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3주년 특집> 23인 총수들의 불황 타개책

언뜻 보기엔 달라도 결국엔 같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재계는 이전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신년부터 재계는 불확실한 전망과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변화와 혁신을 내세워 선제대응하기로 했다.
 

▲ (사진 왼쪽부터)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봉빈 롯데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예상대로 상황은 그리 만만치 않다. 저성장 국면이 이어지면서 재계는 저마다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일요시사>는 창립 23주년을 맞아 기업 오너들의 불황 타개책을 짚어봤다.

▲이재용 = 올해 창립 81주년을 맞은 삼성그룹은 신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할 모양새다. 삼성은 ‘4대 미래성장사업’으로 반도체와 인공지능, 5G와 바이오를 선정해 25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그룹이 계획한 미래 먹거리를 통해 ‘초일류·초격차 100년 기업’에 다가서겠다는 것이다. 

▲정몽구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총수직을 유지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시무식서 ‘혁신적 아이디어’와 ‘게임 체인저’를 언급하며 시장의 판도를 주도해나갈 것을 천명했다. 그룹은 친환경차 시장 주도 계획과 ‘수소사회’를 주도해나갈 방침이다. 

▲최태원 = 최태원 SK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도 더 큰 행복을 만들어 사회와 함께하자”고 밝혔다. SK는 지난해 사회적 기업 전용 민간 펀드를 구축하고, 신성장 동력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SK는 통신과 바이오 관련 계열사를 늘리면서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다. 

▲신동빈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신 회장은 미국 현지에 대형 공장을 건설하는 등 적극적이다. 최근 신 회장은 대기업 총수로서는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면담을 나눴다.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대내외적 불안 요소를 혁파하겠다는 것이다.


▲최정우 =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주력산업과 신성장 부문을 강화해 도약을 꿈꾸고 있다. 포스코는 프리미엄 제품 판매와 원가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고,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2차전지 소재 사업을 강화,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김승연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서 “단언하건데 앞으로 10년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혁명적 변화의 시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룹은 이전부터 신성장동력으로 결정한 태양광 산업에 집중, 방산과 석유화학 그리고 항공엔진 등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개척하고 있다.

▲구광모 = 총수로 인정받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연구개발(R&D)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다. R&D사업을 통해 미래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다. 실제로 LG화학은 최근 최대 10조원으로 추정되는 볼보자동차그룹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공급 업체로 선정됐다.

새 환경 색다른 차원, 탈출구 찾는 재계 
신성장 동력·미래 먹거리 확보에 총력

▲조원태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우여곡절 끝에 총수로 지정됐다. 한진그룹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따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바 있다. 다만 총수 지정을 두고도 잡음이 이어지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그룹은 신성장 동력 발굴이나 대규모 투자에 앞서 조직 쇄신을 우선에 둘 것으로 보인다.   

▲박정원 = 두산그룹은 젊은 새 총수로 거듭난 박정원 회장 아래 디지털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 그룹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기존 사업 영역의 디지털 전환과 함께 연료전지와 협동로봇 등으로 체질개선에 나설 전망이다. 박 회장은 신년사에서도 신산업 역량 강화를 강조한 바 있다.

▲김범수 = 카카오는 최근 대기업으로 분류됐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다각도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페이 등 신산업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카카오는 적극적인 사업 확장으로 꾸준한 신성장에 나설 전망이다.

▲정몽규 = HDC(구 현대산업개발)도 최근 대기업으로 올라섰다. HDC는 최근 사내 벤처 육성으로 사업 영역 확대에 나섰다. 신규 사업모델을 발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HDC의 성장을 견인하는 국내 주택사업이 견조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 (사진 왼쪽부터)구광모 LG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 정몽규 HDC 회장

▲허창수 = 허창수 GS 회장은 지난 15일 GS 밸류 크리에이션 포럼서 도전과 혁신의 DNA를 조직 전반에 주문했다. 그룹은 기술 혁신을 통해 시장 선도에 나설 계획이다. 실제로 GS칼텍스와 GS리테일 등에서 혁신 관련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재현 = CJ는 IT(정보기술) 사업 부문을 신성장 첨병으로 삼았다. IT산업 발전에 따른 산업구조 및 시장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CJ는 그 일환으로 클라우드, 빅데이터, AI 등을 신사업으로 진화시킬 계획이다.

▲구자홍 =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은 디지털 전환에 앞장서고 있다. 구 회장은 IT시스템을 고도화, 스마트워크를 통한 업무 효율성 강화를 강조했다. 구 회장은 디지털 전환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향상시킬 방침이다. 

▲박현주 =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적극적인 해외투자로 성장을 견인할 전망이다. 미래에셋은 해외 여러 곳에서 운영하고 있는 법인과 사무소를 통해 해외법인 세전이익을 톡톡히 챙겼다. 그룹은 해외자산 확대에 꾸준히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정지선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올해 시무식서 “변화하지 못하면 쇠퇴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 회장은 급변하는 사업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경영 방침을 주문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은 오프라인 사업 중심서 벗어나 온라인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감성의 시대, 고객과의 소통·접촉 강조
이구동성 ‘디지털 전환’ 영역 확보 눈길

▲김홍국 = 하림그룹은 미래성장동력으로 가정 간편식과 펫푸드를 꼽았다. 변화하는 식품 소비 환경을 선점, 사업 확장에 나서겠다는 의중이다. 식품업계의 생존전략 중 하나로 차별화가 꼽히는 가운데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신창재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디지털 혁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교보생명은 오는 8월 차세대 전산 시스템을 오픈, 보험 영업의 전 업무를 지원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는 작년 교보생명의 스마트 보험 청구 서비스 등을 잇는 기대작으로 꼽힌다.

▲이우현 = 이우현 오씨아이 부회장은 태양광과 바이오 산업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 중이다. 오씨아이는 독일 태양광발전 관련 업체 영업 양수에 성공했고,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에 투자하면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기존 사업 구조에 고부가가치 사업을 추가하겠다는 의지다.

▲정몽진 = 정몽진 KCC 회장은 미래 신사업으로 실리콘을 택했다. 정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KCC의 미래는 기술력에 달려 있다. 모멘티브 인수합병이 끝나면 KCC는 글로벌 초정밀화학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KCC는 고부가가치 실리콘 시장에 진입할 전망이다.

▲서정진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투자와 고용창출을 통해 도약할 예정이다. 서 회장은 지난 16일 ‘비전 20320’을 발표, 중장기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서 회장은 신약 개발과 설비 확충 등을 비롯해 원격의료, 인공지능과 같은 U-헬스케어 사업에도 진출한다.

▲서경배 =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그룹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6개 중점 추진 전략’을 선언하며 성장을 이끌고 있다. 최근 아모레퍼시픽은 추진 전략 중 하나인 혁신상품 개발을 중점으로 초격차 상품(경쟁회사에서 모방하기 어려운 상품)의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상열 =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은 레저 분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특히 호반건설은 리조트와 골프장 등을 인수하면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는 등 건설 경기가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새로운 탈출구를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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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