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코오롱 인보사 미스터리

세계 최초라더니…몰랐나? 숨겼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인보사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과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의 일부 성분이 뒤바뀐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여부를 놓고 고의 은폐 의혹까지 불거졌다. 인보사의 안전성 논란은 기업의 신뢰 문제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일요시사>가 인보사 사태를 조명했다.
 

▲ 인보사 사태에 대한 검찰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한 시민단체 회원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2017712일 세계 최초 골관절염 동종세포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케이주’(이하 인보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인보사 개발에 나선 지 19년 만이었다. 그로부터 채 2년도 되지 않아 인보사는 허가 취소 위기에 처했다.

연골세포가
신장세포로

무릎을 감싸고 있는 연골은 많이 쓸수록 닳게 된다. 연골이 마모되면 뼈와 뼈가 맞닿아 통증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치료 과정서 진통제나 비스테로이드 소염제 등을 사용하지만, 합병증의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호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단점이 제기됐다. 그러던 와중에 수술 없이 통증을 완화하고 연골까지 재생할 수 있는 주사제, 인보사가 개발됐다.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한 치료제다.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었다. 임상 3상에서는 다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토한다. 인보사는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해외서도 획기적인 치료제라는 인식이 있었다.

19년의 개발 기간 동안 들어간 돈은 1100억원에 이른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 따르면 인보사는 현재까지 3707개가 제조돼 전국 병의원 441(상급종합병원 177, 종합병원 2479, 병원 684, 의원 367)에 납품됐다.

국내 의료기관서 투여받은 환자는 3000여명을 훌쩍 넘는다. 1회 주사비용은 600700만원 선이다.

하지만 지난 3월 인보사의 일부 성분이 뒤바뀌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인보사는 사람의 연골세포인 1(HC)TCF-β1유전자를 담은 형질전환세포(TC) 2액으로 구성됐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부분은 형질전환세포다. 2액 세포가 당초 식약처 허가를 위해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 유래 세포(GP2-293세포)라는 사실이 15년 만에 밝혀진 것.

식약처는 인보사 제조판매 중지 조치를 내리고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식약처가 판매중단을 결정한 다음 날인 지난달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보사의 구성 성분이 바뀐 것이 아니라 세포의 명칭이 바뀐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인보사의 신장 유래 세포가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와 환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신장 유래 세포가 의약품의 성분으로 사용된 적이 없다는 점도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원인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 점에 대해 개발 단계부터 종양원성을 염두에 두고 임상을 진행했고 방사선을 쬐어 암이 생길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역시 신고되지 않은 세포가 나오기는 했지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암 유발?
환자 불안↑

식약처는 지난달 15일 인보사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 주성분 중 1개 성분이 허가 당시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 유래 세포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7년 인보사에 신약 허가를 내준 것에 대해서는 허가 신청 당시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했던 서류 일체를 재검토해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당시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자료는 2액의 주성분이 연골세포임을 보여주고 있고 신장 유래 세포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업체가 제출한 자료와 식약처 자체 시험검사 결과, 미국 현지실사 결과 등을 종합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한 뒤 그에 상응하는 행정처분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또 인보사를 투여받은 환자의 안전 확보에도 나설 계획이다. 인보사를 특별관리대상으로 지정해 투여한 환자를 위한 전담소통창구도 운영한다.
 

▲ 코오롱 인보사

하지만 코오롱생명과학의 적극적인 해명과 식약처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논란이 불거졌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의 성분이 뒤바뀐 사실을 이미 2년 전에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논란이 불거진 이래 줄곧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던 터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3일 공시를 통해 코오롱티슈진의 위탁생산업체가 자체 내부 기준으로 20173, 인보사 1액과 2액의 생산가능 여부를 점검하는 과정서 STR(유전자 검사) 위탁검사를 해 2액이 사람 단일세포주(신장 유래 세포)이며 생산에 문제가 없어 생산한 사실이 있음을 통지받았다고 밝혔다.

미국 위탁생산업체인 론자가 이번 사태가 터지기 2년 전 이미 인보사에 대한 STR 검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 유래 세포라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론자는 이 사실을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에도 알렸다.

뒤바뀐 성분…안전성 불거져
국내 투약 환자 3700명 넘어

이 같은 내용은 일본 제약사 미쓰비시다나베사가 인보사 기술이전 계약취소 소송내용에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면서 알려졌다. 미쓰비시다나베는 201611월 코오롱생명과학과 인보사의 일본 내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가 2017년 말 파기했다. 계약 규모는 5000억원에 이른다. 코오롱생명과학과 미쓰비시다나베는 현재 계약금 262억원의 반환을 두고 국제상업회의소서 소송 중이다.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은 그동안 인보사와 관련한 내용을 지난 2월말에서야 알게 됐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 나오면서 고의 은폐설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2017년 당시 인보사의 성분이 신장 유래 세포라는 사실이 알려졌다면, 임상 3상 시험 개시나 판매허가 등이 불투명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FDA는 지난 3일 코오롱티슈진에 인보사 임상시험 중지 공문을 보냈다.

이에 코오롱생명과학은 코오롱티슈진의 실무진이 보고를 누락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코오롱티슈진 실무자가 인보사의 성분이 다른 사실을 누락한 채 임상 3상 시료 제조를 위한 위탁생산업체 론자의 생산 승인 사실만 윗선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 일부에서는 코오롱생명과학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고 의문을 표했다.

