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코오롱 인보사 미스터리

세계 최초라더니…몰랐나? 숨겼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인보사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과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의 일부 성분이 뒤바뀐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여부를 놓고 고의 은폐 의혹까지 불거졌다. 인보사의 안전성 논란은 기업의 신뢰 문제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일요시사>가 인보사 사태를 조명했다.
 

▲ 인보사 사태에 대한 검찰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한 시민단체 회원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2017712일 세계 최초 골관절염 동종세포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케이주’(이하 인보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인보사 개발에 나선 지 19년 만이었다. 그로부터 채 2년도 되지 않아 인보사는 허가 취소 위기에 처했다.

연골세포가
신장세포로

무릎을 감싸고 있는 연골은 많이 쓸수록 닳게 된다. 연골이 마모되면 뼈와 뼈가 맞닿아 통증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치료 과정서 진통제나 비스테로이드 소염제 등을 사용하지만, 합병증의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호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단점이 제기됐다. 그러던 와중에 수술 없이 통증을 완화하고 연골까지 재생할 수 있는 주사제, 인보사가 개발됐다.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한 치료제다.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었다. 임상 3상에서는 다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토한다. 인보사는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해외서도 획기적인 치료제라는 인식이 있었다.

19년의 개발 기간 동안 들어간 돈은 1100억원에 이른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 따르면 인보사는 현재까지 3707개가 제조돼 전국 병의원 441(상급종합병원 177, 종합병원 2479, 병원 684, 의원 367)에 납품됐다.


국내 의료기관서 투여받은 환자는 3000여명을 훌쩍 넘는다. 1회 주사비용은 600700만원 선이다.

하지만 지난 3월 인보사의 일부 성분이 뒤바뀌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인보사는 사람의 연골세포인 1(HC)TCF-β1유전자를 담은 형질전환세포(TC) 2액으로 구성됐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부분은 형질전환세포다. 2액 세포가 당초 식약처 허가를 위해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 유래 세포(GP2-293세포)라는 사실이 15년 만에 밝혀진 것.

식약처는 인보사 제조판매 중지 조치를 내리고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식약처가 판매중단을 결정한 다음 날인 지난달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보사의 구성 성분이 바뀐 것이 아니라 세포의 명칭이 바뀐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인보사의 신장 유래 세포가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와 환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신장 유래 세포가 의약품의 성분으로 사용된 적이 없다는 점도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원인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 점에 대해 개발 단계부터 종양원성을 염두에 두고 임상을 진행했고 방사선을 쬐어 암이 생길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역시 신고되지 않은 세포가 나오기는 했지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암 유발?
환자 불안↑

식약처는 지난달 15일 인보사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 주성분 중 1개 성분이 허가 당시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 유래 세포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7년 인보사에 신약 허가를 내준 것에 대해서는 허가 신청 당시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했던 서류 일체를 재검토해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당시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자료는 2액의 주성분이 연골세포임을 보여주고 있고 신장 유래 세포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업체가 제출한 자료와 식약처 자체 시험검사 결과, 미국 현지실사 결과 등을 종합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한 뒤 그에 상응하는 행정처분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또 인보사를 투여받은 환자의 안전 확보에도 나설 계획이다. 인보사를 특별관리대상으로 지정해 투여한 환자를 위한 전담소통창구도 운영한다.
 

▲ 코오롱 인보사

하지만 코오롱생명과학의 적극적인 해명과 식약처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논란이 불거졌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의 성분이 뒤바뀐 사실을 이미 2년 전에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논란이 불거진 이래 줄곧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던 터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3일 공시를 통해 코오롱티슈진의 위탁생산업체가 자체 내부 기준으로 20173, 인보사 1액과 2액의 생산가능 여부를 점검하는 과정서 STR(유전자 검사) 위탁검사를 해 2액이 사람 단일세포주(신장 유래 세포)이며 생산에 문제가 없어 생산한 사실이 있음을 통지받았다고 밝혔다.

미국 위탁생산업체인 론자가 이번 사태가 터지기 2년 전 이미 인보사에 대한 STR 검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 유래 세포라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론자는 이 사실을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에도 알렸다.

뒤바뀐 성분…안전성 불거져
국내 투약 환자 3700명 넘어

이 같은 내용은 일본 제약사 미쓰비시다나베사가 인보사 기술이전 계약취소 소송내용에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면서 알려졌다. 미쓰비시다나베는 201611월 코오롱생명과학과 인보사의 일본 내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가 2017년 말 파기했다. 계약 규모는 5000억원에 이른다. 코오롱생명과학과 미쓰비시다나베는 현재 계약금 262억원의 반환을 두고 국제상업회의소서 소송 중이다.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은 그동안 인보사와 관련한 내용을 지난 2월말에서야 알게 됐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 나오면서 고의 은폐설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2017년 당시 인보사의 성분이 신장 유래 세포라는 사실이 알려졌다면, 임상 3상 시험 개시나 판매허가 등이 불투명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FDA는 지난 3일 코오롱티슈진에 인보사 임상시험 중지 공문을 보냈다.

이에 코오롱생명과학은 코오롱티슈진의 실무진이 보고를 누락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코오롱티슈진 실무자가 인보사의 성분이 다른 사실을 누락한 채 임상 3상 시료 제조를 위한 위탁생산업체 론자의 생산 승인 사실만 윗선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 일부에서는 코오롱생명과학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고 의문을 표했다.

