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비상’ OCI그룹의 플랜B

발판 놓다가 발목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OCI가 전문경영인체제로 돌입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회장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던 이우현 전 사장은 부회장에 머물렀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승계를 위해 야심차게 준비했던 회사의 몰락을 이유로 들었다. 이 부회장은 최대주주자리까지 내준 상태다. 짊어진 수백억원 상속세의 짐도 무겁기만 하다.
 

석유화학·태양광 기업 OCI의 백우석 부회장이 회장에, 이우현 사장이 부회장에 올랐다. 전문 경영인과 오너 경영인이 호흡을 맞춰 경영하는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OCI는 지난 3월26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백우석 부회장을 회장에, 이우현 사장을 부회장에 각각 승진시키는 한편, 최고운영책임자(COO)인 김택중 사장을 최고경영자(CEO)에 신규 선임했다. 

CEO 체제?
업계도 의아

이번 OCI의 인사를 두고 업계에서는 다소 의외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표면적으로 문제가 없는 단계적인 승진이지만, OCI는 이수영 전 회장 별세 후 2년여간 회장직을 공석으로 비워뒀고 어느 정도 때가 되면 이우현 부회장이 이 자리에 오를 것으로 판단한 이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그간 OCI의 기업설명회나 주주총회에 모습을 드러냈고 회사의 경영 성과와 향후 목표들을 직접 발표하는 등 ‘오너 경영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이 부회장의 경영 카리스마가 주주와 업계서 인정받고 있었던 터였다. 

지난달 1일 공시된 OCI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우현 부회장은 사장일 당시 백우석 전 부회장보다 연봉이 높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총 15억9600만원을 수령했으며 백 회장은 같은 기간 14억9800만원을 지급받았다. 이 부회장과 백 회장의 상여금은 8억3700만원으로 동일했지만 급여와 기타 근로소득이 상이한 결과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기본급서 자녀학자금 2000만원을 수령했고 기타 근로소득을 포함한 업무용 차량지원 관련 금액서 백 회장보다 7500만원가량을 더 수령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사장이 부회장보다 연봉이 1억원가량 높은 모양새가 됐다.

OCI그룹에서는 모두의 예상의 뒤엎고 전문 경영인인 백우석 부회장이 회장 자리에 앉게 됐다. OCI에 따르면 백 회장은 OCI의 전신인 동양제철화학서부터 44년간 근무하며 이회림 명예회장, 이수영 회장, 이우현 부회장 등 오너 일가를 지근거리서 보좌해왔던 인물이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르지 못한 이유로 지분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고 이수영 전 회장이 별세하면서 지분을 상속받았다. 그러나 상속세 납부를 위해 증여받은 주식의 일부를 처분하면서 개인 최대주주 자리를 이화영 유니드 대표이사 회장에게 내준 상태다. 이화영 회장은 이수영 전 회장의 막냇동생이다.

이우현, 바로 회장?…예상 깨고 부회장
최대주주 내주고…지분 문제 의식했나?

지난해 연말 기준 이 회장의 지분율은 5.43%로 이 부회장(5.04%)보다 0.39%포인트 많은 상태다.  

또 이회림 창업주의 차남인 이복영 이테크건설·삼광글라스 회장 또한 5.02%의 OCI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과의 격차는 불과 0.02%포인트다.  업계에선 이러한 상황서 곧바로 회장직에 오르는 것은 지분 문제상 시장서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대물림을 위해 준비한 넥솔론의 실패에 대해서도 거론하고 있다. 


동양제철화학(현 OCI)은 2007년 7월 일관체제 구축을 위해 넥솔론을 설립했고, 2008년 9월 전북 익산에 공장을 완공하고 OCI가 공급하는 폴리실리콘을 원재료로 본격적으로 태양광 발전용 잉곳·웨이퍼 생산에 들어갔다.

설립의 주체는 OCI 오너 3세이자 고 이 회장의 2남1녀 중 두 아들인 이우현 부회장과 이우정 전 넥솔론 사장이었다. 이 부회장과 이 전 사장이 초기 자본금(110억원)을 전액 출자, 각각 지분의 50.0%(101만주)를 소유했다.
 

▲ 이우현 OCI 회장

당시 이 부회장의 나이는 40세로 2005년 OCI 전무로 입사한 이래 사업총괄 부사장(CMO)을 맡아 경영승계 단계를 속도감 있게 밟아나가던 시기다. 반면 넥솔론 출자 전 이 부회장이 지분을 소유한 계열사라고 해봐야 OCI가 거의 전부였고, 지분도 1% 남짓이었다.

승승장구하다…
승계 위한 한방

이런 당시 정황에 비춰보면 넥솔론은 후계 승계를 위해 준비된 계열사라고 볼 수 있다. 넥솔론의 성장세에 따라 향후 OCI 지분 확대 및 부친의 지분증여나 상속 등에 대비한 재원으로 요긴하게 쓸 수 있어서다.