코오롱생명과학에서 정말 몰랐다면 자회사와의 의사소통에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 것이고, 알고 있었다면 대규모 사기극을 벌였다는 지적이다. 20173월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의 성분이 뒤바뀐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내용도 자의로 드러난 게 아니어서 코오롱생명과학의 해명을 믿지 못하겠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식약처도
허가 책임

식약처는 인보사에 대한 종합 결과가 나오는 즉시 최종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인보사를 투여받은 환자들의 불안, 바이오 업계에 미치는 영향, 대외 신인도 등을 고려해 신속한 조치를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조사를 마친 직후에는 행정처분 등의 조치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에 인보사의 주성분이 바뀐 경위와 그 과정을 입증하는 과학적 근거 자료 등을 오는 14일까지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20일경에는 미국 현지 실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식약처는 코오롱티슈진이 2년 전 이미 이번 사태와 관련된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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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로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의 주가가 급락하는 등 코오롱그룹이 타격을 입고 있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7일 홈페이지에 존경하는 주주께 드리는 글을 올려 수습에 나섰다. 코오롱티슈진은 “3일 공시를 통해 미국 FDA의 공식 서신의 수령을 알려드렸다주요 내용은 임상 재개를 위해 세포의 특성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종양과 관련된 임상 데이터, 회사가 종양원성이 없다고 판단했던 사유 등에 대해서는 임상 중단 사유로 특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미국 FDA의 요구사항은 예상했던 범위 내에 있는 내용들이었던 만큼, 빠른 시일 내 자료를 제출해 임상 재개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식약처 실사를 통해 모든 의혹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코오롱티슈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인보사 사태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다국적제약사 먼디파마의 일본법인과의 계약은 일단 유지된다. 다만 코오롱생명과학이 기술 수출 당시 받은 계약금 150억원에 대해서는 질권이 설정되면서 계약조건이 변경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7먼디파마를 질권자로 하는 예금질권을 설정했다인보사 판매중지 결정으로 생길 수 있는 계약금 반환상황을 위한 담보제공 조치라고 공시했다. 질권은 채권자가 채권의 담보로써 채무자나 제3자로부터 받은 담보물권을 말한다. 질권 설정 기간은 이사회 결정일(201957)부터 미국 FDA가 임상 3상 재개를 결정할 때까지다.

2년 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시민단체·환자·주주 줄소송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11월 먼디파마 일본법인에 인보사의 기술을 수출했다. 59160만달러의 규모였다. 계약금 300억 중 150억원은 이미 지난달 코오롱생명과학에 지급됐다. 나머지 150억원은 분기별로 분할 지급하는 조건이다. 이미 지급된 150억원은 이번 인보사 사태가 터지면서 질권으로 설정됐고, 나머지 150억원에 대한 지급도 보류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여차하면 150억원을 반환해야 한다. 미국 FDA가 인보사의 바뀐 성분에 대한 임상 3상을 중단시키거나 2020228일까지 임상 3상 재개를 결정하지 않을 경우, 국내 식약처가 판매중지를 지속할 경우 등 먼디파마가 제시한 조건 중 1개만 충족돼도 150억원을 되돌려줘야 하는 것이다. 분기별로 지급받기로 했던 150억원도 받을 수 없다.

아울러 시민단체와 인보사를 투여받은 환자들의 줄소송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하 소비자주권)는 지난달 30일 코오롱생명과학과 식약처를 고발했다.

소비자주권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직결되는 의약품이 이렇게 허술하게 신고 되고 허가되는지 그리고 임상시험부터 판매까지 12여년 동안 아무런 문제없이 무허가 의약품이 환자들에게 판매되고 시술될 수 있는지 놀라움과 함께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인보사의 성분이 뒤바뀐 이유를 철저히 규명하고 관련자에게 엄중한 법적 책임을 지워야 한다식약처와 코오롱생명과학이 원인을 밝히려 한다지만 이들은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라고 지적했다.

이번 안보사 사태의 올바른 처리는 향후 유전자 신약 개발과정을 더욱 안전하게 하고 신약에 대한 사회적 신뢰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인보사를 투여받은 환자들도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환자는 100여명에 이른다.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오킴스는 이달 중 소장을 접수한다는 계획이다.

인보사 투약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환자들은 인보사 투약에 적게는 543만원, 많게는 1600만원가량을 지출했다. 국내서 인보사를 투여받은 환자가 3700여명에 달하는 만큼 집단소송에 참여하는 인원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태 장기화
기업 신뢰↓

소액주주들도 집단소송을 제기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제일합동법률사무소와 시민단체가 주주소송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에 투자했다가 손해 본 주주들을 모으고 있다. 주식 관련 종목토론실서도 집단소송에 나서자는 의견이 나오는 중이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보사 사태’ 이웅렬 책임론 “회장님 정말 몰랐을까?”

인보사 사태가 일어나면서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책임론도 급부상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말 경영일선서 물러났다.

그는 인보사에 대해 “20년 걸려 낳은 네 번째 자식이라고 할 만큼 애정을 쏟았다. 하지만 인보사 성분이 뒤바뀐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전 회장에게도 화살이 향하고 있다.

인보사는 19년의 개발 기간을 거쳐 2017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세계 최초타이틀을 달고 공식 출시된 인보사의 개발 기간은 19년에 달한다.

오너에게도 화살 향해
지난해 말 퇴임해 끝?

개발비만 15년간 1100억원이 들어갔다. 바이오사업을 그룹의 차세대 수입원으로 생각한 이 전 회장에게 인보사는 위대한 결실이었다.

하지만 20여년의 결실은 이번 사태로 인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현재 시민단체의 고발로 검찰이 인보사 사태를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 그룹 의사결정의 정점에 있던 이 전 회장도 수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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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