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비상’ OCI그룹의 플랜B

발판 놓다가 발목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OCI가 전문경영인체제로 돌입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회장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던 이우현 전 사장은 부회장에 머물렀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승계를 위해 야심차게 준비했던 회사의 몰락을 이유로 들었다. 이 부회장은 최대주주자리까지 내준 상태다. 짊어진 수백억원 상속세의 짐도 무겁기만 하다.
 

석유화학·태양광 기업 OCI의 백우석 부회장이 회장에, 이우현 사장이 부회장에 올랐다. 전문 경영인과 오너 경영인이 호흡을 맞춰 경영하는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OCI는 지난 3월26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백우석 부회장을 회장에, 이우현 사장을 부회장에 각각 승진시키는 한편, 최고운영책임자(COO)인 김택중 사장을 최고경영자(CEO)에 신규 선임했다. 

CEO 체제?
업계도 의아

이번 OCI의 인사를 두고 업계에서는 다소 의외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표면적으로 문제가 없는 단계적인 승진이지만, OCI는 이수영 전 회장 별세 후 2년여간 회장직을 공석으로 비워뒀고 어느 정도 때가 되면 이우현 부회장이 이 자리에 오를 것으로 판단한 이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그간 OCI의 기업설명회나 주주총회에 모습을 드러냈고 회사의 경영 성과와 향후 목표들을 직접 발표하는 등 ‘오너 경영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이 부회장의 경영 카리스마가 주주와 업계서 인정받고 있었던 터였다. 

지난달 1일 공시된 OCI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우현 부회장은 사장일 당시 백우석 전 부회장보다 연봉이 높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총 15억9600만원을 수령했으며 백 회장은 같은 기간 14억9800만원을 지급받았다. 이 부회장과 백 회장의 상여금은 8억3700만원으로 동일했지만 급여와 기타 근로소득이 상이한 결과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기본급서 자녀학자금 2000만원을 수령했고 기타 근로소득을 포함한 업무용 차량지원 관련 금액서 백 회장보다 7500만원가량을 더 수령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사장이 부회장보다 연봉이 1억원가량 높은 모양새가 됐다.

OCI그룹에서는 모두의 예상의 뒤엎고 전문 경영인인 백우석 부회장이 회장 자리에 앉게 됐다. OCI에 따르면 백 회장은 OCI의 전신인 동양제철화학서부터 44년간 근무하며 이회림 명예회장, 이수영 회장, 이우현 부회장 등 오너 일가를 지근거리서 보좌해왔던 인물이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르지 못한 이유로 지분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고 이수영 전 회장이 별세하면서 지분을 상속받았다. 그러나 상속세 납부를 위해 증여받은 주식의 일부를 처분하면서 개인 최대주주 자리를 이화영 유니드 대표이사 회장에게 내준 상태다. 이화영 회장은 이수영 전 회장의 막냇동생이다.

이우현, 바로 회장?…예상 깨고 부회장
최대주주 내주고…지분 문제 의식했나?

지난해 연말 기준 이 회장의 지분율은 5.43%로 이 부회장(5.04%)보다 0.39%포인트 많은 상태다.  

또 이회림 창업주의 차남인 이복영 이테크건설·삼광글라스 회장 또한 5.02%의 OCI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과의 격차는 불과 0.02%포인트다.  업계에선 이러한 상황서 곧바로 회장직에 오르는 것은 지분 문제상 시장서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대물림을 위해 준비한 넥솔론의 실패에 대해서도 거론하고 있다. 


동양제철화학(현 OCI)은 2007년 7월 일관체제 구축을 위해 넥솔론을 설립했고, 2008년 9월 전북 익산에 공장을 완공하고 OCI가 공급하는 폴리실리콘을 원재료로 본격적으로 태양광 발전용 잉곳·웨이퍼 생산에 들어갔다.

설립의 주체는 OCI 오너 3세이자 고 이 회장의 2남1녀 중 두 아들인 이우현 부회장과 이우정 전 넥솔론 사장이었다. 이 부회장과 이 전 사장이 초기 자본금(110억원)을 전액 출자, 각각 지분의 50.0%(101만주)를 소유했다.
 

▲ 이우현 OCI 회장

당시 이 부회장의 나이는 40세로 2005년 OCI 전무로 입사한 이래 사업총괄 부사장(CMO)을 맡아 경영승계 단계를 속도감 있게 밟아나가던 시기다. 반면 넥솔론 출자 전 이 부회장이 지분을 소유한 계열사라고 해봐야 OCI가 거의 전부였고, 지분도 1% 남짓이었다.

승승장구하다…
승계 위한 한방

이런 당시 정황에 비춰보면 넥솔론은 후계 승계를 위해 준비된 계열사라고 볼 수 있다. 넥솔론의 성장세에 따라 향후 OCI 지분 확대 및 부친의 지분증여나 상속 등에 대비한 재원으로 요긴하게 쓸 수 있어서다.

