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욕하고 욕먹는 한선교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5.14 16:36:38
  • 호수 1218호
  • 댓글 0개

쌍욕에 손찌검…조폭 같은 의원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자유한국당 한선교 사무총장(제20대 국회의원)이 또다시 막말로 구설에 올랐다. 이번에는 당직자들에게 인격 말살에 가까운 욕설을 퍼부었다. 한 의원은 사과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그동안 여러 부적절한 언행으로 국민의 공분을 샀기 때문이다. 당직자들조차 한 의원의 언행에 대해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고 말하고 있다.  

▲ 최근 구설수에 휘말린 한선교 자유한국당 사무총장

사건은 지난 7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사무처 노동조합이 한국당 사무총장인 한선교 의원에게 공개 사과와 거취 표명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사무처 노조는 “오늘(7일) 오전 10시 국회 본관 사무총장실 회의서 한선교 총장이 당직자들에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을 하고, 참석자들을 쫓아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조는 ▲한 사무총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 ▲한 사무총장 당 윤리위 회부 ▲한 사무총장 스스로의 거취 표명을 요구했다.  

경찰관도 
내부자도 

그러면서 “이런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정상적인 당무 수행이 어려워질 것을 경고하며, 앞으로도 사무처 노조는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사무총장실 회의에는 추경호 전략부총장, 원영섭 조직부총장, 사무처 당직자 7명이 참석했다. 

한 의원은 이날 회의서 당 대표 소속 당직자 A 팀장에게 “야 이 시X새X야” “X 같은 XX야” “꺼져” 등의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욕설을 들은 사무처 당직자는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 당직자는 외부와 연락을 끊은 상태다.  

한 의원이 당직자인 A 팀장에게 인격 말살에 가까운 욕설을 쏟아낸 이유는 무엇일까. 한 의원은 이날 회의서 황교안 대표의 ‘민생투쟁 대장정’ 세부 일정이 자신에게 보고되지 않은 채 추진된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생투쟁 대장정 일정으로 부산 자갈치시장을 찾은 황 대표의 일정에 차질이 생기자, 이 때문에 화가 난 한 사무총장은 욕설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이날 황 대표는 대장정 첫 일정으로 부산 자갈치시장을 찾았으나 당일 자갈치시장은 휴무일이었다.  

한편에서는 대표실 등 일부 당직자들과 한 사무총장 간의 갈등이 쌓여 이번 일이 터진 것이라 보고 있다.

한국당 당직자들에 따르면, 당 운영의 주요 전략이 세워지면 대표실·기획조정국·총무국 등이 실무적으로 협조해 황 대표의 일정 등을 짠다. 그런데 당 대표실서 급하게 20일간의 장외집회를 추진하다 보니 사무총장의 의견을 반영할 수 없었고, 황 대표의 허락을 먼저 받은 뒤 한 사무총장에게 사후보고를 하려다 사달이 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 사무총장이 황 대표의 일정을 제때 공유받지 못하는 일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내 살림의 책임자인 한 사무총장이 이 같은 이유로 일부 당직자에게 불만을 갖고 있었고, 이날 표면화됐다는 것이다. 일부 당직자 입장서도 자신들을 향한 한 사무총장의 평소 태도를 모르지 않기에 이번 일을 즉각 공론화시키는 등 불쾌감을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파악된다. 

또다시 막말로 구설
당직자에 폭언·욕설 

일각에선 당 사무처의 고위당직자가 한 사무총장의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비례대표를 맡아놓은 고위당직자가 후배를 시켜 성명서를 쓰게 했다는 등 ‘음모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사무총장은 논란이 불거지자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사과했다.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회의를 주도해야 하는 사무총장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이었음을 인정한다”며 사과했다. 이어 “회의에 참석한 분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며, 이후 회의 진행에 좀 더 진지하게 임하겠다”면서 “사무처 당직자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당 안팎에서는 한 사무총장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한 사무총장은 외부 일정을 모두 중단한 상태다. 한국당은 매일 오후에 공지하는 당직자 일정서도 한 사무총장을 모든 일정서 제외했다. 황 대표는 한 사무총장의 욕설 논란에 대해 “피해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 정확한 내용을 파악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한 사무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논평을 냈다. 민주당 이경 상근부대변인은 “가족과 같은 당직자들에게도 거부당한 한선교 사무총장은 사퇴하는 게 옳다. 한국당의 무리수가 결국 당을 위해 헌신한 당직자들의 ‘인격 말살’ 결과를 낳은 셈”이라며 “가족과 다름없는 당직자들을 쓰고 버리는 도구쯤으로 여긴 듯하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도 한 사무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바미당 노영관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당의 살림을 화합으로 이끌어가며 당직자들을 포용하고, 당을 통솔해야 할 사무총장이 막말과 욕설로 당내 분란을 일으키며 무능 부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말은 곧 그 사람의 인격이다. 인격을 갖추지 못한 자가 당을 통솔하려니 내분은 계속되고, 분열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 자존심을 훼손한 한 사무총장은 자중하고 속죄함으로 스스로 물러나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 사무총장의 욕설 파문에 당직자들과 한국당 보좌진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 일색이다. 한 사무총장이 과거에도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고 부적절한 언행으로 수차례 구설에 올랐던 점을 지적한다. 

멱살잡이 
인격 말살

한 사무총장은 2016년 10월1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민주당 유은혜 의원(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한 발언으로 ‘성희롱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그는 이날 오전 유 의원을 향해 “왜 웃어요? 내가 그렇게 좋아?”라고 말했다. 이에 유 의원은 사과하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한 사무총장은 “선배로서 좋아하냐고 물은 것”이라며 “동료 의원이 저를 보고 비웃 듯 웃는데 기분 좋을 사람이 있겠냐”고 맞받았다. 

