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여행지 ②문경에코랄라

신나게 놀면서 배운다!

▲ 복합 생태 문화 테마파크 문경에코랄라에서 최첨단 멀티미디어 쇼 ‘포레스트 판타지아’가 펼쳐진다.

햇살이 따사로운 5월은 신나게 뛰어놀기 좋은 계절이다. 지난해 경북 문경 지역에 새롭게 문을 연 ‘문경에코랄라’는 아이들과 즐겁게 놀면서 배우는 이색 여행지다. 종전에 있던 문경석탄박물관과 가은오픈세트장을 통합하고, 에코타운과 자이언트포레스트 시설 등을 더해 복합생태문화테마파크로 업그레이드했다.
 

▲ 백두대간을 주제로 꾸민 생태 전시관, 에코서클

에코타운은 백두대간 생태 전시관인 에코서클, 특수촬영과 영상 제작을 체험하는 에코스튜디오, 첨단 농업기술을 보여주는 에코팜 등으로 나뉜다. 에코서클은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체험형 전시관이다. 스크린 영상이나 이미지를 터치하면 화면에 관련 설명이 나온다.

백두대간을 잇는 산과 강, 지질구조에 대해 배우고 더불어 살아가는 동식물을 만나다 보면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어진다. 천장에 설치된 원형 스크린에서는 최첨단 멀티미디어 쇼 ‘포레스트 판타지아’가 펼쳐진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 파노라마로 나타나는 환상의 숲 탐험이 깊은 울림을 준다. 에코서클에는 동물 그림에 색깔 입히기, 탄소 발자국 줄이기 등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전시도 많다.
 

▲ 에코스튜디오에서 특수촬영 기법을 체험하는 어린이

다양한 체험

에코스튜디오는 특별한 추억을 남기기 좋은 곳이다. 시나리오 선정부터 촬영, 편집까지 온전히 나를 위한 영상물을 만들 수 있다. 초고속 카메라와 모션 캡처 등 특수촬영 기법을 체험하며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 짜릿함을 만끽한다. 영상물을 편집·제작하는 데 20~30분이 걸리며, 1인 체험도 가능하다.
 

▲ 첨단 농업기술을 보여주는 에코팜
▲ 공간 전체가 거인의 숲을 탐험하는 스토리로 꾸며진 야외 놀이터, 자이언트포레스트

터치 한 번으로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온도와 습도, 햇빛 등을 완벽히 조절하는 에코팜(스마트팜)과 세계적인 화가 반 고흐의 작품을 미디어 아트로 구현한 전시도 빼놓지 말고 둘러봐야 한다. 


날씨가 좋을 때는 야외 놀이터인 자이언트포레스트가 가장 붐빈다. 거인광장, 종이배 연못, 신기한 수도꼭지 등 독특한 놀이시설과 더불어 야외 공간 전체가 거인의 숲을 탐험하는 스토리로 꾸며졌다. ‘자이언트포레스트 AR’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더욱 현실감 있게 즐길 수 있다.
 

▲ 문경석탄박물관 야외에 있는 은성갱도

자이언트포레스트 맞은편에는 문경석탄박물관이 있다. 과거 은성광업소 자리에 건립된 이 박물관은 국내 석탄 산업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문경은 광산 개발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 곳으로, 석탄 산업이 활황일 때는 30개가 넘는 광산이 운영됐다고 한다.

1926년 남한 지역에서 가장 먼저 문경탄광이 개광했으며, 이후 전남 화순의 구암탄광, 남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삼척탄광이 차례로 문을 열었다. 은성탄광은 1938년 문경탄전의 일부로 개광했다. 일제강점기에 자원 수탈을 목적으로 우후죽순 개발된 탄광은 광복 이후 국내 경제를 일으키는 밑거름이 됐지만, 지금은 대부분 문을 닫고 전국에 4~5곳이 남았다.
 

▲ 동굴 안을 이동하며 석탄의 역사와 채굴 과정을 재미나게 배우는 거미열차

전시 내용이 알차고 풍부해 하나하나 둘러보면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석탄 산업의 역사, 석탄의 생성 과정과 종류 등이 설명되어 박물관을 나설 땐 누구나 석탄 박사가 된다. 아이들이 있다면 스파이더 다크라이드(거미열차)를 추천한다. 거미열차를 타고 동굴 안을 이동하면서 석탄의 역사와 채굴 과정을 영상, 음성, 모형 전시로 재미나게 배울 수 있다.
 

