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3주년 특집 특별대담> 이주영 국회부의장에게 듣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5.20 10:12:35
  • 호수 12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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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향 폭주, 서민경제도 지나쳤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주영 국회부의장은 최근 여의도서 가장 주목받는 정치인 중 한 명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체제서 핵심 중진의원으로 꼽힌다. 현재 자유한국당에서는 중진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는 ‘중진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23번째 생일을 맞아 중진역할론의 주인공인 이 부의장과 대담을 나눴다.
 

▲ 이주영 국회부의장이 일요시사와 대담을 갖고 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민생투쟁 대장정’을 이어가고 있다.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 문재인정권과 여당의 실책을 직접 알린다는 취지다. 대장정은 여야4당이 주도한 선거법·공수처법·검경수사권조정법의 패스트트랙 지정으로 시작됐다. 당시 국회는 아수라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여야가 극렬히 대치했다. 과연 국회 정상화의 길은 찾을 수 없는 것일까. <일요시사>는 지난 16일 오후 4시 이주영 국회부의장실서 이 부의장과 허심탄회한 대담을 나눴다.

다음은 이 부의장과의 일문일답.

-<일요시사>가 창간 23주년을 맞았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국회부의장 이주영입니다. ‘잉크 냄새가 아닌 사람 향기 나는 신문’ <일요시사> 창간 23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창간 23주년을 맞기까지 <일요시사> 발전을 위해서 도움 주신 많은 분들과 이용범 발행인을 비롯한 <일요시사> 가족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지금의 <일요시사>가 있게 해준 독자 여러분들께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사보임과 패스트트랙으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우선 국회의장단의 한사람으로서 이번 국회 혼란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문제의 시작은 여야4당이 각 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아무런 연관도 없는 선거법·공수처법·검경수사권조정을 억지로 묶어 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입니다. 2012년 당시 국회선진화법의 일환으로 도입된 국회법 85조의2 안건신속 처리제, 즉 패스트트랙의 기본 취지는 민생을 위한 안건이 국회서 장기간 표류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지, 선거법과 같은 중차대한 문제를 야합으로 처리하기 위함이 아님을 분명히 밝힙니다.

-사보임이 불법적으로 자행됐다고 보는 이유는?
▲국회법 48조 6항에 따라 사보임은 임시회기 중 불가하고 예외적인 경우, 위원이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의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회법 해설> 책자에도 임시회기 중 개선 불가와 위원 개선의 오남용 방지를 위해 질병 등 위원회 활동이 곤란한 경우에 한정해 엄격히 운영돼야 한다고 명기하고 있습니다. 해당 위원이 질병 등 위원회 활동이 곤란하지 않았고 사보임을 강하게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 사보임을 팩스로 처리한 과정은 그야말로 불법적 상황이었습니다.

-사보임 문제에 대해 문희상 국회의장께 어떤 요청을 하셨는지?
▲저는 당시 문 의장께 “병상서 이 문제를 절대 다루지 마시라. 국회에 출근하셔서 여러 경로의 의견을 수렴한 뒤에 결정을 해주시기 바란다” 이렇게 부탁을 드렸습니다. 통화 연결이 되지 않아 국회 정론관에 가서 공개적으로 부탁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병상서 전격적으로 사보임 승인 결정을 해서 결국 무수한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정치 인생을 영예롭게 마무리하셔야 될 분이 이번에 큰 오점을 남기신 것이라 평가합니다.


여의도서 가장 주목받는 정치인
‘황 체제’ 부상하는 중진역할론 핵심

-전자입법발의시스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전자입법발의시스템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최초라고 합니다. 대부분 전자입법발의가 있는지조차 몰랐고, 그간 선례도 없었던 이 방법을 유독 논란이 많은 사안에 사용했다는 것이 꼼수로 의심받는 이유입니다. 이마저도 공수처법은 의안번호가 중복으로 등록돼 유효한지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여야정협의체 재가동을 원하고 있습니다.
▲패스트트랙 추진 시 여야4당과 정부는 한국당을 패싱했습니다. 그런데 원하던 대로 선거법·공수처법·검경수사권조정을 패스트트랙으로 태우고 나니 민생을 빌미로 청와대가 여야정협의체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민생이 우선이었다면 왜 민생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선거법·공수처법·검경수사권조정을 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하는 데 그 오랜 시간 사활을 걸고 제1야당을 따돌렸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회 정상화를 위해서는 우선 패스트트랙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이신지?
▲그렇습니다. 패스트트랙 사안부터 대화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5일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로 오신환 의원이 선출되면서 사보임을 원상복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보임을 당한 당사자가 원내대표로 선출되었다는 것은 이전의 독선적 리더십에 대한 일침 아니겠습니까. 얼마 전 민주평화당, 더불어민주당의 원내사령탑도 새로이 선출됐습니다. 새로운 원내대표들이 각 당의 의견을 성실히 수렴하고 특정 정당에 대한 패싱 없이 모두 같이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우리 국회의 상징인 돔(Dome)은 다양한 의견들을 하나로 잘 모으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국회의 각 정당이 이 의미를 잘 새겨서 상호 소통하고, 우리 국민들이 기대하는 민의의 전당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혜와 역량을 모으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 국회부의장으로서 적절한 역할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국회의 상징인 ‘돔’의 의미는…
패싱 없이 모두 같이 머리 맞대야
 

