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여행지 ③제천 청풍호반케이블카

하늘을 나는 듯한 짜릿함

▲ 산과 호수를 동시에 조망하는 청풍호반케이블카

청풍호는 1985년 충주다목적댐을 건설하면서 생긴 인공 호수다. 면적 67.5㎢에 저수량 27억5000t으로 국내 최대 인공 호수인 소양호의 뒤를 잇는 규모다. 충북 제천시와 충주시, 단양군에 걸쳐 있어 제천에서는 청풍호, 충주에서는 충주호라고 부른다. 주변에는 청풍문화재단지, 청풍호관광모노레일, 청풍랜드, 유람선, 오토캠핑장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도 많다.
 

▲ 그림 같은 청풍호 풍광이 한눈에 담기는 비봉산 정상

비봉산(531m)은 그림 같은 청풍호 풍광이 한눈에 담기는 최고 전망대로 꼽힌다. 봉황이 알을 품고 있다가 먹이를 구하려고 비상하는 모습을 닮았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청풍호 한가운데 우뚝 솟은 비봉산 정상에 오르면 봄빛 머금은 푸른 호수와 아름다운 산자락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힘들게 등산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 3월 새로 개장한 청풍호반케이블카를 타면 정상까지 9분 만에 올라갈 수 있다. 내륙에서 산과 호수를 함께 조망하는 유일한 케이블카다.
 

▲ 일반 캐빈 33대와 크리스털 캐빈 10대가 시간당 1500명을 실어 나른다.

정상까지 9분

청풍호반케이블카는 청풍면 물태리에서 비봉산 정상까지 2.3km 구간을 왕복 운행한다. 일반 캐빈 33대와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털 캐빈 10대가 시간당 1500 명을 실어 나른다. 4면이 유리인 일반 캐빈도 스릴 만점이지만, 바닥까지 투명한 크리스털 캐빈은 아찔하기가 한 수 위다. 더구나 캐빈 내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어 매우 안정적이다. 탑승 인원은 최대 10명. 하부 승차장인 물태리역 앞에 넓은 무료 주차장도 마련돼 있다.
 

▲ 지름 15m 공 모양 건축물, 시네마(CINEMA)360

물태리역 옆에 자리한 지름 15m의 공 모양 건축물은 케이블카와 같은 날 개장한 ‘시네마360(CINEMA360)’이다. 영상관 내부를 가로지르는 높이 6m 투명 다리에서 360° 풀 스크린 위에 펼쳐지는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하늘을 나는 새의 눈으로 광활한 지구를 담아낸 〈다시, 지구: 도도새와 함께하는 대자연 여행〉, 드론으로 제천 풍경을 촬영한 〈공중 산책: 날아서 여행하는 청풍명월 제천〉을 상영한다. 청풍호반케이블카와 패키지로 구입하면 관람료를 50% 할인해준다.
 

▲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는 청풍호관광모노레일

상부 승차장인 비봉산역은 청풍호관광모노레일과 공동으로 사용한다. 제천 여행의 인기 코스인 청풍호관광모노레일은 2012년에 들어섰다. 비봉산을 가운데 두고 케이블카와 반대편인 청풍면 도곡리역에서 출발해 23분 만에 정상에 닿는다. 속도는 느리지만 가파른 곳은 경사가 50° 이상이라 뒤로 넘어갈 듯 스릴이 넘친다.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 케이블카로 내려오는 패키지는 모노레일 승차장에서 판매한다. 케이블카로 올라가 모노레일을 타고 내려오는 코스는 없다. 케이블카 승차장인 물태리역과 모노레일 승차장인 도곡리역 사이를 순환버스가 시간당 한 대꼴로 다닌다(20분 소요).
 

▲ 비봉산역 옥상 전망대에 있는 타임캡슐 설치미술 작품
▲ 솟대 조형물 뒤로 ‘육지 속 바다’ 청풍호의 절경이 보인다.

내륙에서 산·호수 함께 조망하는 케이블카
비봉산 정상까지 2.3km 구간 왕복 운행

비봉산역 옥상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청풍호를 왜 ‘육지 속 바다’라고 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사방에 다도해 같은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것. 섬 가운데 솟은 산에 올라 바다에 점점이 뿌려진 이웃 섬을 보는 느낌이다. 멀리 남쪽으로 월악산과 주흘산, 동쪽에 작성산과 금수산, 소백산 줄기가 아득하게 펼쳐진다. 전망대에는 타임캡슐을 저장하는 박스를 층층이 쌓은 설치미술 작품, 솟대 조형물, 포토 존도 조성했다. 
청풍호반케이블카를 이용하면 혜택이 쏠쏠하다. 탑승권을 소지하고 의림지역사박물관에 가면 관람료가 면제되고, 제천시 관내 가맹점 4000여곳에서 현금처럼 사용하는 지역 화폐 ‘모아’도 받을 수 있다(2인 기준 5000원권 1매).
 

