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욕하고 욕먹는 한선교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5.14 16:36:38
  • 호수 12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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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욕에 손찌검…조폭 같은 의원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자유한국당 한선교 사무총장(제20대 국회의원)이 또다시 막말로 구설에 올랐다. 이번에는 당직자들에게 인격 말살에 가까운 욕설을 퍼부었다. 한 의원은 사과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그동안 여러 부적절한 언행으로 국민의 공분을 샀기 때문이다. 당직자들조차 한 의원의 언행에 대해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고 말하고 있다.  

▲ 최근 구설수에 휘말린 한선교 자유한국당 사무총장

사건은 지난 7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사무처 노동조합이 한국당 사무총장인 한선교 의원에게 공개 사과와 거취 표명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사무처 노조는 “오늘(7일) 오전 10시 국회 본관 사무총장실 회의서 한선교 총장이 당직자들에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을 하고, 참석자들을 쫓아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조는 ▲한 사무총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 ▲한 사무총장 당 윤리위 회부 ▲한 사무총장 스스로의 거취 표명을 요구했다.  

경찰관도 
내부자도 

그러면서 “이런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정상적인 당무 수행이 어려워질 것을 경고하며, 앞으로도 사무처 노조는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사무총장실 회의에는 추경호 전략부총장, 원영섭 조직부총장, 사무처 당직자 7명이 참석했다. 

한 의원은 이날 회의서 당 대표 소속 당직자 A 팀장에게 “야 이 시X새X야” “X 같은 XX야” “꺼져” 등의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욕설을 들은 사무처 당직자는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 당직자는 외부와 연락을 끊은 상태다.  

한 의원이 당직자인 A 팀장에게 인격 말살에 가까운 욕설을 쏟아낸 이유는 무엇일까. 한 의원은 이날 회의서 황교안 대표의 ‘민생투쟁 대장정’ 세부 일정이 자신에게 보고되지 않은 채 추진된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생투쟁 대장정 일정으로 부산 자갈치시장을 찾은 황 대표의 일정에 차질이 생기자, 이 때문에 화가 난 한 사무총장은 욕설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이날 황 대표는 대장정 첫 일정으로 부산 자갈치시장을 찾았으나 당일 자갈치시장은 휴무일이었다.  

한편에서는 대표실 등 일부 당직자들과 한 사무총장 간의 갈등이 쌓여 이번 일이 터진 것이라 보고 있다.

한국당 당직자들에 따르면, 당 운영의 주요 전략이 세워지면 대표실·기획조정국·총무국 등이 실무적으로 협조해 황 대표의 일정 등을 짠다. 그런데 당 대표실서 급하게 20일간의 장외집회를 추진하다 보니 사무총장의 의견을 반영할 수 없었고, 황 대표의 허락을 먼저 받은 뒤 한 사무총장에게 사후보고를 하려다 사달이 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 사무총장이 황 대표의 일정을 제때 공유받지 못하는 일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내 살림의 책임자인 한 사무총장이 이 같은 이유로 일부 당직자에게 불만을 갖고 있었고, 이날 표면화됐다는 것이다. 일부 당직자 입장서도 자신들을 향한 한 사무총장의 평소 태도를 모르지 않기에 이번 일을 즉각 공론화시키는 등 불쾌감을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파악된다. 

