공정위가 한자신의 신탁계약서 일부 조항을 무효라고 결정하면서, 위탁자들의 피해 구제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법 104조(불공정한 법률행위)에 따르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해 현저하게 공정성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정했다.

한자신은 공정위 결정에 대해 말을 아꼈다. 한자신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한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정위가 부동산신탁 시장이 열린지 30년 만에 처음으로 특약사항을 약관으로 본 것이다. 부동산신탁업계 전체가 함께 논의해야 될 사안”이라고 밝혔다. 

전면 수정
후폭풍 예고


한자신 신탁계약서의 특약사항 일부가 불공정약관이라고 판단한 공정위의 결정은 부동산신탁업계에 큰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 국내 11개의 부동산신탁사들이 한자신과 비슷한 신탁계약서를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신탁사 고위 관계자는 “부동산신탁사들은 여타 금융업과 달리 다루는 상품이 서로 다르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신탁계약서도 대동소이하다”고 설명했다. 향후 11개의 부동산신탁사들의 신탁계약서 수정 및 삭제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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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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