-여야 고발정국에 대한 입장은?
▲앞서 밝힌 바대로 국회 질서유지의 책임이 있는 국회의장단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안타깝고 참담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다수의 직원과 의원님들이 부상을 입었고, 우리 국회의원 300분 중에 100여명에 달하는 의원님들이 고발을 당하셨습니다. 저도 그중 한 사람입니다. 폭력적 행동 하나 없었는데도 고발을 당했습니다. 불법성이 있는 사보임과 패스트트랙 지정 시도에 대해 이를 반대하는 쪽은 평화적 연좌시위를 벌였습니다. 그런데 별안간 해머와 쇠지렛대가 등장했습니다. 불법 무기 반입과 사용, 의도적 폭력 행사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민생투쟁 대장정을 지척거리에서 지켜보셨습니다. 현장 분위기는?
▲지난 8일 제 지역구인 경남서 황교안 대표와 일정을 함께했는데 열기가 정말 뜨거웠습니다. 먼저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와 기록전시관을 방문, 평생을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시고 금융실명제라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정책을 단행하셔서 오늘날 투명한 경제거래가 가능하도록 하신 김 전 대통령의 정신을 되새겼습니다.

대우조선 매각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 간담회를 개최해 어려운 조선업계의 사정과 근로자들의 구조조정 상황에 대해 듣고 해결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왔습니다.

그날이 어버이날이었던 만큼 어르신들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기도 했습니다. 우리 어르신들의 피와 땀으로 번영을 이뤄주신 나라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어르신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잘 모시고, 더 발전된 나라를 후세들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드렸습니다. 또한 청년몰 상가 방문과 지반침하지역을 방문,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방문하는 곳마다 현 정권의 실정으로 아우성입니다.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대장정이 마무리돼 전 국민의 목소리가 다 모아지면 더 실질적인 민생 살리기 정책 구상이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저도 정책위의장을 2번이나 역임한 경험을 살려 당 정책 입안을 돕도록 하겠습니다.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의 호흡은?
▲당이 어려운 시기에 훌륭한 분들이 가장 적합한 자리서 소임을 다해주고 계십니다. 당원의 대표인 당 대표와 소속 국회의원의 대표인 원내대표는 모두 선출 절차를 거쳐 선택된 분들입니다. 우리 당원들과 국민들, 국회의원님들의 선택이 탁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황 대표는 원외로서 전국을 돌며 밖에서 민생 대장정을 벌이고 계시고, 나 원내대표는 원내서 협상과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야당에 딱 적합한 지도부 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패스트트랙부터 바로잡아야
황-나 호흡은? 야당에 ‘딱’

-문재인정부가 집권 2주년을 맞았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실망을 금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헌법서부터 입법·사법·행정의 3권 분립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서로 견제하고 감시해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 정부는 행정권만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법·국제인권법 연구회’라는 좌파성향 단체 인사들로 장악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으로 사법부를 장악하고, 선거의 룰을 이행하고 감시해야 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캠프 출신 인사로 장악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워 선거의 룰까지 바꿔 입법부를 장악하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경제문제도 심각합니다. 지난 2년간 좌향 폭주로 시장경제를 뿌리째 파괴하려 하고 있습니다. 각종 경제지표는 폭락하고 경제성장률마저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빈부 격차는 사상 최악으로 벌어졌고 청년들은 물론, 가장들의 일자리까지 사라졌습니다. 골목상권은 붕괴되고 대기업은 정권 눈치 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국민세금을 퍼부어 정책실패를 땜질하고 있습니다.

대북정책과 외교는 또 어떠합니까? 이 정부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대북정책에 북한은 미사일 발사로 답하고 있습니다. 잇따른 남북회담과 북미회담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의 어설픈 중재자론은 미국과 북한 모두로부터 퇴짜를 맞았습니다. 한국과 미국이 그동안 쌓아놓은 한미동맹도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대북 식량지원에 대한 입장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비핵화에 대한 일보의 전진도 없는 일방적 퍼주기입니다. 북한만 바라보는 ‘북한바라기’입니다. 물론 인도적 차원서 식량지원이 필요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미사일로 도발하고 있는 북한에 비핵화에 대한 답변 요구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논의도 같이 요구해야 합니다.

-<일요시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언론은 민주사회를 떠받치는 기둥입니다. 언론환경의 급속한 변화, 또 정치 환경의 변화 속에 보이지 않는 어려움이 많으시겠지만, 부디 지금처럼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사회공헌에 힘써주시기를 바랍니다. 정의롭고 유익한 언론, 독자들과 소통하는 언론이 되어주십시오. 국회 차원서도 언론의 부흥과 언론인들을 위한 정책적 배려 방안을 더 꼼꼼히 살피고 챙겨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국민들이 희망하는 언론의 역할이 실현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지난 23년과 같이 앞으로도 <일요시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chm@ilyosisa.co.kr>

[이주영 부의장은?]

▲경상남도 마산 출생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 석사
▲제20회 사법시험 합격
▲전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제16·17·18·19·20대 국회의원(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전 여의도연구원 원장
▲제17대 해양수산부 장관
▲제20대 국회 후반기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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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