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부터 구독’ 지금은 유튜브 시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5.20 10:56:53
  • 호수 12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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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먹방’, 어른은 ‘벗방’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최근 유튜브의 고공행진이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유튜브는 신문, TV, 라디오 등 기존 미디어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지난해 조사한 초등학생 장래희망 조사결과 ‘유튜버’는 5위에 올랐다. 정치인, 연예인 등을 비롯해 각종 기관서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요시사>가 유튜브의 모든 것에 대해 알아봤다.
 

▲ 강남스타일 ⓒ유튜브

유튜브의 탄생은 불과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튜브 창업자는 2005년 2월 페이팔서 근무했던 체드 헐리, 스티브 첸, 자웨드 카림이다. 이들 셋은 “자유로운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자”는 취지로 유튜브를 탄생시켰다. 유튜브의 뜻은 ‘모든 사람들의 TV’라는 의미다. 

1년 만에 
점유율 껑충

같은 해 4월24일 ‘Me at the zoo'라는 제목으로 한 남성이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동물원 앞에서 코끼리의 코를 칭찬하는 18초짜리 영상을 업로드하는데 이 영상이 바로 유튜브 최초의 영상이다.

2006년 10월 구글은 적자였던 유튜브를 인수하는 모험를 감행했다. 직원 67명의 유튜브를 16억5000만달러(한화 1조9811억9000만원)에 인수한 것. 2년 뒤인 2008년 유튜브는 영국, 프랑스, 호주, 일본 등에 이어 19번째로 한국에 상륙했다.

한국에 들어온 유튜브는 국내 동영상 시장에 큰 위협이 됐다. 2007년까지 업계 2위를 유지했던 엠엔캐스트는 2009년 4월 서비스를 중단했고, 이어 1년 뒤인 2010년 4월엔 네이버 비디오 서비스도 중단했다. 경쟁사였던 동영상 공유서비스가 주춤하는 사이 유튜브는 ‘글로벌 플랫폼’이란 타이틀을 거머쥐고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2008년 당시에만 해도 판도라TV, 다음 TV팟 등 국내 동영상 플랫폼은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해 실명인증을 하지 않으면 동영상에 댓글을 달 수가 없다. 이에 사용자들이 실명인증이 필요없는 유튜브에 몰리면서, 이듬해 유튜브의 국내 동영상 시장 점유율은 30%까지 성장했다. 불과 2%에 불과했던 유튜브의 점유율이 폭발적으로 뛴 것이다.

앞서 2006년 9월 채널을 개설한 ‘기타신동’ 정성하씨가 올린 연주 동영상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정씨의 아버지는 매주 두세 개씩 아들의 영상을 올렸는데, 이 채널은 2011년을 기준으로 구독자가 33만명에 이르고 조회 수가 2억200만건을 넘겼다. 정씨가 연주한 ‘All you need is love’의 존 레논의 부인 오노오쿄가 감사하다는 댓글을 달았다는 일화도 있다. 정씨가 지금까지 차곡차곡 쌓아온 연주 콘텐츠만 1100여곡이 넘으며 구독자도 570만명을 거느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언제 어디서나 영상 시청
싸이·BTS 등 월드스타로

유튜브는 2010년 3월부터 지금까지 국내 동영상 공유 서비스 부문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유튜브가 시장진입을 늦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배경엔 망 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점이 꼽힌다. 망 사용료란 인터넷 기업이 통신사 망을 통해 동영상 등 콘텐츠를 전송한 대가로 지급하는 비용을 의미한다.

매년 네이버는 700억, 카카오는 300억원의 망 사용료를 지불하느라 글로벌 IT업체와 기울어진 운동장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사업자는 국내서 막대한 트래픽을 발생시키면서도 우월한 협상력을 내세워 망 사용료를 피해갔다.
 

▲ 유명 유튜버 대도서관

자주 보는 콘텐츠를 이용자와 가까운 위치에 저장하는 ‘캐시서버’ 구축 비용도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전가해왔다.


구글은 유튜브의 고화질 영상으로 국내 동영상 트래픽 점유율이 86%에 달하지만 단 한 푼의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제한 없이 고화질 영상을 제공한다. 국내 업체가 고화질 영상을 제공하려면 막대한 망 사용료를 내야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유튜브가 국내에 들어오기 전인 2006년 이용자들이 직접 영상을 올리는 ‘네이버 비디오’를 서비스하며, 다양한 콘텐츠 기반으로 성장을 해오다 망 사용료 부담에 2010년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용자들이 고화질의 영상을 올리면 콘텐츠의 질을 올라가지만 트래픽도 같이 올라가면서 수익성이 점차 떨어졌기 때문이다.

고화질로
간편하게

결국 동영상 전쟁서 네이버가 패배하고 유튜브가 승리했다. 

전문가들은 유튜브에 날개를 단 것은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 상승곡선에 따라 맞물렸다고 분석한다.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스마트폰 보급률이 2011년 27.0% 2012년 57.5%를 기록하며 국민 가운데 절반 이상이 스마트폰을 보유하게 된다.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통해 고화질 영상을 시간,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간편하게 재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음악이나 동영상을 다운로드 방식이 아닌 재생을 하는 스트리밍 형태로 소지 트렌드가 바뀌면서 유튜브 시장은 점점 커졌다. 특히 한국은 빠른 인터넷 속도를 자랑하는 IT강국으로 스트리밍 산업의 발전 또한 유난히 빨랐다.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짧은 시간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스낵컬처에 유튜브가 잘 맞아 떨어졌다.

