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욕하고 욕먹는 한선교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5.14 16:36:38
  • 호수 12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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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욕에 손찌검…조폭 같은 의원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자유한국당 한선교 사무총장(제20대 국회의원)이 또다시 막말로 구설에 올랐다. 이번에는 당직자들에게 인격 말살에 가까운 욕설을 퍼부었다. 한 의원은 사과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그동안 여러 부적절한 언행으로 국민의 공분을 샀기 때문이다. 당직자들조차 한 의원의 언행에 대해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고 말하고 있다.  

▲ 최근 구설수에 휘말린 한선교 자유한국당 사무총장

사건은 지난 7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사무처 노동조합이 한국당 사무총장인 한선교 의원에게 공개 사과와 거취 표명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사무처 노조는 “오늘(7일) 오전 10시 국회 본관 사무총장실 회의서 한선교 총장이 당직자들에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을 하고, 참석자들을 쫓아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조는 ▲한 사무총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 ▲한 사무총장 당 윤리위 회부 ▲한 사무총장 스스로의 거취 표명을 요구했다.  

경찰관도 
내부자도 

그러면서 “이런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정상적인 당무 수행이 어려워질 것을 경고하며, 앞으로도 사무처 노조는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사무총장실 회의에는 추경호 전략부총장, 원영섭 조직부총장, 사무처 당직자 7명이 참석했다. 

한 의원은 이날 회의서 당 대표 소속 당직자 A 팀장에게 “야 이 시X새X야” “X 같은 XX야” “꺼져” 등의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욕설을 들은 사무처 당직자는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 당직자는 외부와 연락을 끊은 상태다.  

한 의원이 당직자인 A 팀장에게 인격 말살에 가까운 욕설을 쏟아낸 이유는 무엇일까. 한 의원은 이날 회의서 황교안 대표의 ‘민생투쟁 대장정’ 세부 일정이 자신에게 보고되지 않은 채 추진된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생투쟁 대장정 일정으로 부산 자갈치시장을 찾은 황 대표의 일정에 차질이 생기자, 이 때문에 화가 난 한 사무총장은 욕설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이날 황 대표는 대장정 첫 일정으로 부산 자갈치시장을 찾았으나 당일 자갈치시장은 휴무일이었다.  

한편에서는 대표실 등 일부 당직자들과 한 사무총장 간의 갈등이 쌓여 이번 일이 터진 것이라 보고 있다.

한국당 당직자들에 따르면, 당 운영의 주요 전략이 세워지면 대표실·기획조정국·총무국 등이 실무적으로 협조해 황 대표의 일정 등을 짠다. 그런데 당 대표실서 급하게 20일간의 장외집회를 추진하다 보니 사무총장의 의견을 반영할 수 없었고, 황 대표의 허락을 먼저 받은 뒤 한 사무총장에게 사후보고를 하려다 사달이 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 사무총장이 황 대표의 일정을 제때 공유받지 못하는 일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내 살림의 책임자인 한 사무총장이 이 같은 이유로 일부 당직자에게 불만을 갖고 있었고, 이날 표면화됐다는 것이다. 일부 당직자 입장서도 자신들을 향한 한 사무총장의 평소 태도를 모르지 않기에 이번 일을 즉각 공론화시키는 등 불쾌감을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파악된다. 

또다시 막말로 구설
당직자에 폭언·욕설 

일각에선 당 사무처의 고위당직자가 한 사무총장의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비례대표를 맡아놓은 고위당직자가 후배를 시켜 성명서를 쓰게 했다는 등 ‘음모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사무총장은 논란이 불거지자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사과했다.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회의를 주도해야 하는 사무총장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이었음을 인정한다”며 사과했다. 이어 “회의에 참석한 분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며, 이후 회의 진행에 좀 더 진지하게 임하겠다”면서 “사무처 당직자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당 안팎에서는 한 사무총장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한 사무총장은 외부 일정을 모두 중단한 상태다. 한국당은 매일 오후에 공지하는 당직자 일정서도 한 사무총장을 모든 일정서 제외했다. 황 대표는 한 사무총장의 욕설 논란에 대해 “피해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 정확한 내용을 파악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한 사무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논평을 냈다. 민주당 이경 상근부대변인은 “가족과 같은 당직자들에게도 거부당한 한선교 사무총장은 사퇴하는 게 옳다. 한국당의 무리수가 결국 당을 위해 헌신한 당직자들의 ‘인격 말살’ 결과를 낳은 셈”이라며 “가족과 다름없는 당직자들을 쓰고 버리는 도구쯤으로 여긴 듯하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도 한 사무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바미당 노영관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당의 살림을 화합으로 이끌어가며 당직자들을 포용하고, 당을 통솔해야 할 사무총장이 막말과 욕설로 당내 분란을 일으키며 무능 부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말은 곧 그 사람의 인격이다. 인격을 갖추지 못한 자가 당을 통솔하려니 내분은 계속되고, 분열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 자존심을 훼손한 한 사무총장은 자중하고 속죄함으로 스스로 물러나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 사무총장의 욕설 파문에 당직자들과 한국당 보좌진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 일색이다. 한 사무총장이 과거에도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고 부적절한 언행으로 수차례 구설에 올랐던 점을 지적한다. 

멱살잡이 
인격 말살

한 사무총장은 2016년 10월1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민주당 유은혜 의원(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한 발언으로 ‘성희롱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그는 이날 오전 유 의원을 향해 “왜 웃어요? 내가 그렇게 좋아?”라고 말했다. 이에 유 의원은 사과하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한 사무총장은 “선배로서 좋아하냐고 물은 것”이라며 “동료 의원이 저를 보고 비웃 듯 웃는데 기분 좋을 사람이 있겠냐”고 맞받았다. 

