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부터 구독’ 지금은 유튜브 시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5.20 10:56:53
  • 호수 12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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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먹방’, 어른은 ‘벗방’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최근 유튜브의 고공행진이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유튜브는 신문, TV, 라디오 등 기존 미디어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지난해 조사한 초등학생 장래희망 조사결과 ‘유튜버’는 5위에 올랐다. 정치인, 연예인 등을 비롯해 각종 기관서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요시사>가 유튜브의 모든 것에 대해 알아봤다.
 

▲ 강남스타일 ⓒ유튜브

유튜브의 탄생은 불과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튜브 창업자는 2005년 2월 페이팔서 근무했던 체드 헐리, 스티브 첸, 자웨드 카림이다. 이들 셋은 “자유로운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자”는 취지로 유튜브를 탄생시켰다. 유튜브의 뜻은 ‘모든 사람들의 TV’라는 의미다. 

1년 만에 
점유율 껑충

같은 해 4월24일 ‘Me at the zoo'라는 제목으로 한 남성이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동물원 앞에서 코끼리의 코를 칭찬하는 18초짜리 영상을 업로드하는데 이 영상이 바로 유튜브 최초의 영상이다.

2006년 10월 구글은 적자였던 유튜브를 인수하는 모험를 감행했다. 직원 67명의 유튜브를 16억5000만달러(한화 1조9811억9000만원)에 인수한 것. 2년 뒤인 2008년 유튜브는 영국, 프랑스, 호주, 일본 등에 이어 19번째로 한국에 상륙했다.

한국에 들어온 유튜브는 국내 동영상 시장에 큰 위협이 됐다. 2007년까지 업계 2위를 유지했던 엠엔캐스트는 2009년 4월 서비스를 중단했고, 이어 1년 뒤인 2010년 4월엔 네이버 비디오 서비스도 중단했다. 경쟁사였던 동영상 공유서비스가 주춤하는 사이 유튜브는 ‘글로벌 플랫폼’이란 타이틀을 거머쥐고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2008년 당시에만 해도 판도라TV, 다음 TV팟 등 국내 동영상 플랫폼은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해 실명인증을 하지 않으면 동영상에 댓글을 달 수가 없다. 이에 사용자들이 실명인증이 필요없는 유튜브에 몰리면서, 이듬해 유튜브의 국내 동영상 시장 점유율은 30%까지 성장했다. 불과 2%에 불과했던 유튜브의 점유율이 폭발적으로 뛴 것이다.

앞서 2006년 9월 채널을 개설한 ‘기타신동’ 정성하씨가 올린 연주 동영상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정씨의 아버지는 매주 두세 개씩 아들의 영상을 올렸는데, 이 채널은 2011년을 기준으로 구독자가 33만명에 이르고 조회 수가 2억200만건을 넘겼다. 정씨가 연주한 ‘All you need is love’의 존 레논의 부인 오노오쿄가 감사하다는 댓글을 달았다는 일화도 있다. 정씨가 지금까지 차곡차곡 쌓아온 연주 콘텐츠만 1100여곡이 넘으며 구독자도 570만명을 거느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언제 어디서나 영상 시청
싸이·BTS 등 월드스타로

유튜브는 2010년 3월부터 지금까지 국내 동영상 공유 서비스 부문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유튜브가 시장진입을 늦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배경엔 망 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점이 꼽힌다. 망 사용료란 인터넷 기업이 통신사 망을 통해 동영상 등 콘텐츠를 전송한 대가로 지급하는 비용을 의미한다.

매년 네이버는 700억, 카카오는 300억원의 망 사용료를 지불하느라 글로벌 IT업체와 기울어진 운동장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사업자는 국내서 막대한 트래픽을 발생시키면서도 우월한 협상력을 내세워 망 사용료를 피해갔다.
 

▲ 유명 유튜버 대도서관

자주 보는 콘텐츠를 이용자와 가까운 위치에 저장하는 ‘캐시서버’ 구축 비용도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전가해왔다.


구글은 유튜브의 고화질 영상으로 국내 동영상 트래픽 점유율이 86%에 달하지만 단 한 푼의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제한 없이 고화질 영상을 제공한다. 국내 업체가 고화질 영상을 제공하려면 막대한 망 사용료를 내야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유튜브가 국내에 들어오기 전인 2006년 이용자들이 직접 영상을 올리는 ‘네이버 비디오’를 서비스하며, 다양한 콘텐츠 기반으로 성장을 해오다 망 사용료 부담에 2010년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용자들이 고화질의 영상을 올리면 콘텐츠의 질을 올라가지만 트래픽도 같이 올라가면서 수익성이 점차 떨어졌기 때문이다.

고화질로
간편하게

결국 동영상 전쟁서 네이버가 패배하고 유튜브가 승리했다. 

전문가들은 유튜브에 날개를 단 것은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 상승곡선에 따라 맞물렸다고 분석한다.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스마트폰 보급률이 2011년 27.0% 2012년 57.5%를 기록하며 국민 가운데 절반 이상이 스마트폰을 보유하게 된다.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통해 고화질 영상을 시간,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간편하게 재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음악이나 동영상을 다운로드 방식이 아닌 재생을 하는 스트리밍 형태로 소지 트렌드가 바뀌면서 유튜브 시장은 점점 커졌다. 특히 한국은 빠른 인터넷 속도를 자랑하는 IT강국으로 스트리밍 산업의 발전 또한 유난히 빨랐다.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짧은 시간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스낵컬처에 유튜브가 잘 맞아 떨어졌다.

