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지방대, 극한 생존전략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5.13 11:01:05
  • 호수 12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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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런 ‘과’는 없었다! 별난 학과로 ‘학생 호객’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지방대학은 새로운 전략을 펼쳐야 할 시점이다. 인구는 줄어들고 수험생들이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면서 지방대학들이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인구수에 비해 대학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난무하는 가운데, 각 지방대가 펼치는 생존전략에 대해 살펴봤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지방대가 휘청이고 있다. 전북 남원의 서남대학교는 지난해 2월 폐교가 결정됐다. 의대를 보유한 서남대마저 폐교가 되자 각 지방대학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서남대의 폐교는 예고된 수순이었다. 서남대는 교비횡령, 경영악화 등의 이유로 부실대학교라는 오명을 받아왔다. 서남대 이전에도 경북 경산의 대구외국어대와 강원 동해의 한중대도 설립자 비리, 파행적 운영 등의 이유로 문을 닫았다. 전문가들은 해가 갈수록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지방대의 폐교가 가속화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정원미달
시간문제

사실 지방대의 위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예전에도 지방대학들은 해마다 정원을 줄이고 있지만 재정 위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3년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전국 164개 대학 중 등록금 의존율이 80%를 넘어 학생수 감축이 재정위기에 영향을 준 28개교 대학이 모두 지방대학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대가 위기를 겪는 패턴은 비슷하다. 지방대학교의 신입생이 부족해 정원미달이 되고 재정고갈로 인해 교수와 교직원이 대우를 받지 못하면서 학교의 위상이 떨어지는 악순환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인구절벽은 지방대의 위기를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교육통계서비스 분석 결과 2019학년도 56만6545명서 2020학년도 51만241명으로 줄어들었다. 2021학년에는 45만7647 이후로는 45만명 내외로 고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대구와 경북은 5만8918명, 5만2069명, 5만5831명으로, 광주와 전남은 4만1789명, 3만7277명, 3만3004명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관측됐다.


2년 동안 학령인구의 감소폭은 나라와 두 지역 모두 약 20%에 달한다.

지방대는 2021년부터 본격적인 위기를 맞는다. 2018학년도 대학 정원 48만7272명을 기준으로 2021학년도 정원이 학령인구를 3만명 가량 웃돈다. 대구와 경북은 정원 5만9434명, 광주와 전남은 3만6327명, 특히 경북은 3만6518명으로 학령인구 2만3148명에 비교하면 약 1만3000명이 모자란 셈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2주기 대학기본역량 진단발표를 통해 전국 대학 36%인 116곳에 정원감축을 권고했지만 지금 이 추세대로라면 각 지방대의 정원미달은 불가피해보인다.

학령인구보다 정원 더 많아
수도권 이탈·지방대 기피↑

고교 졸업생 진학률이 매년 떨어지고 있어 암울한 상황이다. 2008년 83.8%서 10년 사이에 68.9%로 하락했다. 지방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지역 수험생들의 수도권 유출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각 지방대학들은 재정이 열악하고 신입생 충원에 총력을 다하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기인 셈이다. 지난해 교육부서 발표한 대학 역량 진단서 ‘역량 강화’ ‘재정 지원 제한 대상’ 일반대학교 40곳 중 33곳이 지방대인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탈이란 자퇴, 미등록, 미복학 등 중도 탈락을 의미한다. 또 지방대학생의 이탈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종로학원하늘교육 분석에 따르면 2018학년도 전국 중도 탈락률은 4.5%였다. 수도권대 탈락률은 3.4%에 반해 지방대는 5.2%로 높은 지표를 나타냈다.

시도별로는 전남 소재 대학이 6.4%로 가장 높았으며 대전 5.8%, 경북 5.5%, 충남 5.5%, 경남 5.4%, 강원 5.2%가 뒤를 이었다. 가장 낮은 곳은 인천 2.7%, 서울 2.9%이었다. 중도 탈락학생 수가 1000명이 넘는 대학 9곳 모두 지방대다.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수도권 유출 현상에 이어 재학생마저 지방대 기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성화학과= 수도권 대학과 경쟁하지 않고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는 지방대가 주목받고 있다. 건양대학교는 독일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SAP와 손을 잡고 기업소프트웨어 학부를 2017년 개설했다. 기업이 원하는 수준에 맞춘 졸업생을 배출하도록 기업과 사전에 교육 프로그램을 협의하고, 기업이 졸업생을 취업시키는 게 목표다.