코오롱생명과학에서 정말 몰랐다면 자회사와의 의사소통에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 것이고, 알고 있었다면 대규모 사기극을 벌였다는 지적이다. 20173월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의 성분이 뒤바뀐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내용도 자의로 드러난 게 아니어서 코오롱생명과학의 해명을 믿지 못하겠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식약처도
허가 책임

식약처는 인보사에 대한 종합 결과가 나오는 즉시 최종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인보사를 투여받은 환자들의 불안, 바이오 업계에 미치는 영향, 대외 신인도 등을 고려해 신속한 조치를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조사를 마친 직후에는 행정처분 등의 조치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에 인보사의 주성분이 바뀐 경위와 그 과정을 입증하는 과학적 근거 자료 등을 오는 14일까지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20일경에는 미국 현지 실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식약처는 코오롱티슈진이 2년 전 이미 이번 사태와 관련된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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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로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의 주가가 급락하는 등 코오롱그룹이 타격을 입고 있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7일 홈페이지에 존경하는 주주께 드리는 글을 올려 수습에 나섰다. 코오롱티슈진은 “3일 공시를 통해 미국 FDA의 공식 서신의 수령을 알려드렸다주요 내용은 임상 재개를 위해 세포의 특성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종양과 관련된 임상 데이터, 회사가 종양원성이 없다고 판단했던 사유 등에 대해서는 임상 중단 사유로 특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미국 FDA의 요구사항은 예상했던 범위 내에 있는 내용들이었던 만큼, 빠른 시일 내 자료를 제출해 임상 재개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식약처 실사를 통해 모든 의혹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코오롱티슈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인보사 사태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다국적제약사 먼디파마의 일본법인과의 계약은 일단 유지된다. 다만 코오롱생명과학이 기술 수출 당시 받은 계약금 150억원에 대해서는 질권이 설정되면서 계약조건이 변경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7먼디파마를 질권자로 하는 예금질권을 설정했다인보사 판매중지 결정으로 생길 수 있는 계약금 반환상황을 위한 담보제공 조치라고 공시했다. 질권은 채권자가 채권의 담보로써 채무자나 제3자로부터 받은 담보물권을 말한다. 질권 설정 기간은 이사회 결정일(201957)부터 미국 FDA가 임상 3상 재개를 결정할 때까지다.

2년 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시민단체·환자·주주 줄소송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11월 먼디파마 일본법인에 인보사의 기술을 수출했다. 59160만달러의 규모였다. 계약금 300억 중 150억원은 이미 지난달 코오롱생명과학에 지급됐다. 나머지 150억원은 분기별로 분할 지급하는 조건이다. 이미 지급된 150억원은 이번 인보사 사태가 터지면서 질권으로 설정됐고, 나머지 150억원에 대한 지급도 보류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여차하면 150억원을 반환해야 한다. 미국 FDA가 인보사의 바뀐 성분에 대한 임상 3상을 중단시키거나 2020228일까지 임상 3상 재개를 결정하지 않을 경우, 국내 식약처가 판매중지를 지속할 경우 등 먼디파마가 제시한 조건 중 1개만 충족돼도 150억원을 되돌려줘야 하는 것이다. 분기별로 지급받기로 했던 150억원도 받을 수 없다.

아울러 시민단체와 인보사를 투여받은 환자들의 줄소송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하 소비자주권)는 지난달 30일 코오롱생명과학과 식약처를 고발했다.

소비자주권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직결되는 의약품이 이렇게 허술하게 신고 되고 허가되는지 그리고 임상시험부터 판매까지 12여년 동안 아무런 문제없이 무허가 의약품이 환자들에게 판매되고 시술될 수 있는지 놀라움과 함께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인보사의 성분이 뒤바뀐 이유를 철저히 규명하고 관련자에게 엄중한 법적 책임을 지워야 한다식약처와 코오롱생명과학이 원인을 밝히려 한다지만 이들은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라고 지적했다.

이번 안보사 사태의 올바른 처리는 향후 유전자 신약 개발과정을 더욱 안전하게 하고 신약에 대한 사회적 신뢰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인보사를 투여받은 환자들도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환자는 100여명에 이른다.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오킴스는 이달 중 소장을 접수한다는 계획이다.

인보사 투약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환자들은 인보사 투약에 적게는 543만원, 많게는 1600만원가량을 지출했다. 국내서 인보사를 투여받은 환자가 3700여명에 달하는 만큼 집단소송에 참여하는 인원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태 장기화
기업 신뢰↓

소액주주들도 집단소송을 제기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제일합동법률사무소와 시민단체가 주주소송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에 투자했다가 손해 본 주주들을 모으고 있다. 주식 관련 종목토론실서도 집단소송에 나서자는 의견이 나오는 중이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보사 사태’ 이웅렬 책임론 “회장님 정말 몰랐을까?”

인보사 사태가 일어나면서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책임론도 급부상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말 경영일선서 물러났다.

그는 인보사에 대해 “20년 걸려 낳은 네 번째 자식이라고 할 만큼 애정을 쏟았다. 하지만 인보사 성분이 뒤바뀐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전 회장에게도 화살이 향하고 있다.

인보사는 19년의 개발 기간을 거쳐 2017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세계 최초타이틀을 달고 공식 출시된 인보사의 개발 기간은 19년에 달한다.

오너에게도 화살 향해
지난해 말 퇴임해 끝?

개발비만 15년간 1100억원이 들어갔다. 바이오사업을 그룹의 차세대 수입원으로 생각한 이 전 회장에게 인보사는 위대한 결실이었다.

하지만 20여년의 결실은 이번 사태로 인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현재 시민단체의 고발로 검찰이 인보사 사태를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 그룹 의사결정의 정점에 있던 이 전 회장도 수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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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