지난 2012년 가수 싸이는 유튜브를 통해 월드스타로 도약했다. 6집 타이틀곡 ‘강남스타일’이 공개된 지 불과 52일 만에 조회 수 대박을 터뜨리는가 하면 유튜브 뮤직비디오 사상 최단기간에 1억뷰를 돌파하기도 했다. 기세를 탄 강남스타일은 빌보드 싱글차트서 7주 연속 2위, 유튜브 조회수 32억뷰를 넘어서며 기네스북까지 오르며 싸이를 월드스타로서 인기를 누리게 됐다. 
 

이에 대해 영국 BBC와 미국 음악전문지 <빌보드 매거진> 등은 “유튜브의 절대 강자로 거듭났다”는 등의 찬사를 쏟아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이어 방탄소년단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조회수 2억9000만뷰), 제니의 ‘솔로’(3억뷰) 등 아이돌그룹이 유튜브를 통해 국위선양을 했다.

얼마나 버나
수억원 훌쩍

아이들 그룹 뿐 아니라 핑크퐁의 동요 컨텐츠 '아기상어(Baby Shark)'는 26억뷰를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아기 상어는 올해 초 빌보드 32위에 진입한 바 있다.

유튜브는 기성 가수들을 해외로 보내고 새로운 스타를 키워냈다. 밀레니엄 세대는 TV의 정제된 방송 스타일에 식상함을 느끼고 유튜브에 열광했다. 일반인들은 스마트폰 하나만으로도 영상을 업로드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음악을 비롯해 게임, 먹방 등 다양한 콘텐츠로 유튜브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유튜버들의 인기르 가늠하는 척도는 구독자 수다. 예를 들어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시청한다면 재생횟수가 1회가 되고, 유튜브의 계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싸이 계정의 ‘구독’ 버튼을 누르면 싸이의 구독자수는 1명이 된다. 구독자가 되면 구독한 계정에서 영상이 업로드 될 때마다 실시간으로 알림이 오게 된다.  


미국의 유튜브 분석 사이트인 소셜블레이드에 따르면 한국 유튜브 채널 중 광고수익 1위 채널은 아동 채널인 ‘보람튜브 토이리뷰’로 월 160만달러(약 19억원)로 추정됐다. 2위 업체 역시 보람튜브와 같은 계열의 ‘보람튜브 브이로그’로 150만 달러(17억8000만 원)로 추산됐다.

보람튜브 운영업체는 매달 최소 37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셈으로, 매출이 연 370억원이 넘는 중소기업 수준이다. 

보람튜브를 비롯해 어썸하은(구독자 350만)은 11세 소녀가 음악에 맞춰 댄스를 추고, 서은이야기(구독자 340만)는 5세 서은이가 놀이 공간 체험, 장난감·간식 리뷰를 한다. 

대기업 사장보다 잘 버는 파워 유튜버
‘기타 신동’ 정성하 33만명으로 스타트

음식을 먹는 방송도 인기가 많다. 광주 농촌 출싱의 형제가 먹방을 하는 떵깨떵(구독자 330만)은 순박하고 친근한 방송으로 인기를 구사하고 있다. 먹방인 만큼 언어가 필요 없어 동남아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 사람이 한국음식을 먹으면서 평가를 하는 ‘영국남자 조쉬(구독자 310만)’도 주목 받는 유튜브 중 하나다. 음식 리뷰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한국 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소개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조쉬는 유튜브 인기에 힘입어 채널A의 새 예능 <영국남자>에 출연해 한국 문화를 소개할 예정이다. 지난 19일 첫방송이 편성됐다.  
 

▲ 유튜버 순위

게임, 독서 등 다양한 컨텐츠를 보여주는 보겸TV(320만)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도티TV(252만)는 마인크래프트 등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게임을 주로 다룬다. 초등학생들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유튜버 도티는 유튜브 채널 운영 외에도 방송출연, 강연 등을 하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게임전문 유튜버로는 ‘방송계의 유재석’이라고 평가받는 대도서관(180만)이 있다. 대도서관은 지난해 10월, 한 방송에 출연해 “1년 수입이 17억원 정도 된다”고 밝혀 누리꾼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2013년 tvN <강용석의 고소한 19>를 시작해 지금까지 다양한 방송에도 출연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랜선라이프-크레이터가 사는법>서 진행자로 나서며 유튜버를 소개하는 역할도 했다. 

장벽 낮지만
콘텐츠 중요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서 “유튜브 진입 장벽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다 성공한다고 보긴 어렵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라고 강조했다. 이어 “파워 유튜버들은 자신만의 콘텐츠를 자생적으로 만들어가며 성장해서 지속성이 유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자유한국당 유튜브 지령
1인 1편 영상 제작하라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내년 4월 총선을 대비해 소속 의원 전원에게 유튜브 활동을 하도록 지시했다. 기성 언론 환경서 불리하다는 판단을 한 한국당은 당의 주력 스피커를 유튜브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13일 한국당 홍보국은 소속 의원실에 공문을 보내 “2020년 총선을 겨냥한 차별화된 홍보 콘텐츠를 생산해내고 친숙한 이미지로 당 이미지를 개선해야 한다”며 유튜브 영상 제작 콘테스트 개최 소식도 전했다. 

한국당은 의원 114명에게 ‘유튜브 계정을 개설하고 1인 1편 이상의 영상을 제작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했다. 이달 말까지 의원이 직접 출연하거나 제작에 참여한 영상을 의원 개별 유튜브 계정에 올린 뒤 당에 증빙자료를 제출하라는 내용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국민이 TV 프로그램보다 유튜브 방송을 더 많이 보는 상황”이라며 “의원들이 마중물 역할을 해서 전 당원이 유튜브를 정책홍보 등에 활용토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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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