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사정권’ KPX그룹 이상한 거래 추적

자회사 물건 계열사에 판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끝이 한 중견그룹을 향하고 있다. 대상은 KPX그룹. 공정위는 KPX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방점을 두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중견그룹 조사 예고가 현실에 가까워지면서 KPX그룹을 향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일감 몰아주기 의혹의 중심에 있는 그룹의 계열사를 주목한다. 해당 계열사는 회장의 장남 개인회사로 2세 구도 개편에 상당한 역할을 해낸 바 있다.
 

▲ 양규모 KPX홀딩스 회장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중견그룹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재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중견기업 KPX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지난 3월 주요업무 추진계획 브리핑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감시의 폭을 대기업서 중견기업으로 확대, 집중 조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올해 중견기업의 사익편취 행위를 중점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익편취
중점적 조사

공정위는 KPX그룹의 주력 자회사 ‘KPX케미칼’과 오너 일가 지분 100% 소유의 계열사 ‘씨케이엔터프라이즈(전 삼락상사)’, 그룹의 베트남 현지 법인 ‘VINA FOAM CO., LTD.’ 간 거래에 주목하고 있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감사보고서(2018.12)에 따르면 당사는 지난해 KPX케미칼로부터 52억2638만3513원의 제품을 매입, VINA FOAM에 67억9473만7704원에 팔았다. 오너 일가 소유의 그룹 계열사가 그룹 자회사의 물품을 구입해 그룹 계열사에 파는 등 특수관계자 거래를 맺은 것이다.

공정위는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통행세 수취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실질적 역할 없이 자회사와 계열사 간 거래 중간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 제23조 1항에 따르면 다른 사업자와 직접 상품·용역을 거래하면 상당히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거래상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특수관계인이나 다른 회사를 매개로 거래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공정위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KPX그룹은 중견 화학그룹사다. KPX그룹은 지주회사 KPX홀딩스를 비롯해 여러 계열사로 구성돼있다. KPX홀딩스의 사업보고서(2018.12)에 따르면 그룹의 2018년 기말 계열회사는 총 31개다. 세부적으로 상장사 8개와 비상장사 18개, 비상장 해외법인 5개다.

상장사는 KPX홀딩스와 그룹의 핵심 자회사 KPX케미칼을 비롯해 그린케미칼, KPX라이프사이언스, 진양홀딩스, 진양산업, 진양화학, 진양폴리우레탄 등이다.

비상장사는 오너 일가 100% 소유의 씨케이엔터프라이즈와 KPX개발, KPX글로벌, 진양AMC, 진양물산, 진양개발, 진양모바일, 한림인텍, 세일인텍, 진례산업, 건덕상사, 관악상사, 경향흥산, 경향AMC, 티지인베스트먼트, 보현, 진양, 평창인베스트먼트 등이다.

30개 넘는 계열 보유한 중견화학사
국내 넘어 해외까지…다방면서 활약

비상장 해외법인은 앞서 언급된 VINA FOAM을 포함해 중국 소재의 KPX CHEMICAL(NANJING) CO., LTD와 미국 소재의 KPX CHEMICAL(GEORGIA) CO., LTD., 인도 소재의 KPX CHEMICAL(INDIA) PVT., LTD., 베트남 소재의 KPX VINA CO., LTD. 등이다.

KPX그룹은 크게 유기화합물제조업과 유기화합물판매업, 폴리우레탄제품제조업, 합성수지제품제조업, 자동차부품제조업, 의약품중간체제조업, 액체화물보관업, 부동산업, 골프장운영업 등을 다룬다.

유기화합물제조업은 KPX케미칼과 KPX CHEMICAL(NANJING)이, 유기화합물판매업은 KPX CHEMICAL(GEORGIA)과 KPX CHEMICAL(INDIA)이 맡고 있다. 폴리우레탄제품제조업은 진양산업과 진양폴리우레탄, 진양폼테크, VINA FOAM, 진례산업이 수행하고 있다.


합성수지제품제조업의 경우 진양화학이, 자동차부품제조업의 경우 세일인텍과 한림인텍 그리고 진양모바일이, 의약품중간체제조업의 경우 KPX라이프사이언스가 활동하고 있다. 액체화물보관업은 KPX글로벌과 KPX VINA가 주축이다.

부동산업에는 KPX개발, 진양물산, 진양AMC, 씨케이엔터프라이즈, 평창인베스트먼트, 경향AMC 등이 맡고 있다. 건덕상사와 관악상사, 경향흥산, 티지인베스트먼트, 보현 등은 건물 임대업을 담당하고, 진양은 상품 종합도매업을 영위하고 있다. 그린케미칼과 진양홀딩스는 각각 계면활성제제조업과 기타 플라스틱제품제조업을 운영 중이다. 골프장운영업에는 진양개발이 전면에 있다.

