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의 2019 마스터스 '풀스토리'

골프 황제, 그가 돌아왔다

오랫동안 ‘골프 황제’라는 칭호를 달고 전 세계 골프 팬들을 움직여왔다 해도 과언이 아닌, 빨간 티셔츠의 사나이 타이거 우즈. 그런 그가 부상과 스캔들로 시달린 몇 년간 미국프로골프(PGA)의 시계는 멈춰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지난달 15일 끝난 2019년 마스터스에서 43세의 노장 우즈가 14년 만에 그린재킷을 어깨에 걸치며 PGA의 시계는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타이거 우즈는 몇 년간 음주운전, 성추문 등 세간의 이슈를 몰고 다녔지만, 신기하게도 대중들은 언제나 타이거 우즈를 주목했다. 그는 보이는 행보마다 그 어떤 선수보다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2019년 마스터스에 우즈가 참가한 것 자체가 골프팬들을 열광시키긴 했지만, 그를 우승후보로 거론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우즈의 우승에 자신의 전 재산인 8만5000달러(약 1억원)를 베팅한 골프팬이 14배의 수익을 올렸을 정도다.

최고의 샷감
위대한 우승

연습 라운드부터 구름 관중을 끌고 다닌 우즈는 1라운드에서부터 단연 압도적인 인기 속에서 산뜻한 출발을 시작했다. 그의 샷감은 최고였고, 흥행은 초반부터 대박 조짐을 보였다.

우즈는 지난 4월12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1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기록, 6언더파 66타를 기록한 공동선두 브룩스 켑카(28·미국), 브라이슨 디섐보(26  ·미국)와 4타차 공동 11위에 올랐다.


마스터스에 22번째 출전하는 그는 전성기를 떠오르게 하는 드라이버 샷과, 정교한 아이언 샷을 보이며 자신에게 유독 몰려든 갤러리들을 충분히 만족시켰다. 사회자가 티잉그라운드에 선 우즈를 소개했을 땐 이날 오거스타GC에서 가장 큰 함성과 환호가 울려퍼졌고, 우즈만 바라보며 이동하는 갤러리가 워낙 많아 같은 조의 욘 람(25·스페인), 리하오퉁(24·중국)이 되레 소외된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우즈가 티샷을 마치면 갤러리 상당수가 다른 두 선수의 티샷을 기다리지 않고 움직였다.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로 꼽히는 로리 매킬로이(30·북아일랜드)도 우즈의 인기를 따라가지는 못했다.
 

타이거 우즈는 2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쳐 공동선두에 1타차로 따라붙으며, 공동선두 그룹에 불과 1타 뒤진 공동 6위(6언더파 138타)로 올라섰다. 1라운드 때 방향이 자주 바뀌는 바람 때문에 샷이 조금 흔들렸다던 우즈는 2라운드에서는 더 정교한 아이언 샷으로 버디를 6개나 뽑아냈다.

17번홀(파4) 3m, 18번홀(파4) 4m 거리 버디 퍼트가 홀 바로 앞에서 비켜나거나 멈추는 등 아쉬운 장면을 고려하면 더 많은 버디도 가능했다. 우즈는 이날 딱 두 번 그린을 놓쳤을 뿐이다. 그는 3라운드에서 버디 6개를 잡아내며 5언더파 67타를 쳐 선두 프란체스코 몰리나리(37·이탈리아)에 2타차 공동 2위(11언더파 205타)로 뛰어올랐다.

전 세계 감동과 흥분의 도가니로
경쟁자·유명인들의 예찬 쏟아져

첫날 2언더파, 2라운드에서 4언더파를 쳤던 우즈는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샷과 퍼트가 더 정교해졌다. 강력하면서 정확해진 드라이버에 아이언 샷도 똑바로 날아 16차례나 버디 기회를 만들었다. 1, 2라운드 때 보였던 짧은 퍼트 실수도 없었다.

최종 라운드에서는 천적이나 다름없는 몰리나리와 맞대결을 펼쳤다. 선두 몰리나리에게 2타 뒤진 공동 2위로 최종 4라운드를 시작한 우즈는 오거스타의 악명 높은 아멘코너(11∼13번홀)를 힘겹게 넘은 뒤 15, 16번홀에서 연속 버디로 역전에 성공했다. 결국 마지막 날 2타를 줄인 끝에 합계 13언더파로 우승했다.
 

승부는 역시 아멘코너에서 갈렸다. 신이 우즈에게 우승을 허락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더스틴 존슨, 브룩스 켑카, 잰더 쇼플리(이상 미국·12언더파) 등 공동 2위 그룹을 1타차로 따돌린 우즈는 우승 상금 207만달러(약 23억5000만원)를 받았다. 메이저 대회로는 2008년 US오픈 이후 11년 만의 우승이다. 그는 또 PGA투어 통산 81승으로 최다 우승 기록(82승·샘 스니드)에도 1승 차로 다가섰다. 


나이키 골프는 우즈의 추락과 함께 골프용품 사업에서 철수하고도, 우즈에 대한 의류 후원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마스터스 우승으로 나이키 골프는 헌정 광고를 게재해 또 한 번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나이키의 철수 후 새 후원사로 선택된 테일러메이드, 브리지스톤 등도 우즈의 우승으로 우즈가 사용한 클럽을 불티나게 팔고 있는 중이다. 이른바 ‘우즈 아이언세트 스페셜 에디션’은 일반 아이언보다 40% 비싼 2000달러에 판매되고 있지만 주문 폭주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마스터스를 주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은 매년 우승자의 마지막 퍼트 짧은 동영상을 트위터로 내보낸다. 지난해 패트릭 리드의 우승 장면은 4월24일을 기준으로 1년이 지나는 동안 39만3000명이 봤다. 그러나 4월15일 우즈의 우승 장면은 9일 만에 820만명이 시청했다. 스무 배가 넘는 시청률이다.

