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설’ 한진 삼남매 세력 비교

49재도 안 끝났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 이후 한진그룹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경영권 승계작업이 아들인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에게 무리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것과는 다소 반대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고 조 회장이 별세하기 전부터 삼남매에게 각각 물려줄 승계구도를 그려놓은 만큼 남매 간에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사진 왼쪽부터)조원태 한진칼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한진그룹이 고 조 회장 별세 이후 삼남매 간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앞서 장남 조원태 회장이 선친 장례식을 치른 지 8일 만인 지난달 24일 한진칼 회장에 선임되면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와 ‘합의’를 본 것으로 해석됐다. 그런데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 총수 지정 자료를 제때 내지 못하자 이 같은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총수 지정 연기
내분 일어났나?

지난 8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올해 대기업집단의 ‘총수(동일인)’ 지정과 관련된 자료를 기한 내 제출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당초 10일로 예정됐던 2019년 대기업집단의 지정 일자를 오는 15일로 연기했다. 

한진그룹 측은 “기존 동일인의 작고 후 차기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에 대한 내부적인 의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아 동일인 변경 신청을 못하고 있다”고 공정위에 공식 소명했다.

한진은 지난 3일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사장 명의의 공문을 공정위에 보내 이같이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한진으로부터 법적 마지노선인 오는 15일까지 자료 제출을 하겠다는 확답조차 받지 못한 상태다. 사실상 경영권 노선 정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진그룹 관계자는 “자료 제출이 늦어진 것은 맞지만 그 이상의 내용은 모른다”며 “공정위에 제출할 서류 준비가 늦어져 못 내는 것으로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한진칼의 우선주인 한진칼우는 가격제한폭(29.82%)까지 오른 5만7900원에 거래됐다. 대한항공 우선주 역시 29.81% 오른 2만7000원에 거래돼 상한가를 기록했다. 한진칼 등 한진그룹 계열사 종목도 상승했다.

한진그룹주는 한진그룹 삼남매 사이서 내분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급등했다.

49재(5월26일)도 지나지 않은 상황서 고 조 회장의 자녀들이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자, 삼남매가 치열한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여긴 투자자들이 한진그룹주를 사들였다는 후문이다.

‘총수’ 지정 연기에…경영권 갈등 스멀스멀
조양호 회장 별세 후 예견됐던 남매의 난?

한진그룹의 지주사는 한진칼이다. 한진칼에 대해 고 조 회장은 17.84%, 조원태 회장은 2.34%, 조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2.31%, 조 전 대한항공 전무는 2.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재계는 고 조 회장이 남긴 17.84%의 지분 상속을 놓고 삼남매가 다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조원태 회장이 지주사인 한진칼의 회장에 취임한 데 대해 자매가 반기를 들었다는 지적이다. 


고 조 회장의 한진칼 보유 지분가치는 약 3543억원으로 상속세율 50%를 감안하면, 상속세는 약 1771억원 수준이다. 상속세는 한진가의 삼남매가 보유한 지분가치와 비교해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남매들이 5년에 걸쳐 분납을 하더라도 연간 340억원이 넘는 규모다.  
 

게다가 고 조 회장 일가가 보유한 한진칼 주식의 상당수가 담보로 묶여 있어 자금 조달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고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등은 한진칼의 총 보유지분 28.93% 중 27%에 해당하는 7.75%를 금융권 및 국세청에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상속세 마련을 위해 유력한 방법으로 꼽힌 주식담보대출을 통한 추가자금 조달 가능 금액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주식담보대출은 주식 평가가치의 50% 수준까지 가능하다.  

상속세 문제
그룹 잃을 수도

한진칼을 제외한 기타 계열사의 지분매각, 한진 등이 보유한 부동산 등 자산매각을 통한 배당여력 및 배당금 확대 등이 상속세 납부를 위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상속세를 현물로 납부할 자금 여력이 없을 경우 주식매도가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2대 주주’로 올라 있는 강성부 펀드(KCGI)도 부담이다. KCGI의 한진칼 지분율은 14.98%에 달한다. KCGI의 지분율은 최대 주주인 고 조 회장의 17.84%에 근접한 수치이다. 