자동차부품
부동산까지

종속기업 현황서 직접지분보유회사는 KPX홀딩스와 KPX케미칼, 진양홀딩스, 진양산업으로 총 4개사이다. KPX홀딩스의 종속기업은 KPX캐미칼과 KPX라이프사이언스, KPX개발, KPX글로벌, KPX VINA, 진양홀딩스 등 6개다. KPX케미칼의 종속기업은 KPX CHEMICAL(NANJING), KPX CHEMICAL(GEORGIA), KPX CHEMICAL(INDIA)로 총 3개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KPX케미칼이 KPX홀딩스의 종속기업으로 분류된 까닭은 다른 주주와의 약정으로 과반수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서다.

진양홀딩스의 종속기업은 진양산업과 진양화학, 진양폴리우레탄, 진양물산, 진양폼테크, 세일인택, 한림인택, 진양AMC, 진양개발, 진양모바일로 10개사다. 마지막으로 진양산업의 종속기업은 VINA FOAM과 진례산업이다.
 

한편 진양개발은 지난해 3월29일 불균등유상감자로 인한 지분율 감소로 연결범위서 제외됐다. 또 진양폼테크는 지난해 4월1일 폴리우레탄제품제조업 부문을 물적분할한 후 진례산업을 설립했고, 부동산임대부문은 진양물산에 흡수합병됐다. 진양홀딩스는 진례산업의 지분을 진양산업에 매각했고, 지난해 7월6일 진양모바일의 지분 100%를 취득, 종속기업에 포함됐다.

지배회사 KPX홀딩스 소유 종속회사의 최근사업연도말(2018년 12월 말) 재무상태표상 자산총액이 회사 자산총액의 10% 이상인 주요 종속회사는 KPX케미칼, KPX CHEMICAL(NANJING), KPX라이프사이언스, KPX개발, KPX글로벌, 진양홀딩스, 진양화학, 세일인텍, 진양산업, 진양AMC, 진양물산 등 11개사다.

반면 자산총액의 10% 미만인 종속회사는 KPX VINA, KPX CHEMICAL(GEORGIA), KPX CHEMICAL(INDIA), 한림인텍, 진양폴리우레탄, 진례산업, 진양모바일, VINA FOAM 등 8개사다.

KPX홀딩스의 연혁은 1974년 7월 KPX케미칼서 시작한다. KPX케미칼은 폴리우레탄원료 PPG사업 이후 2004년 1월 전자재료사업에 진출했다. 이듬해 4월 KPX라이프사이언스와 2006년 지주회사 KPC홀딩스가 설립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주권 재상장에 이어 11월 현물출자를 통한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그해 12월에는 KPX케미칼 중국 난징공장을 준공하기에 이른다.

오늘날의 KPX홀딩스 상호는 2008년 9월에 만들어졌다. 이듬해 10월 KPX개발이 자회사로 편입됐고, 12월 KPX문화재단이 설립됐다. 2010년 11월 진양홀딩스가 자회사로 편입됐고, 10월에는 공덕동 KPX빌딩으로 본점이 이전됐다.

2014년 3월 KPX CHEMICAL(GEORGIA)이 종속회사로 편입됐고, 6월 KPX바이오텍의 자회사 탈퇴로 자회사는 총 6개사가 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KPX화인케미칼과 KPX인더스트리가 각각 자회사를 탈퇴하고 편입하면서 자회사는 다시 총 6개사가 됐다.


2017년 3월 KPX인더스트리의 상호가 KPX글로벌로 변경됐고, 5월 KPX CHEMICAL(INDIA)이 종속회사로 편입됐다. 같은 해 9월에는 KPX그린케미칼의 자회사 탈퇴로 자회사는 총 5개사로 변경됐다.

2017년 12월 KPX VINA가 설립되면서 종속회사로 편입됐다. 같은 달 연결대상범위 변동에 따라 진양홀딩스와 그 종속회사는 KPX홀딩스의 종속회사로 편입됐다(진양홀딩스, 진양산업, 진양화학, 진양폴리우레탄, 진양개발, 진양AMC, 진양물산, 진양폼테크, 한림인텍, 세일인텍, VINA FOAM).

지난해 3월에는 진양개발이 종속회사를 탈퇴했고, 4월에는 진양폼테크의 종속회사 탈퇴와 진례산업의 종속회사 편입이 있었다. 같은 해 7월에는 진양모바일이 종속회사로 편입됐다.

떨고 있는
양씨 일가

KPX홀딩스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224억원이다. 매출원가는 9172억원이다. 매출총이익(매출액-매출원가)은 1051억원, 판관비(판매비와 관리비)는 712억원이다. 영업이익(매출총이익-판관비)은 338억원(대손상각비 6524만원 환입), 당기순이익은 147억원이다.

