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사정권’ KPX그룹 이상한 거래 추적

자회사 물건 계열사에 판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끝이 한 중견그룹을 향하고 있다. 대상은 KPX그룹. 공정위는 KPX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방점을 두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중견그룹 조사 예고가 현실에 가까워지면서 KPX그룹을 향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일감 몰아주기 의혹의 중심에 있는 그룹의 계열사를 주목한다. 해당 계열사는 회장의 장남 개인회사로 2세 구도 개편에 상당한 역할을 해낸 바 있다.
 

▲ 양규모 KPX홀딩스 회장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중견그룹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재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중견기업 KPX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지난 3월 주요업무 추진계획 브리핑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감시의 폭을 대기업서 중견기업으로 확대, 집중 조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올해 중견기업의 사익편취 행위를 중점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익편취
중점적 조사

공정위는 KPX그룹의 주력 자회사 ‘KPX케미칼’과 오너 일가 지분 100% 소유의 계열사 ‘씨케이엔터프라이즈(전 삼락상사)’, 그룹의 베트남 현지 법인 ‘VINA FOAM CO., LTD.’ 간 거래에 주목하고 있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감사보고서(2018.12)에 따르면 당사는 지난해 KPX케미칼로부터 52억2638만3513원의 제품을 매입, VINA FOAM에 67억9473만7704원에 팔았다. 오너 일가 소유의 그룹 계열사가 그룹 자회사의 물품을 구입해 그룹 계열사에 파는 등 특수관계자 거래를 맺은 것이다.

공정위는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통행세 수취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실질적 역할 없이 자회사와 계열사 간 거래 중간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 제23조 1항에 따르면 다른 사업자와 직접 상품·용역을 거래하면 상당히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거래상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특수관계인이나 다른 회사를 매개로 거래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공정위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KPX그룹은 중견 화학그룹사다. KPX그룹은 지주회사 KPX홀딩스를 비롯해 여러 계열사로 구성돼있다. KPX홀딩스의 사업보고서(2018.12)에 따르면 그룹의 2018년 기말 계열회사는 총 31개다. 세부적으로 상장사 8개와 비상장사 18개, 비상장 해외법인 5개다.

상장사는 KPX홀딩스와 그룹의 핵심 자회사 KPX케미칼을 비롯해 그린케미칼, KPX라이프사이언스, 진양홀딩스, 진양산업, 진양화학, 진양폴리우레탄 등이다.

비상장사는 오너 일가 100% 소유의 씨케이엔터프라이즈와 KPX개발, KPX글로벌, 진양AMC, 진양물산, 진양개발, 진양모바일, 한림인텍, 세일인텍, 진례산업, 건덕상사, 관악상사, 경향흥산, 경향AMC, 티지인베스트먼트, 보현, 진양, 평창인베스트먼트 등이다.

30개 넘는 계열 보유한 중견화학사
국내 넘어 해외까지…다방면서 활약

비상장 해외법인은 앞서 언급된 VINA FOAM을 포함해 중국 소재의 KPX CHEMICAL(NANJING) CO., LTD와 미국 소재의 KPX CHEMICAL(GEORGIA) CO., LTD., 인도 소재의 KPX CHEMICAL(INDIA) PVT., LTD., 베트남 소재의 KPX VINA CO., LTD. 등이다.

KPX그룹은 크게 유기화합물제조업과 유기화합물판매업, 폴리우레탄제품제조업, 합성수지제품제조업, 자동차부품제조업, 의약품중간체제조업, 액체화물보관업, 부동산업, 골프장운영업 등을 다룬다.

유기화합물제조업은 KPX케미칼과 KPX CHEMICAL(NANJING)이, 유기화합물판매업은 KPX CHEMICAL(GEORGIA)과 KPX CHEMICAL(INDIA)이 맡고 있다. 폴리우레탄제품제조업은 진양산업과 진양폴리우레탄, 진양폼테크, VINA FOAM, 진례산업이 수행하고 있다.


합성수지제품제조업의 경우 진양화학이, 자동차부품제조업의 경우 세일인텍과 한림인텍 그리고 진양모바일이, 의약품중간체제조업의 경우 KPX라이프사이언스가 활동하고 있다. 액체화물보관업은 KPX글로벌과 KPX VINA가 주축이다.

부동산업에는 KPX개발, 진양물산, 진양AMC, 씨케이엔터프라이즈, 평창인베스트먼트, 경향AMC 등이 맡고 있다. 건덕상사와 관악상사, 경향흥산, 티지인베스트먼트, 보현 등은 건물 임대업을 담당하고, 진양은 상품 종합도매업을 영위하고 있다. 그린케미칼과 진양홀딩스는 각각 계면활성제제조업과 기타 플라스틱제품제조업을 운영 중이다. 골프장운영업에는 진양개발이 전면에 있다.