또다시 막말로 구설
당직자에 폭언·욕설 

일각에선 당 사무처의 고위당직자가 한 사무총장의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비례대표를 맡아놓은 고위당직자가 후배를 시켜 성명서를 쓰게 했다는 등 ‘음모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사무총장은 논란이 불거지자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사과했다.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회의를 주도해야 하는 사무총장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이었음을 인정한다”며 사과했다. 이어 “회의에 참석한 분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며, 이후 회의 진행에 좀 더 진지하게 임하겠다”면서 “사무처 당직자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당 안팎에서는 한 사무총장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한 사무총장은 외부 일정을 모두 중단한 상태다. 한국당은 매일 오후에 공지하는 당직자 일정서도 한 사무총장을 모든 일정서 제외했다. 황 대표는 한 사무총장의 욕설 논란에 대해 “피해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 정확한 내용을 파악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한 사무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논평을 냈다. 민주당 이경 상근부대변인은 “가족과 같은 당직자들에게도 거부당한 한선교 사무총장은 사퇴하는 게 옳다. 한국당의 무리수가 결국 당을 위해 헌신한 당직자들의 ‘인격 말살’ 결과를 낳은 셈”이라며 “가족과 다름없는 당직자들을 쓰고 버리는 도구쯤으로 여긴 듯하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도 한 사무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바미당 노영관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당의 살림을 화합으로 이끌어가며 당직자들을 포용하고, 당을 통솔해야 할 사무총장이 막말과 욕설로 당내 분란을 일으키며 무능 부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말은 곧 그 사람의 인격이다. 인격을 갖추지 못한 자가 당을 통솔하려니 내분은 계속되고, 분열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 자존심을 훼손한 한 사무총장은 자중하고 속죄함으로 스스로 물러나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 사무총장의 욕설 파문에 당직자들과 한국당 보좌진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 일색이다. 한 사무총장이 과거에도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고 부적절한 언행으로 수차례 구설에 올랐던 점을 지적한다. 

멱살잡이 
인격 말살

한 사무총장은 2016년 10월1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민주당 유은혜 의원(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한 발언으로 ‘성희롱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그는 이날 오전 유 의원을 향해 “왜 웃어요? 내가 그렇게 좋아?”라고 말했다. 이에 유 의원은 사과하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한 사무총장은 “선배로서 좋아하냐고 물은 것”이라며 “동료 의원이 저를 보고 비웃 듯 웃는데 기분 좋을 사람이 있겠냐”고 맞받았다. 

이 발언이 성희롱이라는 질타가 이어지자, 한 사무총장은 “저로 인해 교문위 회의서 또 다른 문제를 만드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개인적으로 유 의원이 학교 후배라 긴장감을 놓친 것 같다”고 변명했다. 그는 “아까 발언은 남녀 문제가 아니라 고개를 돌리며 (무심코)했던 얘기”라며 “제 말은 그런(성희롱) 쪽이 아니었다. 유 의원이 받아들이기에 불쾌하면 정중히 사과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최근 한 사무총장이 한국당 배현진 송파을 당협위원장을 ‘예쁜 아나운서’라고 지칭한 것을 두고도 성희롱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달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서 열린 ‘문재인정부 규탄 집회’서 배 위원장이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자, 한 사무총장은 “우리 배현진이 이러지 않았다. 늘 예쁜 아나운서였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측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배 위원장은 “오지랖은 사절한다. 기분 안 나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사무총장은 이날 ‘마귀들과 싸울지라’로 알려진 찬송가를 개사한 문재인 대통령 비판 노래를 불러 또 한 번 구설에 올랐다. 

또 한 사무총장은 잦은 멱살잡이와 폭력적인 행동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는데 2016년 9월 국회의장 경호 경찰관의 멱살을 잡아 논란이 됐다. 당시 정세균 국회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에 반발하며 국회의장실을 점거하는가 하면, 이 과정서 출입을 막아서는 경찰관의 멱살을 잡았다. 이에 경찰관 353명은 한 사무총장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하는 등 강력 대응했다. 

정치권 사퇴 
요구 쏟아져

한 사무총장은 당시 피해 경찰관을 찾아 고개 숙여 사과했으나,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아야 했다. 당시 그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경호원의 멱살을 잡은 것은 어떤 이유서든 매우 잘못된 행동이었음을 말씀드린다”고 사과했다. 

지난 2009년 3월에는 미디어법 처리 과정서 민주당 이종걸 의원의 멱살을 잡아 논란이 일었다. 2007년에는 박근혜 캠프 대변인을 맡으며 기자들의 멱살을 잡은 일화도 있다. 또 당시 경쟁자였던 이명박 후보와 함께 해외출장을 다녀온 기자를 향해 모욕적인 발언을 해 출입기자들이 캠프에 항의하기도 했다.  