건양대는 교육과정에 기업요구 주문식 프로그램을 44학점 반영해 기업이 원하는 2년 경력 수준의 전문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이미 웅진·농심NDS·대상정보기술·LG비앤이파트너스 등 국내 대기업과 각 분야서 세계 수위를 다투는 국내외 건실한 기업들과 취업예약을 위한 기본적인 협약을 맺은 상태다. 

학과 만들고
성인반 개설

같은 해 호남대학교는 미래자동차공학부를 신설해 미래자동차, 에너지신산업 분야의 산업수요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호남대 관계자는 <한국대학신문>과의 인터뷰서 “아직까지는 광주의 주력산업은 여전히 기계·전자 분야”라며 “에너지 산업과 접점이 있는 미래자동차 산업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쪽 분야에 대한 학생 취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진로지도와 비교과지도, 취·창업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대학교도 4차 산업을 대비해 신설학과를 준비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의생명융합(BST), 로봇, 신재생에너지(수소) 등 4개 분야 융합대학(학과)을 개설해 신입생을 새롭게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과학·기술 미래인재를 키우기 위해 경북대도 예열을 마쳤다.
 

▲성인반 모집= 지방대는 신입생이 줄어들자 성인 정규과정을 도입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있지만 대학은 학령인구 급감에 따라 신입생의 빈자리를 성인들로 채울 계획이다. 입학생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이 시점서 평생교육은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한의대학교는 성인 대상 미래융합대학을 개설했다. 이 학과는 30세 이상 성인이나 특성화 고 졸업 3년 이상의 직장인만 입학이 가능한 ‘성인친화형’ 4년제 정규과정이다. 아울러 학과를 확대해 미래라이프융합대학을 설치하는 계획으로 4년간 27억2000만원의 재정지원을 받게 됐다. 미래라이프 융합대학도 마찬가지로 30세 이상 성인과 특성화고졸 재직자 대상으로 대상으로 한다.

지자체와 
지역 활성화

광주대학교도 성인학습자들의 교육 수요를 파악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성인친화형 대학으로 변화를 추진했다. 현행 비학위 과정의 평생교육원 중심의 일회성 교육을 탈피해 만  25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정규 대학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광주대는 지난 2008년 평생학습선도대학사업단 성인학습지원센터를 개설해 2014년 사업운영평가서 최우수대학으로 선정된 바 있다. 

특히 학위과정서도 성인학습자의 평생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산업기술경영학부, 청소년상담·평생교육학과, 경영학과, 음악학과, 경찰·법·행정학부, 간호학과, 뷰티미용학과, 토목공학과, 세무경영학과 등 10개 학과 등 성인중심학과로 개편했다. 광주대는 이를 점차 확대시켜 성인들에게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 호남대 미래자동차 공학부

김갑용 광주대 평생학습선도대학사업단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서 “지금까지 사업을 운영하며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성인학습자들에게 보다 폭넓고 체계적인 평생교육을 제공할 것”이라며 “아울러 100세 시대에 걸맞게 국가평생학습체제를 구축하는 선도대학으로서 그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지자체 협업= 대학교는 지자체와 협업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활성화시키는 동시에) 재학생들의 수도권 이탈현상을 막고 있다. 충남 보령에 있는 아주자동차대학은 보령시, 두산인프라코어와 함께 ‘건설기계 분야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 인프라 지원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이번 협약은 산·관·학 협력으로 보령 지역의 건설기계 분야 우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추진됐다.

보성시는 취업지원을 위해 아주자동차대학 우수 재학생에게 장학금 지원을, 아주자동차대학은 기증 장비 기반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무조건 튀어야 산다!
서울에 없는 전공 신설

부경대학교는 교육부 주관 ‘대학 산학연 협력단지’ 조성사업에 선정돼 부산시와 함께 지역경제성장에 박차를 가한다. 부경대학교가 사업에 선정됨으로써 향후 5년간 국비 80억원, 시비 16억원을 지원받아, 우수하고 성장잠재력 있는 기업을 유치, 동반성장을 도모한다. 특히 부산시가 캠퍼스와 연계한 도심 내 첨단산업의 현실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이 이목을 끌고 있다. 

