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설’ 한진 삼남매 세력 비교

49재도 안 끝났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 이후 한진그룹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경영권 승계작업이 아들인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에게 무리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것과는 다소 반대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고 조 회장이 별세하기 전부터 삼남매에게 각각 물려줄 승계구도를 그려놓은 만큼 남매 간에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사진 왼쪽부터)조원태 한진칼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한진그룹이 고 조 회장 별세 이후 삼남매 간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앞서 장남 조원태 회장이 선친 장례식을 치른 지 8일 만인 지난달 24일 한진칼 회장에 선임되면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와 ‘합의’를 본 것으로 해석됐다. 그런데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 총수 지정 자료를 제때 내지 못하자 이 같은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총수 지정 연기
내분 일어났나?

지난 8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올해 대기업집단의 ‘총수(동일인)’ 지정과 관련된 자료를 기한 내 제출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당초 10일로 예정됐던 2019년 대기업집단의 지정 일자를 오는 15일로 연기했다. 

한진그룹 측은 “기존 동일인의 작고 후 차기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에 대한 내부적인 의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아 동일인 변경 신청을 못하고 있다”고 공정위에 공식 소명했다.

한진은 지난 3일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사장 명의의 공문을 공정위에 보내 이같이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한진으로부터 법적 마지노선인 오는 15일까지 자료 제출을 하겠다는 확답조차 받지 못한 상태다. 사실상 경영권 노선 정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진그룹 관계자는 “자료 제출이 늦어진 것은 맞지만 그 이상의 내용은 모른다”며 “공정위에 제출할 서류 준비가 늦어져 못 내는 것으로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한진칼의 우선주인 한진칼우는 가격제한폭(29.82%)까지 오른 5만7900원에 거래됐다. 대한항공 우선주 역시 29.81% 오른 2만7000원에 거래돼 상한가를 기록했다. 한진칼 등 한진그룹 계열사 종목도 상승했다.

한진그룹주는 한진그룹 삼남매 사이서 내분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급등했다.

49재(5월26일)도 지나지 않은 상황서 고 조 회장의 자녀들이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자, 삼남매가 치열한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여긴 투자자들이 한진그룹주를 사들였다는 후문이다.

‘총수’ 지정 연기에…경영권 갈등 스멀스멀
조양호 회장 별세 후 예견됐던 남매의 난?

한진그룹의 지주사는 한진칼이다. 한진칼에 대해 고 조 회장은 17.84%, 조원태 회장은 2.34%, 조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2.31%, 조 전 대한항공 전무는 2.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재계는 고 조 회장이 남긴 17.84%의 지분 상속을 놓고 삼남매가 다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조원태 회장이 지주사인 한진칼의 회장에 취임한 데 대해 자매가 반기를 들었다는 지적이다. 


고 조 회장의 한진칼 보유 지분가치는 약 3543억원으로 상속세율 50%를 감안하면, 상속세는 약 1771억원 수준이다. 상속세는 한진가의 삼남매가 보유한 지분가치와 비교해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남매들이 5년에 걸쳐 분납을 하더라도 연간 340억원이 넘는 규모다.  
 

게다가 고 조 회장 일가가 보유한 한진칼 주식의 상당수가 담보로 묶여 있어 자금 조달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고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등은 한진칼의 총 보유지분 28.93% 중 27%에 해당하는 7.75%를 금융권 및 국세청에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상속세 마련을 위해 유력한 방법으로 꼽힌 주식담보대출을 통한 추가자금 조달 가능 금액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주식담보대출은 주식 평가가치의 50% 수준까지 가능하다.  

상속세 문제
그룹 잃을 수도

한진칼을 제외한 기타 계열사의 지분매각, 한진 등이 보유한 부동산 등 자산매각을 통한 배당여력 및 배당금 확대 등이 상속세 납부를 위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상속세를 현물로 납부할 자금 여력이 없을 경우 주식매도가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2대 주주’로 올라 있는 강성부 펀드(KCGI)도 부담이다. KCGI의 한진칼 지분율은 14.98%에 달한다. KCGI의 지분율은 최대 주주인 고 조 회장의 17.84%에 근접한 수치이다. 

