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의 2019 마스터스 '풀스토리'

골프 황제, 그가 돌아왔다

오랫동안 ‘골프 황제’라는 칭호를 달고 전 세계 골프 팬들을 움직여왔다 해도 과언이 아닌, 빨간 티셔츠의 사나이 타이거 우즈. 그런 그가 부상과 스캔들로 시달린 몇 년간 미국프로골프(PGA)의 시계는 멈춰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지난달 15일 끝난 2019년 마스터스에서 43세의 노장 우즈가 14년 만에 그린재킷을 어깨에 걸치며 PGA의 시계는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타이거 우즈는 몇 년간 음주운전, 성추문 등 세간의 이슈를 몰고 다녔지만, 신기하게도 대중들은 언제나 타이거 우즈를 주목했다. 그는 보이는 행보마다 그 어떤 선수보다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2019년 마스터스에 우즈가 참가한 것 자체가 골프팬들을 열광시키긴 했지만, 그를 우승후보로 거론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우즈의 우승에 자신의 전 재산인 8만5000달러(약 1억원)를 베팅한 골프팬이 14배의 수익을 올렸을 정도다.

최고의 샷감
위대한 우승

연습 라운드부터 구름 관중을 끌고 다닌 우즈는 1라운드에서부터 단연 압도적인 인기 속에서 산뜻한 출발을 시작했다. 그의 샷감은 최고였고, 흥행은 초반부터 대박 조짐을 보였다.

우즈는 지난 4월12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1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기록, 6언더파 66타를 기록한 공동선두 브룩스 켑카(28·미국), 브라이슨 디섐보(26  ·미국)와 4타차 공동 11위에 올랐다.

마스터스에 22번째 출전하는 그는 전성기를 떠오르게 하는 드라이버 샷과, 정교한 아이언 샷을 보이며 자신에게 유독 몰려든 갤러리들을 충분히 만족시켰다. 사회자가 티잉그라운드에 선 우즈를 소개했을 땐 이날 오거스타GC에서 가장 큰 함성과 환호가 울려퍼졌고, 우즈만 바라보며 이동하는 갤러리가 워낙 많아 같은 조의 욘 람(25·스페인), 리하오퉁(24·중국)이 되레 소외된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우즈가 티샷을 마치면 갤러리 상당수가 다른 두 선수의 티샷을 기다리지 않고 움직였다.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로 꼽히는 로리 매킬로이(30·북아일랜드)도 우즈의 인기를 따라가지는 못했다.
 

타이거 우즈는 2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쳐 공동선두에 1타차로 따라붙으며, 공동선두 그룹에 불과 1타 뒤진 공동 6위(6언더파 138타)로 올라섰다. 1라운드 때 방향이 자주 바뀌는 바람 때문에 샷이 조금 흔들렸다던 우즈는 2라운드에서는 더 정교한 아이언 샷으로 버디를 6개나 뽑아냈다.

17번홀(파4) 3m, 18번홀(파4) 4m 거리 버디 퍼트가 홀 바로 앞에서 비켜나거나 멈추는 등 아쉬운 장면을 고려하면 더 많은 버디도 가능했다. 우즈는 이날 딱 두 번 그린을 놓쳤을 뿐이다. 그는 3라운드에서 버디 6개를 잡아내며 5언더파 67타를 쳐 선두 프란체스코 몰리나리(37·이탈리아)에 2타차 공동 2위(11언더파 205타)로 뛰어올랐다.

전 세계 감동과 흥분의 도가니로
경쟁자·유명인들의 예찬 쏟아져

첫날 2언더파, 2라운드에서 4언더파를 쳤던 우즈는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샷과 퍼트가 더 정교해졌다. 강력하면서 정확해진 드라이버에 아이언 샷도 똑바로 날아 16차례나 버디 기회를 만들었다. 1, 2라운드 때 보였던 짧은 퍼트 실수도 없었다.

최종 라운드에서는 천적이나 다름없는 몰리나리와 맞대결을 펼쳤다. 선두 몰리나리에게 2타 뒤진 공동 2위로 최종 4라운드를 시작한 우즈는 오거스타의 악명 높은 아멘코너(11∼13번홀)를 힘겹게 넘은 뒤 15, 16번홀에서 연속 버디로 역전에 성공했다. 결국 마지막 날 2타를 줄인 끝에 합계 13언더파로 우승했다.
 

