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2000명 노동자들이 작업거부한 이유

일단 일부터 시키고 돈은…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 약 2000명이 집단 작업거부에 나섰다. 이번처럼 대규모 이탈이 발생하기는 처음이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협력업체에 계약해지를 통보하며 ‘강수’를 뒀다. 결국 근로자들은 복귀했지만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22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이하 하청지회)와 현대중공업 갑질 철폐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등에 따르면 지난달 8일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가 작업거부에 돌입했다. 그간 작업거부는 업체마다 산발적으로 일어났으나 단기간에 그쳤다. 대규모로 일주일간 지속된 건 처음이다.

대규모 파업

작업을 거부한 노동자는 건조부와 도장부 소속이다. 지난달 8일 건조1·5부 각각 4개 업체, 총 8개 업체는 현대중공업이 지급하는 대금을 받지 않겠다며 전자서명을 거부했다. 대금은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할 월급의 20~30%, 많아야 50% 수준이었다.

동시에 하청사는 노동자에게 임금 지급 불가를 공표했다. 노동자가 항의하며 퇴근했지만 하청사 대표는 붙잡지 못했다.

이어 다음 날인 9일 도장1·2부 각각 5개 업체, 총 10개 업체도 대금 수령을 거부하고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형편이 아니라고 전했다. 이들 업체 노동자도 작업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건조부 소속 노동자 1200명, 도장부 소속 노동자 800명 등 총 2000명이 작업을 거부했다.


이정은 하청지회 사무차장에 따르면 노동자 임금 체불은 두 달간 누적됐다. 이 차장은 “2월분 월급부터 부서 전체 임금이 밀리기 시작했다”며 “하청사 월급날이 매월 10일인데 지난 8, 9일 업체 대표들이 3월분 임금까지 못 주겠다고 선언했다”고 말했다.

사내하청사와 노동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대금 후려치기는 고질적으로 자행돼왔다. 하청사는 반복적으로 노동자 임금에 미달하는 대금을 받아왔다. 노동자 임금 체불도 처음이 아니다. 그런데 갑자기 대규모 작업거부 사태까지 벌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사내하청사는 대금이 임금에 크게 못 미치는 ‘대금 폭탄’이 두 달 연속 이어지면서 작업거부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김도협 대책위 위원장은 “임금이 5억6000만원 발생했는데 기성금이 3억3000만원밖에 안 나오는 대금 폭탄이 2016년부터 1년에 한 번, 또는 간격을 두고 두 번 정도 터졌다”며 “다른 달에는 2000만~3000만원 적자와 흑자를 오갔다”고 했다. 이어 “예전에는 한 달 대금 폭탄이 떨어지면 다음 달은 어느 정도 대금을 올려줬다”며 “그런데 이번에는 2월과 3월 연속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청 노조는 업체별 임금 대비 대금 미달액이 1억5000만원서 3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하청사와 노동자는 현대중공업이 무리하게 선박의 저가수주를 하면서, 대금 후려치기가 심해졌다고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7년 국내 중견 해운사 폴라리스쉬핑으로부터 VLOC 선박 18척을 수주받았다. 수주 당시 현대중공업은 해당 계약을 정기선 부회장의 치적으로 홍보했다. 그런데 후에 현대중공업이 해당 계약을 놓고 저가수주였음을 시인하며 경영실패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하청사와 노동계의 말을 종합해보면 한영석 사장은 최근 하청사와의 간담회서 ‘폴라리스쉬핑 저가수주로 골치가 아프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또 현대중공업 노조 대의원 수련회에 참석해서는 자신이 간담회서 한 발언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사내하청 노동자 집단 반발 ‘사상 최대’
돈 못 받고…사측 ‘강수’에 백기 복귀

김 위원장도 “현대중공업 측 부서 담당자들에게 폴라리스쉬핑이 저가수주됐다는 얘길 들었다”고 말했다.

선박을 저가수주로 받았다는 건 현대중공업이 해당 선박을 만들어도 이득이 별로 남지 않거나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는 의미이다. 현대중공업이 저가수주 선박에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하청사와 노동자를 쥐어짜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 폴라리스쉬핑 선박은 1·2·8·9 도크서 건조되고 있다. 1·2 도크에서는 건조1부, 8·9 도크에서는 건조5부가 작업 중이다. 대규모 작업거부가 일어났던 부서다. 저가수주 선박이 연이어 도크에 오르자 해당 작업에 대한 대금도 연달아 낮게 책정돼 임금 체불까지 이어졌다는 게 이 차장의 설명이다. 
 

저가수주를 걷어내도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김형균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은 “‘저가수주’라는 말은 현대중공업이 하청사와 노동자를 쥐어짜는 핑계로 활용된 측면도 있다”며 “이번 작업거부 사태는 그간 자행된 대금 후려치기의 연장선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현대중공업은 2014년 이후 조선업이 하향하면서 경영위기를 하청사와 노동자에게 전가했다”며 “정규직은 희망퇴직을 빙자해서 내보내고 하청사는 계약을 해지하거나 대금을 삭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 달 대금은 괜찮게 나오겠지’라는 희망고문으로 버티다가 폐업하는 하청사가 생기기 시작했다”며 “여기저기서 대출 받아 월급을 주다가 적자규모가 2000만∼3000만원에서 2억~5억원으로 늘어나자 대출이 불가능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자 대부분은 결국 밀린 임금을 다 받지 못한 상태로 작업에 복귀했다. 이 차장은 “건조부는 임금의 25∼70%밖에 못 받았다”며 “노동자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임금은 체불됐지만 이번 달에 일을 안 하면 다음 달에 월급을 못 받으니까 작업에 복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사내하청사는 대금 산정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위원장은 “하청사는 계약을 맺은 작업에 필요한 비용이 얼마인지도 모른 채 일단 작업을 하고 시공이 끝나면 현대중공업이 주는 돈을 그대로 받는다”며 “현대중공업이 품셈표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계약서만 봐서는 몇 명의 인력이 얼마나 일해야 하는 작업인지 산출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품셈표를 공개해 하청사가 직접 견적을 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복귀했지만…

현대중공업은 품셈표가 영업기밀에 해당한다며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대금 후려치기 주장에 대해 “협력사와 계약서를 통해 도급계약을 맺었고 공정 진행률에 따라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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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