지난 2012년 가수 싸이는 유튜브를 통해 월드스타로 도약했다. 6집 타이틀곡 ‘강남스타일’이 공개된 지 불과 52일 만에 조회 수 대박을 터뜨리는가 하면 유튜브 뮤직비디오 사상 최단기간에 1억뷰를 돌파하기도 했다. 기세를 탄 강남스타일은 빌보드 싱글차트서 7주 연속 2위, 유튜브 조회수 32억뷰를 넘어서며 기네스북까지 오르며 싸이를 월드스타로서 인기를 누리게 됐다. 
 

이에 대해 영국 BBC와 미국 음악전문지 <빌보드 매거진> 등은 “유튜브의 절대 강자로 거듭났다”는 등의 찬사를 쏟아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이어 방탄소년단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조회수 2억9000만뷰), 제니의 ‘솔로’(3억뷰) 등 아이돌그룹이 유튜브를 통해 국위선양을 했다.

얼마나 버나
수억원 훌쩍

아이들 그룹 뿐 아니라 핑크퐁의 동요 컨텐츠 '아기상어(Baby Shark)'는 26억뷰를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아기 상어는 올해 초 빌보드 32위에 진입한 바 있다.

유튜브는 기성 가수들을 해외로 보내고 새로운 스타를 키워냈다. 밀레니엄 세대는 TV의 정제된 방송 스타일에 식상함을 느끼고 유튜브에 열광했다. 일반인들은 스마트폰 하나만으로도 영상을 업로드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음악을 비롯해 게임, 먹방 등 다양한 콘텐츠로 유튜브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유튜버들의 인기르 가늠하는 척도는 구독자 수다. 예를 들어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시청한다면 재생횟수가 1회가 되고, 유튜브의 계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싸이 계정의 ‘구독’ 버튼을 누르면 싸이의 구독자수는 1명이 된다. 구독자가 되면 구독한 계정에서 영상이 업로드 될 때마다 실시간으로 알림이 오게 된다.  


미국의 유튜브 분석 사이트인 소셜블레이드에 따르면 한국 유튜브 채널 중 광고수익 1위 채널은 아동 채널인 ‘보람튜브 토이리뷰’로 월 160만달러(약 19억원)로 추정됐다. 2위 업체 역시 보람튜브와 같은 계열의 ‘보람튜브 브이로그’로 150만 달러(17억8000만 원)로 추산됐다.

보람튜브 운영업체는 매달 최소 37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셈으로, 매출이 연 370억원이 넘는 중소기업 수준이다. 

보람튜브를 비롯해 어썸하은(구독자 350만)은 11세 소녀가 음악에 맞춰 댄스를 추고, 서은이야기(구독자 340만)는 5세 서은이가 놀이 공간 체험, 장난감·간식 리뷰를 한다. 

대기업 사장보다 잘 버는 파워 유튜버
‘기타 신동’ 정성하 33만명으로 스타트

음식을 먹는 방송도 인기가 많다. 광주 농촌 출싱의 형제가 먹방을 하는 떵깨떵(구독자 330만)은 순박하고 친근한 방송으로 인기를 구사하고 있다. 먹방인 만큼 언어가 필요 없어 동남아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 사람이 한국음식을 먹으면서 평가를 하는 ‘영국남자 조쉬(구독자 310만)’도 주목 받는 유튜브 중 하나다. 음식 리뷰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한국 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소개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조쉬는 유튜브 인기에 힘입어 채널A의 새 예능 <영국남자>에 출연해 한국 문화를 소개할 예정이다. 지난 19일 첫방송이 편성됐다.  
 

▲ 유튜버 순위

게임, 독서 등 다양한 컨텐츠를 보여주는 보겸TV(320만)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도티TV(252만)는 마인크래프트 등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게임을 주로 다룬다. 초등학생들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유튜버 도티는 유튜브 채널 운영 외에도 방송출연, 강연 등을 하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게임전문 유튜버로는 ‘방송계의 유재석’이라고 평가받는 대도서관(180만)이 있다. 대도서관은 지난해 10월, 한 방송에 출연해 “1년 수입이 17억원 정도 된다”고 밝혀 누리꾼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2013년 tvN <강용석의 고소한 19>를 시작해 지금까지 다양한 방송에도 출연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랜선라이프-크레이터가 사는법>서 진행자로 나서며 유튜버를 소개하는 역할도 했다. 

장벽 낮지만
콘텐츠 중요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서 “유튜브 진입 장벽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다 성공한다고 보긴 어렵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라고 강조했다. 이어 “파워 유튜버들은 자신만의 콘텐츠를 자생적으로 만들어가며 성장해서 지속성이 유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자유한국당 유튜브 지령
1인 1편 영상 제작하라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내년 4월 총선을 대비해 소속 의원 전원에게 유튜브 활동을 하도록 지시했다. 기성 언론 환경서 불리하다는 판단을 한 한국당은 당의 주력 스피커를 유튜브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13일 한국당 홍보국은 소속 의원실에 공문을 보내 “2020년 총선을 겨냥한 차별화된 홍보 콘텐츠를 생산해내고 친숙한 이미지로 당 이미지를 개선해야 한다”며 유튜브 영상 제작 콘테스트 개최 소식도 전했다. 

한국당은 의원 114명에게 ‘유튜브 계정을 개설하고 1인 1편 이상의 영상을 제작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했다. 이달 말까지 의원이 직접 출연하거나 제작에 참여한 영상을 의원 개별 유튜브 계정에 올린 뒤 당에 증빙자료를 제출하라는 내용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국민이 TV 프로그램보다 유튜브 방송을 더 많이 보는 상황”이라며 “의원들이 마중물 역할을 해서 전 당원이 유튜브를 정책홍보 등에 활용토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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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