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코오롱 인보사 미스터리

세계 최초라더니…몰랐나? 숨겼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인보사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과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의 일부 성분이 뒤바뀐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여부를 놓고 고의 은폐 의혹까지 불거졌다. 인보사의 안전성 논란은 기업의 신뢰 문제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일요시사>가 인보사 사태를 조명했다.
 

▲ 인보사 사태에 대한 검찰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한 시민단체 회원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2017712일 세계 최초 골관절염 동종세포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케이주’(이하 인보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인보사 개발에 나선 지 19년 만이었다. 그로부터 채 2년도 되지 않아 인보사는 허가 취소 위기에 처했다.

연골세포가
신장세포로

무릎을 감싸고 있는 연골은 많이 쓸수록 닳게 된다. 연골이 마모되면 뼈와 뼈가 맞닿아 통증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치료 과정서 진통제나 비스테로이드 소염제 등을 사용하지만, 합병증의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호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단점이 제기됐다. 그러던 와중에 수술 없이 통증을 완화하고 연골까지 재생할 수 있는 주사제, 인보사가 개발됐다.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한 치료제다.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었다. 임상 3상에서는 다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토한다. 인보사는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해외서도 획기적인 치료제라는 인식이 있었다.

19년의 개발 기간 동안 들어간 돈은 1100억원에 이른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 따르면 인보사는 현재까지 3707개가 제조돼 전국 병의원 441(상급종합병원 177, 종합병원 2479, 병원 684, 의원 367)에 납품됐다.


국내 의료기관서 투여받은 환자는 3000여명을 훌쩍 넘는다. 1회 주사비용은 600700만원 선이다.

하지만 지난 3월 인보사의 일부 성분이 뒤바뀌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인보사는 사람의 연골세포인 1(HC)TCF-β1유전자를 담은 형질전환세포(TC) 2액으로 구성됐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부분은 형질전환세포다. 2액 세포가 당초 식약처 허가를 위해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 유래 세포(GP2-293세포)라는 사실이 15년 만에 밝혀진 것.

식약처는 인보사 제조판매 중지 조치를 내리고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식약처가 판매중단을 결정한 다음 날인 지난달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보사의 구성 성분이 바뀐 것이 아니라 세포의 명칭이 바뀐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인보사의 신장 유래 세포가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와 환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신장 유래 세포가 의약품의 성분으로 사용된 적이 없다는 점도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원인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 점에 대해 개발 단계부터 종양원성을 염두에 두고 임상을 진행했고 방사선을 쬐어 암이 생길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역시 신고되지 않은 세포가 나오기는 했지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암 유발?
환자 불안↑

식약처는 지난달 15일 인보사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 주성분 중 1개 성분이 허가 당시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 유래 세포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7년 인보사에 신약 허가를 내준 것에 대해서는 허가 신청 당시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했던 서류 일체를 재검토해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당시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자료는 2액의 주성분이 연골세포임을 보여주고 있고 신장 유래 세포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업체가 제출한 자료와 식약처 자체 시험검사 결과, 미국 현지실사 결과 등을 종합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한 뒤 그에 상응하는 행정처분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또 인보사를 투여받은 환자의 안전 확보에도 나설 계획이다. 인보사를 특별관리대상으로 지정해 투여한 환자를 위한 전담소통창구도 운영한다.
 

▲ 코오롱 인보사

하지만 코오롱생명과학의 적극적인 해명과 식약처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논란이 불거졌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의 성분이 뒤바뀐 사실을 이미 2년 전에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논란이 불거진 이래 줄곧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던 터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3일 공시를 통해 코오롱티슈진의 위탁생산업체가 자체 내부 기준으로 20173, 인보사 1액과 2액의 생산가능 여부를 점검하는 과정서 STR(유전자 검사) 위탁검사를 해 2액이 사람 단일세포주(신장 유래 세포)이며 생산에 문제가 없어 생산한 사실이 있음을 통지받았다고 밝혔다.

미국 위탁생산업체인 론자가 이번 사태가 터지기 2년 전 이미 인보사에 대한 STR 검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 유래 세포라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론자는 이 사실을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에도 알렸다.

뒤바뀐 성분…안전성 불거져
국내 투약 환자 3700명 넘어

이 같은 내용은 일본 제약사 미쓰비시다나베사가 인보사 기술이전 계약취소 소송내용에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면서 알려졌다. 미쓰비시다나베는 201611월 코오롱생명과학과 인보사의 일본 내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가 2017년 말 파기했다. 계약 규모는 5000억원에 이른다. 코오롱생명과학과 미쓰비시다나베는 현재 계약금 262억원의 반환을 두고 국제상업회의소서 소송 중이다.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은 그동안 인보사와 관련한 내용을 지난 2월말에서야 알게 됐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 나오면서 고의 은폐설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2017년 당시 인보사의 성분이 신장 유래 세포라는 사실이 알려졌다면, 임상 3상 시험 개시나 판매허가 등이 불투명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FDA는 지난 3일 코오롱티슈진에 인보사 임상시험 중지 공문을 보냈다.

이에 코오롱생명과학은 코오롱티슈진의 실무진이 보고를 누락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코오롱티슈진 실무자가 인보사의 성분이 다른 사실을 누락한 채 임상 3상 시료 제조를 위한 위탁생산업체 론자의 생산 승인 사실만 윗선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 일부에서는 코오롱생명과학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고 의문을 표했다.