이 발언이 성희롱이라는 질타가 이어지자, 한 사무총장은 “저로 인해 교문위 회의서 또 다른 문제를 만드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개인적으로 유 의원이 학교 후배라 긴장감을 놓친 것 같다”고 변명했다. 그는 “아까 발언은 남녀 문제가 아니라 고개를 돌리며 (무심코)했던 얘기”라며 “제 말은 그런(성희롱) 쪽이 아니었다. 유 의원이 받아들이기에 불쾌하면 정중히 사과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최근 한 사무총장이 한국당 배현진 송파을 당협위원장을 ‘예쁜 아나운서’라고 지칭한 것을 두고도 성희롱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달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서 열린 ‘문재인정부 규탄 집회’서 배 위원장이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자, 한 사무총장은 “우리 배현진이 이러지 않았다. 늘 예쁜 아나운서였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측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배 위원장은 “오지랖은 사절한다. 기분 안 나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사무총장은 이날 ‘마귀들과 싸울지라’로 알려진 찬송가를 개사한 문재인 대통령 비판 노래를 불러 또 한 번 구설에 올랐다. 

또 한 사무총장은 잦은 멱살잡이와 폭력적인 행동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는데 2016년 9월 국회의장 경호 경찰관의 멱살을 잡아 논란이 됐다. 당시 정세균 국회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에 반발하며 국회의장실을 점거하는가 하면, 이 과정서 출입을 막아서는 경찰관의 멱살을 잡았다. 이에 경찰관 353명은 한 사무총장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하는 등 강력 대응했다. 


정치권 사퇴 
요구 쏟아져

한 사무총장은 당시 피해 경찰관을 찾아 고개 숙여 사과했으나,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아야 했다. 당시 그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경호원의 멱살을 잡은 것은 어떤 이유서든 매우 잘못된 행동이었음을 말씀드린다”고 사과했다. 

지난 2009년 3월에는 미디어법 처리 과정서 민주당 이종걸 의원의 멱살을 잡아 논란이 일었다. 2007년에는 박근혜 캠프 대변인을 맡으며 기자들의 멱살을 잡은 일화도 있다. 또 당시 경쟁자였던 이명박 후보와 함께 해외출장을 다녀온 기자를 향해 모욕적인 발언을 해 출입기자들이 캠프에 항의하기도 했다.  

한 사무총장은 대한민국의 아나운서 출신 정치인으로 대표적인 원조 친박(친 박근혜)계로 꼽힌다. 1984년 MBC에 입사해 아나운서로 근무하며 1992년에는 MBC 50일 파업에 동참하기도 했다. 1995년 5월 MBC를 퇴사하고 프리랜서로 전향한 후 2004년 1월까지 SBS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아침>의 진행을 맡았다.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서 한나라당 후보로 경기도 용인시 을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고, 이후 한나라당 대변인을 역임했다. 2007년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선출 전당대회서 친박계인 그는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한 사무총장은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서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친 이명박)계 수뇌부에 의한 친박계 국회의원들의 한나라당 공천 숙청에 반발하며 한나라당을 탈당한 이력도 있다.


같은 해 친박 무소속을 표방하면서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선거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한나라당 윤건영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후 한나라당에 복당했다.

2011년 6월에는 한 사무총장이 민주당을 도청했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KBS 국회출입 기자가 2011년 6월 비공개로 이루어진 민주당의 ‘수신료 대책’ 관련 최고위 회의를 도청했고, 이 녹취록을 한 사무총장에게 건네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당시 한 사무총장은  ‘KBS 수신료 인상 관련 민주당 비공개 회의록’을 폭로했다. 

“당 윤리위 회부하고 거취 표명해야”
과거 성추행 발언·폭력 행보 재조명

당시 민주당은 해당 사건을 고발했지만, 사건은 결국 유야무야 끝났다.

당시 경찰은 수사 착수 열흘 뒤에야 KBS 기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했으며, 국회 회기 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 사무총장을 소환조사를 하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KBS 기자의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분실, 노트북·녹음기 등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고, 한 사무총장과 KBS 기자는 증거 불충분에 따른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고, 수사는 의혹만 남긴 채 종료됐다. 

그 후 한 사무총장은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서 새누리당 후보로 경기도 용인시 병 선거구에 출마해 3선에 성공했다. 같은 해부터 2014년까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2013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서 개칭) 위원장을 맡았다. 

2016년 4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자신의 지역구인 용인시 병 후보로 공천됐고, 선거 결과 5만4836표(42.2%)를 얻어 용인시의회 의장이었던 민주당 이우현 후보를 꺾고 4선 고지를 밟았다. 

황 대표는 지난 2월28일 신임 대표로 당선된 이후 ‘통합’을 내세우며, 한 사무총장을 사무총장직에 임명했다. 전당대회 과정서 불거진 극우 논쟁과 탄핵 정당성 논란을 당 대표가 나서 적극 수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황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서 친박계, 중립 성향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때문에 황 대표 당선 이후, 친박계와 중립 성향 의원들이 주류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사과했지만…
파문은 계속 

원조 친박인 한 의원이 당의 핵심 요직인 사무총장에 전격 내정된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사무총장은 당직자 인사와 재정권을 갖는 것은 물론 내년 총선 공천 과정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한 사무총장은 당직을 맡은 이후 즐기던 술까지 끊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또다시 막말 논란으로 구설에 올라 스스로의 발목을 잡게 됐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