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수업 2교사제’ 찬반 논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5.13 11:19:31
  • 호수 12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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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도 눈치 학생들도 눈치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1수업 2교사제에 대한 찬반이 뜨겁다. 한 교실에 교사 2명을 배치해 학습이 부진한 학생을 책임진다는 좋은 취지와 달리 부정적인 이야기가 들린다. 학생, 학부모, 현직 교사 등 각 입장서 본 1수업 2교사제의 문제점에 대해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1수업 2교사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책임교육의 가치를 반영한 이 공약은 배움이 느린 학생을 학교서 끝까지 돌보겠다는 취지였다. 1수업 2교사제란 학생 간 학력차 간극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 수업에 2명의 교사를 배치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핀란드서 모티브를 얻어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들은 반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017년 8월4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학교보건진흥원서 서울교대 초등교육과 졸업 준비위원회·비상대책위원회 학생들과 특별면담을 진행했다. 이날 서울교대 학생들은 서울지역 공립초등학교 교사 선발인원을 대폭 축소한 것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모였다.

당시 조 교육감은 ‘1대 1 맞춤형’ 수업을 실현하기 위해 1수업 2교사제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교사 정원 증원 문제와 관련해 1수업 2교사제는 희망을 갖게 하는 정책 중 하나”라며 “이미 정책 추진이 예고돼있어 교육부에 조기 추진을 요청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예비 교사들과 교육생들은 1수업 2교사제에 대해 반발했다. 전국 10대 교육대 총학생회로 구성된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이하 교대련)은 성명서를 제출해 1수업2교사제 도입 철회를 주장했다. 교대련 측은 “1수업 2교사 수업법은 교사의 교육관 충돌, 비정규직 강사의 양산 등 비판을 받을 수 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사 선발 정원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1수업 2교사제를 무리하게 도입하는 것은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교원단체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전국 유·초중고 현직교사 6822명을 대상으로 한 구글 설문조사 결과 ‘1교실 2교사제’에 대해 80.3%가 반대한다고 집계됐다. ‘찬성’은 10.7%, 잘 모르겠다는 의견은 7.7%였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기간제 교사와 강사 등에 대해 ‘정규직 전환’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현장의 반발에도 올해부터 1수업 2교사제를 각 지자체서 확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3개 시범학교를 운영해 온 경북도교육청은 올해 1수업 2교사제를 100개 학교로 확대하기로 결정해 저학년 국어, 수학 기초학력을 보장하기 위한 협력교사를 추가 지원된다. 

특별학생 지원… 낙인 우려
혼내도…더 말 안 듣게 돼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1수업 2교사제에 대해 비관적이다. 주교사와 함께 수업을 이끄는 보조교사의 경우 낙인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지원하는 취지지만 한 교실에 특정 학생을 집중 지원하는 방식은 오히려 낙인효과를 줄 수 있다는 시각이다.

김 공동대표는 “표시나지 않게 특별지원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백현 광주교육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가 지난해 8월 발표한 ‘1수업 2교사제가 학습부진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학습태도에 미치는 영향’이란 논문을 통해 5학년 김군이 면담서 이런 말을 한다.

“선생님께서 계속 붙어 있으니까 다른 친구들 눈치를 보게 돼요.”

자신이 학업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동급생과 협력교사에게 들키기 싫어했을 뿐 아니라 친구들에게 학업 능력이 부족해 지원을 받는 학생이라는 낙인을 두려워하는 모습이었다. 
 

서울 자운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는 권병찬 학생은 초등학생 잡지 ‘위즈키즈’ 공식카페에 “1수업 2교사제는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교사마다 수업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아이들이 많이 혼란스러워 할 수 있다”며 “어린 아이들은 특히 규칙이 중요하다. 선생님의 가치관에 따라 규칙이 다르면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게시했다.

이어 “주교사와 보조교사 2명이라고 해도 1명의 교사가 수업을 이끌어 가게 돼 나머지 1명은 수업에 소홀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초등학생의 시각서도 2명의 교사는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의 입장도 학생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정민혜 학부모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서 “초등학생 2학년이 딸이 집에 와서 한 선생님이 너무 우리를 혼내니까 다른 선생님 말만 듣기로 했다”며 “아이들이 벌써 정치를 배우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고 했다.

시행학교 증가

물론 1교사 2수업제의 단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협력교사는 아이들의 작은 언행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 경북 상주시 화동초등학교 교사인 노미경씨는 “예전에 근무한 초등학교의 경우 한 반 학생이 10명 중 4명이 다문화 가정 자녀였다. 우리말 이해능력이 부족하다보니 혼자 수업을 이끌어가는 게 쉽지 않았다”며 “농어촌 지역 초등학교는 대도시 학교보다 학생 간 학력 격차가 커 보조교사가 있었으면 효율적인 수업을 진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장단점이 극명한 1수업 2교사제는 아직도 뜨거운 감자다. 1수업 2교사제 시범학교는 지난해 42개교서 올해 61개교로 늘었지만 반대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학습부진 학생’ 외국에선?

외국서도 학습부진 학생을 위해 시행하는 제도가 있다. 핀란드는 일반지원, 집중지원, 특별지원 등 3단계에 걸쳐 교육을 시행한다. 교사는 평소에 교실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개인 및 그룹으로 1주에 1시간씩 지도한다.


이후에도 문제가 해결이 안되면 전문성이 있는 특수교사에게 상담을 요청한다. 이마저도 충분하지 않다면 담임교사와 학생복지그룹과 함께 학생을 지원한다. 이 그룹에는 교감, 심리학자, 학교 간호사, 특수교육 교사, 복지사, 학생 어드바이저 등이 참여하게 된다. 

스웨덴은 3자 면담을 통한 계획을 세운다. 학기마다 학부모, 학생 교사가 면담을 통해 ‘개별 발달 계획’을 세운다.

학습부진 학생만 하는 게 아니라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학생의 현재상태, 생활 계획, 미래 계획, 가정의 지원계획, 학교의 지원계획 등을 함께 작성한다. 이후 과목별 성적표에는 단계별 성취 기준과 서술평가까지 기입한다. 

미국은 2004년 학습장애와 관련된 장애인교육법을 입법했다. 이 법은 언어, 학습, 지능, 시각, 청각 등의 장애가 있는 학생들의 교육 전반을 책임진다. 학생의 학습부진을 측정할 때 지적 능력과 학업성취도를 확인하는 게 아니라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구성한 수업을 수강하게 한 뒤 반응과 학습 진전 정도를 기준으로 삼는다.

단순히 지능이나 성취도가 아닌 다른 이유로 학습부진이나 학습 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지원을 받지 못하는 학생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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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