▲ 벚꽃이 흩날리는 4월에 탐방객이 가장 많은 청풍호 드라이브 코스

중앙고속도로 남제천 IC를 빠져나와 청풍호로 이어지는 국도82호선은 손꼽히는 드라이브 코스다. 벚꽃이 흩날리는 4월에 탐방객이 가장 많고, 신록이 아름다운 초여름 풍경도 뒤지지 않는다. 청풍호반을 더 가까이 즐기고 싶다면 선상 유람을 즐겨보자. 청풍나루에서 단양 장회나루까지 왕복 25km 뱃길을 따라가며 단양팔경에 드는 옥순봉과 구담봉의 절경을 감상한다. 케이블카 승차장으로 가는 길에 청풍나루가 있다.
청풍문화재단지도 빼놓을 수 없다. 충주댐을 건설하면서 제천시 5개 면 61개 마을이 수몰 위기에 처하자, 그곳에 있던 주요 문화재를 한데 모아 조성했다. 향교와 관아, 민가를 이전·복원하고 수몰역사관과 유물전시관도 세웠다. 고려 때 청풍현이 군으로 승격된 것을 기념해 세운 제천 청풍 한벽루(보물 528호)와 관아로 쓰이던 제천 청풍 금병헌(충북유형문화재 34호)을 포함해 보물 2점, 지방유형문화재 9점, 민가 4동 등이 원형대로 보존돼 있다. 망월루에 오르면 단지 전경과 청풍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 충주댐 건설로 수몰되기 전, 마을 사람들이 살던 집과 문화재를 볼 수 있는 청풍문화재단지

여유가 있다면 금수산 자락에 위치한 천년 고찰 정방사에 들러보자.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규모는 작지만 빼어난 전망과 고즈넉한 분위기가 매력이다. 거대한 암벽을 등지고 선 법당 앞마당에서 겹겹의 산과 청풍호가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청풍호자드락길 2코스 정방사길을 따라 걸으면 한 시간이 채 못 돼 도착한다. 자동차로 절 아래까지 갈 수도 있다.
 

▲ 빼어난 전망과 고즈넉한 분위기가 매력인 금수산 정방사

청풍호자드락길은 청풍호반과 정겹게 어우러진 산촌을 둘러보는 걷기 여행길이다. 자드락길이란 ‘나지막한 산기슭 비탈진 땅에 난 좁은 길’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가장 긴 1코스 작은동산길(19.7km, 280분 소요)부터 가장 짧은 2코스 정방사길(3.2 km, 90분 소요)까지 7개 코스가 있다.
 

▲ 청풍호반과 정겹게 어우러진 산촌을 둘러보는 청풍호자드락길
▲ 박달재 정상. 전설의 주인공 박달 도령과 금봉 낭자의 조각상이 있다.

다양한 볼거리

제천 하면 떠오르는 박달재는 박달 도령과 금봉 낭자의 애달픈 사랑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고개다.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던 경상도 선비 박달이 아름다운 처자 금봉과 사랑에 빠져 미래를 약속했다. 그런데 박달은 과거에서 떨어지고 만다. 이를 모르고 하염없이 기다리던 금봉은 세상을 떠나고,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박달도 금봉의 뒤를 따랐다고 한다. 1997년 고개 밑에 터널이 뚫리면서 박달재는 사랑의 테마 관광지가 됐다. 해발 453m 정상에 박달 도령과 금봉 낭자의 조각상이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박달재→청풍문화재단지→청풍호관광모노레일→비봉산→청풍호반케이블카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박달재→청풍문화재단지→청풍호관광모노레일→비봉산→청풍호반케이블카
둘째 날: 청풍호자드락길→정방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제천문화관광 http://tour.jecheon.go.kr
- 청풍호반케이블카·청풍호관광모노레일 www.cheongpungcablecar.com

문의 전화 
- 제천시청 관광미식과 043)641-6706
- 제천시관광안내(콜센터) 043)641-6731~3
- 청풍호반케이블카 043)643-7301
- 청풍호관광모노레일 043)653-5121
- 청풍문화재단지관광안내소 043)647-7003
- 정방사 043)647-7399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제천,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20회(06:30~ 21:00) 운행, 약 2시간 소요. 제천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950번·961번·971번·982번 버스(노선별 하루 2~3회 운행), 청풍면사무소 정류장 하차, 약 1시간20분 소요. 청풍호반케이블카까지 도보 5~10분.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제천운수 043)646-2955 제천교통 043)643-8601
기차: 청량리역-제천역, 무궁화호·새마을호 하루 18회(06:40~ 23:20) 운행, 1시간45분~2시간20분 소요. 제천역 정류장에서 950번·961번·971번·982번 버스(노선별 하루 2~3회 운행), 청풍면사무소 정류장 하차, 약 1시간20분 소요. 청풍호반케이블카까지 도보 5~10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제천운수 043)646-2955 제천교통 043)643-8601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남제천 IC→금성면·청풍면 방면 우회전→구룡교차로 청풍면 방면 왼쪽 도로→청풍우체국 앞 우회전→청풍호반케이블카 

숙박 정보 
- 청풍리조트: 청풍면 청풍호로, 043)640-7000, www.cheongpungresort.co.kr
- 리솜포레스트: 백운면 금봉로, 043)649-6000, www.resomforest.com
- 청풍게스트하우스: 제천시 의림대로6길, 070-8621-5886, www.jecheonguesthouse.com

식당 정보
- 산아래석갈비(석갈비·우렁된장): 백운면 금봉로, 043)645-5733
- 청풍황금떡갈비(울금떡갈비정식·불고기버섯전골): 청풍면 청풍호로, 043)647-6303 
- 열두달밥상(약초밥상): 백운면 금봉로, 043)643-0888
- 대보명가 제천본점(제천약초밥상·한우약초떡갈비): 제천시 용두대로, 043)643-3050

주변 볼거리
의림지, 배론성지, 옥순봉, 탁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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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