▲ 광부들이 살던 사택촌을 재현한 공간

복합생태문화테마파크로 업그레이드
아이들과 즐겁게 놀면서 배우는 여행지

박물관 뒤쪽에는 실제 석탄을 캐던 탄광이 일부 개방돼 있다. 광부들이 갱도 안에서 작업하고 생활한 모습을 밀랍 인형으로 생생히 재현했다. 안타깝게도 1979년 이곳 갱 내에서 화재가 발생해 44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전날 10·26사건이 벌어지면서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채 역사 속에 묻혔다.

먹먹해진 마음에 갱도를 나서는 발걸음이 무겁다. 갱도 밖에는 광부들이 살던 사택촌을 옛 모습 그대로 꾸몄다. 당시 사람들이 나눈 대화를 사투리까지 고스란히 들려준다.
 

▲ 수많은 사극을 촬영한 가은오픈세트장

가은오픈세트장은 폐석산에 나무를 심어 가꾼 동산에 세웠다. 탄광서 나온 석탄 폐기물이 얼마나 많았는지 산 높이가 엄청나다. 세트장까지 모노레일을 타고 가면 편하지만(월요일 휴무), 계단을 이용해도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세트장에 들어서면 시간이 순식간에 과거로 회귀한다. 웅장한 왕궁 뒤쪽에서 당장이라도 옛사람이 나타날 듯하다. 세트장이 꽤 넓어 시간을 두고 천천히 관람하는 게 좋다. 2006~2007년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연개소문〉을 필두로 〈자명고〉 〈천추태후〉, 영화 〈안시성〉 등 수많은 영상물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제1촬영장은 평양성과 고구려 궁, 고구려 마을, 신라 마을로 구성되며, 제2촬영장은 안시성과 성내 마을을 실감 나게 묘사했다. 수많은 사극의 전투 장면이 이곳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제3촬영장은 요동성과 성내 마을로 구성되며, 관아와 저잣거리도 볼 수 있다.
 

▲ 전국에 레일바이크 열풍을 몰고 온 문경철로자전거

문경에코랄라를 나서면 가은역이 지척이다. 석탄 산업이 활황일 때 이곳도 덩달아 북적였겠지만, 2004년 철로가 폐선(가은선)되면서 이제는 기차가 서지 않는다. 자그마한 간이역은 예쁜 카페로 꾸며 아늑한 여행자 쉼터로 변신했다. 향긋한 커피 한 잔과 달콤한 디저트를 즐기며 잠시 쉬었다 가기 좋다. 
 

▲ 삼국시대에 축성된 고모산성은 진남교반을 사이에 둔 천연 요새로 꼽힌다.

가은역은 문경철로자전거를 체험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문경철로자전거는 국내 최초로 철로자전거를 개통해 전국에 레일바이크 열풍을 몰고 온 주인공이다. 검은 석탄가루가 날리던 가은선을 따라 지금은 무공해 철로자전거가 달린다. 총 4개 코스로 구성되며 가은역, 문경역, 구랑리역, 진남역서 철로자전거를 즐길 수 있다.

진남역 근처에는 고모산성과 문경오미자테마터널이 있어 함께 둘러보면 좋다. 삼국시대에 축성된 고모산성은 진남교반을 사이에 둔 천연 요새로 꼽힌다. 옛 성벽은 대부분 허물어지고 동쪽에 일부 성벽이 남았다.
 

▲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벽화와 형형색색 우산으로 꾸민 문경오미자테마터널 <사진제공:문경오미자테마터널>

국내 최초 철로자전거

고모산성 아래 조성된 문경오미자테마터널은 과거 점촌과 문경 사이에 석탄을 실어 나르던 석현터널이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문경 특산물인 오미자를 테마로 만든 터널에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벽화와 갤러리, 이벤트 홀 등이 마련됐다. 오미자로 만든 와인도 맛볼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문경에코랄라→가은역→문경철로자전거→고모산성→문경오미자테마터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문경에코랄라→가은역→고모산성→문경오미자테마터널
둘째 날: 문경새재도립공원→문경철로자전거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문경시 문화관광 www.gbmg.go.kr/tour
- 문경에코랄라 http://ecorala.com
- 문경오미자테마터널 www.omijatt.com
- 문경철로자전거(문경관광진흥공단) www.mgtpcr.or.kr 