KPX홀딩스의 2016·2017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각각 6965억원과7533억원이다. 매출원가는 5961억원과 6656억원이다. 매출총이익은 1003억원, 876억원이다. 판관비는 477억원과 493억원이고, 영업이익은 각각 522억원(대손상각비 3억원), 364억원(대손상각비 18억원)이다. 당기순이익은 각각 534억원과 583억원이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한편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KPX케미칼로부터 물품을 사들이고 이를 VINA FOAM에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2016년 KPX케미칼로부터 45억원가량의 제품을 매입하고, VINA FOAM에 63억원어치를 판매했다. 2017년에도 동일하게 KPX케미칼로부터 45억원어치의 제품을 매입, VINA FOAM에 62억원에 팔았다.

지난해엔 KPX케미칼로부터 52억원의 제품을 사들여 VINA FOAM에 67억원에 팔았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2016·2017·2018년 매출액은 66억원과 68억원, 76억원이다. 매출원가는 각각 46억원과 46억원, 53억원으로 매출총이익은 20억원과 22억원, 23억원이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3년 동안의 판관비는 각각 9억원과 6억원, 7억원, 영업이익은 11억원과 16억원, 16억원이다. 2016년부터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7억원, 25억원, 34억원을 기록했다.

일감 몰아주기·통행세 수취 집중 조사
의혹 계열사=장남 개인회사 승계 차질?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양규모 KPX홀딩스 회장의 장남 양준영 KPX홀딩스 부회장의 개인회사다. 양 회장은 그룹 후계자로 양 부회장을 낙점, 지배구조 재편에 나섰다. 꾸준히 KPX홀딩스의 지분을 늘려오던 양 회장은 지분의 처분을 시작했다. KPX홀딩스의 사업보고서(2012.12)에 따르면 양 회장의 지분 23.81%는 23.68%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양 회장의 지분은 이를 기점으로 22.94%, 21.72%, 20.60% 등으로 감소, 19.64%까지 떨어졌다.

양 부회장은 양 회장의 지분을 재매입했다. 양 회장의 처분 전까지 양 부회장의 지분은 5.74%였다. 당시에는 차남 양준화 그린케미칼 사장의 지분이 7.92%로 더 높았다. 그러나 승계구도에 따라 양 부회장의 지분은 기존 5.74%서 6.51%, 6.86%, 7.37%, 7.61%로 상승, 10.40%까지 증가했다. 이와 동시에 양 부회장의 아들 재웅씨의 지분도 상승했다.

재웅씨의 지분은 동일한 시기 0.10%서 1.52%, 1.59%, 1.63%, 1.80%, 2.11%, 2.16%, 2.21%까지 늘었다.
 

반면 양 사장은 기존 지분 7.92%서 7.25%, 6.61%, 6.44%, 6.40% 등으로 하락하다 지분을 전량 처분, KPX홀딩스 경영권과 완전히 분리됐다. 양 사장의 지분 전량 처분과 함께 KPX홀딩스 역시 그린케미칼의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그린케미칼의 사업보고서(2017.12)에 따르면 KPX홀딩스는 그린케미칼 보유 지분 23.78%를 전량 처분했다.

양 사장은 KPX홀딩스서 멀어지는 대신, 본인과 개인 회사를 통해 그린케미칼의 60%가 넘는 지분을 확보했다.

양 부회장의 개인회사이자 공정위가 주목하고 있는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KPX홀딩스에 대한 지분율은 양 부회장의 KPX홀딩스 지분 확보 시기와 동일하게 상승했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KPX홀딩스 보유 지분은 0.92%에 그쳤지만, 1.88%, 2.93%, 4.17%, 4.99%, 5.72%, 10.39%로 증가해 11.24%까지 상승했다. 양 부회장(10.40%)보다 높은 수치다. 

결국 양 부회장은 23.85%(본인+개인회사+아들)의 지분으로 양 회장(19.64%)을 넘어 사실상 KPX홀딩스의 최대주주로 우뚝 섰다.

후계자는 누구?
2세 구도 주목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KPX그룹의 장자승계 과정에서 톡톡한 역할을 해냈다. 다만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공정위 사정권에 들어오면서 KPX그룹의 2세 구도에 귀추가 주목된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KPX의 핵심 자회사인 KPX케미칼과 거래한 점 역시 간과하기 어렵다. KPX케미칼은 KPX그룹의 핵심 자회사로 그룹의 자산과 매출에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양 부회장은 KPX홀딩스의 지분을 늘려가면서 오너십을 확보, 사실상 KPX케미칼의 경영권까지 확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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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