이 발언이 성희롱이라는 질타가 이어지자, 한 사무총장은 “저로 인해 교문위 회의서 또 다른 문제를 만드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개인적으로 유 의원이 학교 후배라 긴장감을 놓친 것 같다”고 변명했다. 그는 “아까 발언은 남녀 문제가 아니라 고개를 돌리며 (무심코)했던 얘기”라며 “제 말은 그런(성희롱) 쪽이 아니었다. 유 의원이 받아들이기에 불쾌하면 정중히 사과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최근 한 사무총장이 한국당 배현진 송파을 당협위원장을 ‘예쁜 아나운서’라고 지칭한 것을 두고도 성희롱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달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서 열린 ‘문재인정부 규탄 집회’서 배 위원장이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자, 한 사무총장은 “우리 배현진이 이러지 않았다. 늘 예쁜 아나운서였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측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배 위원장은 “오지랖은 사절한다. 기분 안 나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사무총장은 이날 ‘마귀들과 싸울지라’로 알려진 찬송가를 개사한 문재인 대통령 비판 노래를 불러 또 한 번 구설에 올랐다. 

또 한 사무총장은 잦은 멱살잡이와 폭력적인 행동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는데 2016년 9월 국회의장 경호 경찰관의 멱살을 잡아 논란이 됐다. 당시 정세균 국회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에 반발하며 국회의장실을 점거하는가 하면, 이 과정서 출입을 막아서는 경찰관의 멱살을 잡았다. 이에 경찰관 353명은 한 사무총장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하는 등 강력 대응했다. 

정치권 사퇴 
요구 쏟아져

한 사무총장은 당시 피해 경찰관을 찾아 고개 숙여 사과했으나,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아야 했다. 당시 그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경호원의 멱살을 잡은 것은 어떤 이유서든 매우 잘못된 행동이었음을 말씀드린다”고 사과했다. 

지난 2009년 3월에는 미디어법 처리 과정서 민주당 이종걸 의원의 멱살을 잡아 논란이 일었다. 2007년에는 박근혜 캠프 대변인을 맡으며 기자들의 멱살을 잡은 일화도 있다. 또 당시 경쟁자였던 이명박 후보와 함께 해외출장을 다녀온 기자를 향해 모욕적인 발언을 해 출입기자들이 캠프에 항의하기도 했다.  

한 사무총장은 대한민국의 아나운서 출신 정치인으로 대표적인 원조 친박(친 박근혜)계로 꼽힌다. 1984년 MBC에 입사해 아나운서로 근무하며 1992년에는 MBC 50일 파업에 동참하기도 했다. 1995년 5월 MBC를 퇴사하고 프리랜서로 전향한 후 2004년 1월까지 SBS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아침>의 진행을 맡았다.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서 한나라당 후보로 경기도 용인시 을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고, 이후 한나라당 대변인을 역임했다. 2007년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선출 전당대회서 친박계인 그는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한 사무총장은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서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친 이명박)계 수뇌부에 의한 친박계 국회의원들의 한나라당 공천 숙청에 반발하며 한나라당을 탈당한 이력도 있다.

같은 해 친박 무소속을 표방하면서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선거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한나라당 윤건영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후 한나라당에 복당했다.

2011년 6월에는 한 사무총장이 민주당을 도청했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KBS 국회출입 기자가 2011년 6월 비공개로 이루어진 민주당의 ‘수신료 대책’ 관련 최고위 회의를 도청했고, 이 녹취록을 한 사무총장에게 건네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당시 한 사무총장은  ‘KBS 수신료 인상 관련 민주당 비공개 회의록’을 폭로했다. 

“당 윤리위 회부하고 거취 표명해야”
과거 성추행 발언·폭력 행보 재조명

당시 민주당은 해당 사건을 고발했지만, 사건은 결국 유야무야 끝났다.

당시 경찰은 수사 착수 열흘 뒤에야 KBS 기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했으며, 국회 회기 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 사무총장을 소환조사를 하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KBS 기자의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분실, 노트북·녹음기 등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고, 한 사무총장과 KBS 기자는 증거 불충분에 따른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고, 수사는 의혹만 남긴 채 종료됐다. 

그 후 한 사무총장은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서 새누리당 후보로 경기도 용인시 병 선거구에 출마해 3선에 성공했다. 같은 해부터 2014년까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2013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서 개칭) 위원장을 맡았다. 

2016년 4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자신의 지역구인 용인시 병 후보로 공천됐고, 선거 결과 5만4836표(42.2%)를 얻어 용인시의회 의장이었던 민주당 이우현 후보를 꺾고 4선 고지를 밟았다. 

황 대표는 지난 2월28일 신임 대표로 당선된 이후 ‘통합’을 내세우며, 한 사무총장을 사무총장직에 임명했다. 전당대회 과정서 불거진 극우 논쟁과 탄핵 정당성 논란을 당 대표가 나서 적극 수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황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서 친박계, 중립 성향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때문에 황 대표 당선 이후, 친박계와 중립 성향 의원들이 주류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사과했지만…
파문은 계속 

원조 친박인 한 의원이 당의 핵심 요직인 사무총장에 전격 내정된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사무총장은 당직자 인사와 재정권을 갖는 것은 물론 내년 총선 공천 과정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한 사무총장은 당직을 맡은 이후 즐기던 술까지 끊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또다시 막말 논란으로 구설에 올라 스스로의 발목을 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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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