문의 전화
- 문경새재안내소 054)550-6414
- 문경관광안내센터 054)571-7947
- 문경에코랄라 054)572-6854
- 문경철로자전거(진남역) 054)553-8300
- 문경오미자테마터널 054)554-5212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가은,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3회(08:20, 13:10, 18:10) 운행, 약 2시간40분 소요. 가은아자개장터버스정류소(가은읍 버스 정류장)에서 문경에코랄라까지 도보 약 15분.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가은아자개장터버스정류소(가은읍 버스 정류장) 054)572-7100

자가운전
중부내륙고속도로→문경새재 IC에서 상주·문경 방면 오른쪽→모곡교차로에서 오른쪽→419m 이동, 가은·마성 방면 우회전→문경대로→문경석탄박물관·가은촬영장 방면 우회전→가은로→문경석탄박물관 방면 오른쪽→왕능길→문경에코랄라

숙박 정보
- 라마다 문경새재: 문경읍 새재2길, 054)504-7077, www.ramadamg.com
- STX리조트: 농암면 청화로, 054)460-5000, www.stxresort.com
- 문경새재국민여가캠핑장: 문경읍 새재1길, 054)572-3762, www.mgtpcr.or.kr(문경관광진흥공단)
- 강이있는풍경: 마성면 구랑로, 010-5287-3375, www.kangpungkyung.com

식당 정보
- 산중에(손두부전골·자연밥상): 문경읍 새재2길, 054)571-7972, https://munkeng.modoo.at
- 문경약돌한우타운(약돌한우로스구이): 문경읍 문경대로, 1588-9075, http://문경약돌한우타운.kr
- 새재할매집(더덕정식): 문경읍 새재로, 054)571-5600
- 자연산매운탕(잡어매운탕·어탕): 문경시 영강공원길, 054)555-1998

축제·행사 정보
문경달빛사랑여행: 5월18일(4~9월, 총 5회 운영), 문경시 일원,  054)571-7677(문경축제관광조직위원회), 054)550-6394(문경시청 관광진흥과), www.mftf.kr(문경축제관광조직위원회)