한 사무총장은 대한민국의 아나운서 출신 정치인으로 대표적인 원조 친박(친 박근혜)계로 꼽힌다. 1984년 MBC에 입사해 아나운서로 근무하며 1992년에는 MBC 50일 파업에 동참하기도 했다. 1995년 5월 MBC를 퇴사하고 프리랜서로 전향한 후 2004년 1월까지 SBS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아침>의 진행을 맡았다.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서 한나라당 후보로 경기도 용인시 을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고, 이후 한나라당 대변인을 역임했다. 2007년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선출 전당대회서 친박계인 그는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한 사무총장은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서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친 이명박)계 수뇌부에 의한 친박계 국회의원들의 한나라당 공천 숙청에 반발하며 한나라당을 탈당한 이력도 있다.

같은 해 친박 무소속을 표방하면서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선거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한나라당 윤건영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후 한나라당에 복당했다.

2011년 6월에는 한 사무총장이 민주당을 도청했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KBS 국회출입 기자가 2011년 6월 비공개로 이루어진 민주당의 ‘수신료 대책’ 관련 최고위 회의를 도청했고, 이 녹취록을 한 사무총장에게 건네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당시 한 사무총장은  ‘KBS 수신료 인상 관련 민주당 비공개 회의록’을 폭로했다. 

“당 윤리위 회부하고 거취 표명해야”
과거 성추행 발언·폭력 행보 재조명

당시 민주당은 해당 사건을 고발했지만, 사건은 결국 유야무야 끝났다.

당시 경찰은 수사 착수 열흘 뒤에야 KBS 기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했으며, 국회 회기 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 사무총장을 소환조사를 하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KBS 기자의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분실, 노트북·녹음기 등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고, 한 사무총장과 KBS 기자는 증거 불충분에 따른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고, 수사는 의혹만 남긴 채 종료됐다. 

그 후 한 사무총장은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서 새누리당 후보로 경기도 용인시 병 선거구에 출마해 3선에 성공했다. 같은 해부터 2014년까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2013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서 개칭) 위원장을 맡았다. 

2016년 4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자신의 지역구인 용인시 병 후보로 공천됐고, 선거 결과 5만4836표(42.2%)를 얻어 용인시의회 의장이었던 민주당 이우현 후보를 꺾고 4선 고지를 밟았다. 

황 대표는 지난 2월28일 신임 대표로 당선된 이후 ‘통합’을 내세우며, 한 사무총장을 사무총장직에 임명했다. 전당대회 과정서 불거진 극우 논쟁과 탄핵 정당성 논란을 당 대표가 나서 적극 수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황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서 친박계, 중립 성향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때문에 황 대표 당선 이후, 친박계와 중립 성향 의원들이 주류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사과했지만…
파문은 계속 

