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국민엄마 김혜자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5.08 10:01:35
  • 호수 12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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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배우 김혜자가 백상예술대상서 품격 있는 수상 소감으로 동료 후배들을 울렸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엔딩에 나왔던 자신의 내레이션을 다시 한 번 읊으며, 청중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깊은 감동을 전했다.
 

▲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을 수상한 배우 김혜자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낮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래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콤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오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한 순간도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이 모든 걸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나였을 그대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반전’으로 
충격과 감동

배우 김혜자의 수상 소감이다. 김혜자는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 출연해 제55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눈이 부시게>는 70대 노인이 25세의 인생을 동시에 살며 일깨운 삶의 가치를 그려낸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종방 일주일 전엔 지난 3월12일에는 7.9%(닐슨코리아)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3.2%로 시작한 첫 방송보다 두 배 이상 뛴 시청률이다.  

<눈이 부시게>는 아나운서를 꿈꾸던 25세 혜자가 아버지(안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 시간을 되돌리는 시계를 함부로 사용해 70대 할머니(김혜자)가 됐다는 설정이다. 드라마에서는 시간을 바꿀 수 있는 시계 때문에 자신의 젊음을 잃었다 생각한 혜자(20대 역 한지민)가 노인으로서의 삶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이후 혜자가 치매에 걸린 노인이었다는 ‘반전’이 밝혀지며 시청자들에게 충격과 감동을 안겨준다.


백상예술대상 대상…품격 있는 소감 화제 
<눈이 부시게> 엔딩 내레이션 깊은 감동

애초 <눈이 부시게>는 기대작이 아니었다. ‘같은 시간 속에 있지만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두 남녀의 시간 이탈 로맨스’란 기획 의도를 보고 드라마를 기대하는 시청자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남녀의 애절한 사랑을 부각하는 ‘타임리프’의 반복을 치매로 인한 시간 여행으로 비틀어 새로움을 줬다. 드라마가 보여준 인간의 시간과 삶에 대한 통찰은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겉은 70대 노인이지만 내면은 20대인 ‘혜자’를 훌륭하게 연기하며 노익장을 과시한 김혜자의 연기도 드라마의 인기에 한몫했다.

김혜자는 백상예술대상서 수상 소감으로 <눈이 부시게> 속 엔딩 내레이션을 읊었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내레이션을 읽을 때, 행사장에 있는 모든 이들이 기립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연기 혼을 불태운 대배우에 대한 경배의 순간이었다. 그는 수상의 공을 제작진들에게 돌리며 베테랑 배우로서 품격을 더했다. 

김혜자는 “생각도 안 했는데 너무 감사하다”며 “김석윤 감독부터 이남규, 김수진 작가까지 <눈이 부시게> 제작진과 수상의 영광을 함께 한다”며 감사를 표했다. 그는 “정말 받을 줄 몰랐다”며 시종일관 감격하면서도 “<눈이 부시게>가 작품상을 받았으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대본의 마지막 한 페이지를 찢어올 정도로 작품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실제 대본 들고…
작품에 대한 애착

김혜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로 그는 1941년 9월15일 서울서 태어나 자랐다. 대중에게 알려진 생년월일은 10월25일이지만, 이는 호적상 생일이다. 그는 경기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이화여자대학교 생활미술학과에 진학했다. 


배우로서 첫발을 내딛은 것은 1960년 연극배우로 처음 데뷔하면서였다. 이듬해 KBS 서울중앙방송 공채 1기 탤런트로 정식 데뷔했지만, 연수를 끝내기도 전에 11살 연상의 남편과 결혼하면서 연기 중단을 선언했다. 이와 관련해 김혜자는 “열망만 컸지 연기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해 도망친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렇게 한 가정의 어머니로 살던 그는 27세의 나이에 다시 연기에 대한 갈망을 느꼈고, 3년간 연극 무대서 연기를 하며 ‘연극계의 신데렐라’로 살았다. 

