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3주년 특집> 1996년 막가파 이후…진화하는 악인전

살인조직 설치더니 묻지마 사이코패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범죄는 사회의 그림자다. 세상을 경악하게 하는 사건은 매년 일어난다. 누군가는 범죄가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주장한다. 먹고살기 힘들 때에는 부유층을 향해 분노를 표출한 범죄가 일어나고, 전자기기가 발달하자 몰카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식이다.
 

▲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 피의자 김성수가 경찰에 압송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짧은 시간 동안 큰 변화를 겪었다. 19506·25전쟁의 발발로 국토의 절반 이상이 초토화되면서 최빈국으로 전락했다. 정부 차원의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경제성장이 이뤄졌다. 1987년은 민주화의 바람이 전국에 넘실댔다. 그리고 1998년 거짓말처럼 외환위기가 찾아왔다.

범죄의 변화

19931994년 지존파 일당 7명이 5명을 납치·살인했다. 부유층에 대한 증오가 동기로 작용했다. 막가파는 지존파를 모방해 만든 조직으로, 술집 여주인을 납치해 금품을 빼앗고 생매장한 후 살해했다. 경찰은 199610월 막가파 일당 5명을 검거했다.

당시 막가파 조직원들은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을 증오했고 부유층을 죽이고 싶었다고 진술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1994년 지존파, 1999년 영웅파 사건과 함께 막가파 사건은 다른 사람에 대한 증오심이 잔인한 범행으로 나타난 경우다.

19978월 초등학교 2학년 여자 어린이가 사라졌다. 박초롱초롱빛나리양 유괴 사건이다. 당시 7세였던 박나리양은 영어학원에 갔다가 결국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 사건이 충격적이었던 것은 유괴범이 만삭의 임산부였기 때문이다. 전씨는 평소 사치와 낭비벽이 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유괴사건을 저지른 것.


같은 해 4월에는 2017년까지 20여년 동안 미제로 남았던 이태원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이태원동 소재의 햄버거집 화장실서 한국인 조중필씨가 특별한 이유 없이 흉기에 찔려 살해된 사건이다.

조씨는 무려 9차례나 흉기에 찔렸다. 당시 용의자로 지목됐던 사람은 존 패터슨과 에드워드 리였다. 범인이 누구인지를 두고 공방을 벌이다, 2017년 패터슨이 진범으로 확인돼 20년 형을 선고받았다.

시대에 따라 범죄 유형도
IMF 때 생계형 범죄 급증

199712IMF 사태가 터지면서 이듬해인 1998년 생계형 범죄가 크게 늘었다. 기업들이 줄도산하면서 대규모 실업사태가 일어났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늘어나자 가계 경제가 붕괴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이 과정서 가게서 식료품을 훔치거나 모아놓은 폐지를 몰래 가져가는 등의 생계형 범죄가 연이어 발생했다. 현대판 장발장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라는 분석도 있다.

1999년 대구에서는 당시 6세였던 김태완군에게 정체불명의 사람이 황산을 뿌린 사건이 일어났다. 범행이 일어난 시기는 19995, 그로부터 2개월 뒤인 7월 태완군은 사망했다.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발생한 잔혹범죄에 많은 전문가들이 노력했지만 결국 사건은 영구미제로 남았다. 그 후 2015731일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한다는 내용의 태완이법이 시행됐다.
 

▲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현장검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008월 전북 익산서 택시기사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범인으로 지목된 용의자는 사건 현장 인근에 있던 최모군. 그는 10년형을 선고받고 2010년 만기 출소하기에 이른다. 문제는 그가 경찰의 폭행에 못 이겨 죄를 허위 자백했다는 점이다.

결국 재심이 이뤄졌고 최군은 2016년에 이르러서야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0114세 중학생이 친동생을 도끼로 내리쳐 살해했다. 경찰이 사건현장을 보고 강도·살인 사건이라고 판단했을 만큼 잔인한 범죄였다. 소년은 범행 당시 게임과 현실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게임 과몰입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소년의 진술은 세상에 큰 충격을 안겼고, 게임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는 계기가 됐다.

2002년 영남제분 회장의 부인인 윤모씨가 사위의 불륜상대로 의심되는 하모양을 청부 살인한 사건이 일어났다. 하씨는 머리와 안면에 총을 6발이나 맞고 참혹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수사 과정서 상류층의 도덕적 해이가 드러나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또 윤씨가 형집행정지제도를 악용하면서 사법제도의 근간을 흔들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2004년에는 1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최악의 집단성폭행 사건으로 불리는 밀양 사건이 일어났다. 밀양 지역 고교생 40여명은 피해자들을 상대로 폭력을 수반한 강간을 상습적으로 저질렀다. 가해자, 가해자의 부모, 경찰, 심지어 피해자의 가족까지 2차 가해를 저질렀다.

이후에도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점, 피해자가 오히려 죄인처럼 살아가는 점 등이 공분을 자아냈다.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검거된 것도 2004년이다. 그는 20032004년에 걸쳐 20명을 살해했다.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라는 말을 사회에 각인시킨 유영철의 엽기적인 범죄 사건을 계기로 살인범의 정신 분석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됐다.

유영철과 비슷한 시기에 범죄를 저지른 연쇄살인범 정남규도 사이코패스로 분류된다. 그는 20042006년에 걸쳐 13명을 살해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생활 속으로 들어온 범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는 사회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2008년 서울 논현동의 고시원서 방화·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 정모씨는 고시원에 불을 지른 후 화마를 피해 도망치는 사람들을 칼로 찔렀다.

그로부터 11년 뒤인 올해 4월 경남 진주서 똑같은 사건이 일어났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안모씨가 아파트에 불을 지른 후 도망치는 주민들을 살해했다. 초등학생 3학년, 3 여학생 등 102명을 비롯해 5명이 사망했다.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은 2016년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과 함께 정신질환자가 저지른 사건에 대한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특히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의 경우 피해자에 대한 추모 운동이 일어나면서 여혐 범죄에 대한 비판, 여성 운동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다.
 

▲ 영화 재심

20102011년에는 자녀가 부모를 죽이는 존속살해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다. 2010년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의 한 아파트서 불이 났다. 14세 이모군이 공부하라고 꾸짖는 아버지에게 앙심을 품고 치밀한 준비 끝에 불을 질러 일가족 4명을 살해한 것이다.

그리고 1년 후 서울 광진구 구의동서 고3 아들이 자신의 어머니를 흉기로 죽인 사건이 일어났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에 의한 가정폭력과 성적 압박을 심하게 받아온 가해자는 이를 견디지 못하고 어머니를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2건의 존속살해 사건은 가정이 병들고 있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피해자 늘어

최근에는 인터넷이 발달하고 전자기기의 질이 높아지면서 몰래카메라, 보이스피싱, 리벤지 포르노, 인터넷 거래 사기 등의 생활밀착형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피해자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진 않지만 사회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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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