원조 친박인 한 의원이 당의 핵심 요직인 사무총장에 전격 내정된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사무총장은 당직자 인사와 재정권을 갖는 것은 물론 내년 총선 공천 과정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한 사무총장은 당직을 맡은 이후 즐기던 술까지 끊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또다시 막말 논란으로 구설에 올라 스스로의 발목을 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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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등장하자 보수의 심장인 대구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광폭 행보에 나선 김 전 총리를 바라보는 대구 시민들도 양가감정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1995년 민선 시장 선출 이래 대구에서 단 한 번도 시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구 민심이 심상치 않은 만큼 최초의 진보 대구시장이 탄생할지 이목이 쏠린다. 대구는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광역자치단체이다. 지난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대구에서 23.22%(37만9130표)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김문수 후보는 67.62%(110만3913표)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구는 윤석열정부 퇴진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조차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약세를 보이는 지역이었다. 적절한 타이밍 그런 대구에서 최근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지리멸렬하는 사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당이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우위를 선점했다. 지난달 30일 김부겸 후보는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 그것이 저의 마지막 소명”이라며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김 후보는 대구에 당선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2012년과 2014년 각각 제19대 총선·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대구광역시장)에서 낙선했으나 2016년 제20대 총선을 통해 대구광역시 수성구 갑에서 당선됐다. 이후 제21대 총선에서 또다시 낙선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김 후보는 캠프 해단식에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면목이 없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 새로운 날들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던 바 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김 후보가 다시 대구 전면에 등장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굳이 이런저런 수치를 열거하지 않겠다. 대구의 정치, 한 당이 독식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정치인이 일을 안 한다. 일 안 해도 서울에서 공천만 받으면 또 된다. 대구 시민을 표 찍어주는 기계로 취급한다”며 “요즈음 시장 공천 과정을 보면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냐는 생각이 든다.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제대로 된 보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 김부겸이다. 나를 잘 써달라. 김부겸과 함께 대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날 김 후보는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도 공개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김부겸으로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겠다”며 “경기도 군포 초선 시절부터 해왔던 대로 제 전화번호를 공개하겠다. 대구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버려야 진짜 건강한 보수가 살아난다”며 “이번 선거는 대구가 다시 숨 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 발전이 제 마지막 소명이다.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보수 심장’ ‘민주당’ 없는 민주당 동진 전략 지난 3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중앙당의 만장일치로 김 후보를 대구광역시장 후보자에 선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김 후보는 광폭 행보를 보였는데, 특히 김 후보는 ‘민주당’이라는 여당 프리미엄을 전면에 세우는 대신 “김부겸을 도구로 써달라”는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김 후보는 대구·경북(TK)의 상징인 박근혜·박정희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있고 대구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꼈다면 과오 논쟁을 넘어 대구의 미래를 향한 논쟁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포용의 정치를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KBS에서 김 후보의 박 전 대통령 예방에 대해 “대구 현실에 대한 판단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회동의 전제 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의 실질적인 명예회복 방안’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당 차원의 명예회복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조명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출마 선언문을 보면 김 후보는 민주당을 강조하는 대신 대구의 발전 방향만 이야기했다”며 “김 후보가 민주당 출신인 것을 모르는 대구 시민은 없다. 그럼에도 ‘내란’ ‘계엄’ 등 예민한 단어를 빼버림으로써 시민들은 김부겸이란 인물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김 후보는 국민의힘을 비판한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대구시장을 해 왔는데 대구가 뭐가 바뀌었냐, 그건 국민의힘이 무능해서’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준다. 절대 왼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현재 보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분위기가 안 좋다. 그때는 TK를 제외하고 몽땅 내줬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처절하게 패배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명확하게 ‘절윤’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워낙 김 후보가 전략을 잘 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빼고 ‘경제’ 넣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참전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닌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며 김 후보를 추켜세웠다. 그는 “부산은 스윙 보터 지역이라 민주당이 가덕신공항도 해주고 해수부도 이전해 주지만, 대구는 막무가내식 투표를 하니까 민주당 정권이 도와주지도 않고 버린 자식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후임 대구시장이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김부겸 전 총리를 언급한 것”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하면서 안정궤도에 돌입했다는 평이 나온다.