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공수처법 공멸론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5.13 10:26:11
  • 호수 12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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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출구전략 ‘같이 죽을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셈법이 다르다. 우여곡절 끝에 선거법과 공수처법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지만, 국회 본회의 통과를 장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각에선 두 법안이 모두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 예상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시사>는 일각서 제기되고 있는 선거법-공수처법의 ‘공멸론’을 추적했다.
 

▲ ‘웃고는 있지만…’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더 이상의 갈등은 없을까. 선거법-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 사태는 국회의 분열을 불러왔다. 육탄 저지도 불사했던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국회 대화를 거부하고 장외로 나갔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부산서 시작한 ‘민생투쟁 대장정’에 돌입한 상태다. 국회서 있었던 일련의 사태를 국민들에게 직접 알린다는 취지다.

원트랙서
투트랙으로

최근 한국당은 ‘장외투쟁’ 원트랙서 ‘장외투쟁-국회투쟁’의 투트랙으로 전환했다. 황 대표가 장외투쟁의 선봉장이라면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국회투쟁의 선봉장이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새로 선출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선 패스트트랙 철회, 후 국회 정상화’를 제안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회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회의서 “공수처의 날치기 패스트트랙 지정으로 헌법이 정한 사법부 독립의 원칙이 실질적·절차적으로 손상될 우려가 있다고 문무일 검찰총장과 현직 판사, 여당 의원 등도 비판했다”며 “여야는 패스트트랙 무효를 논의해야 할 때이며, 그것이 국회 정상화와 민생 국회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 취임한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라는 시험대에 올랐다. 장외로 뛰쳐나간 한국당을 어떻게든 국회로 다시 복귀시켜야 한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취임 일성으로 “홍영표 (전) 원내대표가 너무 강력한 과제를 남겨놓고 가셨다”며 “내가 협상하지 않고 우리 의원 128명 전체가 협상한다는 마음으로 움직이겠다”고 전했다.


패스트트랙 동반 탑승, 이대로 쭉?
선거법 받았지만…서울·호남 적신호

추가경정예산안(이하 추경)이 볼모다. 한국당은 민주당의 추경 카드를 무작정 거부할 수는 없다. 한국당이 ‘일하는 국회’를 거부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추경에는 강원 산불, 포항지진, 미세먼지 등 민생 지원 예산이 다수 포함돼있어 한국당도 추경을 계속 외면하기는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당 원내대표부 측에서 민주당의 새 원내지도부에 국회로 돌아올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당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7일 원내대책회의서 “새로운 민주당 원내지도부와 5월 국회서 원점서 협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당의 복귀는 패스트트랙에 대한 ‘백기투항’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한국당 내에서는 오히려 패스트트랙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는 의견이 많다.
 

이유는 정당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선거법 개정안의 핵심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정확히는 국회의원 정수 동결을 전제로 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의원 수 확대에 반대하는 여론조사가 이어지자 우선 의원 수 300석 동결 방식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확정했다.

백기투항?
자신감!

여야4당이 합의한 선거제 개혁안에 따르면 전체 의석수 300석에는 변화가 없지만, 현행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을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으로 수정한다는 내용이다. 지역구가 28석이나 줄어드는 안이다. 인구가 적은 농어촌 지역구의 통폐합이 불가피하다.


야3당은 선거제 개혁안에 대해 민주당보다 적극적이다. 야3당은 궁극적으로 의원 수 확대를 목표로 한다. 이는 선거제 개혁안이 지금의 모습으로 확정되기 전의 논의 과정서 드러났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과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 정의당 등은 지난해 12월 의원 수를 현행보다 10% 늘려 330석으로 맞추고,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배분하는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했다. 

그러자 한국당은 크게 반발하며 의원 수를 10% 줄이는 대신 비례대표를 없애자는 역제안을 내놨다. 공전을 거듭하자 야3당은 민주당과 논의를 거쳐 의원 수를 300석으로 유지하는 지금의 선거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야3당은 지금도 의원 수를 늘리려는 목표를 내려놓지 않았다. 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 7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의원 수 확대의 군불을 지폈다. 비례대표가 늘어 상대적으로 지역구가 줄어들면 농어촌 지역구가 가장 크게 축소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박 의원은 “처음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 논의 때도 여야가 약 30석 내지 60석 증원을 검토할 때라고 이야기했다”며 “인구 5000만명에 비해 (의원 수)300석은 적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생각은 다르다.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의원 수 확대는 불가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홍영표 전 원내대표는 지난 8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의원 정수는) 그렇게 쉽게 늘린다고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결코 아니다”라며 “우리 당으로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동의할 수 없는 안”이라고 야3당과 다른 입장을 내놨다.