조원태 회장이 누나인 조현아 전 부사장과 동생인 조현민 전 전무의 협조를 얻지 못해 아버지의 지분을 모두 물려받지 못하면, 경영권을 방어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고 조양호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는 과정서 두 자매가 협조하지 않는다면, 강성부 펀드에 맞선 한진가의 경영권 확보는 쉽지않다”면서 “최악의 경우 ‘남매의 난’ 끝에 그룹 전체를 잃을 가능성도 배제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진칼 회장에 오른 조원태 회장이 곧바로 대한항공 회장에도 취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사회 개최가 지연되고 있는 것도 남매 간 갈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가족끼리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회사를) 이끌어나가라’고 유언했던 고 조 회장의 49재도 끝나지 않은 상황서 외부에 갈등 조짐이 엿보이게 한 점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룹 내부에서는 총수 자리를 둘러싼 갈등은 아니라는 의견이 흘러나온다. 고 조 회장이 타계 전부터 조원태 회장에게 대한항공과 그룹 전반의 경영을, 조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호텔을 물려주기 위한 구상을 그려왔고, 삼남매 역시 이 같은 승계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조원태 회장은 2003년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담당 차장으로 입사한 뒤, 2004년부터 대한항공서 근무해왔다. 2008년에는 항공사 핵심 부서인 여객사업본부 부본부장을 맡으며 그룹 승계를 위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았다. 2017년 1월에는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고, 올해 4월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됐다. 

조원태 회장은 사회적 물의를 빚어 경영 일선서 물러난 조현아·현민 자매와 달리, 큰 논란 없이 그룹 승계를 위한 행보를 밟아왔다. 특히 2017년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것은 사실상 후계자로 지목된 것과 다름없다.


내부에서는…
정해진 길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우 호텔 계열사를 물려받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미국 코넬대학교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조 전 부사장은 1999년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부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로 그룹 호텔사업을 이끌었다. 대한항공 부사장으로 재직하면서 담당한 부문도 기내서비스와 호텔사업 부문이다. 

조 전 부사장 역시 항공업보다는 호텔업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칼호텔네트웍크 사장으로 경영 복귀를 시도한 적이 있지만, 동생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논란이 불거지면서 무산됐다. 

조현민 전 전무는 광고, 마케팅에 특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를 졸업하고 첫 직장인 LG애드(현 HS애드)서 광고 업무를 맡았다. 2007년 대한항공 광고부 과장으로 입사한 후 통합커뮤니케이션실 광고·IMC 팀장을 거쳐 2014년 전무로 승진했다. 계열사인 진에어서도 마케팅본부를 이끌었다. 

조 전 전무가 어떤 계열사를 물려받을지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마케팅 비중이 높은 한진관광을 이끌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진그룹 세 모녀의 갑질과 전횡으로 실추된 한진그룹의 이미지는 이번 ‘경영권 분쟁설’로 인해 또다시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 대한항공은 수년째 이어진 ‘오너가 리스크’ 속에서도 좋은 실적을 내고 있었다. 지난해 매출은 12조6000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 조 회장의 별세 이후에도 이 같은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내부 결속과 기업 이미지 제고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여론은 극도로 부정적이다.  

“승계구도 정해놨다”
사측 가능성 일축

대한항공은 지난 2월 ‘한진그룹 비전 2030’을 발표하며 구태를 털어내고 재도약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한진그룹 비전 2030엔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강화, 주주 중시 정책 확대뿐 아니라 재무구조 개선, 부동산 매각·개발 및 계열사 간 통합을 포함하는 사업구조 선진화 방안도 포함됐다.

오너가 갑질 논란으로 인한 이미지 실추를 경영혁신방안에 대한 성실한 이행으로 회복해나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 조짐으로 주주들의 기대감은 떨어지게 됐다.  

당장 진에어도 문제다. 진에어는 미국 국적인 조현민 전 부사장이 등기임원을 지냈다는 사실이 드러나 국토교통부의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의 제재가 길어지면서 진에어는 최근 중국 운수권 배분전서 소외돼 내부 동요의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경쟁 LCC들은 지속적인 신규 노선 취항을 통해 외형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진에어는 지난 8월부터 국토부의 제재에 따라 신규 취항과 기재 도입이 중단돼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그 와중에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라는 악재가 추가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조원태 체제 출범을 맞아 이미지 쇄신과 내실 다지기를 위해 경영혁신안을 순조롭게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오너 리스크가 다시 발생했다”면서 “한진일가의 끊이지 않는 잡음은 기업 이미지 실추뿐 아니라, 실적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늦어졌을 뿐”
소문들 일축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대해 그룹 측은 지난 9일 “관련 서류 제출이 늦어진 것일 뿐”이라며 갈등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이날 “오는 15일 안에 관련서류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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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