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대구 시민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차기 대구시장 적합도 49.5%를 기록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15.9%)을 큰 격차로 앞섰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간의 1대1 가상 대결에서도 추 의원과 맞붙을 경우 52.3% 대 36.6%로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김 후보는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컷오프되자 반발 차원에서 대구 시민이 역결집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단순 역결집이 아니라 실제 보수 민심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도 김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8일 대구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김 후보를 ‘제2의 노무현’ ‘제2의 이재명’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노무현이 종로 꽃길을 마다하고 부산 가시밭길에 도전했듯이 김부겸도 군포 꽃길을 마다하고 대구 가시밭길에 내려왔다”며 “김부겸도 이재명도 대구·경북 사람이고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다”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는 당정 차원에서 지역 숙원사업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TK 신공항 건설, 취수원 문제 등 대구 숙원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며 “그 의지는 앞으로 예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팍팍 깎이는 현지 민심 TK 통합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통합이 멈춰 섰다”며 “김 전 총리와 힘을 합쳐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화답하듯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대구에 중요한 약속을 했고, 정 대표도 ‘무엇이든지 다해드림센터장’이 되겠다고 했다. 이 보증수표를 믿고 대구를 메딕시티, AI·로봇 수도,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선도 도시로 만들어 그 약속을 시민의 삶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전략은 ‘민주당’을 빼고 대신 ‘대구 발전’ ‘민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일 김 후보는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취재진들과 만나 1호 공약을 소개하는 등 민생·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1호 공약으로 대구의 지역 경제 발전을 꼽으며 “지역의 주요 기관과 단체, 어른들께 조속히 인사를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대구 곳곳을 마주하며 지역의 어려움과 스스로의 부족함을 동시에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최대 현안인 인구 유출 문제를 언급하며 “젊은이들이 떠나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져서는 안 되는데 이를 막지 못하는 현실에 시민들이 아픔을 느끼고 있다”며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해결과 경제 도약에 집중할 것”이라며 “대구의 절실한 요구를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핵심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안방마저 내줄 상황에 몰렸다. 김 후보가 우후죽순 치고 나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당내 교통 정리에서조차 애를 먹으면서 표가 갈릴 위험에 처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싸움이 일어나는 만큼 여의도에서는 ‘김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장동혁 대표’라는 웃지 못할 농담도 나온다. 국민의힘을 향한 대구의 실망감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지난 9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54%,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0%로 집계됐다. 특히 TK에서 여당 44%·야당 34%로 집계되면서 국민의힘에서도 위기감을 감지한 모양새다. 잘나가는 김 멍 때리는 장 대구 달서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대구 여론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며 “모두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대구시장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의원은 MBC 라디오를 통해 최근 대구 민심에 대해 “그동안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으로 ‘이번에는 갈아보자’고 했지만 대안이 없어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 반이재명 정서가 강했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이 잘한다’, 심지어 ‘얄밉게 잘한다’는 사람도 있다”며 여기에 “김부겸이란 대안도 있어 대구 민심이 그 대안으로 옮겨가기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인데도 당은 ‘무난히 여섯 명(예비 후보) 중 한 명을 뽑으면 된다고 하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으로 ‘김부겸을 통해 이익이라도 챙기자’라고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이진숙을 다독거려서 될 문제가 아니다. 6명 중에서 뽑힌 후보가 김부겸을 이기기 힘들 만큼 대구 민심은 훨씬 더 나쁘다”며 “상황이 이렇기에 보수 기득권에 안주하는, 보수 결집으로 이기겠다라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무소속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으며, 가처분이 기각된 주호영 의원은 “항고심을 지켜본 뒤 거취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장애물은 장동혁 대표 체제 그 자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앞서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법원에 컷오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법원은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이후 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를 향해 “민심을 붙잡을 대책도, 보수를 다시 세울 노선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변화를 약속하는 모습도 없다”며 “대신 곳곳에서 공천 작당만 벌였다는 비판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구 현장에서도 장 대표가 싫어 국민의힘을 못 찍겠다는 말이 적지 않다. 장 대표가 먼저 결단해야 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든 선거대책위원회든 새로운 책임 체제를 즉각 구성하라”라고 장 대표의 후퇴를 촉구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변수는 시민들의 막판 결집력이다. “당장 내일 선거가 치러지면 김부겸을 찍겠다”는 이들조차 투표소에 들어가면 “그래도 보수를 찍어야지”라는 마음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삼진 아웃?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습관성 투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관계자는 “‘보수가 큰일 났다’ ‘대구가 위험하다’라는 위기의식이 있어야 이들이 똘똘 뭉쳐 결집하고 표가 된다”며 “지금은 장 대표가 위기 그 자체다. 그래서 ‘이번에는 김부겸 한번 믿어보자’는 기대감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보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보수 지역 민심도 그에 맞춰가는 것”이라며 “김 후보가 크게 실수하지 않는 이상 ‘이대로라면 대구가 민주당에 뺏긴다’라는 위기감보다 ‘그래도 보수를 먼저 살려야지’라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