승부는 역시 아멘코너에서 갈렸다. 신이 우즈에게 우승을 허락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더스틴 존슨, 브룩스 켑카, 잰더 쇼플리(이상 미국·12언더파) 등 공동 2위 그룹을 1타차로 따돌린 우즈는 우승 상금 207만달러(약 23억5000만원)를 받았다. 메이저 대회로는 2008년 US오픈 이후 11년 만의 우승이다. 그는 또 PGA투어 통산 81승으로 최다 우승 기록(82승·샘 스니드)에도 1승 차로 다가섰다. 

나이키 골프는 우즈의 추락과 함께 골프용품 사업에서 철수하고도, 우즈에 대한 의류 후원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마스터스 우승으로 나이키 골프는 헌정 광고를 게재해 또 한 번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나이키의 철수 후 새 후원사로 선택된 테일러메이드, 브리지스톤 등도 우즈의 우승으로 우즈가 사용한 클럽을 불티나게 팔고 있는 중이다. 이른바 ‘우즈 아이언세트 스페셜 에디션’은 일반 아이언보다 40% 비싼 2000달러에 판매되고 있지만 주문 폭주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마스터스를 주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은 매년 우승자의 마지막 퍼트 짧은 동영상을 트위터로 내보낸다. 지난해 패트릭 리드의 우승 장면은 4월24일을 기준으로 1년이 지나는 동안 39만3000명이 봤다. 그러나 4월15일 우즈의 우승 장면은 9일 만에 820만명이 시청했다. 스무 배가 넘는 시청률이다.

‘좋아요’ 숫자는 1만4800배 차이다. 지난해 리드의 우승 퍼트 트윗에는 45명이, 우즈의 우승 퍼트에는 66만6000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시청률 대박
스폰서 잔치

미국 스포츠매체인 ESPN은 지난 4월23일 타이거 우즈의 마스터스 우승 경제효과를 보도했다. 우즈가 쓰는 골프 공을 만드는 댄 머피 브리지스톤 사장은 “올해 마스터스 대회 때는 지난해에 비해 트래픽이 트위터가 209  %, 페이스북이 400%, 웹사이트가 205% 늘었다”고 말했다.

미국 중계방송사인 CBS에 따르면 올해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는 3720만명이 봤다. 지난해에 비해 41% 늘어난 숫자다. 컴퓨터를 활용해 TV와 소셜 미디어의 노출을 분석하는 검검스포츠의 브라이언 김은 “지난해 대회 노출효과 4억5000만달러에 비해 최소 1억달러 늘었다”고 봤다.
 

국내에서 경기를 중계한 SBS골프 채널의 시청률도 대박을 쳤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4월14일 SBS골프에서 방송된 2019 마스터스 토너먼트는 분당 시청률이 최고 1674%(최종 라운드 타이거 우즈 2번홀 플레이)까지 치솟았다. 골프팬들의 관심에 힘입어 최종 라운드 1부 중계는 1026  %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대회 평균 시청률은 0.486  %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 대회 평균 시청률 0.171%의 세 배 가까운 시청률이다. 골프팬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SBS골프도 42시간 최장시간 중계를 했다. 

한편 미국 뉴욕의 명소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타이거 우즈의 마스터스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건물을 녹색으로 장식해 화제를 모았다. 빌딩 측은 우즈가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다음 날 빌딩 상단을 녹색으로 물들였다. 동시에 붉은색 등으로 ‘NO.5’라는 글씨를 새겼다. 우즈의 5번째 마스터스 우승을 뜻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축하의 말을 전했다. 골프광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우즈를 축하한다. 진정으로 위대한 챔피언”이라면서 “얼마나 환상적인 인생 복귀인가”라고 박수를 보냈다.

전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우즈, 우승 축하한다. 가장 높은 곳과 바닥을 경험한 후 마스터스에서 다시 우승했다는 건 그의 탁월함과 인내, 그리고 결단의 증거”라고 말했다.

