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설’ 한진 삼남매 세력 비교

49재도 안 끝났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 이후 한진그룹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경영권 승계작업이 아들인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에게 무리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것과는 다소 반대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고 조 회장이 별세하기 전부터 삼남매에게 각각 물려줄 승계구도를 그려놓은 만큼 남매 간에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사진 왼쪽부터)조원태 한진칼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한진그룹이 고 조 회장 별세 이후 삼남매 간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앞서 장남 조원태 회장이 선친 장례식을 치른 지 8일 만인 지난달 24일 한진칼 회장에 선임되면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와 ‘합의’를 본 것으로 해석됐다. 그런데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 총수 지정 자료를 제때 내지 못하자 이 같은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총수 지정 연기
내분 일어났나?

지난 8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올해 대기업집단의 ‘총수(동일인)’ 지정과 관련된 자료를 기한 내 제출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당초 10일로 예정됐던 2019년 대기업집단의 지정 일자를 오는 15일로 연기했다. 

한진그룹 측은 “기존 동일인의 작고 후 차기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에 대한 내부적인 의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아 동일인 변경 신청을 못하고 있다”고 공정위에 공식 소명했다.

한진은 지난 3일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사장 명의의 공문을 공정위에 보내 이같이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한진으로부터 법적 마지노선인 오는 15일까지 자료 제출을 하겠다는 확답조차 받지 못한 상태다. 사실상 경영권 노선 정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진그룹 관계자는 “자료 제출이 늦어진 것은 맞지만 그 이상의 내용은 모른다”며 “공정위에 제출할 서류 준비가 늦어져 못 내는 것으로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한진칼의 우선주인 한진칼우는 가격제한폭(29.82%)까지 오른 5만7900원에 거래됐다. 대한항공 우선주 역시 29.81% 오른 2만7000원에 거래돼 상한가를 기록했다. 한진칼 등 한진그룹 계열사 종목도 상승했다.

한진그룹주는 한진그룹 삼남매 사이서 내분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급등했다.

49재(5월26일)도 지나지 않은 상황서 고 조 회장의 자녀들이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자, 삼남매가 치열한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여긴 투자자들이 한진그룹주를 사들였다는 후문이다.

‘총수’ 지정 연기에…경영권 갈등 스멀스멀
조양호 회장 별세 후 예견됐던 남매의 난?

한진그룹의 지주사는 한진칼이다. 한진칼에 대해 고 조 회장은 17.84%, 조원태 회장은 2.34%, 조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2.31%, 조 전 대한항공 전무는 2.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재계는 고 조 회장이 남긴 17.84%의 지분 상속을 놓고 삼남매가 다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조원태 회장이 지주사인 한진칼의 회장에 취임한 데 대해 자매가 반기를 들었다는 지적이다. 

고 조 회장의 한진칼 보유 지분가치는 약 3543억원으로 상속세율 50%를 감안하면, 상속세는 약 1771억원 수준이다. 상속세는 한진가의 삼남매가 보유한 지분가치와 비교해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남매들이 5년에 걸쳐 분납을 하더라도 연간 340억원이 넘는 규모다.  
 

게다가 고 조 회장 일가가 보유한 한진칼 주식의 상당수가 담보로 묶여 있어 자금 조달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고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등은 한진칼의 총 보유지분 28.93% 중 27%에 해당하는 7.75%를 금융권 및 국세청에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상속세 마련을 위해 유력한 방법으로 꼽힌 주식담보대출을 통한 추가자금 조달 가능 금액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주식담보대출은 주식 평가가치의 50% 수준까지 가능하다.  

상속세 문제
그룹 잃을 수도

한진칼을 제외한 기타 계열사의 지분매각, 한진 등이 보유한 부동산 등 자산매각을 통한 배당여력 및 배당금 확대 등이 상속세 납부를 위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상속세를 현물로 납부할 자금 여력이 없을 경우 주식매도가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2대 주주’로 올라 있는 강성부 펀드(KCGI)도 부담이다. KCGI의 한진칼 지분율은 14.98%에 달한다. KCGI의 지분율은 최대 주주인 고 조 회장의 17.84%에 근접한 수치이다. 