▲외국 유학생 모집=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고 국가와 대학의 글로벌화를 위해 2023년까지 유학생 2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청사진을 세웠다. 지방 대학들은 국내 수험생들의 수도권이탈 현상이 가속화되자 재정난과 정원을 채우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으로 눈을 돌렸다. 최근 조사한 광주·전남 대학들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한 결과 5년 전 3000명 수준이었으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올해 7000~8000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전남대는 2013년부터 3년간 800명대를 유지하면서 2017년 1000명을 돌파했으며 조선대는 2016년 253명이었던것에 올해 1163명으로 약 5배 급증했다. 중국 특화대학인 호남대도 중국인 유학생을 비롯해 약 900명의 외국인이 학업에 매진하고 있으며 동신대 외국인 유학생 수가 500명에 가깝다.


부산서도 외국인유학생을 점점 늘리고 있다. 지난해 기준 외국인 유학생 비율이 10%를 넘는 부산지역 대학이 3곳이나 선정됐다. 부산외대 12.21%, 경성대 11.60%, 동성대 10.97% 순이었다. 

다양하고
특별하게 

서울대 총장을 역임했던 오연천 울산대학교 총장은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서 “지방대의 위기는 다양하고 특성을 살려 지향해야 한다. 수도권 대학처럼 보편적인 방향으로 가다보면 문제가 발생하는 건 당연하다”며 “지역 발전과 상생하는 전공, 4차 혁명에 맞는 새로운 학과와 전공을 개발해 융합·포괄형 교수가 많아야 지방대학이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지방대 무상교육 현주소
‘등록금 면제’ 100만명 서명운동

지방국립대와 공영형 지방사립대의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는 ‘지방국립대 무상교육 운동’이 시동을 걸었다.

부산대 교수회 지방대학균형발전위우너회는 지방국립대학 학부와 대학원, 공연형 지방사립대학 등록금 전액 감면을 촉구하는 100만명 전자서명운동을 내년 3월까지 진행한다고 지난 7일 밝혔다.

김한성 부산대 교수회장이 3월부터 시작한 이 서명운동은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김한성 부산대 교수회장 시작
고사 위기에 내몰린 지방 공생

김 교수 회장은 “지방국립대의 등록금을 면제하면 사교육 열풍으로 인한 집값 이상과 교통체증으로 고통받는 수도권과 인재 역외 유출로 고사 위기에 내몰린 지방이 공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이스트·포항공대·디지스트·광주 과기원·울산과학기술원과 같이 지방국립대 대학 등록금을 100%무상으로 한다면 지역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유출되지 않아 이촌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대 교수회는 내년 3월까지 100만명 서명을 달성하면 교육부와 비수도권 국회의원에게 결과를 우편으로 발송하고 무상교육을 청원할 계획이다. <환>

 

<기사 속 기사>지역인재 채용 의무화 확대…역차별 논란 해소?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 의무화를 확대하는 법률안이 발의됐다.

자유한국당 이은권 국회의원은 지역인재 채용 의무화 대상이 되는 공공기관 범위를 확대하는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7일 밝혔다. 

기존 ‘혁신도시법’은 지역인재의 채용을 독려하고 지역회귀를 장려하기 위해 이전 공공기관의 장으로 하여금 일정 비율 지역 인재를 채용하도록 하고 있다.

혁신도시 없는 충청권 포함
채용 의무 없는 공기관 확대 

하지만 의무 채용 대상이 혁신도시법에 따른 이전공공기관으로 한정돼 지역인재 채용 효과가 적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혁신도시가 없는 충청권(대전, 충남 등)의 경우 세종시 인근이라는 이유로 혁신도시서 제외돼 역차별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 의원은 기존 ‘혁신도시법’을 따르지 않고 이전해 지역인재 채용의무를 적용받지 않는 공공기관까지 지역인재 채용의무 규정을 적용받도록 개정안에 담았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지역인재 채용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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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