이후 1969년 MBC가 개국하면서 스카웃돼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이어갔다. 그는 MBC 드라마 <개구리 남편> <강변살자> <수사반장> <학부인> <무지개> <신부일기> <여고동창생> <후회합니다> <당신> <안국동 아씨> 등의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파 배우로 이름을 알렸고, 다수의 최우수 연기자상을 수상하면서 톱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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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MBC 제1회 탤런트 연기상서 김혜자는 최불암과 나란히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다. 1975년 출연한 <신부일기>로 제3회 대한민국 방송상 시상식서 TV연기상과 제10회 방송윤리위원회상 시상식서 TV드라마 부문 연기상을 수상했다. 1977년 <당신>으로 1978년 제14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자상을, 이듬해 <행복을 팝니다>로 1979년 제15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을 차지하며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김혜자는 스타의 반열에 오른 뒤 수많은 광고를 찍었는데, 1975년부터 2002년까지 CJ제일제당의 전속 모델로 27년동안 활동하면서 ‘국민엄마’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당시 제일제당의 대표 브랜드였던 다시다 광고 속에서 외쳤던 “그래 이맛이야”는 전국적인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60년 연극 데뷔
이듬해 KBS 1기

광고를 통해 다진 국민엄마 이미지는 김혜자의 인생작이자, 최장 기간 방영된 한국의 대표 농촌드라마 <전원일기>와 연을 맺게 해준다. 이 드라마서 김혜자는 양촌리 김 회장(최불암 분)의 부인인 이은심 역을 맡아 오랜 기간 출연했다. 이 드라마는 1980년 10월21일 첫 방송돼 2002년 12월29일에 종영됐다. 그는 <전원일기>를 통해 ‘어머니 역을 가장 잘하는 인기인’ 설문조사서 1위를 기록했으며, MBC의 이미지를 형성해온 연예인으로 인정받았다.

1983년에 영화에 진출한 김혜자는 스크린 데뷔작인 <만추>로 1983년 제2회 마닐라국제영화제서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이후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엄마의 바다> <그대 그리고 나> <장미와 콩나물> 등 여러 작품에 출연했고, 90년대에 MBC 연기대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다.

2008년에는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서 새로운 자유를 꿈꾸는 다소 특이한 어머니상을 연기해 시청자들에게 파격적인 인상을 주며 큰 호평을 받았다. 김혜자는 이 작품으로 KBS 연기대상 대상과 제45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을 수상했는데, 이는 MBC <행복을 팝니다> <모래성> <엄마가 뿔났다>로 ‘총 3회에 걸친’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이었다.

김혜자는 새로운 도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2009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에 출연해 세상에 하나뿐인 아들 도준(원빈 분)의 살인사건 누명을 벗기기 위해 범인을 찾아나서는 엄마 역을 맡아 동물적 모성을 연기했다. “아무도 믿지마. 엄마가 구해줄게”라는 이 한마디는 김혜자의 연기 인생에 또 다른 한 획을 그었다. 

<마더>는 제62회 칸국제영화제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고, 김혜자는 생애 처음으로 칸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인간의 시간과 삶에 대한 통찰 제시
연기 56년 차…어머니 역 가장 잘해


김혜자는 이 영화로 국내·외 무대서 총 9번의 수상 기록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할리우드 LA영화비평가협회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김혜자는 꾸준히 사회 봉사활동을 해오며, 공인으로서 큰 족적을 남겼다. 1991년 국제구호개발 NGO인 월드비전의 친선 대사로 임명돼 30년 가까이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수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는 사명하에 아프리카 난민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그는 2015년에는 네팔 지진 피해복구를 위해 월드비전에 1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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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에는 아프리카 봉사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집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라는 책을 저술하며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이름을 알렸다. 책의 인세 전액은 북한 용천 긴급구호와 어린이들을 위한 공부방(꽃때말공부방) 설립을 위해 기부했다. 

시에라리온서 전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마담 킴스 프로젝트>를 후원했으며, 결연으로 전세계 가난한 어린이 103명을 돕고 있다. 2004년 제과업체 CF 출연료 일부인 9600만원을 월드비전에 기부했고, 2014년 12월 출연한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의 출연료 전액을 기부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꾸준히 봉사활동
전 출연료 기부도

편의점 GS25가 김혜자의 이름으로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제안하면서, 2010년 10월에는 식품 브랜드 ‘김혜자 도시락’을 론칭했다. 김혜자의 아들이 식품 업체 정성에프에스의 대표로 있지만, 김혜자 도시락은 품질 관리에 개입하는 조건하에 계약을 했다고 한다. 김혜자 도시락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혹자는 한자로 은혜로울 혜(惠)에 너그러울 자(慈)를 써서, ‘은혜롭고 자비롭다’는 뜻으로 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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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