조원태 회장이 누나인 조현아 전 부사장과 동생인 조현민 전 전무의 협조를 얻지 못해 아버지의 지분을 모두 물려받지 못하면, 경영권을 방어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고 조양호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는 과정서 두 자매가 협조하지 않는다면, 강성부 펀드에 맞선 한진가의 경영권 확보는 쉽지않다”면서 “최악의 경우 ‘남매의 난’ 끝에 그룹 전체를 잃을 가능성도 배제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진칼 회장에 오른 조원태 회장이 곧바로 대한항공 회장에도 취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사회 개최가 지연되고 있는 것도 남매 간 갈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가족끼리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회사를) 이끌어나가라’고 유언했던 고 조 회장의 49재도 끝나지 않은 상황서 외부에 갈등 조짐이 엿보이게 한 점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룹 내부에서는 총수 자리를 둘러싼 갈등은 아니라는 의견이 흘러나온다. 고 조 회장이 타계 전부터 조원태 회장에게 대한항공과 그룹 전반의 경영을, 조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호텔을 물려주기 위한 구상을 그려왔고, 삼남매 역시 이 같은 승계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조원태 회장은 2003년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담당 차장으로 입사한 뒤, 2004년부터 대한항공서 근무해왔다. 2008년에는 항공사 핵심 부서인 여객사업본부 부본부장을 맡으며 그룹 승계를 위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았다. 2017년 1월에는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고, 올해 4월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됐다. 

조원태 회장은 사회적 물의를 빚어 경영 일선서 물러난 조현아·현민 자매와 달리, 큰 논란 없이 그룹 승계를 위한 행보를 밟아왔다. 특히 2017년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것은 사실상 후계자로 지목된 것과 다름없다.


내부에서는…
정해진 길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우 호텔 계열사를 물려받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미국 코넬대학교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조 전 부사장은 1999년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부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로 그룹 호텔사업을 이끌었다. 대한항공 부사장으로 재직하면서 담당한 부문도 기내서비스와 호텔사업 부문이다. 

조 전 부사장 역시 항공업보다는 호텔업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칼호텔네트웍크 사장으로 경영 복귀를 시도한 적이 있지만, 동생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논란이 불거지면서 무산됐다. 

조현민 전 전무는 광고, 마케팅에 특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를 졸업하고 첫 직장인 LG애드(현 HS애드)서 광고 업무를 맡았다. 2007년 대한항공 광고부 과장으로 입사한 후 통합커뮤니케이션실 광고·IMC 팀장을 거쳐 2014년 전무로 승진했다. 계열사인 진에어서도 마케팅본부를 이끌었다. 

조 전 전무가 어떤 계열사를 물려받을지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마케팅 비중이 높은 한진관광을 이끌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진그룹 세 모녀의 갑질과 전횡으로 실추된 한진그룹의 이미지는 이번 ‘경영권 분쟁설’로 인해 또다시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 대한항공은 수년째 이어진 ‘오너가 리스크’ 속에서도 좋은 실적을 내고 있었다. 지난해 매출은 12조6000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 조 회장의 별세 이후에도 이 같은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내부 결속과 기업 이미지 제고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여론은 극도로 부정적이다.  

“승계구도 정해놨다”
사측 가능성 일축

대한항공은 지난 2월 ‘한진그룹 비전 2030’을 발표하며 구태를 털어내고 재도약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한진그룹 비전 2030엔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강화, 주주 중시 정책 확대뿐 아니라 재무구조 개선, 부동산 매각·개발 및 계열사 간 통합을 포함하는 사업구조 선진화 방안도 포함됐다.

오너가 갑질 논란으로 인한 이미지 실추를 경영혁신방안에 대한 성실한 이행으로 회복해나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 조짐으로 주주들의 기대감은 떨어지게 됐다.  

당장 진에어도 문제다. 진에어는 미국 국적인 조현민 전 부사장이 등기임원을 지냈다는 사실이 드러나 국토교통부의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의 제재가 길어지면서 진에어는 최근 중국 운수권 배분전서 소외돼 내부 동요의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경쟁 LCC들은 지속적인 신규 노선 취항을 통해 외형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진에어는 지난 8월부터 국토부의 제재에 따라 신규 취항과 기재 도입이 중단돼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그 와중에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라는 악재가 추가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조원태 체제 출범을 맞아 이미지 쇄신과 내실 다지기를 위해 경영혁신안을 순조롭게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오너 리스크가 다시 발생했다”면서 “한진일가의 끊이지 않는 잡음은 기업 이미지 실추뿐 아니라, 실적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늦어졌을 뿐”
소문들 일축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대해 그룹 측은 지난 9일 “관련 서류 제출이 늦어진 것일 뿐”이라며 갈등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이날 “오는 15일 안에 관련서류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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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