일으켜 세운 힘은 ‘가족’
그리고 체육관서 흘린 땀

메이저대회 통산 최다승 기록 보유자인 잭 니클라우스(18승·  미국)도 우즈를 축하했다. 니클라우스는 “정말 잘했다. 우즈와 함께 골프를 할 수 있어 나는 정말 행복하다. 이건 정말 환상적”이라고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함께 경기한 동료들도 빠지지 않았다. 최고령 메이저 우승에 도전했던 필 미켈슨(49·미국)은 “골프 인생에서 정말 대단한 순간이다. 우즈의 믿을 수 없는 성과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또 다른 그린재킷을 입었다. 골프 역사에 특별한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축하했다. 세계랭킹 5위 저스틴 토마스(미국)도 “위대한 승리다. 타이거가 있어 우리는 행복하다”고 말했다.

다른 스포츠 종목의 선수들도 찬사를 보냈다. 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픈 커리는 “스포츠에서 가장 위대한 컴백 스토리”라고 축하했고, ‘테니스 스타’ 세레나 윌리엄스는 “경기를 지켜보다 눈물을 흘렸다”며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위대함이다. 백만번 축하한다”고 감격해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6)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마스터스 우승을 두고 “지금까지 본 최고의 재기”라며 박수를 보냈다.

우즈를 일으켜 세운 힘은 ‘가족’과‘체육관서 흘린 땀’이다. 황제의 위대한 부활은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영국의 골프매체 골프매직에 따르면 우즈의 하루는 오전 4시30분부터 시작된다. 먼저 4마일(약 6.4km)을 달린 우즈는 체육관으로 이동한다. 곧바로 웨이트트레이닝에 돌입하면 허리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에 40여분간 온몸의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한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중량감 대신 횟수를 늘렸다. 최대치를 들기보다 적정 무게를 가급적 많은 횟수(최대 50회)로 나눠 들기를 반복했다. 그래야 부상을 막으면서 신체의 근육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식이요법도 병행했다. 수분은 근육 신경전달물질이 많은 이온음료(게토레이)로 보충했고, 근육 재생에 필수적인 고단백의 식단을 고수했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마친 뒤에는 연습장에서 3시간씩 샷 훈련을 했다. 필드 훈련의 마지막은 쇼트게임이며 1~2시간이 소요됐다. 이후 우즈는 한 번 더 4마일을 달린 뒤에 하루 훈련을 마무리했다.

우즈를 일으켜세운 또 다른 힘은 가족이었다. 우즈는 2007, 2009년에 낳은 딸 샘과 아들 찰리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수술한 뒤 자녀들과 낚시를 하거나 스포츠 경기 관람을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우즈는 여유를 되찾았다.

운동 늘리고
식이요법 병행

또한 현재 우즈의 연인인 허먼 역시 우즈의 부활을 이끈 인물로 꼽힌다. 우즈보다 9살 어린 허먼 역시 한때 돈을 목적으로 남자를 만나는, 이른바 ‘골드 디거(gold digger)’라고 조롱받았다. 하지만 우즈가 자신의 차 안에서 약물에 취해 잠든 혐의로 법원에 출두하는 등 어려운 시기를 보낼 때도 그를 옆에서 충실히 보좌하며 ‘그림자 내조’를 이어갔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공수처·특검, 대북송금 수사 막전막후