처음 넥솔론의 성장은 폭발적이었다. 설립 3년 만인 2010년 매출(연결기준) 4510억원을 달성했고 영업이익도 매년 흑자가 이어지며 456억원에 달했다. 재무적투자자(FI)들이 앞다퉈 찾아올 정도였다. 이듬해 10월 증시 상장은 예정된 수순으로 생각됐다. 

FI 자금 유치 등으로 낮아지기는 했지만 상장 직후 이 부회장의 넥솔론 보유지분은 19.42%(1733만3320주)나 됐다. 동생 이 전 사장도 19.62%(1750만6650주)를 갖고 있었다. 형제 지분이 도합 39.04%(3483만9970주)에 달했다.

상장 당시 넥솔론에 매겨진 몸값은 주당 4000원(상장공모가·액면가 500원)이었다. 이 부회장의 지분가치도 693억원으로 평가됐다. 또 상장 직후 넥솔론의 주가가 6060원까지 뛰자 이 부회장의 지분가치는 1050억원으로 치솟았다.

하지만 넥솔론이 상장한 지 얼마되지 않아 세계 태양광 시장은 장기 불황의 국면에 접어들었다. 2008년 이후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이 지속된 결과다. 중국 저가 태양광업체들의 난립도 한몫했다.

글로벌 침체
갑자기 폭망

OCI의 매출은 상장 첫 해인 2011년 5880억원을 찍은 뒤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며 2016년에는 1550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영업이익 또한 2011년 적자로 돌아섰고 이후 많게는 1001억원서 적게는 226억원까지 한 해 평균 56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속적인 설비투자를 위해 적지 않은 돈을 외부에서 끌어다 썼기 때문에 차입금 부담도 적지 않았다. 2009년 1150억원 수준이던 총차입금은 2011년 말 585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후로도 차입금은 줄지 않아 2015년 말에도 5120억에 달했다.


저조한 영업수익성에 차입금 부담마저 컷던 탓에 순익은 2015년(2650억원)을 제외하고, 2011∼2016년 동안 적게는 241억원에서 많게는  4015억원에 달하는 적자가 이어졌다.
 

▲ 넥슬론

이 부회장이 넥솔론 상장 전 출자한 자금은 87억원이다. 여기에 넥솔론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2012년 10월(553억원)과 2014년 3월(143억원)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101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이 부회장은 2014년 2월 OCI 지분 0.4%(9만4500주)를 블록딜을 통해 191억원(주당 20만2500원)을 받고 매각하기도 했다. 시기적으로 볼 때 넥솔론 추가 출자자금 용도로 풀이된다.

승계 위해 설립한 넥솔론…결국 공중분해
상속세 절반 납부했지만 아직 수백억 남아

후계 승계를 위해 OCI 지분을 늘려도 모자랄 시기에 넥솔론을 건사하느라 얼마 되지 않는 지분마저 내다 팔아야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4월 고 이수영 회장의 지분상속(10.92% 중 5.62%) 직전, 이 부회장의 지분이 고작 0.5%(12만251주)에 불과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의 노력에도 넥솔론의 결손금은 계속 불어 2014년 말에는 자본총계가 -3750억원에 달했다. 이어 2016년 말 완전자본잠식(-508억원) 상태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됐다.


2014년 8월 법정관리 이후 진행해왔던 회생절차마저 실패했다. 2015년 말부터 총 3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유찰됐다. 급기야 지난 2017년 4월 전액 자본금 자본잠식으로 유가증권시장서 상장폐지됐다. 이로써 OCI는 139억원을 손실 처리했다. 
 

▲ 태양광 발전.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넥손론은 재무개선 중인 2015년 2월 이 부회장과 이 전 사장 양대주주를 대상으로 무상감자를 실시했다. 이 부회장은 소유지분 17.75%(2564만5008주) 중 97%에 대해 무상소각을 당했다. 이어 잔여지분 0.59%(83만1168주)도 FI의 담보권 실행으로 사라졌다. 

이 부회장이 넥솔론에 집어넣은 자금은 총 188억원이다. 이 중 지분매각을 통해 회수한 자금이라고 해봤자 2013년 1월 14.13% 중 0.26%(32만2580주) 매각을 통한 5억4100만원이 전부다.

갈 길 멀었다 
뼈아픈 기억

이 부회장이 단기간에 OCI 최대주주의 지위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상속지분의 일부를 팔아 절반가량을 납부하기는 했지만, 앞으로 최장 4년간 해마다 100억원씩 상속세를 물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마저도 보유하고 있는 재원이 별로 없는 상황이라  OCI 주식을 담보로 빚을 내 충당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에게 넥솔론의 실패는 여러모로 뼈아픈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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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