처음 넥솔론의 성장은 폭발적이었다. 설립 3년 만인 2010년 매출(연결기준) 4510억원을 달성했고 영업이익도 매년 흑자가 이어지며 456억원에 달했다. 재무적투자자(FI)들이 앞다퉈 찾아올 정도였다. 이듬해 10월 증시 상장은 예정된 수순으로 생각됐다. 

FI 자금 유치 등으로 낮아지기는 했지만 상장 직후 이 부회장의 넥솔론 보유지분은 19.42%(1733만3320주)나 됐다. 동생 이 전 사장도 19.62%(1750만6650주)를 갖고 있었다. 형제 지분이 도합 39.04%(3483만9970주)에 달했다.

상장 당시 넥솔론에 매겨진 몸값은 주당 4000원(상장공모가·액면가 500원)이었다. 이 부회장의 지분가치도 693억원으로 평가됐다. 또 상장 직후 넥솔론의 주가가 6060원까지 뛰자 이 부회장의 지분가치는 1050억원으로 치솟았다.

하지만 넥솔론이 상장한 지 얼마되지 않아 세계 태양광 시장은 장기 불황의 국면에 접어들었다. 2008년 이후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이 지속된 결과다. 중국 저가 태양광업체들의 난립도 한몫했다.

글로벌 침체
갑자기 폭망

OCI의 매출은 상장 첫 해인 2011년 5880억원을 찍은 뒤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며 2016년에는 1550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영업이익 또한 2011년 적자로 돌아섰고 이후 많게는 1001억원서 적게는 226억원까지 한 해 평균 56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속적인 설비투자를 위해 적지 않은 돈을 외부에서 끌어다 썼기 때문에 차입금 부담도 적지 않았다. 2009년 1150억원 수준이던 총차입금은 2011년 말 585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후로도 차입금은 줄지 않아 2015년 말에도 5120억에 달했다.


저조한 영업수익성에 차입금 부담마저 컷던 탓에 순익은 2015년(2650억원)을 제외하고, 2011∼2016년 동안 적게는 241억원에서 많게는  4015억원에 달하는 적자가 이어졌다.
 

▲ 넥슬론

이 부회장이 넥솔론 상장 전 출자한 자금은 87억원이다. 여기에 넥솔론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2012년 10월(553억원)과 2014년 3월(143억원)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101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이 부회장은 2014년 2월 OCI 지분 0.4%(9만4500주)를 블록딜을 통해 191억원(주당 20만2500원)을 받고 매각하기도 했다. 시기적으로 볼 때 넥솔론 추가 출자자금 용도로 풀이된다.

승계 위해 설립한 넥솔론…결국 공중분해
상속세 절반 납부했지만 아직 수백억 남아

후계 승계를 위해 OCI 지분을 늘려도 모자랄 시기에 넥솔론을 건사하느라 얼마 되지 않는 지분마저 내다 팔아야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4월 고 이수영 회장의 지분상속(10.92% 중 5.62%) 직전, 이 부회장의 지분이 고작 0.5%(12만251주)에 불과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의 노력에도 넥솔론의 결손금은 계속 불어 2014년 말에는 자본총계가 -3750억원에 달했다. 이어 2016년 말 완전자본잠식(-508억원) 상태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됐다.


2014년 8월 법정관리 이후 진행해왔던 회생절차마저 실패했다. 2015년 말부터 총 3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유찰됐다. 급기야 지난 2017년 4월 전액 자본금 자본잠식으로 유가증권시장서 상장폐지됐다. 이로써 OCI는 139억원을 손실 처리했다. 
 

▲ 태양광 발전.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넥손론은 재무개선 중인 2015년 2월 이 부회장과 이 전 사장 양대주주를 대상으로 무상감자를 실시했다. 이 부회장은 소유지분 17.75%(2564만5008주) 중 97%에 대해 무상소각을 당했다. 이어 잔여지분 0.59%(83만1168주)도 FI의 담보권 실행으로 사라졌다. 

이 부회장이 넥솔론에 집어넣은 자금은 총 188억원이다. 이 중 지분매각을 통해 회수한 자금이라고 해봤자 2013년 1월 14.13% 중 0.26%(32만2580주) 매각을 통한 5억4100만원이 전부다.

갈 길 멀었다 
뼈아픈 기억

이 부회장이 단기간에 OCI 최대주주의 지위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상속지분의 일부를 팔아 절반가량을 납부하기는 했지만, 앞으로 최장 4년간 해마다 100억원씩 상속세를 물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마저도 보유하고 있는 재원이 별로 없는 상황이라  OCI 주식을 담보로 빚을 내 충당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에게 넥솔론의 실패는 여러모로 뼈아픈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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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