자동차부품
부동산까지

종속기업 현황서 직접지분보유회사는 KPX홀딩스와 KPX케미칼, 진양홀딩스, 진양산업으로 총 4개사이다. KPX홀딩스의 종속기업은 KPX캐미칼과 KPX라이프사이언스, KPX개발, KPX글로벌, KPX VINA, 진양홀딩스 등 6개다. KPX케미칼의 종속기업은 KPX CHEMICAL(NANJING), KPX CHEMICAL(GEORGIA), KPX CHEMICAL(INDIA)로 총 3개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KPX케미칼이 KPX홀딩스의 종속기업으로 분류된 까닭은 다른 주주와의 약정으로 과반수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서다.

진양홀딩스의 종속기업은 진양산업과 진양화학, 진양폴리우레탄, 진양물산, 진양폼테크, 세일인택, 한림인택, 진양AMC, 진양개발, 진양모바일로 10개사다. 마지막으로 진양산업의 종속기업은 VINA FOAM과 진례산업이다.
 

한편 진양개발은 지난해 3월29일 불균등유상감자로 인한 지분율 감소로 연결범위서 제외됐다. 또 진양폼테크는 지난해 4월1일 폴리우레탄제품제조업 부문을 물적분할한 후 진례산업을 설립했고, 부동산임대부문은 진양물산에 흡수합병됐다. 진양홀딩스는 진례산업의 지분을 진양산업에 매각했고, 지난해 7월6일 진양모바일의 지분 100%를 취득, 종속기업에 포함됐다.

지배회사 KPX홀딩스 소유 종속회사의 최근사업연도말(2018년 12월 말) 재무상태표상 자산총액이 회사 자산총액의 10% 이상인 주요 종속회사는 KPX케미칼, KPX CHEMICAL(NANJING), KPX라이프사이언스, KPX개발, KPX글로벌, 진양홀딩스, 진양화학, 세일인텍, 진양산업, 진양AMC, 진양물산 등 11개사다.

반면 자산총액의 10% 미만인 종속회사는 KPX VINA, KPX CHEMICAL(GEORGIA), KPX CHEMICAL(INDIA), 한림인텍, 진양폴리우레탄, 진례산업, 진양모바일, VINA FOAM 등 8개사다.

KPX홀딩스의 연혁은 1974년 7월 KPX케미칼서 시작한다. KPX케미칼은 폴리우레탄원료 PPG사업 이후 2004년 1월 전자재료사업에 진출했다. 이듬해 4월 KPX라이프사이언스와 2006년 지주회사 KPC홀딩스가 설립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주권 재상장에 이어 11월 현물출자를 통한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그해 12월에는 KPX케미칼 중국 난징공장을 준공하기에 이른다.

오늘날의 KPX홀딩스 상호는 2008년 9월에 만들어졌다. 이듬해 10월 KPX개발이 자회사로 편입됐고, 12월 KPX문화재단이 설립됐다. 2010년 11월 진양홀딩스가 자회사로 편입됐고, 10월에는 공덕동 KPX빌딩으로 본점이 이전됐다.

2014년 3월 KPX CHEMICAL(GEORGIA)이 종속회사로 편입됐고, 6월 KPX바이오텍의 자회사 탈퇴로 자회사는 총 6개사가 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KPX화인케미칼과 KPX인더스트리가 각각 자회사를 탈퇴하고 편입하면서 자회사는 다시 총 6개사가 됐다.


2017년 3월 KPX인더스트리의 상호가 KPX글로벌로 변경됐고, 5월 KPX CHEMICAL(INDIA)이 종속회사로 편입됐다. 같은 해 9월에는 KPX그린케미칼의 자회사 탈퇴로 자회사는 총 5개사로 변경됐다.

2017년 12월 KPX VINA가 설립되면서 종속회사로 편입됐다. 같은 달 연결대상범위 변동에 따라 진양홀딩스와 그 종속회사는 KPX홀딩스의 종속회사로 편입됐다(진양홀딩스, 진양산업, 진양화학, 진양폴리우레탄, 진양개발, 진양AMC, 진양물산, 진양폼테크, 한림인텍, 세일인텍, VINA FOAM).

지난해 3월에는 진양개발이 종속회사를 탈퇴했고, 4월에는 진양폼테크의 종속회사 탈퇴와 진례산업의 종속회사 편입이 있었다. 같은 해 7월에는 진양모바일이 종속회사로 편입됐다.

떨고 있는
양씨 일가

KPX홀딩스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224억원이다. 매출원가는 9172억원이다. 매출총이익(매출액-매출원가)은 1051억원, 판관비(판매비와 관리비)는 712억원이다. 영업이익(매출총이익-판관비)은 338억원(대손상각비 6524만원 환입), 당기순이익은 147억원이다.