주변 볼거리
문경새재도립공원(옛길박물관), 박열의사기념관, 한국다완박물관, 문경자연생태박물관, 문경온천, 문경새재오픈세트장, 짚라인 문경, 문경활공랜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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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라오스가 동남아의 마지막 프런티어이자 신흥 투자처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국제 범죄자들의 주요 거점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수력발전과 광물, 인프라 개발을 앞세운 투자시장이 활발하게 성장하는 반면, 불법 콜센터를 중심으로 한 사이버 범죄 산업도 동시에 팽창하기 때문이다. 합법과 불법, 투자와 범죄가 교차하는 이 구조는 라오스를 단순한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국제 금융·사이버 범죄의 회색지대로 바라보게 만든다. 최근까지 라오스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과거 한국이나 중국에서 인식해 온 단순 전화 사기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대거 이동 범죄 온상 라오스 스스로도 더 이상 ‘내륙 봉쇄국’이 아니라 ‘육상 연결국’을 자임하며 철도와 도로, 에너지, 도시 인프라를 국가 도약의 기반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밝은 전면 뒤에는 국제 범죄도시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함께 드리워지고 있다. 투자시장과 범죄 산업이 동시에 팽창하는 이중 구조다. 라오스에서 발생하는 보이스피싱과 온라인 투자사기는 전화와 메신저, SNS를 결합한 다층적 구조가 정착됐다. 가짜 투자 플랫폼과 암호화폐, 외환(FX) 거래를 미끼로 한 고도화된 금융사기가 핵심 수법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 범죄는 국경 지대와 특별경제구역을 거점으로 운영된다. 미얀마·태국과 맞닿은 북부지역 경제특구 일대는 외국 자본과 외국 인력이 밀집한 구조를 악용하기 쉬운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겉으로는 카지노나 리조트, 개발사업사무소로 위장하지만, 내부에서는 각국 언어를 담당하는 인력이 분업 형태로 사기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발송한다. 최근에는 캄보디아 내 대규모 범죄조직들이 현지 단속을 피해 라오스 등 인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정황도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지난 10월19일 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라오스에 체류 중인 한국인 민간봉사단체 관계자는 국제 통화에서 “라오스 정부 고위 인사들에게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라오스 이동 가능성을 물었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들었다”고 전했다. 교민사회에서는 태국발 마약 범죄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캄보디아발 범죄조직까지 유입되면 감당이 어렵다며, 한국 정부가 후임 대사를 조속히 임명하고 경찰·영사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 범죄들이 ‘라오스 현지 범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피해자는 한국과 중국, 일본은 물론 동남아 전역, 유럽과 북미까지 확산돼있다. 라오스는 범죄가 실행되는 물리적 공간일 뿐, 자금은 국제 금융망과 가상자산을 통해 순식간에 국경을 넘는다. 캄 ‘프린스그룹’ 라 ‘킹스 로만스’ 해외투자 뒤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 보이스피싱 조직은 가짜 투자 수익 인증 화면과 조작된 거래 내역을 제시해 신뢰를 쌓고, 일정 금액 이상이 입금되면 추가 투자나 긴급 송금을 요구한 뒤 출금을 차단하는 전형적인 수법을 반복한다. 일부 사례에서는 실제 존재하는 라오스 광산 개발, 에너지 프로젝트, 부동산 사업을 사기 시나리오에 끼워 넣어 ‘현지 실물 투자’처럼 포장하기도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범죄 구조가 인신매매와 강제노동과 결합돼있다는 점이다. 고수익 IT·마케팅 일자리를 제안받고 라오스로 입국한 외국인들이 여권을 압수당한 채 콜센터에 감금돼 사기를 강요받는 사례가 국제 언론과 인권단체 보고서를 통해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폭행과 협박이 뒤따르고, 탈출을 시도하면 몸값을 요구받는 구조도 확인됐다. 이는 단순 금융사기를 넘어 국제적 인권 범죄이자 조직범죄로 분류되는 이유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일대에 밀집했던 대형 범죄단지가 해체되며 조직이 점조직 형태로 흩어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현지 단속 이후 웬치로 불리는 범죄단지 상당수가 텅 비었고, 이들 조직원 상당수가 라오스와 태국, 미얀마 접경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은 과거 세계적인 마약 생산지였지만, 최근에는 다국적 피싱 사기의 온상지로 탈바꿈했다. 울창한 산림 지역에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장비를 설치해 전 세계를 상대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라오스 북부 보케오 지역에는 ‘범죄단지’를 넘어선 ‘범죄마을’도 존재한다. 중국 카지노 그룹 킹스 로만스가 99년간 임차해 카지노와 호텔을 운영하는 이 지역은 사실상 외부 접근이 차단된 치외법권에 가깝다. 불법도박과 마약 밀매, 스캠 사기, 암호화폐 자금세탁이 복합적으로 이뤄진다는 의혹이 제기돼왔고, 미국은 이미 2018년부터 킹스 로만스를 초국가범죄 기업으로 지정해 제재하고 있다. 캄보디아에 프린스그룹이 있다면, 라오스에는 킹스 로만스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경 넘는 나쁜 놈들 마약 범죄 역시 라오스의 또 다른 어두운 단면이다. 최근 라오스 공항에서 마약을 소지한 채 출국을 시도하다 적발되는 한국인이 급증했다. 비엔티안과 지방 공항에서 잇따라 체포된 사례들은 대부분 헤로인과 케타민, 필로폰 등 대량의 마약을 포함하고 있다. 라오스 형법은 마약 범죄에 극히 강경하다.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사형이나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고, 미수나 공범 역시 동일하게 처벌된다. 실제로 2019~2020년 비엔티안 공항에서 필로폰을 소지하다 적발된 한국인 2명은 현재까지도 장기 복역 중이다. 주라오스 한국대사관이 “타인으로부터 물건을 위탁받지 말라”고 반복적으로 경고하는 배경이다. 