‘좋아요’ 숫자는 1만4800배 차이다. 지난해 리드의 우승 퍼트 트윗에는 45명이, 우즈의 우승 퍼트에는 66만6000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시청률 대박
스폰서 잔치

미국 스포츠매체인 ESPN은 지난 4월23일 타이거 우즈의 마스터스 우승 경제효과를 보도했다. 우즈가 쓰는 골프 공을 만드는 댄 머피 브리지스톤 사장은 “올해 마스터스 대회 때는 지난해에 비해 트래픽이 트위터가 209  %, 페이스북이 400%, 웹사이트가 205% 늘었다”고 말했다.

미국 중계방송사인 CBS에 따르면 올해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는 3720만명이 봤다. 지난해에 비해 41% 늘어난 숫자다. 컴퓨터를 활용해 TV와 소셜 미디어의 노출을 분석하는 검검스포츠의 브라이언 김은 “지난해 대회 노출효과 4억5000만달러에 비해 최소 1억달러 늘었다”고 봤다.
 

국내에서 경기를 중계한 SBS골프 채널의 시청률도 대박을 쳤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4월14일 SBS골프에서 방송된 2019 마스터스 토너먼트는 분당 시청률이 최고 1674%(최종 라운드 타이거 우즈 2번홀 플레이)까지 치솟았다. 골프팬들의 관심에 힘입어 최종 라운드 1부 중계는 1026  %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대회 평균 시청률은 0.486  %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 대회 평균 시청률 0.171%의 세 배 가까운 시청률이다. 골프팬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SBS골프도 42시간 최장시간 중계를 했다. 

한편 미국 뉴욕의 명소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타이거 우즈의 마스터스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건물을 녹색으로 장식해 화제를 모았다. 빌딩 측은 우즈가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다음 날 빌딩 상단을 녹색으로 물들였다. 동시에 붉은색 등으로 ‘NO.5’라는 글씨를 새겼다. 우즈의 5번째 마스터스 우승을 뜻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축하의 말을 전했다. 골프광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우즈를 축하한다. 진정으로 위대한 챔피언”이라면서 “얼마나 환상적인 인생 복귀인가”라고 박수를 보냈다.

전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우즈, 우승 축하한다. 가장 높은 곳과 바닥을 경험한 후 마스터스에서 다시 우승했다는 건 그의 탁월함과 인내, 그리고 결단의 증거”라고 말했다.

일으켜 세운 힘은 ‘가족’
그리고 체육관서 흘린 땀


메이저대회 통산 최다승 기록 보유자인 잭 니클라우스(18승·  미국)도 우즈를 축하했다. 니클라우스는 “정말 잘했다. 우즈와 함께 골프를 할 수 있어 나는 정말 행복하다. 이건 정말 환상적”이라고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함께 경기한 동료들도 빠지지 않았다. 최고령 메이저 우승에 도전했던 필 미켈슨(49·미국)은 “골프 인생에서 정말 대단한 순간이다. 우즈의 믿을 수 없는 성과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또 다른 그린재킷을 입었다. 골프 역사에 특별한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축하했다. 세계랭킹 5위 저스틴 토마스(미국)도 “위대한 승리다. 타이거가 있어 우리는 행복하다”고 말했다.

다른 스포츠 종목의 선수들도 찬사를 보냈다. 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픈 커리는 “스포츠에서 가장 위대한 컴백 스토리”라고 축하했고, ‘테니스 스타’ 세레나 윌리엄스는 “경기를 지켜보다 눈물을 흘렸다”며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위대함이다. 백만번 축하한다”고 감격해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6)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마스터스 우승을 두고 “지금까지 본 최고의 재기”라며 박수를 보냈다.

우즈를 일으켜 세운 힘은 ‘가족’과‘체육관서 흘린 땀’이다. 황제의 위대한 부활은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영국의 골프매체 골프매직에 따르면 우즈의 하루는 오전 4시30분부터 시작된다. 먼저 4마일(약 6.4km)을 달린 우즈는 체육관으로 이동한다. 곧바로 웨이트트레이닝에 돌입하면 허리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에 40여분간 온몸의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한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중량감 대신 횟수를 늘렸다. 최대치를 들기보다 적정 무게를 가급적 많은 횟수(최대 50회)로 나눠 들기를 반복했다. 그래야 부상을 막으면서 신체의 근육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식이요법도 병행했다. 수분은 근육 신경전달물질이 많은 이온음료(게토레이)로 보충했고, 근육 재생에 필수적인 고단백의 식단을 고수했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마친 뒤에는 연습장에서 3시간씩 샷 훈련을 했다. 필드 훈련의 마지막은 쇼트게임이며 1~2시간이 소요됐다. 이후 우즈는 한 번 더 4마일을 달린 뒤에 하루 훈련을 마무리했다.


우즈를 일으켜세운 또 다른 힘은 가족이었다. 우즈는 2007, 2009년에 낳은 딸 샘과 아들 찰리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수술한 뒤 자녀들과 낚시를 하거나 스포츠 경기 관람을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우즈는 여유를 되찾았다.

운동 늘리고
식이요법 병행

또한 현재 우즈의 연인인 허먼 역시 우즈의 부활을 이끈 인물로 꼽힌다. 우즈보다 9살 어린 허먼 역시 한때 돈을 목적으로 남자를 만나는, 이른바 ‘골드 디거(gold digger)’라고 조롱받았다. 하지만 우즈가 자신의 차 안에서 약물에 취해 잠든 혐의로 법원에 출두하는 등 어려운 시기를 보낼 때도 그를 옆에서 충실히 보좌하며 ‘그림자 내조’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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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