KPX홀딩스의 2016·2017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각각 6965억원과7533억원이다. 매출원가는 5961억원과 6656억원이다. 매출총이익은 1003억원, 876억원이다. 판관비는 477억원과 493억원이고, 영업이익은 각각 522억원(대손상각비 3억원), 364억원(대손상각비 18억원)이다. 당기순이익은 각각 534억원과 583억원이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한편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KPX케미칼로부터 물품을 사들이고 이를 VINA FOAM에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2016년 KPX케미칼로부터 45억원가량의 제품을 매입하고, VINA FOAM에 63억원어치를 판매했다. 2017년에도 동일하게 KPX케미칼로부터 45억원어치의 제품을 매입, VINA FOAM에 62억원에 팔았다.

지난해엔 KPX케미칼로부터 52억원의 제품을 사들여 VINA FOAM에 67억원에 팔았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2016·2017·2018년 매출액은 66억원과 68억원, 76억원이다. 매출원가는 각각 46억원과 46억원, 53억원으로 매출총이익은 20억원과 22억원, 23억원이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3년 동안의 판관비는 각각 9억원과 6억원, 7억원, 영업이익은 11억원과 16억원, 16억원이다. 2016년부터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7억원, 25억원, 34억원을 기록했다.

일감 몰아주기·통행세 수취 집중 조사
의혹 계열사=장남 개인회사 승계 차질?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양규모 KPX홀딩스 회장의 장남 양준영 KPX홀딩스 부회장의 개인회사다. 양 회장은 그룹 후계자로 양 부회장을 낙점, 지배구조 재편에 나섰다. 꾸준히 KPX홀딩스의 지분을 늘려오던 양 회장은 지분의 처분을 시작했다. KPX홀딩스의 사업보고서(2012.12)에 따르면 양 회장의 지분 23.81%는 23.68%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양 회장의 지분은 이를 기점으로 22.94%, 21.72%, 20.60% 등으로 감소, 19.64%까지 떨어졌다.

양 부회장은 양 회장의 지분을 재매입했다. 양 회장의 처분 전까지 양 부회장의 지분은 5.74%였다. 당시에는 차남 양준화 그린케미칼 사장의 지분이 7.92%로 더 높았다. 그러나 승계구도에 따라 양 부회장의 지분은 기존 5.74%서 6.51%, 6.86%, 7.37%, 7.61%로 상승, 10.40%까지 증가했다. 이와 동시에 양 부회장의 아들 재웅씨의 지분도 상승했다.

재웅씨의 지분은 동일한 시기 0.10%서 1.52%, 1.59%, 1.63%, 1.80%, 2.11%, 2.16%, 2.21%까지 늘었다.
 

반면 양 사장은 기존 지분 7.92%서 7.25%, 6.61%, 6.44%, 6.40% 등으로 하락하다 지분을 전량 처분, KPX홀딩스 경영권과 완전히 분리됐다. 양 사장의 지분 전량 처분과 함께 KPX홀딩스 역시 그린케미칼의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그린케미칼의 사업보고서(2017.12)에 따르면 KPX홀딩스는 그린케미칼 보유 지분 23.78%를 전량 처분했다.

양 사장은 KPX홀딩스서 멀어지는 대신, 본인과 개인 회사를 통해 그린케미칼의 60%가 넘는 지분을 확보했다.

양 부회장의 개인회사이자 공정위가 주목하고 있는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KPX홀딩스에 대한 지분율은 양 부회장의 KPX홀딩스 지분 확보 시기와 동일하게 상승했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KPX홀딩스 보유 지분은 0.92%에 그쳤지만, 1.88%, 2.93%, 4.17%, 4.99%, 5.72%, 10.39%로 증가해 11.24%까지 상승했다. 양 부회장(10.40%)보다 높은 수치다. 

결국 양 부회장은 23.85%(본인+개인회사+아들)의 지분으로 양 회장(19.64%)을 넘어 사실상 KPX홀딩스의 최대주주로 우뚝 섰다.

후계자는 누구?
2세 구도 주목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KPX그룹의 장자승계 과정에서 톡톡한 역할을 해냈다. 다만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공정위 사정권에 들어오면서 KPX그룹의 2세 구도에 귀추가 주목된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KPX의 핵심 자회사인 KPX케미칼과 거래한 점 역시 간과하기 어렵다. KPX케미칼은 KPX그룹의 핵심 자회사로 그룹의 자산과 매출에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양 부회장은 KPX홀딩스의 지분을 늘려가면서 오너십을 확보, 사실상 KPX케미칼의 경영권까지 확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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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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