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도 지난 8일 “우리 당은 현재 정원서 최대한 개혁 방안을 찾자는 게 기본 방침”이라며 “특히 의원정수 확대는 여야5당 합의는 물론 국민의 동의가 전제돼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두 개의 법안
하나의 운명

집권 여당으로서 국민의 의견에 반하는 의원 수 확대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내년 총선이 예정된 상황서 야3당의 의견을 수용한다면 자칫 주도력을 잃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지역구가 줄어드는 현행 선거법 개정안을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다. 현재 선거법 개정안대로라면 호남 의석수가 줄어드는 일은 자명하다.

정개특위 소속 한국당 김재원 의원이 지난 1월 인구 현황을 기준으로 지역구 225석을 예상한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 10석(서울 7석·경기 3석), 영남권 7석, 호남권 6석, 충청권 4석, 강원 1석이 각각 감소한다.
 

여당 내에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수도권과 호남은 민주당의 근간이다. 국회에선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의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정당으로 민주당과 한국당이 꼽힌다.

선거법 개정안만 해도 정당 간 함수가 복잡하게 얽혀있는데 여기에 공수처 설치법까지 더해져 고차방정식이 성립된다. 

민주당은 공수처법 통과에 사활을 걸었다. 공수처법은 문재인정부 사법개혁의 핵심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공수처법과 함께 검경 수사권 조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내 검찰개혁에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공수처>선거법’ 민주당 셈법
속셈 다른 정치권, 수틀리면?


민주당 입장에서는 공수처법을 선거법 개정안보다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의 의중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조 수석은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도 경찰도 입법 절차서 자신의 입장을 재차 제출할 수 있으나 최종적 선택은 입법자(국회)의 몫”이라며 “그것(입법자의 선택)은 검찰이든 경찰이든 청와대든 존중해야 한다. 검찰도 경찰도 청와대도 국회가 아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민주당이 공수처법 통과를 위해 야3당과 선거법을 고리로 거래를 했다고 주장한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22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서 “선거법과 공수처법의 밀실거래·야합정치는 4월 국회뿐 아니라 20대 국회를 마비시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민주당이 공수처법 통과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 야3당과의 합의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민주당은 바미당이 갑작스럽게 자신들의 공수처법을 들고 나오자 ‘원안 고수’ 대신 ‘동시 상정’이라는 우회로를 선택했다. 조 수석은 이를 ‘의회주의적 타협의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당·청이 공수처법의 국회 본회의장 통과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증거다.

과연 선거법과 공수처법이 모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야3당의 도움이 필수불가결하다. 선거법의 통과를 위해 야3당의 도움을 받는 일은 어렵지 않다. 야3당이 원하기 때문이다. 반면 공수처법과 관련해서는 야3당의 도움을 장담할 수 없다.

통과될까?
장담 못해

한국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7일 <일요시사>를 통해 “난 절대 두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며 “선거법의 경우 지역구가 없어지는 문제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두 법안은 본회의장서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다. 민주당 내에서도 분명히 반대표가 나올 것이다. 바미당과 평화당 내에서도 반대표가 나올 수 있다. 선거법이 무너지면 다음은 공수처법이다. 두 법안은 운명공동체다. 결국 두 법안은 공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4당은 두 법안을 본회의서 표결할 때 ‘선거법→공수처법→검경 수사권 조정법’의 순으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원 목줄 쥔 검경, 왜?

선거법과 공수처법의 패스트트랙 지정 사태가 낳은 여야 고소·고발전이 검경의 손으로 넘어갔다. 서울남부지검은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 등으로부터 이송받은 고소·고발 건 중 13건 162명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넘겼다.

검찰 관계자는 “국회법 위반, 공무집행방해, 재물 손괴 등 폭력 관련 사건은 사실관계 확정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경찰에 수사지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단 검찰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이 사보임되는 과정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없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검찰 측은 사보임 절차를 검찰이 수사하는 이유에 대해 “국회법이나 직권남용 등에 대한 법리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치권은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과정서 몸싸움을 펼쳤다. 이는 대규모 고소·고발전으로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정의당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등을 국회법 위반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대거 고발했다. 한국당 역시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을 ‘공동상해’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한국당은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모욕혐의로, 한국당 임이자 의원은 문희상 국회의장을 모욕과 폭행, 성추행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이외에도 국회사무처가 한국당 소속 의원들과 당직자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여야 의원 다수가 얽혀 있다는 점에서 이번 수사가 내년 총선까지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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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