코오롱생명과학에서 정말 몰랐다면 자회사와의 의사소통에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 것이고, 알고 있었다면 대규모 사기극을 벌였다는 지적이다. 20173월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의 성분이 뒤바뀐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내용도 자의로 드러난 게 아니어서 코오롱생명과학의 해명을 믿지 못하겠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식약처도
허가 책임

식약처는 인보사에 대한 종합 결과가 나오는 즉시 최종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인보사를 투여받은 환자들의 불안, 바이오 업계에 미치는 영향, 대외 신인도 등을 고려해 신속한 조치를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조사를 마친 직후에는 행정처분 등의 조치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에 인보사의 주성분이 바뀐 경위와 그 과정을 입증하는 과학적 근거 자료 등을 오는 14일까지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20일경에는 미국 현지 실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식약처는 코오롱티슈진이 2년 전 이미 이번 사태와 관련된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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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로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의 주가가 급락하는 등 코오롱그룹이 타격을 입고 있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7일 홈페이지에 존경하는 주주께 드리는 글을 올려 수습에 나섰다. 코오롱티슈진은 “3일 공시를 통해 미국 FDA의 공식 서신의 수령을 알려드렸다주요 내용은 임상 재개를 위해 세포의 특성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종양과 관련된 임상 데이터, 회사가 종양원성이 없다고 판단했던 사유 등에 대해서는 임상 중단 사유로 특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미국 FDA의 요구사항은 예상했던 범위 내에 있는 내용들이었던 만큼, 빠른 시일 내 자료를 제출해 임상 재개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식약처 실사를 통해 모든 의혹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코오롱티슈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인보사 사태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다국적제약사 먼디파마의 일본법인과의 계약은 일단 유지된다. 다만 코오롱생명과학이 기술 수출 당시 받은 계약금 150억원에 대해서는 질권이 설정되면서 계약조건이 변경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7먼디파마를 질권자로 하는 예금질권을 설정했다인보사 판매중지 결정으로 생길 수 있는 계약금 반환상황을 위한 담보제공 조치라고 공시했다. 질권은 채권자가 채권의 담보로써 채무자나 제3자로부터 받은 담보물권을 말한다. 질권 설정 기간은 이사회 결정일(201957)부터 미국 FDA가 임상 3상 재개를 결정할 때까지다.

2년 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시민단체·환자·주주 줄소송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11월 먼디파마 일본법인에 인보사의 기술을 수출했다. 59160만달러의 규모였다. 계약금 300억 중 150억원은 이미 지난달 코오롱생명과학에 지급됐다. 나머지 150억원은 분기별로 분할 지급하는 조건이다. 이미 지급된 150억원은 이번 인보사 사태가 터지면서 질권으로 설정됐고, 나머지 150억원에 대한 지급도 보류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여차하면 150억원을 반환해야 한다. 미국 FDA가 인보사의 바뀐 성분에 대한 임상 3상을 중단시키거나 2020228일까지 임상 3상 재개를 결정하지 않을 경우, 국내 식약처가 판매중지를 지속할 경우 등 먼디파마가 제시한 조건 중 1개만 충족돼도 150억원을 되돌려줘야 하는 것이다. 분기별로 지급받기로 했던 150억원도 받을 수 없다.

아울러 시민단체와 인보사를 투여받은 환자들의 줄소송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하 소비자주권)는 지난달 30일 코오롱생명과학과 식약처를 고발했다.

소비자주권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직결되는 의약품이 이렇게 허술하게 신고 되고 허가되는지 그리고 임상시험부터 판매까지 12여년 동안 아무런 문제없이 무허가 의약품이 환자들에게 판매되고 시술될 수 있는지 놀라움과 함께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인보사의 성분이 뒤바뀐 이유를 철저히 규명하고 관련자에게 엄중한 법적 책임을 지워야 한다식약처와 코오롱생명과학이 원인을 밝히려 한다지만 이들은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라고 지적했다.

이번 안보사 사태의 올바른 처리는 향후 유전자 신약 개발과정을 더욱 안전하게 하고 신약에 대한 사회적 신뢰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인보사를 투여받은 환자들도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환자는 100여명에 이른다.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오킴스는 이달 중 소장을 접수한다는 계획이다.

인보사 투약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환자들은 인보사 투약에 적게는 543만원, 많게는 1600만원가량을 지출했다. 국내서 인보사를 투여받은 환자가 3700여명에 달하는 만큼 집단소송에 참여하는 인원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태 장기화
기업 신뢰↓

소액주주들도 집단소송을 제기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제일합동법률사무소와 시민단체가 주주소송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에 투자했다가 손해 본 주주들을 모으고 있다. 주식 관련 종목토론실서도 집단소송에 나서자는 의견이 나오는 중이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보사 사태’ 이웅렬 책임론 “회장님 정말 몰랐을까?”

인보사 사태가 일어나면서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책임론도 급부상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말 경영일선서 물러났다.

그는 인보사에 대해 “20년 걸려 낳은 네 번째 자식이라고 할 만큼 애정을 쏟았다. 하지만 인보사 성분이 뒤바뀐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전 회장에게도 화살이 향하고 있다.

인보사는 19년의 개발 기간을 거쳐 2017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세계 최초타이틀을 달고 공식 출시된 인보사의 개발 기간은 19년에 달한다.

오너에게도 화살 향해
지난해 말 퇴임해 끝?

개발비만 15년간 1100억원이 들어갔다. 바이오사업을 그룹의 차세대 수입원으로 생각한 이 전 회장에게 인보사는 위대한 결실이었다.

하지만 20여년의 결실은 이번 사태로 인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현재 시민단체의 고발로 검찰이 인보사 사태를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 그룹 의사결정의 정점에 있던 이 전 회장도 수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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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