공수처·특검, 대북송금 수사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쌍방울 대북송금을 두고 수사기관이 대거 투입됐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수사팀을 꾸리고 ‘조작 기소’ 혐의를 받는 검사들을 겨눴다. 법조계에서는 두 기관이 대북송금 진상규명을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사 전문성 논란에 이어 인력난에 허덕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점에서다. 검찰을 향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다. 쌍방울 대북송금과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사건을 ‘조작 기소’라고 규정하면서 복수의 기관이 수사에 착수했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고질적 인력난이 걸림돌이다. 수사에 착수했다고 해도 사건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이례적 수사 착수 서울고등검찰청 인권침해점검 태스크포스(TF)는 2022~2024년 대장동 사건을 수사해 이재명 대통령을 기소했던 서울중앙지검 2기 수사팀 검사 9명을 감찰 중이다. 앞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일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진상규명 국정조사’ 국회 기관보고에서 “지난해 9~12월 감찰 요청이 접수됐다”며 “별건 수사로 피의자를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회유, 정영학 녹취록을 조작한 내용 등”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9·11월 법무부에 엄희준, 강백신 등 대장동 사건 담당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요청했다. 이들은 민간사업자들 진술을 근거로 2023년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을 대장동·위례 사건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자신 몫 배당 이익이 “이재명 거니까 떼어먹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고, 남욱 변호사도 “천화동인 1호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본인 지분이 포함된 것으로 이해했다”고 증언했다. 민주당은 이후 조작 기소 의혹을 거론하고 나섰다. 대장동 피의자들의 주장도 뒤집히기 시작했다. 남 변호사는 재판에서 “검사들한테 ‘배 가르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협박당했다고 주장했다. 정영학 회계사는 자신과 남 변호사 대화가 녹음된 녹취록에서 “위례신도시도 너 결정한 대로 해줄 테니까” 중 위례신도시를 검찰이 “윗 어르신”으로 왜곡해 이 대통령 또는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 주장을 X(옛 트위터)에 공유해 “황당한 증거 조작”이라고 반박했다. 쌍방울 조작 기소 의혹의 핵심은 북한 공작원 리호남이 필리핀에 없었음에도 그가 “필리핀에 있었다”는 진술을 기반으로 수사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민주당 측에선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필리핀에서 리호남을 만나 이 대통령 방북 비용 일부인 70만달러(약 10억원)를 건넸다는 법정 진술이 사실이었는지 추궁 중이다. 만일 김 전 회장이 사실이라며 진술을 유지하면 민주당 측에선 위증이라며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은 지난 3일 국정조사에서 “리호남이 필리핀 아닌 제3국에 체류한 증거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중심 국조 후 수사기관 대거 투입 검찰→대통령실 연결고리 증거 확보 의문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도 고발당할 처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박 검사가 지난해 9~10월 국정감사에서 연어 술파티가 없었다는 등 취지로 증언한 것을 위증으로 보고 고발을 의결했다. 법사위에서 정 장관은 박 검사의 연어 술파티 의혹 감찰은 시효가 도래하는 5월17일 전 “후속 조치를 가능한 신속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박 검사가 전날 국민의힘이 개최한 ‘민주당 공소 취소 진상규명 청문회’에 참석한 것도 정치 중립 의무 위반으로 보고 감찰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종합특검팀도 조작 기소 의혹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당초 종합특검팀은 지난해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이 끝내지 못한 잔여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며 출범했다. 인력난에 골머리를 앓고 있음에도 수사 역량을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조작 기소 의혹에 투입했다. 종합특검팀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윤석열 대통령실의 개입 시도를 확인했다”며 관련 사건을 서울고검TF에서 이첩받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종합특검팀은 파견검사 1명, 특별수사관 2명, 파견경찰관 약간명으로 구성된 ‘국정 농단 의심 사건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이 당시 수사 과정에 개입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하지만 대통령실과의 연결고리를 입증할 수 있을지가 이번 수사의 관건으로 꼽힌다. 이번 수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자체보다는 수사 과정에서의 절차적 위법성과 권한 남용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국가정보원의 객관적 자료가 대북송금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누락됐거나 국정원에 파견된 검찰 인사들이 대북송금 수사를 대통령실에 보고한 정황들이 사실인지 규명하는 데 수사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중복수사 논란도 수사권에 대한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종합특검법상 수사 대상에는 ‘윤석열과 김건희가 본인 또는 타인의 사건 관련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수사 및 공소 제기 절차 관련 적법절차를 위반한 사건’이 포함돼있어 종합특검팀은 이를 근거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해당 기준을 두고 대통령실이 보고받았을 모든 사건이 수사대상이 될 수 있어 ‘남용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박 검사가 핵심 증인들을 회유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연어 술파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과 형량 거래로 이 대통령이 대북송금의 주범이란 진술을 끌어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공수처도 박 검사를 직권남용, 그리고 민주당이 통과시킨 법왜곡죄로 수사 중이다. 