라오스 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불법 콜센터 단속과 외국인 범죄자 검거, 장비 압수와 추방 조치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며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단속이 강화될수록 범죄조직이 인접 국가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는 반복되고 있다. 구조적 취약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범죄의 위치만 바뀔 뿐 산업 자체는 유지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범죄 환경은 라오스 투자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라오스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요소를 갖춘 국가다. 수력발전과 광물, 재생에너지, 일부 농업·임산물 가공 분야는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행정 절차의 불투명성, 계약 집행의 불확실성, 외환 규제와 금융 접근성 문제는 오래된 리스크다. 여기에 사이버 범죄가 결합되면서 정상 프로젝트와 사기성 프로젝트의 경계는 더욱 흐려지고 있다. ‘정부 승인’ ‘양허권 보유’ ‘현지 고위 인맥’ 같은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지만, 공식 검증 없이는 실체를 가늠하기 어렵다. 동남아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 라오스의 개발 모델 역시 기회와 위험이 교차한다. 인프라를 외부 차관과 ODA로 먼저 구축하고 성장을 통해 상환하는 구조는 철도와 도로, 병원, 상수도 같은 가시적 성과를 냈다. 그러나 정부 부채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60% 후반으로 추정되고, 낍(KIP)화 약세는 상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빚으로 지은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자산이 아니라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경고다. 현장에서는 인프라가 완공돼도 운영 시스템과 인력,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는 모습이 반복된다. 다만, 한국 정부는 ‘메콩강 내륙국’으로 외교적 지평을 넓히기 위한 포석으로 라오스를 지목했다. 해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 개발 속도가 더딘 메콩강 유역 내륙국 시장을 선점해 경제협력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마지막 정상회담 대상국으로 라오스를 선택한 이유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했다. 이날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라오스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것은 12년 만이다. 라오스는 대표적인 메콩강 유역의 내륙 국가로 꼽힌다. 인도차이나반도의 젖줄인 메콩강은 중국 칭하이성에서 발원해 윈난성과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로 흐른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3대 교역국'으로 꼽히는 베트남을 비롯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의 해양국과 활발한 경제·문화·인적 교류를 해온 반면 라오스와 미얀마, 캄보디아 등 메콩강 유역 내륙국과 비교적 교류가 적었다. 조원득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장은 “(한국의) 경제협력이나 투자는 베트남 등에 집중됐고 동남아의 내륙 국가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최근 몇 년간 (한국이) 한미일 외교에 집중하다 보니 (내륙국에 대한) 정치·외교적인 관심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범죄로 얼룩 이면엔 ‘기회의 땅’ 무궁무진 천연 광물과 수력발전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메콩강 유역 국가들은 베트남처럼 경제적으로 한 단계 높은 층위를 차지하는 국가들과 아닌 국가들로 구분돼있다”며 “메콩강 지역 개발의 최대 수혜는 상대적으로 빈곤한 국가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얀마는 군부독재라는 문제가 있고 캄보디아는 온라인 ‘스캠’(사기)으로 대표되는 치안 문제가 있다”며 “한국이 메콩 지역 개발을 위해 손잡고 일할 수 있는 국가는 현재로선 라오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해양국들뿐 아니라 내륙국들과 교류·협력 등을 통해 아세안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아세안의 GDP 규모는 약 3조8000억달러(약 5590조원)로 국가로 치면 세계 5위 수준이다. 인구 규모는 6억7000만명으로 세계 3위다. 미중 갈등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강’을 넘어 아세안 등 신흥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약 6개월 만에 G7(주요 7개국), 유엔(UN·국제연합)총회,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상생과 연대의 가치를 강조하며 자유무역 질서 및 다자주의 회복에 힘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통룬 주석과의 확대회담에서 “라오스가 통룬 주석의 리더십 하에 내륙 국가라는 지리적 한계를 새로운 기회로 바꿔 역내 교통·물류의 요충지로 발전한다는 국가 목표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이 든든한 파트너로서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간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더욱 확대·발전시켜서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익 보장? 의심부터 결국 라오스의 투자시장과 보이스피싱 범죄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적 공백과 국경 지대의 느슨한 관리, 외국 자본과 인력 유입이 만들어낸 회색지대라는 동일한 토양에서 자라난 두 개의 얼굴이다. 라오스는 여전히 기회의 땅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기회는 이제 철저한 검증과 리스크 관리 없이는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 됐다.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투자 제안일수록, ‘이미 현지에서 잘 돌아가고 있다’는 말일수록 냉정하게 의심해야 하는 이유다. 라오스 투자시장의 성장과 국제 범죄 산업의 확산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같은 구조가 낳은, 서로 다른 두 개의 결과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