조원태 회장이 누나인 조현아 전 부사장과 동생인 조현민 전 전무의 협조를 얻지 못해 아버지의 지분을 모두 물려받지 못하면, 경영권을 방어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고 조양호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는 과정서 두 자매가 협조하지 않는다면, 강성부 펀드에 맞선 한진가의 경영권 확보는 쉽지않다”면서 “최악의 경우 ‘남매의 난’ 끝에 그룹 전체를 잃을 가능성도 배제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진칼 회장에 오른 조원태 회장이 곧바로 대한항공 회장에도 취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사회 개최가 지연되고 있는 것도 남매 간 갈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가족끼리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회사를) 이끌어나가라’고 유언했던 고 조 회장의 49재도 끝나지 않은 상황서 외부에 갈등 조짐이 엿보이게 한 점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룹 내부에서는 총수 자리를 둘러싼 갈등은 아니라는 의견이 흘러나온다. 고 조 회장이 타계 전부터 조원태 회장에게 대한항공과 그룹 전반의 경영을, 조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호텔을 물려주기 위한 구상을 그려왔고, 삼남매 역시 이 같은 승계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조원태 회장은 2003년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담당 차장으로 입사한 뒤, 2004년부터 대한항공서 근무해왔다. 2008년에는 항공사 핵심 부서인 여객사업본부 부본부장을 맡으며 그룹 승계를 위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았다. 2017년 1월에는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고, 올해 4월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됐다. 

조원태 회장은 사회적 물의를 빚어 경영 일선서 물러난 조현아·현민 자매와 달리, 큰 논란 없이 그룹 승계를 위한 행보를 밟아왔다. 특히 2017년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것은 사실상 후계자로 지목된 것과 다름없다.

내부에서는…
정해진 길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우 호텔 계열사를 물려받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미국 코넬대학교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조 전 부사장은 1999년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부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로 그룹 호텔사업을 이끌었다. 대한항공 부사장으로 재직하면서 담당한 부문도 기내서비스와 호텔사업 부문이다. 

조 전 부사장 역시 항공업보다는 호텔업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칼호텔네트웍크 사장으로 경영 복귀를 시도한 적이 있지만, 동생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논란이 불거지면서 무산됐다. 

조현민 전 전무는 광고, 마케팅에 특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를 졸업하고 첫 직장인 LG애드(현 HS애드)서 광고 업무를 맡았다. 2007년 대한항공 광고부 과장으로 입사한 후 통합커뮤니케이션실 광고·IMC 팀장을 거쳐 2014년 전무로 승진했다. 계열사인 진에어서도 마케팅본부를 이끌었다. 

조 전 전무가 어떤 계열사를 물려받을지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마케팅 비중이 높은 한진관광을 이끌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진그룹 세 모녀의 갑질과 전횡으로 실추된 한진그룹의 이미지는 이번 ‘경영권 분쟁설’로 인해 또다시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 대한항공은 수년째 이어진 ‘오너가 리스크’ 속에서도 좋은 실적을 내고 있었다. 지난해 매출은 12조6000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 조 회장의 별세 이후에도 이 같은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내부 결속과 기업 이미지 제고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여론은 극도로 부정적이다.  

“승계구도 정해놨다”
사측 가능성 일축

대한항공은 지난 2월 ‘한진그룹 비전 2030’을 발표하며 구태를 털어내고 재도약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한진그룹 비전 2030엔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강화, 주주 중시 정책 확대뿐 아니라 재무구조 개선, 부동산 매각·개발 및 계열사 간 통합을 포함하는 사업구조 선진화 방안도 포함됐다.

오너가 갑질 논란으로 인한 이미지 실추를 경영혁신방안에 대한 성실한 이행으로 회복해나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 조짐으로 주주들의 기대감은 떨어지게 됐다.  

당장 진에어도 문제다. 진에어는 미국 국적인 조현민 전 부사장이 등기임원을 지냈다는 사실이 드러나 국토교통부의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의 제재가 길어지면서 진에어는 최근 중국 운수권 배분전서 소외돼 내부 동요의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경쟁 LCC들은 지속적인 신규 노선 취항을 통해 외형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진에어는 지난 8월부터 국토부의 제재에 따라 신규 취항과 기재 도입이 중단돼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그 와중에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라는 악재가 추가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조원태 체제 출범을 맞아 이미지 쇄신과 내실 다지기를 위해 경영혁신안을 순조롭게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오너 리스크가 다시 발생했다”면서 “한진일가의 끊이지 않는 잡음은 기업 이미지 실추뿐 아니라, 실적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늦어졌을 뿐”
소문들 일축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대해 그룹 측은 지난 9일 “관련 서류 제출이 늦어진 것일 뿐”이라며 갈등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이날 “오는 15일 안에 관련서류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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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