법왜곡죄는 지난달 시행되기 전 행위에 소급 적용할 수 없다. 하지만 공수처는 사건을 지난달 26일 수사3부에 배당했다. 다만 공수처는 법왜곡 혐의를 ‘단독’으로 수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으로 명시된 형법 제122조부터 제133조까지의 죄에 법왜곡죄(형법 123조의2)도 포함되지만, 수사 범위에 대한 판례와 적용 기준이 없어 추후 영장 청구나 재판 과정에서 수사권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종합특검팀과의 중복 수사 문제 등도 일부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사 이후의 ‘공소 유지’ 단계 역시 공수처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공수처가 독자적으로 수사를 마무리하더라도 재판에서 공소를 유지하려면 결국 검찰의 협조가 필요하다. 향후 수사 주체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종합특검팀이 사건 이첩을 요구할 경우 공수처가 이를 넘길 수 있다. 공정성 논란 종합특검팀은 수사 초기부터 흔들렸다. 권영빈 특검보가 이 전 부지사와 방용철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을 변호한 경력으로 이해충돌 논란이 일었다. 박 검사는 최근 <한국일보>에 “조사 과정에서 방 전 부회장이 ‘사실 권 변호사와 진술을 짰는데, 거짓말하는 것이 힘들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말 그대로 ‘진술 세미나’를 했다는 것”이라면서 “질문이 구체적으로 이뤄지고 피의자의 말과 배치되는 물증이 있다 보니 허위로 답변하기가 힘들어졌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분석했다. 권 특검보는 2012~2014년 이 전 부지사가 저축은행 등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 1·2심 변호를 맡았다. 이 사건은 ‘금품을 받았을 것으로 의심되긴 하나 객관적 물증이 없다’며 무죄로 확정됐다. 이후 이 전 부지사와 친분을 쌓은 권 특검보는 2022년 방 전 부회장이 이 전 부지사에게 쌍방울 법인카드 등 뇌물을 준 혐의 사건 변호를 맡았다. 방 전 부회장은 최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이 전 부지사가 소개해 줬다”고 말했다. 수사 초기 “법인카드 등은 이 전 부지사의 측근에게 준 것”이라고 했다가, 김 전 회장이 국내 압송된 후 “이 전 부지사에게 줬다”고 말을 바꿨다. 재판에선 법인카드가 사용된 병원에서 발견된 이 전 부지사 진료 내역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는 이후 재판부 질의에 “검찰 조사 발언을 후회한다”면서 “변호사 사무실에서 권 변호사를 소개받고, ‘어떻게 줬냐’ 의논한 것에 맞춰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착수는 했는데…인력난에 골머리 수사 권한 정리 안 돼 공방 불가피 종합특검팀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종합특검팀은 입장문에서 “권 특검보가 상담이 끝난 후 (사무실)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방 전 부회장과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법정에서 쪽지를 주고받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종합특검팀은 지난 16일 언론 공지를 통해 “기존 사건 담당 특검보인 권 특검보가 과거 이화영, 방용철을 변호한 것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면서도 “향후 수사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공정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며 담당자를 김치헌 특검보로 전격 교체했다. 종합특검팀은 법무부에 검사 3명 추가 파견을 요청했으나 일주일이 지나도록 배치받지 못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파견 절차가 진행되다가 최근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종합특검팀에 배치된 검사는 정원 15명 중 12명으로 인력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대북송금 사건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추가 인력이 필요하지만 파견이 늦어지면서 수사 준비 단계부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검사 파견이 지연되는 배경으로는 사건의 민감성이 거론된다. 3대 특검팀과 상설특검팀에 투입된 검사들이 50명을 넘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인력 부족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대체로 안 가려고 한다. 지금 수도권 검찰청은 사건 적체로 한 사람이 수백개의 사건을 처리해야 할 정도로 사람이 없다. 수도권 외 지청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며 “더군다나 같은 집단 사람을 겨누는 게 어디 쉬운 일이냐.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파견을 꺼리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없다 실제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검찰청 장기 미제 사건은 12만1563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 5만1825건 ▲2023년 5만7327건 ▲2024년 6만4546건 ▲2025년 9만6256건이던 미제 사건이 올해 들어 12만건을 넘어섰다. 불과 1년여 만에 약 2배 늘어난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 2월 기준 수원지검의 미제 사건은 2만139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의정부지검은 1만410건, 부산지검은 1만229건, 인천지검은 9764건, 대구지검은 9402건이었다. 종합특검팀은 인력 보강이 이뤄질 때까지 서울고검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중심으로 기초 검토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